미시령을 넘어 홍천-원주-제천으로 오다가 남제천 ic에서 나와 능강계곡으로 간다..
입구는 허접한데 들어가면 갈수록 오묘해지는 길이다..
초입에 세워진 돌탑이 어느덧 사람형상을 닮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만당암을 지나면 부처님이 누은 형상이라는 와불암이 나온다..
계곡은 어는 덧 물이 말라 실개천이 되었고..길에는 먼지가 일어난다..
취적대에서 2번코스로 만당암으로 내려가는데, 인적이 드문 탓인지 곳곳에 알밤이 그대로 숨어 있다..
잠시 주워도 한 주먹..
다시 돌아온 만당암에 때이은 단풍이 수줍게 볼을 붉히고 있다..
다람쥐도 가을걷이 부지런히 해야한다..
머리가 나빠 저장소를 기억 못해 이번 가을에는 장부책 쓰는 법도 배워야 한다..
돌아오는 길에 무심코 떡갈비 집에 들어갔다가 대기장부에 쓰고 한참을 기다린다..
기다리다 벽에 걸린 한시를 유심히 본다..
欲說春來事 (욕설춘래사)
柴門昨夜晴 (시문작야청)
閑雲度峰影 (한운도봉영)
好鳥隔林聲 (호조격림성)
봄이 온뒤 무슨 일이 있는지 말해볼까?
문 밖은 지난 밤부터 개었고
한가로운 구름은 그림자 드리우며 봉우리 넘어가는데
다정한 새는 숲 저편에서 재잘거린다..
조선 중기 시인 옥봉 백광훈 의 만흥(漫興)이라는 시다..
뒤에 이어지는 귀절도 보자..
客去水邊坐 (객거수변좌)
夢回花裏行 (몽회화리행)
仍開新熟酒 (잉문신주숙)
瘦婦自知情 (수부자지정)
손님이 떠난뒤 물가에 앉아도 보고
꿈에서 깨어나 꽃속을 거닐기도 하는데
마침 새로 담근 술이 익었다고 하니
야윈 아내는 내 속을 잘 알아주는구나..
어찌 시 속의 여위 아내 그러리요..
돌부처가 내게 붉은 꽃을 내미니
염화미소 절로 나네...
그래 배부르게 간다...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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