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와 백일(白日)


친구 혼사가 잇어 오전 짜투리 시간을 대청호반 억새 구경하러 갔다..

아침 일찍 간 것이 빛 덕 톡톡히 봤다..



지난번 주산동 금성마을에서 신상제를 건너 오려고 했다가 대청호 만수로 못오고 신선바위만 돌고간 한풀이 걷기다..

그래서 살펴보니 이곳 대전 동구 흥진마을로 직접 오는 방법은 내비에 '신상교", 또는 '신상교차로'를 치고 간다..

그러면 가양공원에서 폐고속도로로 안내하여 신상교차로 까지 오면, 우측으로 내려서 교차로에서 좌회전한다..

그리고 1) 곧 바로 다리 밑을 지나자마자 다시 좌회전하여 폐고속도로로 올라가 우측 갓길에 차를 세우고..흥진마을 방향으로 내려가는          방안

           2) 다리 밑을 지나 500미터 정도 진행., 바깥 아감 부근에서 좌회전,  신상교를 건너 조선 오리집 부근에 정차하는 방안


오늘은 2)번으로 갔다..



대청호 만수로 다 잠긴 줄 알앗던 억새 숲이 그대로 살앗다..



신상교차로 쪽 마을 입구로 가본다..



억새는 역광에서 빛난다..

인생도 역경에서 빛날 수 잇다..



호수에 빈배가 있어 시와 스토리를 부른다..


 

 

 

여기가 물에 잠긴 신상제 입구..

뒤로 도로로 올라가면 신상교차로 부근이다..


 

 

 

 

이 아침 한가한 억새길의 주인공은 참새..



흔들리는 억새와 부산한 참새..

참으로 묘한 마리아주..


참새! 자유로다.

억새에 올라앉을 가벼운 몸짓에 어디인들 마다하랴! 

단지 호수 옆에 사는 억새 무성하기만 바랄 뿐이네. 


 

 

억새 길에는 페르시아에서 공수한 낙엽표 양탄자가 깔렸다..


 

 

 

 

억새..대청호..계족산..그리고 자적(自適)..

 

 

 

억새에 둘러싸여 호수를 바라보는 이 벤취를 문리버의 벤취로 삼으리..


 

타이스 명상곡을 틀어놓고 문리버 벤취에 앉으니 반쯤 열리고 반쯤 닫힌 풍광 사이로 억새가 한가롭다.. 


 

 

그 한가로움을 깨려는 참새의 부질없는 몸짓은 허공만 가를 뿐이다..


 

 

문리버 까페는 여전히 그대로..


 

 

 

 

 

 

 

한적함이 바지가랑이 붙잡고 늘어지는 것을 겨우 뿌리치고 나왔는데..

아니..더 센 풍광이 나를 붙잡는다..

이번엔 배짱이다..갈라면 가란다..

전세가 역전되어 내가 좀 기다려달라고 사정한다..

빛이 바뀌기전에 증거를 남겨 놓아야지..

돌아서면 부인하고 구라와 거짓말을 밥먹듯하는 세상의 생존법이다..



멈추어라..시간이여!

참 아름답지 아니한가! 


 

 

 


그러고 보니 백골산성이 바라보이는 이곳이 백제 관산성 싸움의 최후의 전투가 벌어진 그곳이 아니런가?

한이 맺히면 풍광이 아름다워지는가? 

어찌보면 최후의 전투가 기다리는지도 모르면서 숨을 고르며 대기하던 여창태자의 진영같기도 하다..

폭풍전야의 고요함이랄까, 처절한 패배 직전의 평온함 같은 아름다움..

이런 풍광에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함께 해야 적격이다..

 

 


길 끝에서 부채살나무를 만낫다..

체로금풍(體露金風)..

가을 바람에 모든 낙엽 떨구고 본체를 드러낸 모습..

"버리고 갈 것만 남아 홀가분하다"는 그런 심정..

하긴 가장 아끼는 몸뚱이 마저 최후에 버리고 갈터인데

거기에 담긴 감정 찌거기들이랴.

 

 


그러니 울지마라 홍시야

그저 웃으며 사는게 인생이다..

" 할 수있어! 잘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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