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걷기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일찍 잠들었다..
밤새 천둥 번개가 치며 비가 내리는듯했다..
새벽에 날씨앱을 틀어보니..응??
비 구름이 지나갔다..역쉬 날씨복이 ..
하여..예정대로 달마산 미황사로 간다..
비는 지나갔으나 달마산은 번뇌 속에 있다..
사실은 이번 여행의 주목적이 도솔암 숲길을 걷기 위하여 계획한 것이기에 그나마 비가 그쳤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미황사 입구에 차를 세우고 걸어간다..
언듯 생각하기에 작은 절이라 여겼는데, 막상 와보니 큰 절터이다..
자하루(紫霞樓)..저녁 놀 보기 좋은 누각인가 보다..
달마산의 주인공 달마선사가 계신다..
수많은 사람이 물었다...
"달마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어떤 사람은 "뜰 앞의 잣나무"라고 답하였고,
어떤 사람은 "서강의 강물을 모두 마시면 말해주겟다"고 미루었고
또 어떤 사람은 "저 쪽 가서 가만히 서있어라"고 달랬다던데..
혹 나에게 묻는다면??
"도솔암에 가서 말해 주겠노라"
대웅전을 지나 도솔암 가는 길로 접어 들었다...
여기서는 4.5km 라더니 조금 더가니 5.3Km가 되었다..
음...이것이 무엇이고?
땅끝 천년옛길이 초입부터 화두를 던지는구나??
함초롬히 젖은 감들이 등불처럼 연무가득한 길을 밝혀준다..
너덜 길이 나타났다..
수억겁을 지나야 산이 되고 다시 기만년을 지나야 쪼개져 바위가 된다는 이치를 몸소 보여주고 있구나..
저아래 억겁의 풍화로 갈고 닦아 이루어진 옥토를 보여주니 그 불심이 얼마니 깊으신지..
저 산 달마산은 운무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양구(良久)..
길을 가는 중생들에게 한 줄기 바른 길만 있으면 족할터..
그외 무수한 바위에게 무슨 시비를 하랴..
이제부터 길은 옛길을 닮았다..
고인들이 걷던 그 길 말이다..
이길은 유아독존의 길이다..밀포드와 산티아고와 비교해도 또 다른 개성이 잇는 길이다..
그 길에 옛사람의 풍모를 가진 사람과 옛개의 흔적을 지닌 개가 나타난다..
저 아래 어디 쯤 땅끝 마을이 있을터..
안개 가득한 숲속에서 '나는 어디로 가는가?"하고 의심이 가득 찰 때
문득 도솔암으로 가라는 손짓이 보인다..
겨우 200미터??
산 모퉁이 바로 돌아 송학사있거늘
무얼 그리 갈래 갈래 깊은 산속 헤매나?
하지만, 200미터가 200미터가 아니다..
그동안 걸어온 노고 만큼의 거리가 남아잇다..
땀방울인지..이슬인지, 빗물인지 방울 방울 맺히고 흐른다..
그때 허공에 홀연히 무언가 나타난다..
'이리로 오라"하며 외길을 밧줄처럼 던진다..
도솔암..
도솔천은 부처님이 어머니를 위해 설법을 베풀었다는 하늘 세상아니던가?
나도 이곳에서 어머니, 아버지를 위해 큰 절 올리고 가자..
도솔천의 땅마당은 분통만하지만, 그 안개 마당은 온 누리를 덮고 있다..
운해바다를 독판 차지한 물고기 한마리..
유유히 노니는 것만은 아니네..ㅎ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도솔천에도 안개가 가득하고 꽃은 젖어 있더라"
도솔암 날망에 앉아
하얀 안개 친구 삼아
하얀 배를 깍아 먹으며
하얀 세상을 바라본다..
돌아오는 길에 감에게 넌지시 알려준다..
"엄마가 생각나거든 도솔암에 가거라.."
<오늘 걷기> 미황사 주차장 - 부도전 - 숲길 - 도솔암 왕복 약 1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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