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명원(建明苑)을 열어 새 시대를 여는 창의 전사를 양성하고 있다. 

창의적 기운을 배양할 목적으로 구성된 프로그램 가운데 '걷기명상'이 있다.

모든 원생(苑生)들이 함께 5시간 정도를 걷는다. 핵심은 1시간 정도를 빼서 '묵언(默言)'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다.

아무 말 없이 걷는다. '침묵'을 지나가보라는 것이다.

뜨거운 모래 바닥에 머리를 처박도록 만 훈련된 사람들에게는 함께 어울려 부산스러운 잡담을 나누는 일이 더 익숙하고, '침묵'은 큰 곰을 어깨에 앉혀놓고 걷는 것보다 어렵다.

그러나 한 번 '침묵'을 내면 깊숙한 곳까지 끌고 가 본 사람은 그 '신비한 유령'을 피하지 못한다.

그것은 '마법의 양탄자' 같아서 '침묵'을 경험한 그 사람을 새로운 어딘가로 반드시 데려간다.

그 사람은 가는 내내 알 수 없는 힘을 발휘하며 새 길을 낸다.

이것이 침묵의 힘이다.


언어의 길이 끊기는 바로 거기서 새로운 언어가 태어나서 새 길이 난다.

그러니 새 길은 당연히 언어가 끊기던 바로 그 찰나에 뿌리를 둔다.

무너진 표지판 곁에 새 표지판은 아직 서지 않고, 어떤 말도 의미를 담지 못한 미숙의 상태, 어떤 숫자도 얹혀있지 않은 좌표답지 못한 좌표, 방향을 잃은 아둔한 의식, 이것을 우리는 침묵(沈默)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모든 방향의 선회는 침묵을 지나간다.


참된 인간은 고요하게 침묵을 지나간다. 침묵은 자신의 성스러움을 드러내며, 외부의 성스러움을 영접한다.

여기서 위대함이 자란다.

새 세상을 꿈꾸는 자, 우선 침묵하라.


- 최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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