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산 범어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예보와 달리 빗방울이 날리니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우왕좌왕은 아침 댓바람부터 핸드폰을 평소와 달리 넣었다가 착각하여 다시 집에 들렀다 온 것이 첫시작이었다는..
그래서 산행 초기에 핸드폰을 꺼내 비닐에 싸서 배낭에 고이 넣고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범어사에서 금정산성 북문으로 오르는 이 구간은 제법 오르막이다..
내복입은 등에 땀이 나서 겉옷을 벗고 땀이 식을세라 꾸준히 쉬엄 쉬엄 올라간다..
금정산성..
임진왜란 초전 부산진과 동래성이 장렬하지만 신속하게 함락당한 뼈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현종 무렵 쌓은 산성이다..
하지만, 임진년에 이 산성이 잇다 한들 지켜냈을까는 의심스럽다..
왜군이 예상못하게 일거에 칩입하였으니, 민관군이 신속히 산성으로 대피하기도 어려울 것같고, 산성에 농성하였더라도 왜군에게 포위되어 얼마나 버틸 식량을 확보하였을까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이안눌의 기록(동래맹하유감사(東萊孟夏有感祠)에 의하면, 왜란 종전 후 7년뒤인 1608년에 그가 금정산 아래 동래부사로 부임하였는데, 4월 15일 밤에 집집마다 곡소리가 크게 났다고 한다.
어쩐 일인지 동래에서 오래 근무한 늙은 아전에게 연유를 물으니"오늘이 동래성이 왜군에게 함락된 날인데, 송상현 부사 휘하에 모인 성안 백성들은 거반 학살당하고 요행히 쌓인 시체 밑에 몸을 숨겨 천 명 중 한 두 명이 생명을 보전할 정도였는데, 가족들 중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전투에서 죽은 친족을 제사지내며 통곡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들은 이안눌이 눈물을 흘리자 이 아전은 이렇게 대답했다.
"곡을 해줄 사람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적의 칼날에 온 가족이 죽어 곡을 해 줄 사람조차 남지 못한 집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어쨌거나, 북문 앞에 서서 고당봉으로 시원하게 올라가 성벽을 보면 잘키워논 아들 처럼 마음만은 시원하다..
성벽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고당봉으로 올라간다..
성안에 샘이 있다..세심정..
성의 필수조건은 물(샘, 우물, 연못)이 이 있어야 한다..
이 산의 이름 금정은 금샘을 뜻한다..
실제는 샘물이 솟아나는 것이 아니고, 빗물이 고인 웅덩인데. 절묘한 모습을 하고 있어 하늘에서 금빛물고기가 내려와 노닌다는 설화가 잇어
절이름 범어사(梵魚寺)도 여기서 유래한다...
고당봉에 오르자 빗방울이 떨어지고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고당봉의 구름 속으로 들어 온 것이리라..
금정산 산신은 여신인가보다..
고당봉이라는 이름하며 산신각 이름이 고모영신당이니..
산신각안에서 고냥이 한 마리가 슬그머니 나온다..
호랑이가 귀한 시절이라 고냥이가 산신할매 시중을 드나보다..
정상에 서니 거센 비바람으로 옷부터 챙겨입는다..
구름 사이로 낙동강이 흘러간다..
구름이 걷히면 동해바다도 볼터인데..
서둘러 하산하다..정상아래 바위에 잠시 난전을 벌리고 족발에 홍주에 요기를 한다..
산신각 고냥이가나타나 자기도 끼워달라고 아우성이다..
족발, 부침개는 넙쭉 받아먹는 모양새가 요즘 산신각 형편이 안좋은가 보다..ㅎ
그 고냥이 산신각의 실세인 모양이다..
하산 길에는 비가 그치고 해까지 난다..
공양을 받앗다고 영험하게 보답을 하는건가?
가을도 되살아니고 그 가을 속에 미륵보살님이 반가사유하고 잇네.//
어렵쇼?? 봄개나리도 어슬렁 거리고..ㅎ
내원암 지장보살님 뒤로 고당봉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범어사에 들러 "둘 아닌 도리"를 생각한다..
헌데, 불이..여여..평상심이 시험에 들었다..
자갈치시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는데, 옷 속에 핸드폰이 없다..
주변사람이 벨을 울렸는데 벨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분실?? 신고?? 전화 정지?? 카드 정지??
카드 정지부터 하라는 조언에 카드사에 전화하고 ARS 문답하다가 주위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잠시 숨을 돌리고 좀 쉬었다가 자갈치 시장에 도착한 후에 하기로 햇다..
??
잠시후 베낭속에 비닐로 감싸 넣은 생각이 스쳤다..ㅎㅎ
있었다..
이를 두고 해프닝이라고 하던가?
여여..평상심은 말뿐..그저 머리만 하얘지고 당황 그자체더라..
슬슬 기억력이 퇴화하는 것인지..ㅋ
하긴, 이혼했던 사람이 재혼하는 것은 기억력 부족이라지..ㅎ
그럼 결혼은?? 판단력 부족이고,
이혼은 인내력 부족이라던가..ㅎㅎ
편안한 마음으로 자갈치 시장에 도착하여 비싸진 대방어회를 안주로 취기가 도도해진다..
그러나 그 탓에 귀가길 휴게소에서 휴대폰 찾느라 또 한번 소동..
에고..이젠 목에 걸고 다녀야 할까부다..ㅎ
오를수록
비가 집적거리고 바람이 몰아친다
정상 아래 바위 밑에 앉아
산신당 실세 고냥이에게 공양을 올리니
비가 그치고 해가 난다..
도리어 산 아래는 가을도 되살아나고,
봄 개나리도 어스렁거리더라..
<오늘 걷기> 범어사 주차장 - 북문 - 고당봉 - 금샘삼거리 - 내원암 - 범어사 약 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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