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워낙 춥다..중학교 다니던 그때 처럼 춥다..
안성에 가려다가 가까운 근교를 걷기로 한다..
계족산으로 간다..
산디마을 오토캠핑장에 주차한다..
이리 추운데 오토캠핑장에 텐트피고 캠핑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추위를 견디는 비결은??
설비가 좋아졌겠지..난로 굴뚝이 보인다..
빙설사이로 물이 흐른다..
아무리 추워도 세월은 가고 봄은 오는 것이다..
이 길도 소문이 났나..
개천정비 공사 공고가 붙었다..
제발, 그냥 환경을 살리고 원형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정비되었으면..
길은 하얀 눈을 뒤집어 쓰고 고요하지만
산성은 푸른 하늘을 이고 날아갈듯하다..
산실제길이 하얀 분칠을 하고 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무심한 님은 언성을 높이며 세상푸념을 늘어 놓는다..
임도삼거리 오뎅집도 무시하고 내쳐 봉황정으로 오른다..
다리가 부실하던 시절 가보고 무시하고 다니길 6-7년이 지난 것같다..
오늘 날도 춥고 기분도 추우니 험한 길을 오르리라..
갑천 산책길에 올려다보던 작은 모자를 이제사 오랜만에 마주하네..
봉황정 전서 글씨는 정향 조병호 선생글씨..
그는 "처음처럼"글씨로 유명한 신영복의 글씨 사부..
신영복이 대전교도소에 수감중일 때 만나서 죄명을 듣고는.."유배온 것이군"했단다..
그리고 교도소의 수감자들을 위해 서예선생노릇을 한 사람이다..
나도 그의 그의 글씨 한점을 가지고 잇다..
"도심일명월(道心一明月)"
도 닦는 마음은 밝은 달과 같다..
스스로 그 글귀의 댓귀를 달앗다..
그 달빛 천강에 아니 비췬데 없지만
급류 따라 흐르지 아니하고
그저 인연따라 즐길뿐이라네..
月印在千江(월인재천강)
水急不流月(수급불유월)
但隨緣樂命(단수연낙명)
봉황정기는 장암 이곤순선생의 글씨다..
현강선생의 사부니 나에겐 조사부쯤 되는 분이다..ㅎ
한때 봉황산으로 불리던 기개를 겸손하게 수행자 모드로 바꿔 계족산으로 부른다는 말이다.
그때의 기개를 정자에 담아 봉황정이라 부른다..
봉황정에서 바라보는 동,남녁으로는 좌측에 식장산이 중앙에 보문산이 보,만,식, 계를 이루고 있다..
이어 서쪽을 바라보면 계룡이 날아든다..
그리고 남서쪽의 대둔산을 줄기를 타고 흐르는 갑천과 유등천이 기각지세를 이루며 한밭이 펼쳐진다..
그 옛날 어느 도인이 이곳에 이르러 멀리 계룡을 바라보며 문득 이에 호응하여 의형제를 맺었거니 이에 이름을 계족이라 하였을지도...ㅎ
굳이 가섭이 도를 닦던 천축국의 계족산에서 따왔으리요..ㅎ
이중환이 쓴 "택리지"에 갑천을 다음과 같이 평했다.
"들판이 아주 넓고 사방 산이 맑고 화려하다.
세가닥 큰 냇물이 들 복판에서 합류하여 관개할 수가 있다.
땅은 모두 1묘에 소출이 1종이나 되며, 목화를 가꾸기에도 알맞다.
또한 강경이 멀지 않고, 앞에 큰 시장이 있어 해협의 이로운 점이 잇으니 영원히 대를 이어 살만한 곳이다."
계룡과 계족 사이에 대둔산 줄기에 발원하여 둔산벌을 적시는 갑천이야 말로 말그대로 갑(甲)이다..
봉황정에서 내려와 장동방향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대전의 지세가 더욱 뚜렷하게 다가온다..
<죽림정사 - 임도삼거리> 구간의 중간 분기점에서 대전둘레산길 장동방향으로 직진한다..
가장 추운 날 추운 기분에 분기탱천하여 계족산 정상 봉황정을 주파하고 노곤한 몸을 뉘이고 푹 자고나니 추위와 기분은 간데가 없더라..
<오늘 걷기> 계족산 장동산림욕장 오토캠핑장 - 산신제길 - 임도삼거리 - 계족산 정상 - 봉황정 - 전망대 - 임도 갈림길 - 산디마을 진입구 - 오토캠핑장 약 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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