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차 12. 28. 금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고 걱정한다..
컨테이너 문을 열고 나서니 비 바람이 몰아치는데, 무지개가 떴다..
음..하늘의 계시다..
걱정하지말고 가라..
일단 엘찰턴 버스 정류장으로 집결하여 버스로 출발지 까지 이동한다..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라탐항공사가 내 트렁크를 찾아 이곳 엘찰턴 정류장으로 보내준단다..
일단 오늘은 잠벗의 윈도자켓을 입고 출발한다..
정류장에서 피츠로이의 위용을 보고 오늘도 그리 되길 빌어본다..
버스로 이동하는 이 길도 건각들은 걸어다닌다..
풍광도 좋다..
산모퉁이에 오색의 빛의 감돈다..
이럴 때 미륵불이 나오시고 그런 연유로 미륵사를 지었다는 설화에 등장할 만한 모습이다..
오늘의 출발지..엘 필라르..
다행히 출발을 시작하자 비는 그쳤다..
이 곳 12월 -1월은 우리나라의 6월말 7월에 해당한다..
이때의 파타고니아 날씨는 대략 우리의 11월 초의 날씨같다..그러나 수시로 태풍급 강풍이 부는데, 그럴 때는 초겨울 날씨로 돌변한다..
그러니 방풍 방수자켓과 얇은 다운 자켓이 필수..
온 종일 비, 바람, 햇빛이 교차하여 수시로 벗고 입고 해야한다..
초반은 분위기 좋게 숲길을 걷는다..
이 척박한 땅에도 꽃은 핀다..
생명이 아름답다는 것을 증거하는 것이고, 다른 생명에게 주는 큰 격려이자 위로이다..
그러한 잠시 나무 사이로 멋진 빙하호수와 빙하가 나타난다..
블랑카스 빙하 전망대..
강풍이 몰아닥치니 빙하수가 흩날린다..
길을 더 가니 산등성이 너머로 피츠로이가 모습을 보인다..
오늘은 수줍은 신부다..
하얀 베일을 벗을라나??
저 멀리 산등성이를 보니 꼬불 꼬불 올라가는 개미들이 보인다..
저 길을 오르기 위해 전지훈련을 지리산 천왕봉으로 데리고 갔던 모양이다..
들판에서 점심을 먹을려니 어찌 강풍이 센지...
산밑 숲속에서 겨우 점심 주먹밥을 먹는다..
자. 피츠로이 전망대의 마지막 난코스..천왕봉급 등산로를 오른다..
길은 편하지 않다..
급경사 너덜길이다..조심 조심 올라가야 한다..
강풍과 싸우면서..
돌아다 보니..엘찰텐으로 오면서 보이던 호수들이 다 한눈에 들어온다..
마지막 깔닥고개를 넘어서면 웅장한 피츠로이가 나타난다..
덩치에 비해서 오늘은 소심한 소녀같은 심성이다..
하얀 베일 벗을 생각이 없다..
올라가면서 내 머리를 지배한 노래 한 소절..
"내가 미쳤어, 정말 미쳤어"
이거 쉽사리 따라오는게 아닌데..ㅜ.ㅜ
또한 동행 중 한 사람이 나에게 이렇게 쏘아 부친다...
'이렇게 힘들면 오지 마라고 했어야지욧!!" 헐..
이 트레킹 끝나면 고소장 들어올거 각오했다..ㅎㅎ
그런데 더 센 피츠로이 호위병사가 나타났다.
엄청 사납다..태풍급 강풍으로 뒤로 밀어낼 심산이다..
마지막 고개를 넘어서자 트레스호수와 피츠로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트레스 호수는 백두산 천지처럼 푸르다..
저곳 전망대에서 호수 아래로 내려가는 길..
너덜 길에서 돌을 밟고 비틀하는 찰나..태풍급 강풍이 들이닥친다..
그때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며 내리막으로 치닫는 나를 발견한다..
짧은 시간에 넘어져 얼굴을 다치면 중상이고, 이번 트레킹은 끝장난다는 사실이 번개불처럼 떠올랐다..
제어할 수없는 몸이 넘어질 때 고교시절 배운 낙법을 사용했는지 손만 까지고 큰 부상이 없었다..
감사..감사..
몸을 추스리고 일어나 피츠로이님께 감사의 3배를 올렸다..나도 모르게...
그리고 외쳤다..
"난 해냇다"
피츠로이..해발 3,375m
그런데, 피츠로이란 단어는 왕의 자식"이라는 뜻으로, 중세 잉글랜드에서 왕의 사생아들이 성으로 사용한 단어였다..
안데스 산맥의 끝자락, 그것도 세상 끝으머리에 고귀한 모습으로 등장하여 왕의 사생아를 연상시켰을까?
트레스호수 가로 내로가 더러워진 손을 닦는다..
엄청 차갑다..
호수끝에 가면 아래 호수 수시아 호수가 보인다..
바위 틈새에 앉아 바람을 피하며 오늘의 행운을 축복한다...
이날 강풍 속에 지탱하다가 스틱 한쪽이 부러지고, 잠벗과 다른 일행 몇사람도 바람에 넘어졌으나 다치지 않았다..
트레스 호수의 물이 아래 수시아 호수로 내려간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바람이 한풀 꺽인 리오 블랑코 야영장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데, 얼마나 맛있던지..
떠나기전 드림메이커의 계획 중에는 텐트를 질머지고 가서 이 불랑코 야영장에서 1박하는 것이 포함되었다가 일행의 체력을 감안 포기했는데,
현지와서 보니 참 잘한 선택이었다..
태풍급 강풍 속에서 취사와 텐트를 치고 잔다는 것은 최고수급에 해당하는 행위다..
아쉬워 돌아보는 피츠로이..아직도 베일 속에 숨어있다..
밑에 사진 같이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어도 오늘 트레킹 완주는 축복의 연속이었다..
아침의 무지개의 계시대로..
더 기다려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을 것 같아 미련없이 돌아간다..
엘찰텐으로 내려오는 길..
포인세놋 야영장을 지나서 갈림길에서
드림메이커가 좀 힘들지만 경치 좋은 마드레호수길을 제안했으나 모두 지친 상태라 최단 코스로 내려가 쉬기를 원한다..
그래서 카프리 호수길을 따라 내려갔다..
내려 올때는 브엘테스 강을 바라보며 내려온다..
이 계곡은 토로스 호수와 연결되는 강이다..
고지 등산 포함 20여 km 걷다 보니 하산길 후반에는 허벅지와 고관절이 아프고, 눈이 감긴다..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지친 몸을 이끌고 엘찰텐 정류장에 가서 뒤늦게 도착한 트렁크를 인수했다..
팁..여행자 보험 가입시 휴대물품손해 특약을 빼지 마시라..
떠나기 직전 가입해두었더니 나중에 트렁크 지연도착 배상으로 옷구입값 중 일부인 10만원을 지급받앗다..
<오늘 걷기> 엘 필라르 - 블랑코 빙하 전망대 - 포인세놋 야영장 - 피츠로이 전망대 - 카프리 야영장 - 엘찰텐 약 20 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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