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대로 아침 부터 구진 구진 비가 내린다..
그런데..화장실에 갔다가 오니 허리춤에 차는 카메라가 안보인다..헐..
식당과 화장실 왓다 갔다 하면서 찾는 동안 일행 6명은 먼저 출발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화장실 가면서 미리 챙거놓은 주머니를 깜박하고 베낭에 넣어 버린 것이었다..
비단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일행 중 상당수가 그런 식으로 여권이나 지갑, 핸드폰을 찾곤했었다..
그럴만한 나이 때라 어쩔 수는 없는데, 하필 왜 오늘이냐, 토레스삼봉을 보기 위해 장거리 걷기를 하는 날인데..
이것이 두고 두고 지청구감이 되엇다..
비는 잦아 들었는데 바람이 거세다..
파타고니아를 키운 것은 9할이 바람인데, 이제는 익숙해져간다..
노르덴스크홀드 호수 곁을 지나 호수를 끼고 계속 가야한다.
저 바위 사이로 흐르는 폭포는 내눈에는 좀 야하게 보인다..
그때 뒤를 돌아보니 무지개가 떴다..
조짐이 좋다..
오늘 만사형통인가 보다..
카메라 건을 잊어버려라..
이 쿠에르노 산 봉우리들 아래 자리한 쿠에르노스 산장에 들러 너무 지체했다..
화장실만 들르고 얼른 갔어야 했다..
산장 식당에서 토레스 삼봉 그림을 보았을 때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쿠에르노 삼봉 아래 쿠에르노스 산장 지붕이 보이는 거리에 오면 호수 너머로 문필봉 처럼 멋진 설산이 보인다..
또 여기서 멋진 파노라마 사진 찍느라 지체하고..
2번째 무지개가 떴다..
장엄하지 않은가? 기분이 고조된다..
이번에 3번째 무지개다..
여기가 무지개 나라인가?
수시로 흐르는 빙하수로 물통을 채운다..
벼루길을 지나고 출렁다리 지나고..트레킹 코스의 모든 요소가 들어있고
거센 바람, 비, 무지개, 구름, 햇빛..트레킹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날씨를 만나는 곳이다..
그 때 겸재 정선의 인왕재색도 분위기의 산을 만났다..
알미란테 니에토 산..
파타고니아의 햇빛은 푸른 것은 더 푸르게, 붉은 것은 더 붉게 만들어 준다..
그 때 저 멀리 먼저 떠난 일행의 뒷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손을 흔들 뿐 계속 진행하는 것을 보니 점심을 벌써 먹은 모양이다..
갑자기 산위 눈이 굴려내리면서 눈보라가 친다...
그 모습에 놀랏는지 큰 콘돌 한마리가 흰 날개를 펴고 푸른 하늘로 날아오른다..
보이는가? 저 구름이 그린 콘돌의 모습이..
발길을 잡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들판에 흐드러진 야생화들이 어찌 카메라를 가만히 두겠는가?
이 들판에 한숨을 자고 가도 좋으련만..
거센 날씨 속에도 살 것은 다 산다..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산고비를 돌자..꿈에도 잊힐 것 같지 않은 길이 펼쳐진다..
아래의 아센시오강과 위의 트레일이 멋진 이중주로 "오페라의 유령" 하이라이트를 부르는 것 같다..
"sing! follow me"
강..계곡..구비도는 벼루길..길 끝에 빛나는 설산..
나더러 길을 디자인하라면 이렇게 할 수 잇을까?
아름답지 아니한가? 이길!!
나에게 트레킹은 길이다..
길 끝에서 만나는 풍광은 얻어지는 보너스다..
내 트레킹 사진의 주제도 길이다..그 속에서 길위를 걷는 사람은 배경이나 소품처럼 보인다..
이 길에서도 사진을 찍느라 지체한다..
아쉬워서 돌아보는 이길은 1km 남짓 짧다.
금방 녹아버리는 작은 초콜릿처럼..
칠레노 산장 입구에는 물건 운반용 말들이 쉬고있네..
이 계곡을 건너면 칠레노 산장이다..
이제 짐을 놓고 후딱 토레스 삼봉으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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