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후 몇분 늦게 나와보니 일행이 모두 사라졌다..

일부는 영국군 묘지 보러 갔고, 일부는 오전 뱃시간에 맞추기 위해 대형택시를 타고 거문도 등대를 보러 갔다..

가이드에게 전화햇더니, 삼호교 넘어 산보 갓다 오라고 심드렁하게 이야기 한다..

그의 말대로, 뱃시간에 맞추어 8시부터 9시까지 거문도 등대를 향해 걷다가 9시가 되면 미련없이 돌아서 오면 10시 30분 뱃시간에 맞출 수 잇을 것 같았다..



고도와 서도를 잇는 삼호교를 건너간다..



멀리 전수월산과 후수월산 사이로 묘한 바위가 보인다..

내 눈엔 꼭 거시기처럼 보인다..

선바위..노인암으로  불린다..




유림해변을 따라 걷다보니 구한말 의병장 임병찬을 기리는 비석이 있다..




임병찬...

그의 유적을 정읍 옥정호 부근 대장금길을 걷다가 만난 적이 있다.. (http://blog.daum.net/servan/6350802 )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그는 어머니 묘소 이장을 핑계로 정읍에서 의병을 훈련시켰다..

그리고 면암 최익현과 연합하여 항일 무장투쟁을 전개한다..

체포되어 최익현과 함께 대마도에 유배되었다가 최익현은 단식투쟁으로 죽고 그는 귀국한다..

1910년 한일합방후 독립의군부 전라남북도 순무총장에 임명한다는 고종의 밀지를 받고 전국적인 조직을 구성하다가 체포되어

거문도에 유배되고, 단식투쟁끝에 사망한다..


<임병찬- 최익현 - 이항로> 와  <김유- 기정진> 으로 이어지는 인맥은 구한말 외세에 개항해서는 안된다는 위정척사 운동의 한 흐름을 형성한 사람들이고 의병운동의 구심점들이었다..

임병찬이 이곳 거문도에 유배왔을 때 위정척사파의 한 계열인 김유의 제자들이 있었으니 정신적으로 외롭지는 않앗을 것이다..


걷기를 통해 그의 투쟁지와 순절지 모두를 만났다..

걷기란 길위의 인문학을 연마하는 대학이다.




3도를 잇는 2개의 다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벽이 될 수는 없다..





고개마루에서 서니 거문도 등대가 고개를 내밀고 유혹한다..

발길이 급해진다.. 



택시를 타면 이 표지판 직전 공터에 내려준다..

여기서는 누구든 모두 걸어가야 한다..




목너머..전 후 수월산을 연결하는 통로..







목너머를 지나면 동백숲 길이 이어진다..



동백꽃이 만발한 2월-3월에 오면 장관이겠다..







선바위..

풍광이 멋지다..

수월산 부근 바다에 문필암이라는 30미터 높이의 바위가 잇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보아도 문필암은 보이지 않는다..대부분 글에는 등대 앞 바다 속에 있다고 하는데..

보이지 않는 바다 속 바위는 암초이지, 바위 암자를 붙일리 없다..

그래서 난 생각한다..

저 선바위가 문필암이라고..

과거 선비들은 집앞의 삼각형의 봉우리를 문필봉이라 명명하고, 그 아래 대 선비가 나온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거나 자녀들을 세뇌했다..

그러니 보이지 않은 바닷속 바위를 문필암이라고 했을리 없다..




거문도 등대에 도착하니..9시가 되었다..

서둘러 구경을 마치고 돌아야가야 한다..



1905년 거문도 등대가 우리나라 최초로 불을 밝혔다.

물론 일제가 필요에 의해서 했겟지..

그들은 사세보 - 거문도 - 대련으로 이어지는 해저 케이블도 깔았으니..




정자 이름이 관백정(觀白亭)이라 

흰 것을 바라보는 정자??

바로 백도를 바라보는 정자라는 뜻이다..



백도도 못보고 급히 돌아선다...



환상적인 목너머 포인트를 바라보며 느려지는 발길을 동백이 재촉한다..

뱃시간에 맞춰가야혀..




강풍 예보 속에서도 소정의 걷기를 마치고 나니 마음속에 동박새 울음 소리가 들리는 듯 즐겁기 그지 없다.. 



그 때 급한 눈에 멀리 백도가 나타나 환송의 손짓을 보낸다..

거문도, 백도.. 이름 그 자체가  운율도 좋고 중의적 의미를 담은 환상의 조합이다..

거문도, 백도 방문 소감을  그림을 표현하라면, 아래 그림으로 하겠다..




<오늘 걷기> 고도 선착장- 삼호교 - 유림해변 - 목넘어 - 동백숲길 - 거문도 등대 ... 왕복..약 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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