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부에 도착..트레킹 게스트하우스에 숙소를 잡고..곰곰히 생각했다..

다시 시누와 - 촘롱 사이의 계단 길을 내려가자니 끔직했다..무릎에도 더 나쁠 것 같았다..



헬기가 꼭 올까? 비용은???

응급상황이 발생하여 응급헬기를 부르면 약 300만원이 든단다..

하지만, 관광용 민간헬기를 약속장소(ABC, MBC 등)에서 부르면 1200달러(140만원) 정도 든단다..

그래..다리를 보전하는 방향으로 가자..



아침에 누룽지 끓여(200루피 비용 지불해야함) 국처럼 먹고, 김치와 고추장, 김도 한목한다..



이제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

헬기란 한마디가 신의 한수가 되어 각오를 바꾸어 놓았다..




ABC 구간에서 모든게 유료다..

전기 충전도 밧데리당 몇백 루피 줘야 하고, 온수도 리터당 120루피를 줘야 한다..

온수를 저녁에 날진 병에 담아 침낭안에 넣고, 핫팩도 1개를 침낭에 넣어야 따뜻하게 잘 수 잇다..

우리는 소형 버너와 코펠, 가스를 드림메이커에게 받고, 작동법을 익혔다..

그덕에 따뜻한 물을 여유있게 사용했다..

온수는 밤에 난로가 되고, 식수가 되고, 아침에 다시 데워 온 종일 식수로 사용했다..

이 지역에서 냉수를 먹으려면 정수약을 넣고 30분 정도 두었다가 먹어야 배탈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잇다고 한다..





이제 목표는 분명해졌다.

데우렐리로 가서 1박을 하고 내일 ABC로 올라간다..

선발팀과는 1일 차이가 난다..





트레킹 숙소에서 한국 청년을 만났다..

전에 남미 파타고니아 트레킹에서는 한국 여성들을 많이 만났다..

그때 의문이 한국 청년들은 다 어디에 있는가? 궁금했다..

그런데, 여기에 오니 한국 남자들이 엄청 많다..

이청년은 LG 그룹사람이다..

젊은 회장님이 들어온뒤, 12월 20일에 종무식을 했단다..

남는 시간 뭐하나 고민하다가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별생각없이 결정했단다..

평소 등산도 안하다가 갑자기 장비를 챙겨 왔는데, 등산화가 입을 딱 벌리더란다..ㅎㅎ

평소 신지 않았으니 등산화가 삭았나보다..롯지 주인이 끈으로 묶어 주었단다..

이 친구는 포터도 없이 혼자 장비를 다 메고 가는데, 대략 15kg은 넘어 보인다..

그래도 씩씩하게 잘 간다..



마차푸차레도 웃는다..




도반에 도착했다...

그리고 히말라야 호텔을 향해간다.








고도가 높아져 간다..

데우렐리는 3200미터가 된다..

전날부터 고산증 예방약을 먹기 시작했다..아침 6시 반알, 저녁 6시에 반알 이렇게 먹는다..

부작용은 오밤중에 오줌 누려고 깬다는 거..



멀리 히말리아 호텔이 보인다..

말이 호텔이지, 작은 롯지이다..

abc 구간에는 롯지에 난로가 없다..

항상 춥다..식사는 맞지않아 배고프고, 목욕은 할 수없고, 물휴지로 얼굴만 닦으니 몰골이 꼬질 꼬질하고, 며칠 지나니 손톱에 때도 낀다..

이게 뭐야..

1960년대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이곳에서 점심을 시켜먹었다..

아마 피자를 시켰을 것이다..먹을 게 없으면 피자나 라면이다..ㅎ




한국사람 지나간 흔적이 많다..

여기서 또 한 사람을 만났는데, 내 무릎이야기를 듣더니, 자기는 1주일전에 스테로이드 근육주사를 맞고 왔단다..

그래서 걸을만 하다고 한다..그러면서 이런 주사 자주 맞으면 않되는데 한다..

주사 맞으면서 오는 것은 일종의 중독증세 아닐까?





길을 점점 고도를 높혀간다..

이곳을 걸으며 느끼는 것은 지형환경이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고도와 추위는 움직일 수 없는 조건이다..

마치 저항할 수 없는 폭정과 같다..




멀리 데우랄리가 보인다..

고도 3230m 지점이다...






드디어 데우랄리 롯지에 도착했다...

떠날 때 이곳까지 올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그때 머리위로 헬기가 지나간다...

그래 신의 한수가 진로를 바꾸는구나..ㅎ




상그릴라 롯지에 방을 잡았다...

두꺼운 겨울 침낭에 보온병, 핫팩을 넣고, 이불까지 덮었다..

고산증 약 때문에 오밤중에 깨어 화장실에 다녀오니 추위가 스며든다..

무선이어폰으로 그녀의 서울의 달 노래를 듣는데..

춥고 배고프고 꼬질꼬질하고 손톱에 때까지 낀 1960년대의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국민학교에 입학했는데 들고간 국어책이 헌책이라 다른 애들과 내용이 달라 매우 쪽팔렸던 기억이 몇십년만에 떠올랐다..

가난 속에서 불만에 가득차서 항상 소심하고 자신이 없었던  불쌍한 어린 모습..

초코렛있냐고 묻는 네팔 아이 모습에서 내 어린 시절을 보았다..

연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렷다..



누군가 나에게 젊은 시절로 돌아가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호히 말한다..

노...

나는 지금이 좋다..

과거 60년대에는 가난했지만 행복이 잇었다는 사람을 만나면 단호히 말한다..

"니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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