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금산 십이폭포를 찾아갔다.
사상유래 없는 강우량 소식에 큰 물을 기대하고 갔는데, 첫 대면부터 환상을 깬다.
우선 개천을 건너던 정다운 보가 철거되고, 큰 다리를 놓았다.
개천 주변이 공사로 어수선한 것은 아마 큰 비가 내리면서 모래, 바위가 사태처럼 내려온 탓일까??
어수선한 초입부를 지나는 마음은
고향에이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이 아니라고 읊조리던 정지용의 시를 생각나게 한다.
전과 달라진 것은 친절한 폭포 해설 안내판이 잇다는 거..
여기가 제일폭포다..
폭포라고 하니 폭포지..ㅎ
일주문 폭포..
열심히 폭포라고 변명해주는 것 같다.
이쯤에서 케녀링하던 기억을 살려 물길로 걸어간다..
http://blog.daum.net/servan/6348636
항상 물많던 시절과 비교된다.
물탓이지 계곡탓은 아니지만, 같이 늙어가는 것처럼 안스러운 풍경이다.
한 줄기 미소로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처럼 도라지 위스키를 권하는 느낌이다.
집에 돌아와 맥라이언 주연의 '유브 갓 메일"을 본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그녀도 리즈시절의 모습만 기억하려는 팬들과 목하 분투중이다..ㅎ
12폭포중 1위 송가인급인 이 폭포의 이름이 죽포동천인 줄 이제사 알았다..ㅎ
구지소유천(九池小有天) 폭포 암반에 쓰인 시
안내판에 해설하기를
눈을 뿜어 숲나무 끝과 벽에 푸른 안개 피어 오르고
층층이 열두 개의 신령스런 발이 걸려 있으니
석문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네
이것이 구지봉과 소유천이라는 것을 알겠네'
그런데, 이 구지소유천(九池小有天)이라는 귀절의 해석이 어색하다..
내 소견으로는 지명이 아니라, "아홉 연못마다 작은 하늘이 들어있네"라고 해석하는게 맞지 않을까?
풍패(風佩)..
바람을 차고 잇는 폭포..
참 시원하게 여름을 보낸다..
나처럼 리즈시절과 비교하면서 불평하지 않고, 형편대로 즐기며 사는 것이 행복의 길이라고 몸으로 역설하신다.
눈 내리는 소리 같다는 명설폭포..
운옥, 금룡 폭포를 지난 12폭포의 마지막 산학폭포까지 와서는 벌렁 누웠다.
더운 날 잠못잔 불평을 이 폭포에 해대고 싶은데..
조근 조근 속삭이는 물소리에 코고는 소리로 응대하고 말았네..
눈을 뜨니 먹구름이 몰려온다.
비방울도 날리고..
시원한 소나기를 맞으며 하산한다..
비줄기가 흘러내리는 차안 에어콘 속에서 먹는 컵라면의 맛이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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