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둔산 수락계곡에서 세족이나 하고 올 생각이었다.
전에 보아둔 월성봉 올라가는 길로 슬슬 올라가다 돌아와 계곡에서 노닥거릴 생각이었다.
온종일 계곡에서 지낼사람은 모기장 텐트가 필수템이다.
아침 부터 정다운 고스톱부부는 승부로 의상하지는 않겠지??
수락재 가는 길의 계곡은 어제 십이폭포보다 물도 많고 맑기도 하다..
원래 계획이라면 우측 월성봉으로 가야겟지만, 좌측으로 계곡이 이어져 계곡 끝까지만 가보자 하고 방향을 튼다.
버섯이 왜 눈에 들어왓을까?
우연일까? 데자뷰일까?
수락재에 올라서니 부부가 점심을 먹고 잇다.
좌, 우의 길 샅애를 물어보니, 우측 바랑산 쪽은 험하단다.
좌측이 좀 낫은 것 같다는 말 한마디 때문에 좌측으로 향하고,
거리표시가 짧은 짜개봉이 이유도 없이 목적지로 선정되엇다.
이길의 장점은 그늘길이고 흙길이고 계단이 없다.
단점은 조망은 없다.
잠시 쉬다가 사진장비 무겁게 지고 올라오는 사람과 만났다.
사진찍기 40년, 야생화를 찍다가 버섯사진을 주종목으로 한단다.
산으로 들로 사진 찍으러 다니면 체력이 좋겠다고 덕담을 던지니,
의외로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2년전 부인이 뇌졸증으로 쓰러져 회복은 했으나 반신불수..
부인 수발하느라 지친 마음을 달래보려고 사진기를 들고 나온 모양이다.
그가 손짓하면 알려준 사철난..
평소 그냥 지나칠 야생화인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름과 사연이 있다.
사람도 그렇다.
그가 짜개봉 가는 길이 무난히 가다가 나중 막바지 정상부만 조금 힘들다고 설명해준다.
그 말에 동행이 신이나 짜개봉 완주의 의지를 다지는데,
나는 은근슬쩍 회군하려다 주춤 주춤 궁시렁거리며 따라가는 형국이 되었다.
그 사람때문인지 길가의 버섯이 눈이 들어 오기 시작한다.
그에게 혈관건강에는 양파즙이 좋다고 송가인 집에서 만난 할머니 이야기를 건냈더니
산야초나 민간요법이 좋다면 그 많은 병원이 왜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보면, 약이던, 민간요법이던 믿음을 가지고 먹을 때 플라시보 효과까지 보태질 것이고,
씨니컬한 사람에겐 있을 약효도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여간, 짜개봉 가는 길에 지칠만 하면 그가 산신령처럼 나타나 조금만 가면 된다고 하는 통에 회군하지 못하고 완주하게 되었다.
정상으로 가는 구간은 협소하고 미끄럽고 조심해야 한다.
등산 안내도에도 등장하지 않는 짜개봉 정상에 서니, 마천대가 건너편이다.
짜개봉 북봉옆으로 오산리 마을이 펼쳐진다.
저 아래 보이는 절이 안심사인 모양이다.
정상 비로 밑에서 옥수수로 점심을 먹다가 짙어지는 먹구름을 보고, 서두른다,
어제처럼 소나기 내리면 하산길이 미끄러워 곤란해질 것 같아서..
다행히 소나기는 오지 않았지만, 수락재 벤취에 누워 "내 가슴에 내리는 비"를 들으며 잠을 청해본다.
잠은 오지 않고 모기에게 보시하다가 수락계곡으로 내려와 발을 씻는다.
수락계곡에서의 세족 미션을 힘들게 완수햇다.
<오늘 걷기> 수락계곡 주차장 - 수락재 - 짜개봉 왕복 약 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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