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량지에서 드들강 캠프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해먹고 커피와 음악을 즐기다가 짐을 정리해 싣고 화순 적벽을 향해 떠난다..

화순 적벽이란 화순의 창랑강 상류의 7km 걸친  절벽 경관  3곳을 이른다.

최상류로부터 이서(노루목) 적벽, 물염 적벽, 창랑 적벽으로 나뉜다.

그중 이서적벽은 예약제로 개방되고, 나머지 2곳은 방문가능하다..

 

내비에 물염적벽을 치고 가는데, 44km  1시간이 걸린다고 나온다..

그런데 길은 광주 시내 망월동 5.18묘지를 지나고 담양 소쇄원을 지나서 구비 구비간다.

내비 옵션이 유료도로 이용으로 되어있어 그렇게 고속도로를 지나가는 모양이다. 

내비 설정 옵션도 잘보고 사용해야 한다..ㅎ 

 

물염적벽 입구에는 물염정이 있다.

조선 중종때 문신 물염 송정순이 지었단다.

지나가던 사람이 자기들끼리 묻는다.

"근데, 물염은 무슨 뜻이래??"

물염(勿染)..물들지 마라..

무엇에?..세상의 더러움에..

마치 더러운 연못에서 피어나는 연꽃처럼..

성리학자나 스님이나 추구하는 바는 비슷한데, 성리학이 어찌 그리 불교를 핍박했는지.. 

 

적벽이 있는 이곳 창랑천은 동복천으로 흘러가고, 동복천은 보성강으로 흘러가고, 보성강은 압록에서 섬진강과 합류한다.

오늘의 행로는 이 물줄기와 같이 한다..

 

물들지 말라는 곳에 와서 붉음으로 물들었다..

 

중국에서 소동파가 적벽부를 짓자, 조선 천지에 수많은 적벽이 생겨나고,

주자가 무이구곡에 거주하자, 조선 천지마다 구곡 없는 곳이 없다.

 

이런 버릇은 대물림이 된다.

전국에 출렁다리 없는 곳이 없고, 바닷가는 해상 케이블카 놓느라 바쁘다..ㅎ

 

화순..이름처럼 날씨 좋고, 물산 좋고, 인심 좋으니, 걸식하는 김삿갓이 머물기 좋은 곳이다.

결국 그는 이곳 물염정에도 자주 들렀고, 화순 땅에서 죽는다.

몇년후 그의 아들이 시신을 운구해 영월로 이장했다.

 

새벽부터 물염정에 올라 온종일 지내고 쓴 시인가??

 

 

 

어느 집에 걸식을 하는데, 주인이 묽은 죽한릇 내놓고 미안해 하는 모습을 보고 시를 지었다.

 

네다리 소나무 소반에 죽 한그릇

하늘과 구름이 떠있네

그렇다고 주인장은 미안해 하지마소

나는 청산이 거꾸로 물에 비치는 것을 사랑한다오

 

강물에 거꾸로 비치는 적벽의 풍광을 좋아한다고 위로한다..

 

상수원보호구역이라 강변으로 내려가는 길을 다 막아서, 하릴 없이 차를 돌리다 만난  장쾌한 풍광..  

 

미국 캐년에서 보던 풍모가 엿보인다..

창랑적벽이다..

동행이 말한다..

이런데 개방하면 캠핑천국이 될텐데..ㅎ

 

근래 방문 국내 지역 중 제일 호쾌한 호연지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차는 물길을 따라 곡성으로 간다..

그 길에서 만난 유채밭..

 

음양의 조화..

인생은 고해(苦海)지만, 생명은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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