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에 봉선사는 안중에 없었다.
포천 가는 길 도중에 안중에 들어왔기에 마지막 스케줄에 넣었다.
일주문부터 개성이 뚜렷하다.
한글애용 절..
더구나 절에 들어서자 보이는 큰 연못과 넓은 풍광..
산속 좁은 절 풍경에 익숙한 눈이 잠시 흔들렸지만, 곧 중심을 잡았다.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피던 고려적에는 절들이 이런 평지 들판에 많았을 것이다.
어제의 황사가 사라지고 화창한 햇살이 가득한 오늘,
마치 무명, 번뇌를 다 보리로 변회시킨듯 부처와 중생이 모두 평안하고 행복한 날이다..
호랑이도 너털웃음 짓는다.
호랑이들이 왜 이리 웃는가??
주인 신령이 인자하신 분이었네..ㅎㅎ
모든 부처님이 행복하시니 방생했던 자라도 나와 행복을 나눈다..
오늘은 부처와 중생 그리고 청춘이 하나되는 날이다.
이것이 화엄세계아니던가??
화쟁삼매보다 더 오묘한 화중삼매를 즐기기 좋은 오늘..
티기탈리스도 꽃을 피웠다..
대의왕전은 약사여래를 모시는 곳인가??
오늘 여기만큼은 우울증이 저절로 치료되는 묘약을 뿌렸어라..
고려 광종때 처음 창건된 절이다.
인근에 광릉이 들어서자 조선 예종이 광릉의 수호절로 지정하였다.
6.25로 절이 불탄이후 주지 운허스님이 중창불사를 주도하면서 절 편액을 모두 한글로 바꾸었다.
운허스님은 경전을 한글로 번역하는 데 집중하면서 불교 대중화에 열정을 쏟았다.
큰법당(대웅전)도 목조가 아니라 철근콘크리트로 지으면서 목조양식을 그대로 본떠서 그야말로 법고창신하였다.
그는 춘원 이광수와 6촌형제였는데, 해방후 춘원이 친일 변절자로 지탄받는 상황에서 잠시 봉선사에 묵을 곳을 마련해 주기도 하였다.
그의 유언도 “한글로 ‘경전 읽고 번역하던 운허당법사의 관’이라고 써 주시오. 이 몇자가 나의 생애를 다 표현할 것이오.”라는 것이었다.
대웅전 현판 큰법당은 석주스님이 썼다.
기둥글(柱聯)도 한문 선시(禪詩)를 한글로 옮겼다.
온누리 티끌 세어서 알고
큰바다 물을 모두 마시고
허공을 재고 바람 얽어도
부처님 공덕 다 말못하고
큰법당 안에는 화엄경을 한글로 번역하여 동판에 새겨놓았다.
절을 돌아서 나오는데,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뵈었던 관음보살님이 여기와 계시네..ㅎ
Long time no 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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