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처음 가보는 길을 간다.
백록담 남벽 분기점..
병풍바위에 오르면서 보이던 잡상같은 바위들이 백록담 남벽이었다..
철쭉 꽃밭에서 즐거운 포즈..
철쭉의 운명이 인생과 같아서 더욱 찬란하고 아름답다..
철쭉과 조릿대의 공존인가, 투쟁인가?
자연을 서로 연결된 하나의 시스템이라고 본다면 이 둘은 어느 순간 접점을 찾을지 모른다.
인간이 개입하지 않는한..
구상나무..
솔방울 같은게 꽃이란다..
이넘들도 조릿대에게 밀려 힘들게 산다.
식물계만 그런게 아니다.
인간 세상도 글러벌 기업의 등쌀에 소규모 자영업자들만 죽어나고 있다..
저멀리 최근 신문기사에 난 남서벽 붕괴지점이 보인다.
백록담 분화구의 외벽들을 자세히 보면 붕괴흔적이 많다.
언젠가는 백록담의 모양을 잃을지도 모른다..
붕괴지점 복구 견적내보니 도로 붙일려면 풀값이 많이 들겠다..ㅎㅎ
철쭉의 전성기도 지나고, 산은 무너지기 시작하고..
성주괴공(成住壞空)의 진리를 어찌 벗어나겠는가?
이제 방아 오름 샘도 말라붙었다..
저 아래 남벽 분기점이 보인다..
꽃이 함께 하니 더욱 장엄한 분위기..
외국인들도 이곳을 트레킹하며 즐긴다.
하산을 돈내코 코스로 하려고 쉬는데, 관리직원이 창문을 열고 일장 연설을 한다.
요지는,
1) 돈내코 코스는 돌길이라 걷기 힘들다, 관절아픈 사람은 가지마라 (BUT 실제 걸어보니 다른 코스보다 평이한 편이다)
2) 거리가 길고 볼거리도 없다 (그런 편이다)
3) 내려가면 버스 타는 곳까지 40분을 걸어 간다.(BUT, 실제 가보니 1KM 15분 정도 걸린다)
4) 버스는 1시간 간격으로 다닌다 (맞다)
5) 콜택시 불러도 안온다 (맞다)
6) 그러니 다시 돌아서 다른 코스로 하산하라..
듣고 있자니, 이 사람 업무가 돈내코 하산을 막는 일인 것 같다..
그럴려면, 코스자체를 폐쇄하던지,
새로운 코스에 대한 호기심을 어찌 막겠는가?
그러거나 말거나, 몇몇사람들은 하산하고 있었다..
하산후 결론은 코스가 길지만 그만큼 평탄하다는 말이다. 돌길이야 제주길 자체가 다 그렇기에 큰 문제는 없다..
문제는 하산후 버스, 택시등 이용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특히 서귀포로 하산하기 때문에 제주시로 가는 사람에게는 멀다..
남벽과 하직하고 돈내코로 내려간다..
작은 계곡에서 점심을 먹는다..
날씨만 좋으면 서귀포 앞바다까지 보일터인데, 연무때문에 흐리다..
그때 헬기가 요란한 소리를 낸다.
누군가 구조가 필요한가?
우리 일행도 다리 아픈 사람이 있어 구조가 필요하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널븐드르 전망대를 전세낸 까마귀가 뭐좀 먹을 것 있냐고 심하게 묻는다..
잠시 그늘진 전망대 바닥에 누워 잠을 불러보지만, 허사다..
평궤대피소를 지나면 숲길이라 전망은 없다..
전망이 없어도 숲길이 좋다..
어디선가 딱다구리 소리가 들리는데, 안내판이 큰 오색딱다구리라고 알려준다..
90% 하산한 지점에서 한라산둘레길과 만난다..
아래 사진이 출입구 모습이다..
올레와 같은 매력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드디어 숲길을 벗어나 전망이 터졌다.
서귀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언제가 올레 7-1크스를 걷다가 서귀포 고근산에서 한라산과 독대하던 생각이 난다.
그때 내가 한라산을 오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https://blog.daum.net/servan/6350810
드디어 지루한 7KM의 하산이 끝났다.
콜택시는 없다고 하고, 15분을 더 걸어 내려가야 버스정류장이다.
묘지들이 종교별, 향우회별로 길게 이어진다.
충혼묘지 정류장에 버스가 서있어 버스기사에게 몇시에 나가느냐고 물었다.
대답이 걸작이다.
"휴게시간이니 시간표를 보라" 그리고 묵언..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이보다는 더 친절하겠다. 그러고서 무슨 서비스 종사자라고 하고, 공무원 불친절을 타박하겠는가?
제주도 방문이 싫어지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는다..
어찌되었건 7시 20분 버스를 타고 나와 큰 길에서 제주시행 버스로 갈아탔다.
돌아오는 길에 한라산이 실루엣으로 윗세오름과 남벽 그리고 그 사이로 감추어진 돈내코 코스를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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