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기억을 좇아서 백금정에서 읍내 가는 길을 복원해보기로 한다.
일단 백금정에서 서평교까지 몇백미터 다시 걸어 나와 다시 읍내방향인 서쪽으로 수로를 따라 걸어간다..
맞아..이런 길을 가다가 잠자리도 잡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부근에 반압이라 불리던 둠벙도 잇었던 것 같다.
밤도 익어가고..
소가 궁금한가보다
뭘 그리 찾는대유~
요 근방에 반압이 어디 있는지 아는감??
지는 몇살 안돼서 몰류~
수로의 끝은 경부선 철길과 만난다. 철길 건너편이 조천 연꽃공원이다.
길은 철길을 따라 좌우로 갈린다.
좌측은 스물두강다리로 가고, 우측은 읍내로 간다.
어릴 적에 이길을 따라 스물두강다리로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이길을 걷다가 철로에서 튄 돌이 머리를 때렸다.
어찌나 아프던지 울면서 집으로 돌아왓다.
그 사이 눈물은 말랐는데, 엄마를 보자 억울함을 알리려고 우는 소리만 내었던 기억이 난다..
엄마는 이 길을 달려갔을 것이다.
분홍 메꽃이 모정처럼 피었다.
길은 네강다리 아래로 이어진다.
징검다리 없던 예전엔 어찌 건넜을까??
건기에는 냇가로, 우기에는 철교로 건넜을까?
철교로 건넌 기억은 없다..
조천 뚝방도 세종시 경계둘레길 9구간, 10구간으로 정비되는 모양이다.
어머니는 읍내에서 쌀전거리- 남리를 거쳐 이쯤에서 조천을 건너고 경부선 철길을 따라 가다가 서평리 들판 수로를 따라 동평리 백금정까지 갔을 것이다.
애간장이 다 녹으면서..
우리 아들은??
다행히 아들은 살아잇었다.
지나가던 스님이 건져서 살려놓고 떠났단다..
어머니의 불심 덕이었을까? 아니면 이일로 불심이 깊어진 것일까?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어지면 저것이 없어진다는 연기설..
모든 인연은 연결되어 있다.
내가 무엇을 선택하면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내비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
조천 연꽃공원에 홍련이 만개하였다.
수렁에서도 물들지 않고 피는 꽃..
그래서 부처는 연꽃을 들어 제자들에게 보였다.
어디 부처뿐인가?
자연은 해마다 봄부터 꽃을 들어 우리에게 보인다..
그대 꽃 보면 웃는가?
경상도 골짝에서 올라온 어머니는 작은 집에 시모와 수두룩한 자식을 보살피며 틈나는 대로 비로봉 관음암(관음사)에 기도하러 다녔다.
아들이 우환에 시달릴 때는 계룡산 삼불봉에 쌀을 이고 올라가 기도를 드렸다.
어릴 적에 엄마따라 이 절에 처음 왔던 기억이 난다.
60년전이 아니었을까?
그 때 법당에 들어갔는데, 깜깜한데 눈이 부리 부리한 무서운 장군이 쳐다보고 잇어
겁이 나서 시키는대로 절을 했던 기억이 난다..
법당에 들어가 3배를 올렸다.
고개를 돌리자, 60년전에 나를 겁나게 했던 신장님이 칼을 들고 여전히 부리한 눈으로 쳐다보고 계신다.
주련이 설법하시길
碧波深處現神通(벽파심처현신통)
푸른 파도 깊은 곳에 그 자태 나투신다네..
폭풍우 치는 바다 한가운데 위태로운 배안에 있더라도
일심 삼매로 구한다면 얻는 것이 있으리라..
좌측의 이 주련은 무슨 말씀인지 알아 들을 수 없다
오직 모를뿐..
누군가 법보시를 바랍니다..
그때 요사채에서 스님이 차공양하자고 부르는데, 나는 문득 어린 시절로 돌아가 비로봉가는 산길로 올라간다.
그러나, 얼마가니 산길은 무슨 시설로 개발되어 막혀있엇다.
다시 돌아와 스님과 커피를 나누며 환담한다.
스님이 오방염주를 선물하신다..
어머니 돌아가신후 이절에서 49재를 지냈고, 이절이 생사 기로에 섰을 때 또 맺어진 인연이 있었다..
그렇게 인연은 중중무진 이어지고, 사라진다.
인연이 있는한 덧 없는 것은 없다.
그러니 깨어있고, 정진하라는 말씀..
돌아오는 길에 조치원 복숭아 한 박스 사와서 금년 첫맛을 나눈다..
<오늘 걷기>
조천연꽃공원 - 번암 - 비로봉 정자 - 스물두강다리 - 동평리 백금정 - 서평리 수로길 - 네강다리 - 연꽃공원 약 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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