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식장산 정상에 가본 일이 없었다.

항상 세천계곡 언저리나 고산사 주변에서 얼쩡거렸다.

지난 주 정상 200미터 전에서 숨은길로 우회전해서 동행이 툴툴거린 것이 내맘을 자극했다.

이번에 정상을 거쳐 핼기장, 식장루(예전 활공장)를 가면 식장산은 마스터 하는 셈이다.

출발점을 개심사로 잡았다.

판암동을 거쳐 대전-통영 고속도로 밑을 통과하여 개심사로 들어오는 길은 불법 주차한 화물차 때문에 짜증이 나지만, 정작 절 가까이 오면 길은 여유러워진다.

개심사 몇백미터 직전 등산객이 많이 보이자, 마음이 조급해져 길가에 얼릉 차를 세운다.

개심사 주변에 차를 세울 공간은 많다. 

예전보다 다양한 임도길을 많이 만들어 놓아서 완행 흙길을 골라 천천히 올라간다.

 

개심사에서 고산사 넘어가는 길도 넓어졌다.

 

이 표지판에서 당근 해돋이전망대(정상) 방향으로 간다.

외국인들도 쏠랑 쏠랑 떠들며 올라간다.

 

개심사 앞 임도도 연장 개설되어 식장사 임도와 연결되었다.

 

목교를 건너가면 정상으로 가고, 목교 밑 임도를 따라가면 식장사로 간다.

거리는 각 0.9km

 

멀리 식장사 부처님에 천천히 얼릉 잘 댕겨오라고 이심전심하신다.

 

좌측으로 개심사가 보인다. 독경소리보다 개소리가 더 요란하다..

절개 수양이 덜 되었나 보다..ㅎ

 

제법 가파르다.

구력이 붙는다는 것은 숨찬 마음을 잘 달래며 천천히 가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다.

장원심(長遠心)..길게 멀리 보고 천천히 가는 마음..

돈과 전쟁은 속도가 중요하지만, 도(道)와 길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방향 + 장원심 = 도(道)

 

숨차게 육모정 쉼터에 도착했지만 선주자가 자리를 잡아 그냥 통과한다.

 

조금 올라가니 더 전망좋은 벤취가 비어있다.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 남대전 나들목이 보이고..

 

그 우측으로 가오동, 옥계동 너머로 보문산이 보인다.

 

정상이다!

대전 제일봉 치고는 표지석이 초라하지만 태극기로 보강한다..

 

정상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만인산이 백산을 호령하며 내응한다..

해돋이 전망대 표지는 있지만, 조망시설이 없으니 영 폼이 안난다.

이 폼 안나는 정상 대신 시원한 풍광을 보여줄 식장루로 가야 한다..

헹글라이더장(현 식장루)표시를 따라 간다.

 

400미터 거리를 오르락 내리락해야 한다.

생각보다 그렇게 힘든 건 아니다.

 

헬기장에 서면 대전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저기 기묘하게 보이는 건물은 가오동 동구청이다.

저 건물을 짓고 파산하였다던가??

 

건너편 보문산에 보문산성 장대루가 보인다..

식장산과 보문산..

양기와 음기

식장루와 장대루

식량(돈)과 파워(힘)

뭔가 콜라보나 마리아주 될만하다..

 

헬기장에서 식장루는 100미터 거리도 안된다.

 

날망채가 드리는 말씀..

청춘(靑春)에게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있으랴"고 위로하고,

홍춘(紅春)에게는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라고 격려한다.

 

백제 성왕 시대 이후 식장산은 백제 군량창고였을 가능성이 크다.

주변에 보문산성, 계족산성, 백골산성으로 철벽 수비체계를 만들엇는데, 성왕 자신이 진중하지 못하고 탄현아래 서화천 구진벼루에서 돌연 전사하였으니 부흥의 대계는 허사가 되었다네..

***

그럼, 자연스럽게 다음에 걸을 길은 세천계곡 장고개(일명 탄현)을 넘어 자모리를 거쳐 구진벼루로 가는 것이 되겠다..

 

우측으로 계족산성, 비룡jc, 대청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신선바위, 토끼봉 모두 무탈하구나!

 

 

우성이산은 안개에 가려져 희미하다.

그 아래 신세계, 엑스포타워도 가물가물..

 

2층에 오르니 세상이 좀더 커졋다.

시야도 조금 넓어졌다.

만사가 그렇고, 그러해야 한다.

 

왔던길 되집어 돌아간다..이 육모정 쉼터까지..

 

그리고 육모정쉼터에서 좌측 산내삼거리 방향으로 내려간다..

식장사로 가기 위해..

 

 

약 100여미터 내려오자, 지난주 갔던 숨은길 입구가 나타난다..

만인산 표지로 가면 약샘약수터를 지나간다..

 

600미터 내려와서 식장사 방향으로 간다..

대성약수터를 지나고..

 

식장사 부처님께 무탈하게 잘 다녀왔다고 인사올리고..ㅎ

 

개심사 방향 임도로 진행한다..

 

이 목교위로 올라가 좌측으로 내려가면 주차장소로 돌아간다..

 

잠깐 빡시게 폐운동을 시키고 가기 좋은 코스다..

 

<오늘 걷기> 개심사 입구 주차 - 고산사 갈림길 - 목교(식장사 갈림길) - 육모정 쉼터 - 정상 - 헬기장 - 식장루 - 정상 - 육모정 쉼터 - 식장사 - 임도 - 목교 - 주차장소  약 5km

우연히 식장산 둘레길이라는 제목의 걷기 코스 기사를 발견했다.

호기심이 발생하여 그 코스 대로 따라 가보기로 했다. 

결론적으로 이 길은 보통의 둘레길이 아니고, 걷기 초보자들은 가기어려운 좁은 오솔길이고, 특히 gps 화일 없이가 가는 것은 말리고 싶다. 그래서 이름은 "둘레길"보다는 "숨은(隱秘)길"이 적당하다고 본다.

 

일단 차를 하산 종점부근(남대전 e편한세상 아파트)에 주차하고 택시를 불러타고 고산사로 간다.

거기서 가파른 포장길을 따라 식장사로 간다.

 

식장사 직전에 개심사로 이어지는 멋진 임도가 보인다.

 

우리가 갈 곳은 이 길이 아니고 식장사로 더 가야 한다.

식장사 직전에 표지판이 등장하는데, 약수터,만인산 표지를 따라간다.

 

그전에 식장사에 들려 구경을 하고.. 예전 기억에 부처상 옆으로 등산로가 이어졌는데..

지금은 통행을 막아 놓아서 다시 되돌아가 약수터 방향으로 간다.

 

 

약수터를 지나 능선에 올라 "정상, 만인산"표지를 따라 간다..

여기서 부터 숨차게 올라가야 한다.. 

 

거센 숨을 달래며 쉬엄 쉬엄가다가 정상 200미터 직전에 표지판에서 만인산 표시를 따라간다.

여기서 부터 "숨은길"의 시작이다. 

 

처음은 속닥한 오솔길 같으나 곧 길인듯 아닌듯한 길이 이어진다.

낙엽이 수북하니 길은 희미하다..

 

그리고 이길은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사람이 다니지 않으면 길은 사라진다.

생각컨대, 약샘약수터에 있던 기도시설물을 철거하고 생태복원작업을 하면서 길이 사라지는 것같다.

 

으슥한 이곳에 집터가 보인다. 왕년에 암자가 잇었나 보다.

 

이 표지판에서 우측으로 가면 주차장소로 갈 수있지만, 오늘의 목표대로 약샘약수터, 만인산 표시를 따라간다. 

 

식장산 정상부근의 통신탑..

동행은 정상을 들러가지 않는다고 툴툴..

 

불만은 흘려듣지만, 길은 똑띡이 봐야 한다. 

낙엽, 자갈, 나무토막 등으로 내리막에서는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길없는 길을 가다보면 무덤이 자리한 넓은 터에 우람한 바위도 나온다..

잠시 숨돌리고 내려서면 약샘약수터다..

 

한때는 약수터에 기도 하는 사람이 많았나 보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어째 썰렁하여 얼릉 자리를 뜬다..

 

 

아무 생각없이 보이는 방향으로 2-3백미터 직진하다가 양지 바른 곳에서  점심을 먹는데.. 몇백미터 위쪽 능선에 지나가는 사람이 보인다. 정상 가까운 대전둘레산길 4구간 능선인 모양이다.

그때 산길샘앱에서 벨소리가 난다.

GPS 화일에 따라가기 설정을 하고 걷는데, 지금 경로에서 이탈한 모양이다..<계속>

 

 

식장산 걷기에 나섰다..노상 가는 세천계곡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고..

식장산 개심사-고산사-식장사를 순방하는 문리버표 암자길을 걷는다..

 

 

출발은 내비에 개심사(판암동)를 치면 판암IC 직전 우측으로 내려가는 길로 안내한다..

그곳 공터에 주차하고 걷는다..

요 동네 이름이 정겹다..망태골, 삼징이.. 

 

 

 

광복절을 기념하는 태극기를 지나면..무궁화가 쌍으로 환영하네..

 

 

 

 

경부철도 굴다리를 지나니 호박이 덩쿨과 화목한 가정처럼 자리잡앗다..

 

 

 

밤송이 4형제는 영글어 가고..

 

 

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면 옻샘약수터 올라가는 옻샘길이다..

 

 

 

 

 

골짜기 틈틈이 포도는 영글어가고..

 

 

 

 

옻샘약수터 옆 포장길을 따라 50여미터 올라가면 우측으로 밭끝으로 이어지는 오솔길로 가야한다..

 

 

 

우와! 충주 하늘재가 신라의 길이라면 이길은 그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백제적 길의 풍모를 지니고 있다..

 

 

 

 

넝쿨도 조폭생활을 청산하고 바위를 둥지 삼아 아들 딸 낳고 오손도손 살아간다..

 

 

1km 이상 등에 땀이 배도록 올라오면 철탑삼거리에서 개심사로 이어지는 3Km 정도의 임도와 만난다..

여기서 개심사 까정 700미터

 

 

 

 

가을의 척후들이 눈에 들어오고..

 

 

 

 

개심사..

대웅전은 배롱나무가 수호하고..

 

 

 

우측 주련글씨..

왕양각해묘난궁 (汪洋覺海渺難窮)  넓고 넓은 깨달음의 바다 아득하고 끝이없네..

 

소리없는 사자후가 절안을 울리는데,

청룡은 여의주 희롱하느라 말을 잊었다..

 

 

 

 

 

부처님이 영산회상에서 연꽃을 드시자..

가섭존자가 파안대소하는구나

가섭을 불러 옆자리를 내주니 다자탑전 반분좌라..

 

 

 

고산사로 내려가는 길에 광복의 무궁화가 무궁 무진이로세..

 

 

 

 

표지만 잘 보면 고산사 가는 길 찾는 일은 쉽다..

 

 

 

중간 지점에 정자가 있는데, 여기는 모기에게 보시하는 장소이니 각자 다리를 걷어 올릴 것...ㅎ

 

 

 

 

고산사..

고교시절 소풍을 오기도 했고..결혼후 아이들과도 몇번씩 찾았던 곳..

 

 

 

 

世與靑山何者是(세여청산하자시)  속세와 청산 어느 쪽이 옳으냐

春光無處不開花(춘광무처불개화)  봄볕 닿는 곳에 피지 않는 꽃 없구나

傍人若問山僧事(방인약문산승사)  누가 산승의 일을 묻는다면

 石女心中劫外歌(석녀심중겁외가) 석녀의 마음 속 세월 밖의 노래라 하리.  

 

 

 

 

고산사를 나와 가파른 콘크리트 포장길을 500미터 오르면 식장사다.. 

 

 

 

푸른 이끼는 오랜 세월을 이야기하고

하얀 무궁화는 열정를 웅변한다..

 

 

 

그러한 잠시 가을의 전령 쑥부쟁이는 정원의 한켠에서 시절을 관망하고..

 

 

 

관세음 보살은 33가지 모습으로 나타나 중생을 제도한단다..

그 중엔 용 관음도 계시는 모양이다..

 

 

부처님의 오른손은 중생의 두려움을 없애주는 시무외인을 하고..왼손은 중생의 소원을 들어주는 여원인을 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수인법 중 통인(通印)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유행하는 형식이다..

 

 

광대원운항부진..광대한 서원은 구름처럼 끝이 없네..

 

 

그런데..이절엔 불법의 사자후가 울려도 시원치 않은 판에

개소리만 가득하다..

뭔 개소리냐하면, 이절 법당 옆 개집에 개를 묶어 놓아 온종일 개소리가 들리니..

개사육장인지 절인지 분간이 안간다..

 

 

절간의 개소리야 어떻든 한밭벌의 중생들은 오늘도 번뇌와 함께 여여하다..

 

 

돌아오는 길은 식장사에서 개심사로 가는 직통코스가 있는데..길이 참 정갈하다..

 

 

 

 

다시 개심사로 가는데 어디서 많이 듣던 판소리가 산속에 울려퍼진다..

개심사에 와서 잠시 쉬는데 소리의 주인공이 오신다..형님..

우연한 형제상봉으로 함께 담소하며 개심사-철탑삼거리- 세천계곡을 거쳐 원미면옥까정 가서 시원한 냉면과 소주, 닭날개로 마무리한다..

 

 

 

이길을 걸으며 개심사에서 마음을 열고 고산사에서 높은 의식의 전환에 이르면, 식장사에서 먹을 걱정없이 사는 도리를 알수 있을지 어찌 알겠는가?

 

 

 

 

 

 

<오늘 걷기> 판암동 망태골 - 옻샘약수터 - 임도 - 개심사 - 임도 - 고산사 - 식장사 - 개심사 - 철탑삼거리 - 제2합수점 - 세천계곡 입구 - 원미면옥 약 12km

 

<식장산 암자길 걷기> 판암동 망태골 - 옻샘약수터 - 임도 - 개심사 - 임도 - 고산사 - 식장사 - 개심사- 망태골 원점회귀

                            약 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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