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이뤄지면 한 번 죽고 한 번 성대하면 한 번 쇠퇴하기 마련이다. 

꽃 지고 잎 떨어지는 세월 많이 겪었거니 구름이 뒤집히고 비가 오는 것, 몇 번이나 보았던가.

삼가 바라옵건대 상량한 뒤로 천룡이 호위하여 태산 반석처럼 길이 견고하고 

신명이 지켜주어 하늘과 땅과 함께 오래오래 유지하되며 

납자들이 늘 주석하여 언어와 사려가 끊어진 자리에서 선풍을 드날리고 

도인들이 출현하여 알 수 없는 이치 중에서 심등이 이어지이다.”

 

***

6.25 전란 중에 홀로 한암선사를 시봉하고, 한암선사의 상원사 사수현장, 좌탈 입적을 목격하였고,

탄허스님의 상좌로 화엄경 대작불사를 뒤받침하고, 전란에 불탄 월정사 복원불사 중에 산림법위반으로 4번이나 옥고를 치루면서 인욕 보살의 화신이란 말을 들은 만화 희찬 스님..

그가 지은 1962년 동별당 상량문이다.

 

 

 

오대산 걷기에 나섰다..

몇년전 부터 꿈꾸던 코스..월정사에서 명개리에 이르는 길..

이번엔 1박 2일로 진행한다..첫날은 월정사에서 상원사 까지 옛길을 따라 걸은뒤 상원사에서 북대사 까지 갓다가 돌아오는 코스..

 

 

 

월정사에서 옛길 입구까지 차도를 따라 걸어도 그저 즐겁다..

이번주를 시작으로 단풍이 물들어 가기 시작하는 계절..지대루 때맞추어 찾아왔네..

 

 

 

옛길은 8km인데, 오르막길에 계곡을 끼고 걸어가는 코스인데다 단풍까지 들어 3시간으로 부족하다..

 

 

 

여기가 옛길 시작이다..돌다리를 건너면 계곡을 따라가는 길이 전개된다..

 

 

 

계곡물이 맑고 시원하다..

오늘 일기 예보가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하여 좀 걱정했는데 걷기 끝날 때까지 날씨가 좋았다..

타고난 날씨복은 어쩔 수 없다..

 

 

 

배추밭을 따라가는 길..참 한가롭고 평화롭다..

 

 

 

단풍에 넋을 잃었다..

어찌 나뿐이랴~ 걷는 사람 모두 아이처럼 들뜬 기분이고..

계곡에 앉아 막걸리 기울이는 사람은 얼굴에도 단풍드리운 취선이 되었다..

 

 

 

걷다가 돌아보고 징검다리 건너다가 또 돌아보고..

그 옛날 세조의 등을 밀어준 문수동자가 현현할 법한 분위기 아니던가..

 

 

 

붉은 노을 길로 들어간다..

이 아니 좋으랴~

 

 

 

 

 

 

 

붉고 붉고 또 붉도다!!

 

 

 

일편 단심..한조각의 붉은 마음이라 하지만..

오늘 여기서는 만인이 붉은 한 마음이 된다네..

 

 

 

계곡물도 즐거이 노래하네..

즐거운 홍백의 운동회라도 열린듯하다..

 

 

 

단풍에 취해 시간도 잊고 가다가 섶다리에 도착..

섶(잔가지)로 다리상판을 만들어 흙으로 덮은 다리..겨우내 잘 쓰다가 여름 홍수에 떠내려간다는..

 

 

 

 

 

동피골을 지난다..

60년대 불교순례왔던 고대생 10여명이 불어난 강물에 익사했다는..

이길이 급조한 길이 아니라 눈물어린 사연이 그 옛길이라는 증거..

 

 

 

인상파 화가들이 이 가을에 단풍으로 환생햇나보다..

점점이 붉은 이 화법들 어디서 본것 같지 않은가?

 

 

 

상원사 입구에서 옛길은 끝난다..

길이 아쉬운지..단풍이 아쉬운지..

일군의 아지매들이 오동동타령을 신타게 불러째끼고 있다...

 

 

 

상원사에서 북대사-두로령으로 가는 길..

차량은 허가받아야..(보니 북대사가는 택시는 통과하더라)

 

 

 

낙엽..은 추풍을 원망하지 않는다던가?

낙엽..이 지는 이유는 본체를 보존하여 신춘의 부활을 도모하고자 함이라..

 

 

 

이 길은 어디서 끝날까?  확인을 못하고 돌아서자니 아쉽기 그지 없다..

 

 

 

북대사 가는 길에서 버스 시간에 맞춰 도중에 돌아와 상원사를 들렀는데..

길가 바위에서 팬들에 둘러싸인 채 간식을 즐기는 다람쥐..도력이 불국사 다람쥐와 비슷하네..

 

 

 

목우당..소를 키우는 집..

여기 캐콘의 개그맨이 사나..소는 누가 키워~~ㅎㅎ

 

 

 

 

상원사란 글씨를 초서체로 일필휘지..

한암선사의 선지를 보는듯하다..

그는 서울 봉은사에서 종정을 하다가 "차라리 천고에 자취를 감춘 학이 될지언정 삼춘(三春)의 말 잘하는 앵무새의 재주는 배우지 않겠다"며 이곳 월정사, 상원사에 들어 온뒤  열반에 이른 27년간 산문을 나서지 않았다..

1.4후퇴 때 절을 소각하라는 명령을 집행하려고 퇴거를 명하는 군인에게 가사장삼을 차려입고 담담히 법당에 앉아 불을 지르라 하였으나, 군인은 고민하다가 법당 문짝만 태우고 돌아가서, 상원사를 구했다는 일화도 그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 전쟁의 와중에 홀로 앉아 좌탈입적하였다는 한암선서의 도력이 오늘날 이 절을 번성하게 하였으리라...

 

 

 

찻집에 앉아 오미자차를 마시며 잠시 존다..

연잎을 들고 꽃을 희롱하는 소년인양 마음이 고요하다.. 

 

 

 

상원사에서 오후 5시 20분에 내려가는 마지막 버스를 타고 매표소에 내리는데..

광풍이 불면서 소낙비가 쏟아진다..

낮에 단풍을 줄기도록 잠시 미뤄주엇던 비가 고맙다..

매표소 부근 식당에서 먹는 새로운 스타일의 황태해장국...감자를 넣어 맛있게 끓였다.. 

 

 

 

저녁 식사후 우비를 입고..해드렌턴을 쓰고 가을비 우산속에 팔짱을 끼고 월정사 일주문 옆 전나무 숲길을 걸었다..

오늘 열리는 산사음악회를 보러..

칠흙같이 어두운 밤..전나무도 숨을 죽이고..

문화축전을 밝히는 유등만 저멀리 연못에서 빛난다..

 

 

 

어둔 길을 더듬어 올라가니..

법당안에서 무대를 옮겨 음악회를 진행한다..

말로..구스타프 말로 아니고..재즈 여가수가 첫무대를 장식..

Autom leaves..오늘 분위기에 맞게..

이어지는 동백아가씨..빨갛게 멍이 들었소.. 오늘의 덕담이다..

 

 

 

그 법당에서 만난 한암선사의 선시..

멀리 떠난 나그네 고향길를 잊었더니 감자도 달고 나물 또한 향기롭네..

그래요..10월엔 고향길을 떠나면 어느 길이던 달콤하고 음식도 맛이 있네요..

 

<길평>

1. 코스 : 월정사 - 오대산옛길(입구 - 보메기- 섶다리- 동피골-상원교-신선골) - 상원사 - 북대사 길- 상원사 (11km)

            시간을 맞추면..월정사에서 상원사로 버스로 이동 상원사-북대사-두로령-상원사-옛길-월정사- 전나무 숲 이런식으로 걸으  

             면  힘도 아끼고, 절구경도 찬찬히 하고.. 좋을 것 같다..

 

2. 총평 : 단풍 계절에 적격이다..자연 그대로의 길을 걷는 기분,,천연미인과의 즐거운 데이트..그리고 덤으로 등 밀어줄 문수보살을 만날

             수잇는 절호의 기회...(A+급) ..초강추

'걷기道'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걸으면 腦(뇌)가 젊어진다  (0) 2011.10.21
오대산 걷기 - 명개리  (0) 2011.10.18
대전 둘레 걷기 - 용수천  (0) 2011.10.10
오름 걷기 - 절물오름  (0) 2011.10.07
오름 걷기 - 거문오름  (0) 2011.10.0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