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걷기에 나섯다..충북 청원군 미원면 옥화자연휴양림으로.. 차에서 내리는 순간 설국으로 바뀌었다..
주차장도 눈이고..임도 길도 눈이다.. 지난 주에 내린 눈이 녹지 않았다..눈위에 떨어진 나뭇가지 하나..눈 속에서 행복하다..
하늘은 가을을 그리워하듯 파랗기 그지 없지만 그 속에 양기가 묻어나는 것은 봄이 다가 오고 있음이라..
이 눈길을 누군가 참 또박 또박 걸어 내려왓다.. 우리의 인생길도 누군가 뒤따라 오면서 이런 증거를 들이대지 않을까 문득 조심스러워진다..
빛이 세상을 창조한 이래.. 인과(因果)가 우리를 벗어난 적은 없다..비록 우연에 의해 촉발되었다 하더라도.. 화산재처럼 또다시 인과는 진행되기 마련.. 하여..노승은 눈 덮힌 길이라도 함부로 걷기 말라고 노파심을 내엇던가..
가는 길과 오는 길이 교차된다.. 삶과 죽음도 또한 그런 것인가..
이런 유장한 임도를 만나면 멋진 서체의 편액을 받은양 보고 또보고..
양지바른 길은 뽀송뽀송... 햇살의 인과는 눈을 가린 정의의 여신과 닮앗다..
나무와 하늘의 푸르름의 앙상블 속에 봄의 싸인을 받는다...
장승이 묻는다..봄이 오기는 오는겨~~
겨울 걷기에 나서며 주변에 권하면..이 추운데..하고 사양한다.. 겨울 걷기는 소신에 따른다.. 봄 걷기는 친구를 따르고 여름 걷기는 물을 따르고.. 가을 걷기는 기분에 따른다..
임도를 다 돌았는데..7km안된다... 하여 슬쩍 달천을 끼고 동네 길로 나선다..개 짖는 소리가 무성하다.. 동네에 장육당(藏六堂)이라는 현판이 눈에 띈다.. 6가지를 감춘 집.. 藏六이란 거북이 머리와 꼬리, 四肢(사지)를 갑 속에 감추듯이 온몸을 세상으로부터 감추고 조용히 산다는 뜻인지.. 불교에서 말하는 眼耳鼻舌身意(안이비설신의)의 六識(육식)을 단속하며 고요히 살겟다는 것인지...
달천변에 잠시 앉아 따스한 차 한잔..아이들은 눈사람 만드느라 즐겁네..
저곳이 달천변에 산재한 옥화9경 중 2경인 용소.. 산허리 잘리고 앞에 팬션이 들어서 용이 살기는 어렵겠다.. 모든 신령함은 멀리 떠나가고 이름만 남앗다...
주변에 3경 천경대..4경 옥화대가 있다지만 표지가 정확치 않아 찾기를 포기하고.. 그저 달천의 물소리를 쫓아 걷는다..
이 달천은 진천의 산막이 옛길이 있는 칠성댐으로 거쳐 충주에 이르러 영월서 내려오는 남한강 본류와 합류하게 되는 그 달천의 상류이다..
이젠 강변으로 내려가 둑방길을 걷는다..
달천은 달래강 또는 감천(甘川)이라고도 불러지는데, 속리산 솔향기를 안고 흘러내리는 물이 화양동계곡과 선유동계곡, 쌍곡계곡들에서 바위에 부딪치고 놀며 내려온 물이어서 무척 깨끗하여 조선시대에는 오대산 우통수, 속리산 삼파수 등과 함께 "조선 3대 좋은 물"로 알려져 왔다.
다리를 건너면 옥화 휴양림으로 들어가는 길이 봄날이다..
이젠 옥화9경 중 6경 금관숲으로 간다..
이 숲의 나무들은 달필이다..초서로 휘갈기느라 가지도 꼬불 꼬불..
달천..멋진 풍류를 즐기며 구비구비 흘러간다..
오늘 걷기 12km..그저 좋다 좋아만 연발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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