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서예전에 출품된 노태악 대법관의 글씨

 

一點冬心朶朶圓(일점동심타타원)
品於幽澹冷雋邊(품어유담냉준변)
梅高猶未離庭砌(매고유미이정체)
淸水眞看解脫仙(청수진간해탈선)

한 점 겨울 마음인가 송이송이 둥글다
그윽하고 담백한 성품은 차도녀같네
매화가 고상하다지만 뜨락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맑은 물에서 제대로 보니 해탈한 선녀같구나

 

추사 김정희가 지은 수선화라는 한시다..

추사는 금수저출신이라 24세 젊은 나이에 사신일행으로 청나라 수도 연경에 가서 처음 수선화를 보고 매력에 빠졌다..

한양에 와서도 고급 도자기에 수선화를 심어 놓고 애지중지 사랑하였는데..

50대 중반 제주도에 귀양와서 대정현에 유배살이 할 때보니 

그 귀한 수선화가 들판에 지천이라 푸대접받고 소먹이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 

수선화를 마치 자신의 처지처럼 안타깝게 바라본다..

 

왕년에 제주에 가서 추사 유배길를 걸으며 수선화와 수인사하던 추억이 떠오른다..

https://servan.tistory.com/6349933

 

 

내 불러그 조회수가 갑자기 올라갔다..

살펴보니, 육잠스님 관련 글들이다..

 

1. 풍외암의 지게도인 : https://servan.tistory.com/6349160

2. 지게도인 육잠스님의 글귀를 받고.. : https://servan.tistory.com/6349621

3. 영양 산골 육잠스님 : https://servan.tistory.com/6351482

 

왜 갑자기??

나도 검색해봤다..그랬더니??

육잠스님이 등장하는 kbs 자연의 철학자 "빈지게처럼 허허롭게"편이 이 방송된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육잠스님은 영양산골 두곡산방에 산다.

생명불식(生命不息)을 화두삼아 한가로이 치열하게 산다..

생명불식..

생명있는 것은 쉼없이 뭔가 하게되고

뭔가 하다보면 각자 목표가 생기는 경우도 있고,

그러다면 밥값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왕이면 밥값하고 살란다..

 

인생이란

래무소래 거무소거 (來無所來 去無所去)   

와도 온 바 없고  가도 간 바 없다..

 

온 것은 구름이 일어난 것이요, 간 것은 구름이 사라진 것이라..

 

그의 산방에 여전히 량관선사의 시 한귀절이 걸려있고..

그는 낮에는 농선(農禪), 밤에는 묵선(墨禪)을 한다..

낮에는 밭을 갈고, 밤에는 먹을 간다..

그는 밤낮으로 갈고 산다..불식(不息)으로..

 

草鋪橫野六七里(초포횡야륙칠리) 
笛弄晩風三四聲(적농만풍삼사성) 
歸來飽飯黃昏後(귀래포반황혼후) 
不脫蓑衣臥月明(불탈사의와월명) 

 

채소밭 긴 들판은 6,7리

바람에 들려오는 서너 가락 피리소리

돌아와 배불리 먹고나서 해 진 뒤
도롱이도 벗지 않는채 달빛 아래 누워 있소

 

***

答鍾弱翁(답종약옹)이라는 시를 일필휘지로 쓴다..

 

 

 

自栖通性後 자서통성후   

幽事日相干 유사일상간
造圃移芳茗 조포이방명   

開亭望遠山 개정망원산
晴窓看貝葉 청창간패엽   

夜榻究禪關 야탑구선관
世上繁華子 세상번화자   

安知物外閑 안지물외한

 

내가 통성암에 머무른 뒤로
그윽한 일이 날마다 이어진다.

밭을 일구어 향기로운 차를 심고
정자를 지어 먼 산을 바라본다.

밝은 창 앞에서는 패엽경을 읽고
밤에 책상에서는  선관을 참구한다.

이 세상의 번잡한 사람들이야
어찌 이 세상 밖의 한가한 맛을 알리

 

***

편양 언기선사의 시 산거(山居)를 쓰면서

육잠스님은 물외한(物外閑)의 참맛을 진정으로 알리라..

 

***

편양 언기선사는 서산 휴정대사의 막내 제자로 사명당 휴정, 소요, 정관 선사와 더불어 4대제자로 꼽히는데..

그의 제자의 전등이 이어져 현대 조계종의 95%의 승려가 그의 법손들이다..

 

빈 지게처럼 허허롭고 자유롭게..

육잠스님은 텅 비울수록 채워진다는 도리를 체득하여  가장 여유롭게 산다..

그러보면 다비목 한짐은 아름다운 욕심이다.. 

 

 

一吹無孔笛     일취무공적
一撫沒絃琴     일무몰현금
一曲兩曲無人會  일곡양곡무인회
雨過夜塘秋水深   우과야당추수심

 
구멍 없는 피리를 불고
줄 없는 거문고를 탄다
한곡 두곡 지나도 사람은 모이지 않고
비 지나간 밤 연못엔 가을 물만 깊어간다

 

***

단소 배우기 전에는 구멍없는 피리(무공적 無孔笛)를 몰랐다..

그러나 단소를 부르다 보면, 진짜 단소는 단소 부르는 사람임을 알게되더라..

사람이야 말로 무공적이고, 화안향언(和顔香言)이야말로 제일 아름다운 곡이더라..

 

무공적(無孔笛)을 불면서 밭갈고 먹갈며 사는 지게도인 육잠스님..

일용(日用)이 묘용(妙用)이라..

날마다 묘용의 삶을 삽니다 그려...합장

 

동네한바퀴 의정부편에 등장하는 스무살 젊은들의 모임..

스무살이..

고향을 노는 곳,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투지가 아름답다..

영화 검객..
인조연간 무능한 조정과 청나라 포악질에 고통당하는 민생을 배경으로 한 퓨전사극..
그 고통의 틈바귀에서 광해군의 호위무사였던 검객의 딸 구출기..
딸의 정체는 밝히기 어렵지만 장혁의 검투장면은 볼 만하다..
나의 관심사는 무능하고 위선적인 조정대신의 뒤에 놓인 병풍의 글씨에 쏠렸다..

春潮帶雨晚來急(춘조대우만래급)
野渡無人舟自橫(야도무인주자횡)

 

봄 강물은 비에 불어 밤 되니 더욱 세찬데,
나루터에 사람은 없고 배만 홀로 걸쳐 있네.

 

이 시는 당나라 위응물의 저주서간(滁州西澗)의 뒷 귀절이다..

앞귀절은 이렇다.

 

獨憐幽草澗邊生(독린유초간변생)
上有黃鸝深樹鳴(상유황려심수명)

개울가에 자란 풀 홀로 어여쁘고,
꾀꼬리는 나무 깊은 곳에서 울고 있다.



병풍의 또 한귀절은
百畝庭中半是苔(백무정중반시태)
桃花淨盡菜花開(도화정진채화개)

넓은 뜰은 반이나 이끼가 들어차고,
복사꽃 다 사라지고 야채꽃만 만발했네.

이시는 당나라 시인 유우석의 재유현도관 시의 전반부다..
후반부는
種桃道士歸何處 (종도도사귀하처)
前度劉郞今又來 (전도유랑금우래)

복사꽃 심던 도사들 다 어디 가는가?
전에 왔던 나(유랑)는 다시 왔는데..

<설명>
촌구석으로 좌천되어 "누실명"지어 유명 시인이 된 당나라 유우석..
그가 10여년 만에 장안으로 돌아와 현도관의 복사꽃 구경가서 지은 시 "유현도관(游玄都觀)로 또 다시 좌천된다..
그리고 14년만에 다시 장안에 돌아와 현도관을 방문하여 지은 시가 재유현도관(再游玄都觀)이다..
다시와 보니 복사꽃은 없어지고 채소밭으로 변해 잇더라는 이야기..

***
斷雲歸鳥暮天長(단운귀조모천장)
深洞幽蘿暗竹房([심동유라암죽방)

저무는 하늘 조각구름 사이로 새가 길게 날아오고
깊은 골 그윽한 덩굴 속에 대나무 방은 어둡다.

<설명>
단운귀조모천장은 명나라 시인 심응(沈應)의 송악중례지진우의 한 귀절이다..
위 병풍은 추사체로 여러 시인의 글귀를 따서 만들어진 것이나, 진품은 아닌 듯하다..
특히 이 영화의 배경은 인조연간인데..순조-헌종때 유행한 추사체 병풍이 배경으로 있다면
고증에 실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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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시골집 기둥에 걸린 글씨..

궁차익견(窮且益堅)..궁할수록 더 굳게

당나라 시인 왕발의 등왕각서에 나오는 귀절이다..
窮且益堅 不墜靑雲之志, 궁차익견 불추청운지지
곤궁하더라도 더욱 더 뜻을 굳게 지켜 청운의 뜻을 버리지 않는다..

그러나 청운의 뜻이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장구령처럼 한탄할지도 모른다..

거울을 비춰보니 백발이 성성하구나
옛날에는 청운의 뜻 품고 있었지만
어느 사이에 백발의 나이 되었구나
누가 생각이나 했었으랴
거울 속에서 나와 내 그림자가 서로 불쌍히 여기게 되리라고..

宿昔靑雲志 숙석청운지
蹉跌白髮年 차질백발년
誰知明鏡裏 수지명경리
形影自相憐 형영자상련

***
하지만 왕발의 기개는 다르다..
君子安貧, 達人知命 (군자안빈, 달인지명)
老當益壯, 寧移白首之心(노당익장, 영다백수지심)

믿는바, 군자는 가난을 편안하게 여기고 달인은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안다.
늙어서도 품은 뜻이 더 왕성해지면 백발이 되었다고 어찌 마음이 바뀔 것인가?
곤궁하더라도 더욱 더 뜻을 굳게 지켜 청운의 뜻을 버리지 않는다..


 

한국기행..시골집..외양간을 개조한 방안에 걸린 시 한귀절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채국동리하 유연견남산

山氣日夕佳 飛鳥相與還 
산기일석가 비조상여환

 

동쪽 울타리에서 국화를 따다가
멀리 남산을 바라본다.

산색이 아름다운 저녁
새가 서로 어울려 날아간다..

 

 

도연명이 여산 기슭에 살면서 지운 음주시 제5편 ..

은거하는 사람의 무심하고 담담한 심경이 드러난다..

 

이 시의 마지막 한 귀절이 내 마음과 일치하여 채택한 바다..

차중유진의(此中有眞意)

이 가운데 참뜻이 있나니..

 

장명부..

한국 프로야구 원년의 스타..

너구리라 불리던 사나이..

재일교포로 일본에서 야구로 입신하여 고국에 왔으나 혹사당하고 뒤통수맞고 쓸쓸히 몰락의 길을 걸은 파란 만장한 그의 인생을 일본에서 마무리했다..

그의 삶의 현장에 쓰여진 글씨

 

落葉は秋風を恨まない’ 
낙엽은 가을바람을 원망하지 않는다.

 

어느 정치인인 말과 닮았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일식집 벽에 써있던 글씨

 

樹老根先枯 (수로근선고)

人老腿先衰 (인로퇴선쇠)

 

나무가 늙을 때는 뿌리가 먼저 마르고

사람이 늙을 때는 다리가 먼저 약해진다

 

즉, 뿌리가 마르면 나무가 죽기 시작하고

다리가 약해지면 사람이 늙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니

부디 걷고 걷고 또 걸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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