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한바퀴 수유리편에 등장하는 도장장인의 작품..

글씨를 해독해보니..

 

惠本蘭之族  혜본난지족
依然臭味同  의연취미동

 

혜란도 난의 족속인지라
당연히 향기도 같구나..

 

그래서 산속에 혜란이 불타면 내집에 난초가 슬퍼한다((惠焚蘭悲 혜분난비)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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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불의 전차 중 스코틀랜드 성당에 걸린 글씨

"I will never leave nor forsake thee"

나는 너를 떠나지도 않을 것이고, 버리지도 않을 것이다.

***

성경귀절이다.

모세가 죽은후 그의 후계자 여호수아를 격려하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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臨溪茅屋獨閑居  임계모옥독한거
月白風淸興有餘  월백풍청흥유여
外客不來山鳥語  외객불내산조어
移床竹塢臥看書  이상죽오와간서

개울가 초가집에 홀로 한거로이 사나니
밝은 달 맑은 바람 즐거움이 넘치네
찾아오는 사람 없어도 산새들이 속삭여주고
대나무 언덕에 평상옮기고 누워 글을 읽는다.

-길재-

 

***

영화 모가디슈.. 화면속은 소말리아 내전으로 혼란스러운데, 

문득, 대사관에 걸린 족자 글귀에 눈길이 간다..

내용인즉, 고려말 삼은 중 하나인 야은 길재의 시다..

그는 조선 건국에 가담하지 않고, 고향인 구미 금오산 아래 초가집 짓고 은거한다.

그때의 심경을 읊은 시다..

길재가 낙향하던 고려말, 조선초 상황이 소말리아 내전 상황보다는 덜했을까?

길재 낙향후 조선이 개국하여 태종- 세종을 거치면서 평화의 시기기 도래했으나,

모가디슈의 소말리아는 현재도 내전 진행중이고, 어부들은 해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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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아침 강길 걷기에 심취했다. 누가 전민동 갑천변에 사는 이유를 묻길래, “아침 강길을 오리 걸을 때마다 10만원 짜리 건강 적금을 드는 격이요”하고 농을 했는데, 실은 나에게 연하지벽(煙霞之癖)이 있기 때문이다.

하여, 아침 강길을 걸으며 노을을 기다린다.

 

하지만, 나날이 뜨는 아침마다 노을 질 수 없고, 다달이 지는 저녁마다 빛깔 고을 수 없다.

우수의 구름 비껴난 빈 공간 속에 무심히 아롱지는 노을과 마주칠 때 내 마음은 뛴다.

태양이 다시 떠오르고 짐을 어찌 저리 아름답게 찬양할 수 있을꼬?

범사에 감사하라는 단순한 가르침을 스스로 체현하는 천지 자연의 조화 속을 체구연마(體究硏磨)하는 나날은 정말 호시절(好時節)임을 깨우쳐준다.

 

일전에 용암, 현강, 화전, 송오 선생 등과 술잔을 기울이면서 덕담을 나누던 중 내가 용암의 별장 당호를 녹상재(綠象齋)로, 정자를 관수정(觀水亭)으로 지어주고 현강선생의 글씨를 받아 멋지게 마무리한 일이 거론되더니 문득 내 우거의 당호 이야기로 비화하였다.

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내 연하지벽을 들어 서재의 당호를 관하재(觀霞齋)라 하고자 하였더니, 일행이 모두 즐거워 하였다.

어느 덧 시일이 흘러 지난 가을에 현강선생이 흔쾌히 멋지게 글씨를 써주고 송오선생이 좋은 나무를 골라 정성껏 각을 새겨 나에게 당호 서각을 주었다.

이 아름다운 판각을 함부로 내걸기 미안하던 차 마침 도룡동 용포 인근 갑천변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때맞추어 서재가 서향에 들어서고 갑하산, 우산봉, 계룡산 천왕봉, 쌀개봉 너머로 지는 노을을 바라보자니 이제는 편액을 걸지 않을 수 없다.

아침 갑천을 걷다가 노을 진 계족산을 바라보며 저절로 떠오른 시 한수 얻었다.

 

희디 흰 백로라도 태양을 가로질러 날면 검게 보이고

검디 검은 삼족오도 달빛 부서질 땐 하얗게 보인다네.

저 산은 묵연하여 스스로 말을 잊었나니

아침 노을 등에 지면 보라빛 석산이라 불리고

저녁 노을 이마에 비치면 청산이라 불린다네.

 

이 월강도 반백의 머리카락을 노을에 물들이며 강길 걸어온 날이 반백이 넘은 지라 이제 지난 날 돌아보지 않거니와 앞으로를 묻는다면 조석 노을을  벗삼아 운무 데리고 갑천(甲川)에 살겠노라!

 

2011. 2. 3. 신묘년 설날에 월강(月江)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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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경지당(敬止堂)을 방문했다.

집 입구 편액 글씨를 보고 주인장 남촌선생에게 뜻을 물엇다.

대학에 이르기를, 敬止言其無不敬而安所止也 (경지언 기무불경이 안소지야)

경지(敬止)란 공경하지 않음이 없고 그칠줄 앎으로써 편안함을 말한다.

 

내 좁은 소견으로 몇마디 덧붙이자면, 

성리학에서 경(敬)이란 주일무적(主一 無適), 즉 마음을 한 군데로 집중하여 이리 저리 헛갈리지 않도록 하는 공부방법이며, 심心이 비록 비어있으나 동시에 가득차게 되는 그런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텅빈 충만"의 마음을 유지하는 공부를 경이라고 하겠다.

또한 지지불태(知止不殆)란 말이 있으니, 그칠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따라서 오랫동안 평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지당은 명활산과 보문호를 배후로 두고, 앞으로 남산 금오봉을 바라보며, 도리천이라는 낭산과 신들이 노닐던 신유림 터전을 가까이 하고 있으니, 가히 거경(居敬) 지지(知止)의 반석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격이다.

 

 

하늘에는 신들의 전령 삼족오가 노닐고, 땅에는 지령(地靈)들이 노래하는 곳이니 둔세(遁世)의 시절에 딱들어 맞는 절묘한 안심입명처(安心立命處)라, 이런 복지(福地)에 사는 인연은 주인들의 홍복이라..

텅빈 충만의 마음으로 하루 저녁 보시받은 마음을 기문에 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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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무안편 뿌리공예집에 걸린 글귀..

 

生死路頭君自看 (생사노두군자간)

活人全在死人中 (활인전재사인중)

 

생사의 길머리를 그대는 잘 살펴보라

살아있는 사람은 모두 죽은 사람 가운데 있음이라..

 

***

백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날 좋은시에 간다고 전해라

이런 세월좋은 노래도 잇지만, 

실상, 생사는 호흡지간에 있다고 한다.

매일 전세계에 죽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그 수많은 죽음을 딛고 우리는 살아간다.

더구나 활인..활발발하게 살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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吾家有一客 定是海中人 口呑天漲水 能殺火精神

오유가일객 정시해중인 구탄천장수 능살화정신

 

***

양산 통도사 대적광전에 쓰여진 화재방지용 진언..

수많은 화마로 전각이 불타고 복구하는 시련을 겪자, 통도사는 단오에 용왕재를 지내며 화재방지 캠페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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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초년년록(春草年年綠)

왕사기불귀(王士豈不歸)

 

봄풀은 해마다 푸르건만

한번 가신 님은 어찌 돌아오지 않는가?

 

**천일야사 방송에 등장한 글귀..

함양에 사는 선비가 과거보러 서울가다가 어느 양반집에 묵어가는데, 

마침 그날이 제사날이라 과부 안주인으로부터 축문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장난스럽게 써준 글이다.

그런데, 그 글귀는 제사상 본인이 집을 떠날때 하던 말이었다.

"봄풀이 푸르른 날 과거 급제하여 돌아오겠다"

하여간, 함양 선비는 좀더 집적거리다가 과부 안주인에게 회초리를 맞게 되었다.

그것으로 액땜하였는지, 몇차례 위기를 넘기고 과거에 급제한다.

이야기는 과부 여인과 선비가 맺어지는 해피엔딩이란다..(조선시대 과연 가능할까??)

 

***

좌간,  위 시의 원전은 당나라 시인 왕유의 송별이다.

 

山中相送罷 (산중상송파)
日暮掩柴扉 (일모엄시비)
春草年年綠 (춘초년년록)
王孫歸不歸 (왕손귀불귀)

 

산중에서 서로 이별 하고서
날이 저물어 사립문을 닫았네
봄 풀은 해마다 푸르겠지만
그대 가면 돌아올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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