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연휴..함백산 캠핑을 떠난다.

내비에 만항재 쉼터를 찍고..3시간에 걸쳐 도착하니 차가 가득..

 

만항재..해발 1330미터..고지대..

보통은 고개 주변 하늘숲 공원 산책과 함백산 왕복 등산을 즐기고 간다..

 

여기가 왕년에 걸었던 운탄고도길 입구다..

이길로 차를 몰고 들어가 캠핑장소를 찾는다..

 

2km정도 들어가 풍력기가 밥값하는 공터에 텐트를 설치한다..

 

일단 고기 굽고 와인 한잔하고 첫날 걷기를 시작한다.

오후 3시에 두문동재 - 함백산 - 만항재  9 km를 걷는다..

함백산에서 일몰을 보고 내려와 어둠속에 마지막 2km는 도로를 걸어 복귀한다.

 

 

 

첫날 저녁은 체감 기온이 10도 정도로 쌀쌀해 경량 파카를 입고, 난로를 피고  잤다.

피곤해서 9시부터 정신없이 자고 새벽 5시경에 깨고 나니 풍력기 소리가 거대한 파도 소리같기도 하고, 비행장 활주로 옆에 누워있는 것 같기도 한다..

예민한 사람은 풍력기 소리에 잠을 설쳤다고 한다..

 

2일차 걷기는 만항재 - 수리봉- 태백산 - 천제단 - 문수봉 - 당골주차장 13km를 걸었다.

또 밤중에 어둠 속에 무사히 하산하여 차를 타고 복귀..

무사귀환 자축 건배를 한다..

 

와인에 취해 풍력기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잔다..

오밤중에 바람이 거세게 불고 텐트가 요통을 쳐 설핏 잠이 깨어 설치는데, 풍력기 소리는 거대한 전차가 굴려가는 듯하다..

풍력기 아래 캠핑의 운명이라 어쩔 수 없다..

 

또하나, 이곳에서 단점은 물, 화장실이 없다.

화장실은 2Km 떨어진 만항재 쉼터에 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첫날은 태백 시내 철물점에 가서 1말짜리 플라스틱 물통 2개를 사고, 인심 좋은 주인 덕에 물을 가득 채워 돌아왓다.

둘째날은 태백산 당골주차장에 차량 1대를 놓고 오다가 유일사 주차장 화장실에서 물을 받아왔다..

세째날은 자장율사 순례길을 마치고 정암사 화장실에서 1통 받아왓다..

노지 캠핑에는 기발함과 순발력이 있어야 한다는..ㅎ

 

 

3일째 아침 자장율사 순례길을 식전에 가볍게 걸을 생각에 6시경에 나서니..

함백산 뒤로 아침해가 오르고 있었다..

함백산에서 일출과 일몰을 다 보는 기연이라니...ㅎ

 

2일째에는 텐트족이 더 늘었다..

 

3일째 짐을 걷어 떠난다..

풍력기 돌아가는 고원에서 캠핑은 단점도 잇지만, 나름 장점도 있다.

함백산, 태백산에서 일몰, 일출을 볼 수잇다는 ..

 

 

정선 강원랜드..하이원 골프장 부근 임도..운탄고도를 걷는다..

운탄고도..차마고도의 느낌을 차용한 이름..

옛 탄광 전성시절 연탄을 운반하던 임도길이란다..

 

 

길은 백두대간 만항재에서 화절령(꽃꺽기재)을 거쳐 강원랜드 폭포주차장까지 20km를 걷는다..

 

 

운탄고도라 하여 구름과 높은 소로를 연상하였는데..

첫인상은 길이 너무 넓다는 거..

 

 

 

다소 실망스런 분위기를 초장에 동행의 머릿살과 막걸리를 풀어 한순배 돌리니

그제야 길이 좀 이뻐 보인다..ㅋ

술과 조명이 남자의 팔자를 좌우한다..ㅎㅎ

 

 

 

1000미터 고지대인 만항재에는 단풍이 이미 끝물이다..

최백호의 노래애 나오는 마담보다는 다소 젊은 단풍이 그런대로 볼만하다..

 

 

단풍이 끝물이면 어떠냐..단풍의 붉음을 상쇄하고도 남을 하늘의 푸름이 있지 않은가..

 

 

 

 

 

 

 

 

갈 길을 잃은 뱀이 어찌 할바를 모르고 도망간다...

이 메마른 땅에 먹을 것이나 있는지..무슨 해찰을 하다가 여직 겨울 잠에 들어가지 않고 방황하는지..

 

 

 

군데 군데 붉음이 단풍을 기대한 일말의 마음을 위로한다..

 

 

 

어디 그뿐이랴..

좌측으로 펼쳐지는 영서의 산줄기들..알록 달록..

마치 점핑 예~ 점핑 예~  점핑하듯 늘어 섰다..

 

 

저 멀리 아스라이 하이원 골프장 옆으로 이어진 운탄 길을 걷는 사람들이 평화롭다..

 

 

 

유장한 길을 만나니..한 동안 롱샷 카메라를 돌리듯 바라본다..

 

 

 

 

 

 

 

 

연탄대신 벌목한 목재가 수송을 기다리니 운탄길에서 운목길로 변신중..

 

 

 

 

 

이길에서 만나는 유일하고 멋진 정자 부근에서 100m 내려가면 아롱이 연못이 있다..

산 짐승들의 소중한 우몰터..

 

 

 

화절령으로 간다..꽃이 지천으로 피어 꽃을 꺽으며 올라간다는 꽃꺽기재..

가을엔 꺽을 만한 꽃은 없고 꽃 꺽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이 걸어 간다..ㅋ

 

화절영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새비재로 가고(2코스)..우리는 우회전하여 동원탄좌를 지나 내려간다.. 

 

 

 

저멀리 강원랜드가 보이고..

 

 

 

탄광의 흔적은 다 무너져 내려가고...

 

연탄의 시대가 끝났고..이젠 원자력의 시대도 정점을 찍은 것 같은데..

앞으론 어떤 땔거리가 등장할까?

 

 

운탄고도에서 만난 도종환 시인의 산경이란 시를 패러디하여

오늘 걷기를 마무리 한다..

 

 하루 종일 걸었다
 하늘은 하루 종일 흐리다가 맑았다
 가끔 구름이 오락 가락  길 잃은 뱀은 이리 저리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 버렸다
 내게 온 단풍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하늘 아래 허물 없이 하루가 갔다

  

 

 

강원랜드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단풍이 한창이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눈을 뜨니 달과 눈이 맞았다..

9월 기망의 달은 자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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