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녀봉 도리깨질 하러 가는 날..
본인상외는 취소할 수 없다는 약속..
도리깨질 중에 사망하더라도 일단 도리깨질을 마치고 나서야 장례를 치뤄준다는 약속..
그런 막중한 약속을 취소했다.. 다행히 대타가 잇었기에..
궁금하다고? 이유가?
음..입학 선물 때문이다..
지난 주말 제주 올레 2코스. 3코스를 20km 걷고 숙소에서 목욕하는데, 사타구니가 가렵고 따갑고 오톨도톨한 것이 우표 만큼 있더라..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다음날 3코스 15km마저 걷고 월요일 출근하여 약국에 갔더니 습진 정도로 생각하고 연고를 주더라..
2일 바르는데 차도가 없어 자세히 들여다 보니 검은 딱쟁이가 진 것이 수상하다..
병원에 갔더니 "대상포진"이란다..
면역력 강화 주사를 놓고, 7일분의 약과 항생제 연고를 준다..
혹시 소변이 안나오는 상황으로 가면 응급실로 가라고 겁을 준다..
그리고 7일간의 근신처분을 받았다..
그간 무리해서 면역력이 떨어지자 잠복했던 수두균이 총궐기했단다..
애고..주말 도리깨질 약속을 취소하고, 주말 걷기 일정도 잡지 않고 집에서 빈둥거린다..
이넘들이 아직 기세가 등등하여 항문 주변으로 번져 앉기도 불편하다..
누워 TV를 틀고 PCT트레일을 걷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위로를 받는다..
목욕탕에서 동네 분을 만났다..
한분은
"대상포진은 신경외과가 전문이니 잘 치료가 안되면 그리로 가라..그리고 완쾌돼도 다시 걸릴 수가 잇으니 예방주사 꼭 맞으라"
다른 분은
"6학년 입학을 축하해요! 6학년이 되면 거치는 통과의례랍니다..ㅎㅎ"
그러고 보니, 요즘 내몸이 추풍 낙엽 신세다..
임플란트 시술 하고 나니 백내장 수술을 하고, 그뒤 무릎 보강 연골 주사를 맞고 한시름 돌렸더니
대상포진을 6학년 입학선물로 받았다..ㅎ
이것이 마지막 선물이기를..
"어언간에 여름가고 가을 바람 솔솔불어
아름다운 꽃송이를 모질게도 침노하니
낙화로다..늙어졌다.."
노래부르며 뒹굴거리는 주말이다..
5말6초 여러분 대상포진 예방주사 맞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