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봇재로 갔다..
봇재..무거운 봇짐을 내려놓고 쉬고 간다는 고개..
1597년 추석을 보성 열선루에서 보낸 충무공은 8월 17일 군사들과 함께 봇재를 넘어 군영구미 수군기지(현 율포 해수욕장 부근 명교 백사장)으로 진군한다..
저 봇재 건물에 보성역사문화관이 있는데, 추석으로 휴관이었다..
다향 보성..
언제부터 보성에 다원이 많이 생겼을까?
1939년에 다원이 처음 생기고, 1957년에 대한다원이 대단위 차밭을 만들면서 보성에 다원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봇재 정상에서 율포해수욕장 쪽을 바라보면 좌측의 차도를 따라 내려가는 길이 있다..
영천저수지와 멀리 율포앞 바다까지 보인다..
이길을 따라가면 봇재 - 영천저수지 - 영천마을 - (득음정 - 득음폭포) - 정응민 생가 - 판소리 전시관 - 판소리성지 - 득음문 - 도강마을로 이어진다..
득음길 4코스는 절반은 포장길이다..
영천마을과 도강마을 중간에 정응민 생가가 있다..
쉽게 설명하면 송계 정응민(1894-1961)은 판소리 아카데미의 운영자였다..
그의 문하에서 판소리계의 거장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조상현, 성창순, 성우향이 대표적이다.
문득 판소리를 배운 송가인은 어느 계열일까 궁금해진다..
결론은 송가인, 친구 서진실, 조유아도 이쪽 보성소리계열에 속한다..
즉 송가인, 서진실의 스승인 박금희는 김상용 명창으로부터 춘향가를 배웠는데
김상용 명창은 보성소리의 송계 정응민으로부터 춘향가를 배웠다..
조유아의 스승인 안애란도 성우향으로 부터 춘향가를 전수받았으니, 조유아도 같은 계열이다.
정응민의 생가 대문 현판은 보성소리 명가라고 써잇다..
판소리는 신재효 이후 송흥록 스타일의 동편제와 보성출신 박유전 스타일의 서편제, 경기, 충청지역의 중고제로 나뉘는데,
정응민은 백부 정재근으로 부터 서편제 수궁가, 심청가, 적벽가를, 명창 김찬업으로 부터 동편제 스타일의 춘향가를, 그리고 중고제를 가미하여 자신만의 보성소리를 완성시켰다..
생가의 뒷길로 판소리 전시관이 이어진다..
정응민은 아들 정권진을 명창으로 키웟고, 이제 손자 정회석로 이어진다..
또한 명창 조상현, 성창순, 성우향 등 제자들을 키워 판소리계의 중추를 형성하고 있다..
성우향의 춘향가를 배운 박금희의 제자가 송가인, 서진실이고, 역시 성우향의 춘향가를 전수한 안애란의 제자가 조유아이다..
지도에 보니 동초 김연수와 명창 임방울의 고택이 이 지역에 있었다...
동초는 송계 정응민으로 부터 심청가를 배웠고, 임방울은 정응민으로 부터 특별히 배우지 않고 독공에 주력했던 것 같다..
두 사람은 같은 시대에 활동했으나 처음에는 소리 좋은 임방울이 쑥대머리로 대히트를 기록했다..
나도 한때 임방울의 쑥대머리를 자주 들었다..
그러나 그는 일제시대와 해방기의 혼란 속에서 대접도 받지 못하고 불우하게 죽었다
반면, 동초 김연수는 한학과 신학문을 모두 익혔기에 소리공부를 끈기있게 체계적으로 진행하여 창극 판소리 스타일의 동초제 판소리를 정리하여 전주 지역에서 후진을 양성하였고, 초대 국립창극단 단장을 지내고 인간문화재까지 되었다..
현재 판소리계는 동초제 계열과 보성소리계열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단다..
<참고자료> https://www.yna.co.kr/view/AKR20071029194200005
어린 나이부터 정응민에게 교육을 받은 조상현은 임방울 명창의 칭찬을 받은 일이 잇단다
한 번은 임방울 명창이 정응민 선생 댁에 들렀다가 조상현이 소리하는 것을 듣더니, “목이 좋네 좋네 해도, 이놈 같이 목이 좋은 놈은 첨 봤네. 형님이 성냥깐에서 두들겨만 주쇼. 팔기는 내가 팔께.”라고 말했다고 한다.
전시관에서 왕희지 난정서 첫머리가 쓰인 글씨를 보고 반가웠다..
"시일야 천랑기청 해풍화창 앙관우주지대 부찰품류지성 소이유목빙회 족이극시청지오 신가락야"
이날 하늘은 깨끗하고 공기는 맑았으며 바람은 따스하고 부드러웠다.
우주의 광대함을 우러러보고 고개 숙여 만물의 무성함을살펴보라.
자유롭게 눈을 들어 마음 가는 대로 생각을 풀어놓으니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즐거움이 참으로 흥겹기만 하구다.
이글을 쓴 사람이 소정 성창순 명창이다..
노래와 서예를 겸비한 사람이다..
그녀는 정응민으로 부터 수궁가를 배웠다..
성창순의 무덤이 이곳에 있다..
판소리할 때 들었다 부채가 묘지석이다..
전시관 옆으로 가면 판소리전수교육관으로 이어진다..
판소리 다섯마당의 주체 형상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보성소리는 서편제(강산제)를 이어받은 심청가, 수궁가, 동편제를 이어받은 춘향가를 가르킨다..
다만 홍보가는 배우지 않는단다..
이에 반해 동초제는 흥보가를 포함하여 판소리 다섯마당을 다 가르치는데, 창극 판소리로 진화하였다..
득음문..
득음은 판소리 전수자들의 최종목표이지만 그 길은 멀고 험하다..
판소리 성지..
이 일대 정응민 생가, 박유전기념비, 판소리 전시관, 전수교육관을 포함하여 그렇게 부른다..
다시 도강마을 거쳐 영천마을로 돌아간다..
멀리 봇재가 보인다..
영천마을에서 득음정 - 득음폭포(소리폭포) - 한치재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차향소리길이 계속된다..
물길을 따라가는 이길
물소리와 판소리는 상관관계가 있을까?
가는 길에 칡꽃향이 차향보다 더 진하다..
해탈교처럼 돌다리를 건너면 득음정이 잇다..
대숲을 끼고 득음정이 자리잡고 있다..
폭포소리, 대숲소리, 노래소리가 저절로 어우러질 분위기...
폭포소리가 너무 과하지도 작지도 않은 것이 판소리 성대 단련하기 좋은 장소 같다..
판소리 소리꾼의 성대를 분석한 영상이 있다..
이 영상을 보면, 판소리 소리꾼들의 득음과정은 성대결절을 감수하면서 만들어낸 것이다..
옛날 명창들이 폭포 앞에서 피를 토하며 연습하고 똥물로 치료하면서 얻었다는 득음 과정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있을 것 같다.
폭포를 바라보며 노래 한소절 들어본다..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다 꿈이로다
너도 나도 꿈 속이요 이것 저것이 꿈이로다
꿈 깨이니 또 꿈이요 깨인 꿈도 꿈이로다
꿈에 나서 꿈에 살고 꿈에 죽어가는 인생
부질없다 깨려는 꿈은 꾸어서 무엇을 할거나
득음폭포에서 한치재 주차장 가는 길은 별로 다닌 흔적도 없고, 다리상태도 좋지 않아 되돌아간다..
안숙선 명창이 부르는 만고강산을 들으며 쩔룩 쩔룩 길을 돌아간다
영천마을에서 득음폭포(소리폭포)까지는 왕복 2km
영천마을에서 수변길을 걷는다..길 군데 군데 개설되고 말앗다..
봇재로부터 차밭을 지나고 영천저수지를 지나고 득음폭포를 거처 판소리 성지 가는 길이
훍길과 수변길로 재개설하면 스토리있는 멋진 걷기 코스가 될 것같다..
<걷기코스> 봇재 - 영천마을 - 득음정 - 득음폭포 - 한치재 주차장 약 6.9 km 득음길 4코스 차향소리길
<관광코스> 봇재 공원, 정응민생가 - 판소리 전시관 - 판소리 성지 - 득음문, 득음정 - 득음폭포 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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