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로드맵에 의하면, 단풍은 10월 초순에 설악산이나 오대산 정상부터 시작된다..

전부터 다리에게 사정 사정하여 오대산 노인봉 코스를 예약했다..

그런데, 태풍이 올라오면서 토요일은 태풍이 상륙하는 날이라 비예보..

그래서 하루 뒤로 변경..

그런데, 오대산 진고개에 도착하니 태풍으로 노인봉 아래 부터 식당암까지 다리 3개가 유실되어 통행금지..

결론은 진고개 -노인봉 - 구룡폭포 - 주차장 하산코스가 불가능하고, 단지 노인봉 보고 돌아오는 코스만 가능..



세상만사 순리대로..노인봉만 보고 오기로 한다..






슬슬 단풍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 이 들판에서 가슴이 뻥뚫린다..

생각지도 못한 장면에서 오늘 본전을 뽑는다..




유장한 이런 길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진고개 주차장에서 노인봉까지 4.1km



본격적으로 단풍이 시작된다..

아침햇살로 단장한 단풍은 마음까지 물들이기 충분한 물감이다..












빨강만 있다면 어찌 세상이 아름답겠는가?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초록이 지쳐 단풍이 되었기에 아름다운 것이고

노랑 단풍, 검은 나무  그림자, 하얀 자작나무와 어울려서 더 아름다운 것이다..







이 붉음을 어짜 감당하랴..

자지러짐에서 탄식까지..

입다물고 묵묵히 걷기힘들다..



빨강 카페트를 즈려밟고 가는 길손..

빨강에 지쳐 뒤도 돌아 보지 않는다..







노인봉에 올라 하늘을 바라본다..

빨강을 내려보내주고도 파란 얼굴로 시치미 뚝뗀다..





그래..이 붉음은 빛의 장난이다..

광합성이 어려운 겨울을 나기위한 김장작업이란다..

황혼처럼 붉게 물들이고 떨구기 위한 위로잔치란다..




이왕이면 노장청이 어울려 생전 장례식을 치르듯..

색동옷을 입고 웃음으로 맞이하자.

결국 하나로 돌아가나니..



더이상 다리 아프지 않게 길을 가게되었음을 축수하는 선사처럼..

구름에 달가듯이 들판을 걷는다..

붉은 마음이 주는 자적(自適)..



<오늘 걷기> 오대산 진고개 주차장 - 노인봉 왕복 약 8km



주최측이 시간이 남는다고 주문진항에 풀어놨다..

가는 날이 장날..주문진 시장 축제날..

공짜 생맥주 한잔 들고, 멸치안주 삼아 시장을 배회하다 발견한 것...




먹물 아이스크림이다...

오징어 먹물로 검게 물들인 아이스크림..

서울 쌈지길에서 만난 똥빵이후 써프라이즈한 제품..

붉은 마음이 검은 아이스크림에 씻겨졌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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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다는 예보에 먼길을 포기하고 가까운 임도를 찾았다..

대전 유성구 성북동 산림욕장..

 

 

그저 비오는 날 방황하는 발걸음 정도라고 가볍게 치부하고 갔는데..

산림욕장 입구에서 우측 길(영득사쪽)으로 가는 초입부터 분위기가 새롭다..

아직 단풍이 살아있다. 

 

 

 

물소리를 벗삼아 벤취에 앉아 따슨 물 한잔..

1시간도 안돼 속세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영득사 경내에 보라빛 국화가 만발하여 먼 산 홍엽과 멋진 댓귀를 이루는구나..

 

 

 

불법(佛法)을 영득(領得)하실 의사가 없는 부처님은 미소가 지으시고..

불법이란 주고 받는 것이 아님에랴..

 

 

오늘의 득템..단풍이 시작된다..

 

 

 

 

이넘은 초록에서 붉음까지..칼러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붉음이 뚝뚝 떨어지는 절정의 단풍은 기대없이 맞이한 홀인원처럼 넋을 뺏는다..

 

 

 

 

 

 

 

좋다! 좋다! 만 연발하며 그 이상의 표현이 입밖으로 나오질 않네..

 

 

 

 

 

 

언제부터가 개울 소리 대신 들려오는 소리..

낙엽밟는 소리..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때가 되면 단풍이 지고 낙엽이 되고 겨울이 오는 것은 자연의 순리다..

순리에 따르는 것이 길(道)에 가까운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걷는다..

 

 

만산이 홍엽에서 낙엽으로 갈아입는 시간..

 

 

미련에 우는 단풍을 무어라 위로하지 못하고 그저 돌아오는 귓가에 노래가 들려온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영득사 뒷문 쯤 우측으로 오르는 길..지장보살이 계시고..그 임도를 따라가면..

 

 

 

 

끊어질듯 이어지는 오솔길..아니 흔적이 있다..

 

 

참을 성있게 내려오면 임도 삼거리와 만난다..

 

 

아쉬움을 숲속의 책방에서 잠시 쉬면 달랜다..

비치된 책을 들었다가 홀연히 잠이 들었다..

역시 책은 최고의 수면제다..

 

 

휴식을 마치고 이번에 왼쪽 임도롤 접어 들었다..

술로 따지면 1차를 마치고 2차 술집에 간 격이다..

 

 

취기는 더 올라 횡설수설하는 기분으로 걷으며 수다를 떨고 노래를 한다..

 

The falling leaves drift by the window
The autumn leaves of red and gold
I see your lips, the summer kisses
The sunburned hand I used to hold
Since you went away the days grow long
And soon I'll hear old winter's song
But I miss you most of all, my darling
When autumn leaves start to fall


낙엽이 창문가에서 흔들리네.
붉고 금빛의 가을 낙엽.
나는 너의 입술을 보네, 그 여름의 키스.
햇볕에 탄 손을 난 잡곤 했었지.
당신이 멀리 떠난 후로 시간은 길어졌어
그리고 곧 나는 오래된 겨울노래를 들을거야.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당신이 그리워, 내사랑.
가을 잎사귀가 떨어지기 시작할 때.


 

 

<오늘 걷기> 입구 - 우측 - 영득사 뒤길 임도 - 회귀, 입구 - 좌측 임도 회귀..14Km

 

 

돌아오는 길..방동저수지에 가을을 담겨있네.  내년 가을에 더욱 멋진 모습으로 만나세..

 

 

따쓰한 국물을 찾아 들어간 식당에서 두부전골과 고구마 줄거리 김치를 먹다가..

 

 

작년 여름에 백운동에서 만낫던 돈방석을 다시 만낫다..

그래..오늘 돈방석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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