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다는 예보에 먼길을 포기하고 가까운 임도를 찾았다..

대전 유성구 성북동 산림욕장..

 

 

그저 비오는 날 방황하는 발걸음 정도라고 가볍게 치부하고 갔는데..

산림욕장 입구에서 우측 길(영득사쪽)으로 가는 초입부터 분위기가 새롭다..

아직 단풍이 살아있다. 

 

 

 

물소리를 벗삼아 벤취에 앉아 따슨 물 한잔..

1시간도 안돼 속세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영득사 경내에 보라빛 국화가 만발하여 먼 산 홍엽과 멋진 댓귀를 이루는구나..

 

 

 

불법(佛法)을 영득(領得)하실 의사가 없는 부처님은 미소가 지으시고..

불법이란 주고 받는 것이 아님에랴..

 

 

오늘의 득템..단풍이 시작된다..

 

 

 

 

이넘은 초록에서 붉음까지..칼러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붉음이 뚝뚝 떨어지는 절정의 단풍은 기대없이 맞이한 홀인원처럼 넋을 뺏는다..

 

 

 

 

 

 

 

좋다! 좋다! 만 연발하며 그 이상의 표현이 입밖으로 나오질 않네..

 

 

 

 

 

 

언제부터가 개울 소리 대신 들려오는 소리..

낙엽밟는 소리..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때가 되면 단풍이 지고 낙엽이 되고 겨울이 오는 것은 자연의 순리다..

순리에 따르는 것이 길(道)에 가까운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걷는다..

 

 

만산이 홍엽에서 낙엽으로 갈아입는 시간..

 

 

미련에 우는 단풍을 무어라 위로하지 못하고 그저 돌아오는 귓가에 노래가 들려온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영득사 뒷문 쯤 우측으로 오르는 길..지장보살이 계시고..그 임도를 따라가면..

 

 

 

 

끊어질듯 이어지는 오솔길..아니 흔적이 있다..

 

 

참을 성있게 내려오면 임도 삼거리와 만난다..

 

 

아쉬움을 숲속의 책방에서 잠시 쉬면 달랜다..

비치된 책을 들었다가 홀연히 잠이 들었다..

역시 책은 최고의 수면제다..

 

 

휴식을 마치고 이번에 왼쪽 임도롤 접어 들었다..

술로 따지면 1차를 마치고 2차 술집에 간 격이다..

 

 

취기는 더 올라 횡설수설하는 기분으로 걷으며 수다를 떨고 노래를 한다..

 

The falling leaves drift by the window
The autumn leaves of red and gold
I see your lips, the summer kisses
The sunburned hand I used to hold
Since you went away the days grow long
And soon I'll hear old winter's song
But I miss you most of all, my darling
When autumn leaves start to fall


낙엽이 창문가에서 흔들리네.
붉고 금빛의 가을 낙엽.
나는 너의 입술을 보네, 그 여름의 키스.
햇볕에 탄 손을 난 잡곤 했었지.
당신이 멀리 떠난 후로 시간은 길어졌어
그리고 곧 나는 오래된 겨울노래를 들을거야.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당신이 그리워, 내사랑.
가을 잎사귀가 떨어지기 시작할 때.


 

 

<오늘 걷기> 입구 - 우측 - 영득사 뒤길 임도 - 회귀, 입구 - 좌측 임도 회귀..14Km

 

 

돌아오는 길..방동저수지에 가을을 담겨있네.  내년 가을에 더욱 멋진 모습으로 만나세..

 

 

따쓰한 국물을 찾아 들어간 식당에서 두부전골과 고구마 줄거리 김치를 먹다가..

 

 

작년 여름에 백운동에서 만낫던 돈방석을 다시 만낫다..

그래..오늘 돈방석에 앉았다!!

 

 

 

둘레길 걷기에 나섰다..

이번에 걷는 길은 대전 유성구 성북동에서 세동으로 넘어가는 임도..

성북동 봉소사 입구에서 출발한다..

 

 

 

 

영득사 표지 쪽으로 길을 나선다..

날씨는 화창하고..

 

 

녹음은 짙어지고..수다는 많아지고..

 

 

길은 더욱 은근해지더니..잡초 무성한 길로 변한다..

 

 

그늘 적당한 곳 잡아 좀 이른 점심을 펼치고..부른 배를 끓어 않고 일어난다..

 

 

다시 출발하여 멀리 세동쪽을 바라보고..

 

 

이제 내려간다..

 

 

그늘이 좋은 이곳..더운 날 걷기에도 안성맞춤..

 

 

산속 깊은 곳에 물레가 돈다..방아를 찧지 못하니 인연 맺기도 어렵겠지..

 

 

보리밭 넘어 산천이 모두 푸르고..

 

 

영산홍은 5월을 더욱 뜨겁게 달구네..

 

 

거북이 지난 세월의 부질없는 부귀영화를 울러메고 먼산 바라보는데..

 

 

우리는 초록 세상 속으로 일보 일보 들어간다

 

 

세동 마을에 도착..둥구나무가 일산을 펼친듯..

 

 

고향을 추억하는 시인의 시에 눈도장을 박고..

 

 

 

 

 

 

 

 

벽화 속 이쁜 꽃들의 향기에 취하여 마을 길을 지난다..

 

 

새로 뚫린 국도 1호선 다리를 통과하고...

 

 

서낭당 입구가 나오고..

신도안을 도읍으로 정할려던 그시절 동문예정지였다는 그곳..동문다리도 지나고..

 

 

 

길은 더욱 호젓해지고..

 

 

아들을 낳게해준다 아들바위에 이른다..

 

 

단, 저 바위틈에 돌을 단번에 넣으면..

 

 

그 앞 개울에 잠시 발을 담그고..시원함을 즐긴다..

 

 

계룡시 남선리로 내려가는 길은 옛길이라지만 지금은 왕래가 없어 사라져가는 길.. 

 

 

길도 사람이 다니지 읺으면 죽고 마는 것..

이런 뜸한 발걸음에 되살아 날 수 잇을까?

 

 

오늘 성북동 -산림욕장-세동-동문다리-남선교회 12km를 걸었다...

 

 

남선교회 주차장 옆으로 나와..

 

 

교회 주차장 그늘 좋은 곳에 앉아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잠시후 막걸리 3병이 추가 도착하니 이젠 제대로 취기가 오른다...

 

누가 한마디 하는데..

남편은 집에 두면 근심덩어리,

데리고 나가면 짐덩어리,

마주 앉으면 웬수덩어리,

혼자 내보내면 사고덩어리,

며느리에게 맡기면 구박덩어리...라나..

 

 

오늘 사고덩어리 노릇않하고 즐겁게 걸었다..

잔디에 누워 하늘을 보니 이팝꽃 이파리가 하늘 속에 하늘 거리네..

 

 

돌아 오는 길에 내 얼굴 같이 불콰이한 철쭉을 만나 5월의 진한 정을 나눈다..

5월은 푸르고도 붉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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