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금산에 가려고 하였는데, 늦게 출발하여 고속도로 ic에 도착하니 연휴차량이 밀리고, 고속도로도 몇km 지체란다..

오후에 비도 온다는데, 고생할 것없이 입구에서 회차하여 생각난대로 간 곳은 세천 계곡이다..

하긴 금년에 코로나 핑계로 처음온다..

이 계곡에 마음이 있다면, 삐져서 말도 안할 것같다..

 

이곳을 코시국에 꺼리는 이유는 입구가 아래 사진처럼 좁은 외길이다..

오고 가는 사람이 어깨를 부딪히며 다녀야 하는 곳이라 그동안 언텍트 걷기코스를 찾아 다녔던 것이다..

 

요며칠 비가 많이 와서 계곡다운 모습을 보여주니,

계곡도 나도 서로 체면이 서고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계곡물 소리 높은 곳에 댕댕이 소리도 높더라..

올라가는 길에 만난 댕댕이 

가까이 다가오길래 오지마라 했더니 마구 짖어댄다..

빗방울이 떨어져 중도에 회군하는데, 멀리서 나를 보고 또 짖어댄다..

그넘 눈썰미가 좋구나..

하산 도중 댕댕이 팀이 우리를 추월하는데, 이 댕댕이가 나를 보고 또 짖는다..

허허, 요 댕댕이 한테 내가 호구 잡혔나 보다..ㅎ

혼자소리를 주인장이 들었나 보다..

뒤를 돌아보며 한마디 한다..

"개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신경이 날카로워집니다.. 눈길만 안마주치면 괜찮아요.."

"개가 사람 눈치봐야지 사람이 개 눈치보나요..개가 다가오는데 어찌 안봐요.."

그렇게 시작된 대화..

그는 1년차 애견인으로 강아쥐와의 교감에 심취햇다..

호르몬 성령이 내리사 한 3년은 폭풍칭찬과 자랑에 푹 빠져 지내리라..

3년전 내 모습이 오버랩된다..

반련견이 아니지만 반려가수에 심취하여 지낸 세월..

만나는 사람마다 자랑하고 설파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삐딱한 시선과 딱하다는 표정들..ㅎ

 

그는 동생에게 전도하여 입양한 강쥐로 인해 동생 부부사이가 더 좋아졌다고 자랑한다..

그리고 샵에서 강쥐 사서 키우지 말라고 당부한다..샵에선 강쥐가 일정기간 안팔리면 안락사 시킨단다..

그래서 강쥐 이름을 물어봤다..

주주..집안 돌림자 넣어 지었단다..

어허 개가 아니라 가족이네..ㅎ

하긴, 어떤 사람은 개라고 하니 화를 내더라..

우리 애기를 개라고 한다고..ㅎㅎ

다행히, 이 주인장은 그런 타박은 안한다..ㅎㅎ

좋은 주인을 만난 개들은 극락에 산다고 본다..

이런 개팔자가 상팔자다..ㅎ

 



더운 날이다..

무리를 피하는 와중에 생각난 곳은 대전 세천계곡..



몇년만에 가는데 바뀐 부분이 잇다..

초입에 설치된 무장애 산책로..





그늘이 좋은 이길을 휠체어 타고 일부 돌아볼수 있게 만들었다..

더운날 집이 좋다는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들..물론 에어컨 때문이겠지..

그러나, 세상물정을 모르는 소견이다..전기세 때문에 에어컨없이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는 소치이다..

마치 빵이 없으면 케익을 먹으라고 했다는 말이나 비슷하다..



물에 잠긴 나무들..그 사이로 불쑥 악어가 튀어나올듯 어수선하다..

그때 눈을 사로잡은 백로..

이순간만은 그 자태가 고니, 백조, 학 보다도 아름답다..




개울을 건너 오랜만에 장고개로 간다..

만일 백제 시절 탄현 부근의 오솔길이 있엇다면 제일 유력한 곳이다..




충주의 신라길 하늘재와 견주어도 좋을 것이다..



호젓한 곳에 더구나 절묘한 물가가 빈자리다..

동행은 하산길에 담그자는데, 반대하고 즉시 자리를 잡았다..

이런 기회는 이런 무더위에는 한번 뿐이다..

보는 즉시 차지해야 한다..

음악을 틀어놓고 열기를 잡는다..

누구 노래냐구??

머..요즘 잘나가는 송가인의 트로트 공장 출하곡..




장고개에서 옥천 이백리 너머가는 길을 잠시 탐사하고 돌아선다...

빈속에 시원한 냉면이 그리워서..



 

 

계곡 걷기..대전 세천계곡이다..

입구 습지원에 연꽃이 반겨준다..

언제보아도 반가운 꽃..

수렁 속에서도 곱게 피어나 진한 향으로 벌 나비에게 공양한다..

 

 

 

고단한 우리 삶도 그렇게 꽃 피우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더라도 자연이 부여한 음양지락(陰陽之樂)이야 어찌 버리랴..

 

 

 

 

 

나무새 날아 오르는 날

날아라! 마음이여..황금의 날개를 달고..

 

 

 

지친 날개를 쉬고 싶을 때까지 날아라..마음이여..

불안한 것..괴로운 것..미운 것 들은 모두 떨어뜨리고..

 

 

 

다 비우고 들여다 보면 무엇이 보일까?

 

 

설핏 서늘 한 바람 속에 가을의 전령이 편지를 들고 서있다..

 

 

 

뒤따라 오던 여자들 이야기가 귀에 들어왔다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한지 몰라..매일 마음이 불안해"

 

문득 내 마음이 이렇게 말한다..

"너도 불안하냐? 나도 불안하다.."

사람들은 왜 불안한 것인가?

오늘 걷기의 화두로 삼고 간다..

 

 

 

계곡은 다시 말라가고...모기떼만 극성이다..

 

 

 

 

능선에 서서 멀리 서대산을 바라본다..

날아간 마음은 부질없이 구름 속에 흩어졌다..

 

 

 

깨닭음은 앎에 대한 집착을 모두 내려놓을 때 다가 오듯이

삶 역시 죽음의 행로와 맞닿아 있음을 인식할 때 그 속박에서 벗어나게 되리라..(이탁오, 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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