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정경(夏日情景)

 

 

하늘은 구름 사이로 반쯤 열리고

강물엔 구름이 절반  잠겨있다

 

왜가리는 빈하늘을 찾아 높이 높이 오르고

잠자리는 구름을 헤집고 낮게 낮게 나르네..

 

 

(2009. 8.16.)

 

 

 

개망초

 

 

그 이름이 궁금했었지..

어릴적 담배풀..계란꽃..매움..되는대로 부르던 꽃..

그해 그 이름을 알고 그 정체를 알고

놀랐다..

 

아무도 원치 않은 존재가

아무도 원치 않는 시기에

아무도 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조선천지에 피어나

망국초라 불렸다던가..

 

6월이 되면

아무도 원하지 않아도 다시 피어나

강가의 잡초를 석권한다..

그 끈질긴 생명력으로 대한의 꽃이 되었다..

 

생명은 함부로 버리는 것이 아니기에

함부로 죽이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살거라..죽을 각오로 살거라..

나의 생명력을 본받아라..

 

이꽃은 그렇게 강변에서 선지자처럼 외친다..

(2009. 6. 13.)

 

 

 

 

청보리밭에서 단소를 불다

 

 


야밤에
청보리밭에서 단소를 분다

 

달은 구름속에 반쯤 비껴 누웠고
강물은 검은 수풀 속에서 소리 높여 따라 부른다

 

"부귀도 영화도 구름인양 간 곳 없고
어이타 녹수는 청산에 홀로 우는가"

 

돌이켜보면 지나온 반백이 마치 닷새의 파티인양 찰라간인데
앞으로 며칠의 꿈에서 깨어나면 마지막 커튼을 내리게 될런지

 

야밤에
청보리 밭에서 단소를 분다.

 

"이 강을 건너도 내 쉴 곳은 아니요
저산을 넘어도 머물 곳은 없어라"

 

(2009. 6. 3.)

 

 

 

 

안개는 벚꽃처럼

 

 

당삼채같은 노을 기대하고 나가건만

산수화같은 안개가 기다린다.

 

천도무친(天道無親)이라햇는데

요즘은 어찌 안개만 사랑하시는지..

 

서운타 되돌아오다

문득 고개 돌려보니

 

움트는 벚나무 위로

안개가 벚꽃 처럼

만개하였네..

 

 

(2009.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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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을 기다리며

 

 

 

나날이 뜨는 아침마다 노을 질 수 없고


다달이 지는 저녁마다 빛깔 고울 수 없다.

 

우수의 구름 비껴난 빈 공간 속에


노을이 아롱지고 무심히 빛나리니.

 

 

 

(2009.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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寒 風 滿 江

 


둥근 달은 하늘도 밝히지 못하고
여명도 산등성이 더듬어 찾는다.

 

백로 울음소리 어둠을 뚫지 못하고
살가시 내린 눈 땅도 감싸지 못하네.


강물이 차갑다 잉어도 뒤척이는 이 새벽,

그저 추운 바람만 강가에 가득하다.. 

 

 

(2009.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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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새

 

 

자귀나무가 만개하였습니다..

그 틈에 행복한 새 한마리가 잇습니다..

 

저 새는 자귀꽃 피기 전에도 행복했습니다..

 

원래 쇠붙이 였을 때는 피도 눈물도 없었는데..

공원의 새로 탄생되었을 때 행복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말랑하고 뜨거운 심장을 가졋는데도

 마음은 쇠보다 강하고 차가울 때가 잇습니다..

 

우리는 언제 행복의 상징이 될까요?

 

 

(2008. 6. 28.)


 

 

 

 

관수정에 올라

 

 

 

관수정에 올라 녹상봉 바라보니


푸른 코끼리 무리지어 모였는듯


떨어지는 물  품은 수락호 넓기도 하지


고요할  제 대둔산 녹상제 띄워놓고 희롱하다


지칠 양이면 잔물결 불어 슬그머니 지운다네.

 

 

(2008.6.15.)

 

 

 

대둔산 수락계곡에 잇는 친구의 별장에 초대 받아 갔는데..

나에게 택호를 지어달라고 부탁하였다..

 

알았다고 하고 의자에 앉아 건너편 산을 보는데..

친구가 저 산이 무었 같은지 물었다..

글쎄..

코끼리 같지 않는가?

그런데 몇마리로 보이는가?

글쎄 2마리..

아니 7마리..

오호라~~

그 때 문득 택호가 떠올랐다..

푸른 코끼리가 보이는 집

 綠 象 齋..


글씨는 국선 작가 현강이 썼다..
벌써 2년전 얘기다..

 

 

 

금년에 정자를 짓고 이름을 수락정으로 하면 어떠냐고 물엇다..
한번 보고..


시간내어 들러 정자에 올라 흔들의자에 앉자 녹상봉을 바라보니..
호수위로 이름이 떠오른다..

 

물을 바라보는 정자..

觀 水 亭..

 

이왕이면 시 한수도 헌상하기로하고..

글씨는 현강의글씨를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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