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의 아침에

 

 

강가의 눈 반쯤 녹았고


강물도 산그림자 반쯤 보듬었네

 

어둠도 반쯤 남은 새벽


반백의 머리카락 날리며


강길을 걷다보니


살아온 날이 반백이라!

 

지난 날 돌아보지 않거니와


앞으로를 묻는다면


아침노을, 갈대소리 벗삼아


운무 데리고 동호(東湖)에 거닐겠노라!

 

 

 

(200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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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인연

 

 

소복 입고 앉아 떨고 있는 유채는 청상과부요
북풍에 흔들리며 선 갈대는 겉늙은 홀애비라!


아침 강은 흰 안개로 사방을 장식하고
게으른 노을 연신 불러 붉은 꽃술로 단장시키니
마치 정깊고 말많은 늙은 매파 같구나!

 


(2006.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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裸木의 강

 

 

 

잎파리 떨어지고 까치집 둥그러니

부채살같은 저 나무

 

바람 불면 가지 흔들리고
비 오면 그저 맞을 뿐,

 

제방 안 배수로 옆
쓸모와 필요라는 두눈 피한 곳에


강을 보며 우뚝 섰네.

 

 

(2006.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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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한권의 시집이 있으니


종이와 먹으로 된것이 아니다.


펼침에 한 글자도 없으나


항상 강 흐르고 꽃 피네. 

 

****


我有一券經
不因紙墨成
展開無一字
常放大光明

나에게 한권의 경전이 있으니
종이와 먹으로 된 것이 아니다.
펼침에 한글자도 없으나
항상 큰 광명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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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 구름

 

봉황산 위에 청룡구름 짙어도
갑천 수중엔 일월의 밝음 남았고


북풍이 불어와 한기 닥쳐도
남녁에 비치는 햇살 따스하니


들풀 날리고 인적 드물양이면
철새 가득 온 강을 채우네.

 


(2006.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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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를 붓을 삼아

 

 

안개를 붓을 삼아 천지간에 그림 한번 그려볼까?

 

먼곳은 진하게, 가까운 곳은 옅게, 여백은 넓게

한두번 휘두르니 만폭의 산수화.

 

이 그림 감상하면

눈으로 느끼는 것 적지만

머리로 많은 것을 보게 되니


유년엔 항상 신비롭게 바라보고

장년엔 매사 안개속이라 생각하지.

 

 

(2006.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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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소리, 윤복희 작)

 

 

 

갈대

 


강가에 나붓기는 저 갈대

 

비록 피부는 거칠고 몸은 조락하여
움직일 때마다 서걱거려도

푸른 옷 입은 시절의 순정 잃지 않고

태풍 속에 이리 저리 휘날리면서도
그 뿌리를 잊은 적 없네

 

세월의 풍상(風霜) 머리를 하얗게 물들였어도
헐벗은 시절 붉은 마음 버리지 않았지.

 

인적드문 강가
가을바람 석양에 흰머리 날리며 섰네.

 

(2006. 11.18.)

 

 

 

 

 

밝게 빈듯이

 

 

잠들지 않는 도시
새벽에도 용트림하며 인간사로 분주하다.

 

신령함이 깃들것 같지 않은 이 도시에도
어둠과 밝음이 교차하는 미명(未明)엔
잠시 신령한 기운이 감돈다.

 

우리의 앎이 미치는 곳 저너머에 신령함이 깃들기에
어떤 이는 놀라거나 무명생동(無明生動)하고
다른 이는 외경하여 한없는 경배를 보내고
누구는 오직 모를 뿐이라며 담담히 관조하지.

 

신령함은 모든 것을 완성시키는 최후의 점정(點睛),
신령함을 느끼는 그 자리에 밝게 빈듯이 깃든다네. 

 

   

(2006.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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