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똥지게는 내가 남보다 가장 잘 할수 있는 유일한 도구다"

 

“스무 해 넘게 지게를 져왔으문 감히 도인이라 해도 되지 않겠노, 하하. 찾아오는 신도와 마을 사람들이 내가 지게를 지고 다니며 농사를 짓는다고 ‘지게도인’으로 불러준 지는 오래 됩니다."

그래서 즐겨쓰는 호는 ‘지게도인’이다.


그의 거처 이름은 풍외암. “일본 에도시대를 살았던 선승 중에 풍외(風外)선사라고 있어요. 홀로 바위굴에 살며 선화를 그리면서 선에 정진했던 인물이지요.”
그 스님의 생애를 흠모해서 풍외암이다.

‘風外庵’ 현판 글씨는 경기도 남양주에서 ‘지곡서당’을 일구었던 한학자 청명(靑溟) 임창순 선생이 써 주셨다.

 

그가 추구하는 세상..생명불식(生命不息).. ‘살아있는 것은 쉬지 않는다’..

 생명자의 끊임없는 추구를 말한다..

 

‘불백로장 지백지단’(不怕路長 只怕志短)

길이 먼 것은 두렵지 않으나 다만 내 뜻이 모자란 것이 두려울 따름이다.. 그런 마음으로 쉬지 않는다.


‘갈즉팽다(渴則烹茶) 곤즉오수(困則午睡) 주즉운전(晝則耘田) 야즉정좌(夜則靜坐)’는 방 벽에 붙여둔 글귀.
“저것이 참 낭만적인 글이요. 목마를 적에는 차를 끓여 마시고 피곤할 적에는 낮잠을 자고,

낮에는 밭에서 김을 매고 밤에는 고요히 앉아 있는다."

 

지게도인의 솜씨를 감상해보자..

 

 

이 세상에 태어나 만수유(滿手有)하였으니 공수거(空手去)하리라(손에 가득 쥐어봤으니 비우고 떠나리라)"

 

'돈 버는 것은 천사같이 못했어도 돈을 쓰는 데는 천사처럼 하겠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5/11/2012051100183.html?news_topR

우리를 믿고 돈을 내면 복을 받거나 내세에 좋은 일이 있을 거란 얘기도 하지 않는다.

 나무가 세상 사람들을 기쁘게 하려고 꽃을 피우는 게 아니듯,

‘내가 좋아 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것’(自利利他)을 추구한다.

“봉사한다고 복받는다는 얘기 안 해. 당장 내가 어떡해야 행복할까를 생각하는 거지.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5042155325&code=9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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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불류(水平不流)'라는 말을 떠올렸다. 물도 평평한 곳을 흐를 때는 소리를 내지 않는 법이다.

 

사람 역시 공평함 앞에선 뒷말이 없기 마련이다. 이를 '인평불어(人平不語)'라고 하셨다.

 

......

 

절학무위한도인(絶學無爲閑道人)

부제망상불구진(不除妄想不求眞)

더 배울 것도 없고 더 해야 할 일도 없는 한가한 사람은

쓸데없다고 버리지도 않지만 필요하다고 구하지도 않는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3/15/2012031502662.html

敦盛' (아츠모리)

 

생각해보면 이 세상은 영원히 살 집이 아니로다

풀잎에 내린 흰 이슬, 물에 비치는 달 보다 허무하네.

황금 계곡에서 꽃을 노래하던 영화도 먼저 무상(無常)의 바람에 흩날리고

남쪽 망루의 달을 보며 노닐던 이들도 달보다 먼저 유위(有爲)의 구름에 가려지나니

 

인간 오십년

하천(下天)에 비하면 몽환과 같구나.

한 번 태어나 죽지 않을자 그 누구인가

 

 

思へばこの世は常の住み家にあらず。
草葉に置く白露、水に宿る月よりなほあやし。
金谷に花を詠じ、榮華は先つて無常の風に誘はるる。 
南?の月を弄ぶ輩も月に先つて有?の雲にかくれり。 
人間五十年、下天のうちを比ぶれば夢幻の如くなり。 
一度生を享け、滅せぬもののあるべきか。  

 

***

일본 전국시대 패자 오다 노부나가가 즐겨 부르던 행악무의 한귀절..

목숨을 초개같이 여겨야하는 사무라이들의 심중은

목숨을 바쳐 도를 깨치려는 선사의 기상과 닮았는가...

 

 

 

일본 고슈 엔젠 에린지(惠林寺)

 

이절은 전국시대 가히, 시나노의 영주 다케다 신겐의 위패를 안치한 절..

오다 노부나가에 의해 신겐의 아들 가츠요리가 토벌되면서 이절의 주지 가이센도 불에 타 숨졌다..

가이센이 그때 남긴 말이 주련에 붙었다..

 

멸각심두화자량(滅却心頭火自凉)

마음 번뇌 없어지면 불 속도 서늘하다...

 

위 시의 원전은 중국 선시..

 

三伏閉門披一衲   삼복 무더위에 문 걸어 닫고 기운 옷 한 벌

兼無松竹蔭房廊   방 뜰엔 송죽 그 림자 하나 없다지만

安禪不必須山水   하필이면 편안하고 시원해야 참선일까

滅得心中火自凉   마음 번뇌 없어지면 불 속도 서늘한 것을.

 

두순학이 여름 어느 날 오공(悟空) 선사의 거처를 찾았다가, 선사가 참선하는 모습을 보고 읊은 시이다.

오공 선사는 찌는 듯한 삼복 무더위에 문을 꼭 걸어 닫고 누더기 승복을 걸친 채 참선하고 있다.

밖에는 소나무와 대나무도 자라지 않아 뜰에는 한 점 그늘도 없다.

하지만 참선이라고 해서 꼭 시원하고 편안한 곳에서 해야만 제 맛이겠는가.

아무리 무더운 곳에 있어도 마음의 번뇌만 없애면 저절로 시원하고 서늘해지니, 편안하고 자유자재한 삶이 마음 밖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두순학이 "마음 번뇌만 없애면 불 속에 있어도 저절로 서늘해진다"고 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진정한 깨달음의 경지를 읊은 시로, '멸득심중화자량'을 간단히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멸각심두화자량(滅却心頭火自凉), 멸득심두화자량(滅得心頭火自凉), 멸각심두화역량(滅却心頭火亦凉)도 같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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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감사하는 법을 배울 때까지 네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것이다.

 

 

사과나무 한 그루가 내게 말했다.

오랜 세월 지나가도 그 목소리는

내 귀에 깊이 남아 자주 생각난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

땅은 내게 많은 것을 그냥 주었다.

봄에는 젊고 싱싱하게 힘을 주었고

여름에는 엄청난 꽃과 향기의 춤,밤낮없는 환상의 축제를 즐겼다.

이제 가지에 달린 열매를 너에게 준다.

남에게 줄 수 있는 이 기쁨도 그냥 받은 것,

땅에서, 하늘에서, 주위의 모두에게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

 

(마종기의 ‘과수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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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인영상취옥적(石人嶺上吹玉笛)

        목녀계변역작무(木女溪邊亦作舞)
        백화쟁발위수개(百花爭發爲誰開)
        자고제처백화향(鷓鴣啼處百花香)

        돌 사람은 산마루에서 옥피리를 불고
        나무 여자 역시 시냇가에서 춤을 춘다.
        백 가지 꽃들이 다투어 피는 것은 누구를 위함인가?
        자고새 우는 곳에 온갖 꽃 향기가 가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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