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가인...그녀가 모교에서 상을 받는다..

20대 후배들 앞에서 축하공연을 하면서 '한많은 대동강'을 부른다..

그러면서 한마디 "조금 낯선 곡'이지만 잘 들어 달라고 한다..


전통트롯은 20대에게 낯선 곡이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노래 처럼..


원래 부자지간, 모녀지간은 갈등 구조가 많다..

부모와 다르게, 독립하고자 하는 욕망이 성장이니까..

하지만, 손자와 할아버지는 서로 친해지기 쉬운 관계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기대보다는 사랑을 더 주기 때문이다..

그런 기대감없는 사랑에 손자는 할아버지의 기호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가끔 젊은 이들의 유행에 할아버지 시대의 유행이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머리에 포마드바르고 동그란 안경쓰는 이광수, 김동인의 패션이 돌아오기도 하고, 바지단을 접는 60년대 패션이 돌아오기도 한다..


지금 20대들은 한많은 대동강 가사에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철조망이 가로 막혀", "썼다가 찢어버린" ..

이메일, 문자쓰는 시대에 썼다가 찢어버린 편지의 정서를 공감할리 없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냄새, 향수는 느낄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신곡은 뉴트롯이 될 수 밖에 없다..

뉴트롯은 뉴트로 트롯이다..

복고(Retro)를 새롭게(New) 만드는 노래...

즉 전통 트롯의 분위기에 새로운 정서를 담는다..


그러면 젊은이의 관심을 끌고, 실버세대의 정서를 장악하는 대박곡이 될 수있다..

그리고 뉴트롯의 아이콘으로 한획을 긋는다..





뽕따러 가세 11회 춘천편..

부모님이 죽는 꿈을 꾸는 11살의 뇌성마비 소녀..

그녀를 위해, 그녀의 어머니를 위해 노래를 부른다..

이 열린 노래방은 고음으로 자신의 실력을 뽐내는 자리가 아니다..

노래로 위로하는 자리다..

그동안 우리는 노래로 경쟁하거나 고음을 뽐내는 기능에 빠져 지내다가 노래로 위로받고 눈물흘리는 포맷을 만나면 항상 당황한다..

사실, 이것이 본래 노래의 기능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잊고 있었다..


네가 만약 괴로울때면 내가 위로해줄께
네가 만약 서러울때면 내가 눈물이 되리
어두운 밤 험한 길 걸을때 내가 내가 내가 너의 등불이 되리


90대, 60대, 30대 3대 고부가 등장한다..

일찍 돌아간 남편, 자식의 18번 노래에 눈물짓는다..

삶이란 헤어짐이 내장된 프로그램...

그리움이 있는 한 죽은 자는 영원히 산다..


다시 만날 그날까지

아아 소식을 물어본다..한많은 ~~~


노래의 본래의 기능을 되찾아준 그녀를 응원한다..



2019 임방울국악제 결선에서 판소리 '심청가' 중 '곽씨 부인의 유언'을 불러 대상를 받은 정혜빈(35)..

그녀의 진짜 꿈은 "득음(得音)의 경지에 올라서 판소리는 판소리답게, 가요는 가요답게, 팝송은 팝송답게 부를 줄 아는 가수가 되는 것"이라 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송가인처럼"



그녀가 불후의 명곡에서 고향역을 부른다..

문득 시간이 70년대로 돌아간다..

대학시절..

막걸리에 젓가락 두드리며 부르던 노래들이 밀려온다..

찔레꽃

누가 울어

그녀가 불렀던 그 노래들이 다 내 애창곡이다.

그녀의 노래 고르는 안목이 나와 같은 것이 아닐까?

그 시절엔 막걸리 장단에 노래하면서

당장은 고생스럽지만 미래의 희망을 꿈꾸었는데

지금은 와인마시고 노래방 가서 소리 지르면서도

내년에는 더 어려워질까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나마 그녀의 노래로 위로받으며 지낸다..





뽕따러가세 9회에서는 "송생송사"하는 98세 할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송생송사??

그녀가 출연하는 방송채널을 적어놓고 밤낮으로 방송보는 재미로 산다고 한다..


10회 관련 기사에 그녀를 "흥신흥왕"이라고 표현한 기사가 잇었다..

흥신흥왕???

흥이 많고, 주변을 신나게 만드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란다..

하긴 그녀는 한도, 흥도 넘쳐난다..

그러니 혼자 노래하면서도 사연많은 팬들을 감동시킨다..

힘든 인생에 누군가의 노래로 잠시 즐거움을 느끼고 위로를 받는다면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앞에서 송가인이 부르는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 이별가의 뿌리가 동편제 계열의 김세종제 춘향가를 배워 송계 정응민이 소화시킨 보성소리제라고 밝혔다..


그런데, 동편제, 서편제는 왜 생겨났는지 궁금해졌다..

프랑스와인도 보르도산, 브르고뉴산으로 대별되고, 커피도 아라비카 종과 로브스타 종으로 대별되듯이, 판소리의 유파를 알아보려고 한다..

판소리는 국가 무형문화재이고 유네스코 선정 무형문화걸작으로 선정된 귀중한 문화자산이다.


판소리는 숙종 연간부터 형태를 갖추고 시작되어 12마당이 불러졌다.

판소리 역사에서 최초의 스타는 남원시 운봉면 출신의 송흥록(1801- 1863)이다.



그의 아버지가 명창 권삼득의 고수였기에 12살때부터 판소리를 공부했다..
송가인도 중학교 무렵부터 박금희 명창으로부터 판소리를 배웠으니, 뭐든 조기교육이 영재를 만든다.


그는 철종 10년에 당시 안동 김씨 세도가 김병기의 초청을 받고 상경하여 히트를 치고, 정삼품 통정대부의 벼슬을 받았다..
그의 소리를 이어받은 집안사람 동생 송광록, 조카 송우룡 등에 의해 그의 창법이 크게
퍼져나간다..


한편, 동리 신재효(1812년 ~ 1884년)라는 귀재가 등장한다..
고창 사람인 그는 판소리 12마당 중 잘 전승되어 오던 판소리 6마당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그가 선배격인 송흥록을 판소리계의 독보건곤으로 칭하였으니,

송흥록의 창법이 신재효가 판소리 체계를 정리할 때 많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는 대원군 집권 시절 1868년 경복궁 낙성 축하연에서 중요 순서를 맡고, 여제자인 진채선이 소리
하도록 하였다..
이들의 이야기가 영화 도리화가이다..




그는 대원군의 애호를 받아 크게 두각을 나타내었다..

그의 제자로는 진채선, 김세종,전춘풍 등이 있다,
그 중 김세종제의 춘향가가 지금까지 주류로 이어져 송가인이 부르고 있는 것이다..


대원군 시절 또하나의 스타가 나오는데, 강산 박유전(1835년~1906년)이다..

그는 계면조의 맑고도 높으며, 아름답고도 슬픈 기운을 띤 소리를 잘했다..
그의 소리 스타일은 기존의 송흥록이 부르는 활달하고 우렁찬 스타일과도 달라 서편제가 등장하는
계기가 된다..
그의 소리는 섬진강 서쪽에서 보성,광주, 나주 등지에서 애호되어 서편제라고 불리게 되고,

기존의 송흥록 계열의 소리는 섬진강 동쪽 남원, 구례, 순창 등지에서 불린다 하여 동편제라고 불렸다..
그러니 동편제는 기존의 창법이고, 서편제는 신 창법인 셈이다.
서편제의 특징은 성색이 부드러우며 구성지고 애절한 느낌을 주는데

당시 점점 몰락해가는 나라의 분위기와 백성의 힘든 처지를 위로하는 창법이었기에 대중의 애호를 받지 않았을까 싶다..
한편, 충청, 경기에서 불리는 창법은 중고제라고 하였다


현 춘향가의 원조인 김세종은 송우룡 등과 같은 시대에 활동하였으며, 동편제로 분류되나,

송흥록 계통과는 달라서 별도의 계보로 치기도 한다.
그는 신재효에게 지침을 받으며 신재효의 사랑에서 소리 사범 노릇을 했다고 한다.

김세종은 춘향가를 특히 잘하였으며, 그의 춘향가는 김찬업을 거쳐 송계 정응민을 통하여 보성 소리로 이어

현재 가장 활발하게 불려지는 소리가 되었다.




정응민(1894 - 1961)은 박유전의 제자였던 백부 정재근으로 부터 서편제 수궁가, 심청가, 적벽가를,

명창 김찬업으로 부터 동편제 김세종제 춘향가를 배운뒤 중고제를 가미하여 자신만의 보성소리를 완성시켰다..
그러나 그는 흥보가는 재담이라고 생각하여 배우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보성소리제는 홍보가를 제외한 판소리 4마당을 전수한다..


그는 판소리 교육가로서 아들 정권진을 명창으로 키웟고, 지금은 손자 정회석로 이어진다..

또한 명창 조상현, 성창순, 성우향 등 제자들을 키워 판소리계의 중추를 형성하고 있다..

성우향의 춘향가를 배운 박금희의 제자가 송가인, 서진실이고,

역시 성우향의 춘향가를 전수한 안애란의 제자가 조유아이다..


일제시대 판소리계에 또하나의 걸출한 스타가 나타난다..
임방울(1904-1961)이다.

그는 광주 출신으로 서편제의 명창인데, 1928년 상경하여 타고난 목소리와 구슬픈 계면조 가락으로

쑥대머리를 불러 공전의 히트를 친다..
그당시 레고드판 100만부를 판매하였다고 한다..
https://youtu.be/wGJSZhXYp1g

그러나 일제시대 말기와 해방후의 혼란 속에서 제대로 대접도 받지 못하고 쓸쓸히 사라져 갓다..


또 임방울과 동시대인으로 동초 김연수(1907-1974)가 있다..

그는 명창 유성준으로부터 수궁가를 배우고, 상경하여 송만갑에게서 흥보가와 심청가를, 정정열로부터 적벽가, 춘향가를 배웠다.
또 송계 정응민에게 심청가를 배우는 등 판소리 5마당을 모두 배웠다..

그는 한학과 신학문을 모두 익혔기에 소리공부를 끈기있게 체계적으로 진행하여

창극 판소리 스타일의 동초제 판소리 5마당을 정리하여 후진을 양성하였고,

대 국립창극단 단장을 지내고 인간문화재까지 되었다..


현재 판소리계는 동초제 계열과 보성소리계열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참고자료> https://www.yna.co.kr/view/AKR20071029194200005

                    http://ggdo.com/zxe/kimyeonsoo/460259


하지만,  이제는 서편제, 동편제의 분류는 무의미 한 것 같다..

명창들이 한 유파에 구애받지않고  각 판소리의 대가에게 사사받아 그 장점을 취하여 자신의 소리를 만들어 갔기 때문이다.

그 시초가 송만갑이다..

집안의 전통인 송흥록의 동편제 창법을 배웠음에도  명창 정창업에게 서편제 창법을 배워 자신의 소리를 만들어가자

부친인 송우룡이 집안에서 쫓아냈다는 일화가 대표적이다.

송계 정응민도 백부로부터 서편제(강산제)를 배웟지만, 춘향가는 동편제 계열인 김세종제를 배워 자신만의 보성소리제를 구축하였다.


결론적으로 송가인은 정통 판소리를 15년간 배우고, 그 공력으로 정통트롯을 소화하여 부르니  

그녀가 발산하는 "한과 흥"은  뿌리 깊은 소리에서 나오는 것이라 하겠다..




 

 

추석연휴를 보성에서 낮에는 보성득음길을 걸어 판소리 성지, 득음정, 득음폭포를 걷고, 밤엔 송가인이 출연하는 방송을 보면서 지냈다
특히 차밭 위로 휘영청 보름달을 보며 그녀의 영암아리랑을 들으니 "심연에서 두레박으로 길어 올린 물맛"처럼 시원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다 문득 그녀가 앵콜송으로 부르는 15년 내공의 판소리 춘향가의 뿌리가 어디인가 궁금해졋다..

그녀는 남도민요는 첫스승인 강송대 명창으로부터 배우고, 판소리는 목포의 박금희 명창으로부터 배웠다
박금희 명창는 김상용 명창으로부터 춘향가를 배웠다..
김상용 명창은 보성소리의 중시조 송계 정응민으로부터 춘향가를 배웠다..
송계 정응민은 원래 백부인 정재근으로부터 서편제의 원류인 강산제 심청가,수궁가, 적벽가를 배웠다.
그리고 명창 김찬업으로 부터 동편제 계열의 김세종제 춘향가를 배웟다..
이런 4마당 판소리로 그는 보성소리제의 스승이 되었다.

이 춘향가를 김상용 명창이 배웟고, 박금희 명창에게 전수하였고, 송가인과 서진실이 배웠다..
한편 조유아는 안애란 명창에게 춘향가를 배웠는데, 안애란 명창은 정응민의 제자인 성우향 명창으로부터 춘향가를 배운 제자다..

따라서 송가인, 서진실, 조유아가 부르는 춘향가는 동편제 계열의 김세종제 춘향가를 정응민 명창이 소화시킨 보성소리제(강산제)다..
(써놓고 보니 복잡하다)

뭐 고민할 것있나? 직접 확인하면되지.

 

송가인 사랑가 https://youtu.be/qsm0q4PO16Y 

송가인 이별가 https://youtu.be/RzeuljdAOpc 

서진실 이별가 https://youtu.be/sxe-InP9yHc 

조유아 쑥대머리 https://youtu.be/UbVtLVOZZ8g 

할머니뻘 스승 성우향 사랑가 https://youtu.be/TB4Wcikf3CE 

 

 



추석연휴, 낮엔 보성의 차밭을 걷고, 달 뜨는 밤엔 그녀를 보며 지냈다.

그 중에서도 불후의 명곡 "영암아리랑'은 감동이었다.

그녀가 미스트롯에서 처음 부르던 "'한많은 대동강"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아알이 뜨으은다"

그 한소절이 주는 느낌은

심연에서 두레박으로 길어올린 시원한 물을 마시는 기분이랄까?

그녀의 오빠와 바라지의 협연으로 만끽한 흥과 신명..

그녀의 노래의 상징 "한과 흥"이 제대로 표현된 그야말로 불후의 명곡이 되었다..

방송 자막이 그대로 결론이다..

"잊히지 않을 무대, 멈추지 않을 대세"



**

방송이 끝나고, 밖으로 나와 보성 차밭 위에 뜬 휘영청 밝은 달을 바라보며 다시 "영암아리랑"을 듣는다..

"다아알이 뜨으은다"

내 스마트폰 "달빛걷기"폴더의 수록곡

"베토벤의 월광, 드비시와 벨리니의 달빛, 오드리의 문리버, 클레이더만의 문탱고" 보다

맨 앞에 그녀의 영암아리랑을 올려야겠다.


https://tv.naver.com/v/9857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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