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조치원 복사꽃을 보려고 아침 일찍 나선 길이었다.
그동안 도시화로 제대로 된 도원 경관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인데, 누가 도원 성당 뒷편이 지난주 멋지다 해서
급한 마음에 달려갔는데..ㅜ.
복사꽃, 배꽃은 다 떨어지고 없었다..
조치원 복사꽃 보려면 4월 2주에 와야한다는 사실..
어쨋거나, 무심히 오봉산을 걷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차를 오봉산 주차장에 대면, 강화 최씨 숭모단과 마주친다..
강화 최씨의 시조를 모신 곳이다..
코메디언 최양락이 이 집안 후손이다..
입구엔 산철쭉이 만개를 위한 워밍업에 들어갔다.
어디선가 딱 딱 나무 쪼는 소리가 들려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구멍 속에서 꼬랑지만 규칙적으로 흔들린다..
잠시후 고개를 내밀고 나오는 녀석..
크낙샌가? 딱다구린가??
임도 사거리가 나온다.
나중에 고복저수지를 거쳐 이 곳으로 올라올 예정이다.
화려한 산철쭉과 달리 은은한 참철쭉을 만났다.
철쭉..
한자어 척촉(제자리 걸음)에서 유래한다..꽃에 독성이 잇어 양이 이 꽃앞에서 머뭇거린다하여 척촉이라 하다가 철쭉으로 발음이 변했단다..
선홍색 철쭉과 구별하기 위한 용어가 참철쭉이다.
전에 가부장 시절에는 할아버지, 외할아버지라고 불렀는데, 요즘 처가중시 집안에서는 할아버지, 친할아버지로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연달래..
진달래와 비교해서 부르는 토속말..이말을 더 자주 써야겠다.
개꽃..
먹을 수 있는 진달래는 참꽃, 못먹는 철쭉은 개꽃으로 불렀다..ㅎ
이 꽃은 근세 서양으로 반출되어 영국왕립원예학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경력이 있는 꽃이다.
이 꽃을 바라보노라면, 참 곱다, 참하다는 단어가 떠오른다..
어제 음성 사곡2리에서 스쳤던 인연이 오늘 오봉산에서 찐하게 이어진다.
전에 오봉산에서 보긴 했어도 이렇게 지천으로 피어날 줄은 몰랐다..
득템..
생각지도 못한 철쭉, 참철쭉, 연달래의 천국을 보게 될줄이야..
앞으로 4월 3주는 오봉산 걷기로 픽스한다..ㅎ
이런 이쁜 곳에 설화가 없을 수 없다.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이 명주(강릉)태수로 부임하여 가는 도중 수로부인이 절벽에 핀 철쭉을 보고 꺽어 달라고 했다.
이 때 한 사람이 용감하게 절벽을 올라 꽃을 꺽어 바치며 헌화가를 지어 불렀다고 한다.
자주빛 바윗가, 암소잡은 손 놓게 하셨으니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으신다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철쭉꽃의 전설..이런 노래를 누가 만들어 불렀으면 좋겠다.
송가인이 부르는 노래처럼..부드럽고 달콤하게..
오늘 오봉산에도 백만송이 연달래가 피엇다.
오봉산 정상에 올랐다.
참철쭉에 빠져 시간이 순삭이다..
정상 전망대에 새먹이통이 잇다.
새들이 연신 들락거린다..저넘들 배터지겟다..
전망대 북녁에 운주산이 언제 한번 오시요하고 초청한다.
하긴, 가본지 오래되엇다..
고복저수지로 가는 길에도 참철쭉이 이어진다.
황홀함에 젖어 젖어 구름에 달가듯이 발걸음이 이어진다..
표지판 제작자에게..
용암저수지 = 고복저수지 라고 알려주기 바라오..ㅎ
이런 아름다이 호젓한 길에는 그녀의 3집 신곡 연가(戀歌)가 딱이여~
그녀의 노래를 듣더니 연달래가 핫핑크로 바뀌었네..
기적인기라~~ ㅎㅎ
노래가 다할무렵 하산 길도 끝나간다..
카페 그대잇음에..옆으로 나온다..
한 여름에 오면 카페에서 눈꽃빙수라도 먹으면 좋겠다..
바로 고복저수지 데크길로 이어진다..
거기서 아침에 못본 복사꽃을 만났다..
이길은 벚나무가 많으니 벚꽃 필때와도 장관이겠다..
고복저수지..출세햇다.
왕년에 저수지 생기기전에 어머니와 걸어갔던 개천길..
이제 그길은 물속에 잠겼어라..
잠시서서 기도를 올린다..ㅎ
저수지를 지나면 차도를 따라 몇백미터 가야 불일선원으로 가는 길로 접어든다..
갈림길에서 1.5km가면 불일선원이다..
문제는 포장길에 땡볕이라는 거다..
아직은 4월 날씨라 견딜만 하다..
길가의 흰꽃..배꽃일까??
다음에게 물었더니 산사나무꽃 확률이 90%란다..
아가위라고도 하는데..
밤꽃향기가 남자의 거시기 냄새라면, 산사나무꽃 냄새는 여자의 거시기 냄새란다..ㅎㅎ
이 열매로 담근 술이 산사춘이라는 것 처음 알았다..ㅎ
불일선원에 가까워올 무렵 복사꽃이 마라톤의 승전을 알리러 온 병사처럼 지난주 화려하게 피어낫음을 증언하고 숨을 거두려 하고 있다..
그대 잘가라..
불일선원을 지나면 시원한 그늘 임도다..
정상이 아니라 하산 등산로와 만나는 지점 까지는 1km도 안된다..
좋은 벤취를 만나 자리펴고 그녀의 연가를 들으며 점심을 먹는다..
다 내려와서 솔숲 들마루에 누워 한숨 청해본다..
꽃과 노래 그리고 행복한 걷기..
<오늘 걷기> 오봉산 주차장 - 정상 - 고복저수지 - 조각공원- 불일선원 - 등산로 하산길 - 주차장 약 1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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