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천에 사는 것 3

 

 

갑천에 산다는 것은 활력를 얻는 일이다.

 

토끼풀보다 밀생하며
개미보다 부지런하고
벌보다도 조직적으로
개망초보다도 끈질지게

 

전 지구를 석권하고 모든 것을 독점하였고
온 우주의 찬사로도 모자랄 창의성을 가지있으면서

다른 생명체의 단 한마디 비난에도 변명하기 어려운 배타성을 가진 존재

생명의 질서까지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려고 애쓰는
천사같기도 하고 악마같기도 한 존재들이 사는 곳.


인간!
활화산같은 열정과 얼음같은 냉정을 콘트롤 할 수 있고
인정과 자비를 지니고 살수 있으며
사랑과 배신으로 날을 지새우면서도
새것과 이득을 위한 성취욕에 불탄다.

 

하지만 오늘은 갑천 둔치에서 모든 것 다 잊고 즐겁게 지낼 줄안다.
즐겁게 지낼줄 아는 인간만이 활력를 얻는 것을 알기에. 

 

(2006.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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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천에 사는 것 2

 


갑천에 산다는 것은 생명을 느끼는 일이다.

 

오리어미와 구남매 새끼들이 알콩달콩 살아가고

검은 해오라기는 어도 넘는 고기 지키는라 여념없고

백로는 운좋게 아침 마수거리를 잡았다고 희희낙낙인데

왜가리는  먼산 보듯 딴짓이다.

 

이래 저래 물 속 피래미만 죽을 상이고

정작 팔둑만한 잉어는 제 천하인양 지느러미를 내놓고 휘젓고 다닌다.

 

강가 다리 밑에 떼지어 앉아있는 비둘기는 비루먹은 행색이고

부근 철탑에 짖어대는 까치도 쌩뚱맞기는 마찬가질쎄!

지난 낮 열정의 춤을 즐기던 나비는 거미줄에 대롱거리고

풍뎅이는 풀잎뒤에 메달려 아침이슬을 피하고 있다.

 

갈대에 노니는 참새는 남의 시비거리도 되지도 않은데

오랜 만에 외출나온 달팽이만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는 중이다.

 

 

(2006.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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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천에 사는 것

 

 

갑천에 산다는 것은 환영받는 일이다.

 

강가 어귀에서 토끼풀이 행운의 미소를 짓네.

흰 토끼풀은 말할 것도 없고

희귀한 붉은 토끼풀도 언제 왔는지 고개를 내밀고

질경이는 쌍수를 들어 환영이다.

소리쟁이 큰 소리로 환영사를 외치면

연도에 늘어선 다닥냉이는 깃발을 수십개씩 휘두르고,

개망초는 화산화해(花山花海)를 이루며 열광한다.

어린 망초들은 앞자리 차지하려고 아우성이라

기치를 늘어세운 위풍당당한 개밀도

질서 잡느라 여간 고생이 아닐쎄.

 

어지러운 환대의 물결 속에서

요염한 모습의 노란 기생초는 물론이고,

수줍은듯 숨어 보는 파란 달개비나

연분홍 메꽃의 은근한 눈빛을 피하기 어렵네.

갈대야 먼발치로 눈인사만 보내도 옛친구처럼 믿음직하고,

호젓한 곳에서 꼬리치는 강아지풀은 귀엽기 그지없고,

키큰 이웃의 어깨위에 무등을 타고

고개를 내미는 한삼덩굴은 열성 팬이라 할까?

 

환대에 대한 답례로 제방 계단에 서서 단소 한곡조 부는데

강중 교각 왜가리는 짐짓 무심하더니

한소절 어긋나니 고개돌려 쳐다보네.

 

나도 갑천의 일부가 되어가는가?

 

(2006. 6. 30.)

 

 

 

 

개망초                                              다닥냉이

    

한삼덩굴                   붉은 토끼풀

달개비                                         기생초

 

강아지풀                                                              망초

 

메꽃                                                                             토끼풀

소리쟁이                                       개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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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와 강

 

밤새 비소리 그치지 않더니

돌보를 넘는 물소리가 월드컵의 함성같다.

 

강은

마르고 패이고 헐은 강바닥의 상처를 모두 감싸고

물색도 바꾸고 심중도 감춘채 도도히 흐른다.

 

강가의 갈대는 벌써 반쯤 쓰러져 탄식하고

둔치의 개망초는 느긋히 6월 왕좌등극을 즐기는데,

 

빗속의 백로떼 모래톱에서 쑥떡공론이고

제방밑 오리가족 종종 헤엄 이사가네.

 

장마의 시작, 시련과 도전, 풍성의 계절이다.

 

(2006.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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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명주(東方明珠)

 

 

붉고 밝은 구슬덩어리 雲海에 떠있네.


동방명주가 上海에 있다더니 헛말이 아니구나!


잘 익은 홍도인지, 비너스의 속살인지


청산은 숨죽이고 녹수는 탄식하며 흐르네.

 


  (2006.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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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와 강

 

 

우유 빛 커튼 사이로 빛살이 보이지 않아도

 

기세 오른 날파리들은 흑점처럼 선명하다.

 

콘크리트 제방에 흙 한점 보이지 않아도

 

틈새에 무성한 잡초에서 무한한 생명력을 느끼네.

 

신명난 나비에겐

 

고운 흙에 핀 꽃이든, 시멘트 뚫고 자란 꽃이든

 

그저 즐거울 뿐이네.

 

 

 

(2006.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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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강

 

아침 강바람에 열기가 묻어나고


더운 김에 흐려진 청산은 더욱 멀리 있네.


몇 개월째 깍지 않은 수염인양  강수풀 덥수룩하고


번뇌는 날파리처럼 아침부터 피어오른다.


아침 햇살 강렬히 반사하는 강물의 안광에서


쉼 없이 흐르며 강바닥을 닦아온 저력을 느끼네.


보고 듣는 것 밖에 진리가 없다면


청산은 우뚝하고 녹수는 흐른다.

 

(2006.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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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공신(無情空身)

 

 

환화공신(幻化空身) 이내 몸이 길가는데 


무정공신(無情空身) 단소가 동반자라네 


강길 가면 백로 동무삼아 강노래 부르고


산길 가면 소나무 벗삼아 산노래 부르네


아침엔 온기 생기 나누며 활기 얻고


저녁엔 속기 털고 빈몸(空身)으로 돌아오네.


(2006.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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