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 단풍 구경에 나섰다..

몇십년전에 갔을 때도 차와 사람에 치어 고생한 기억과 실제 단풍이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는 기억만 남아..

다시 추억을 업그레이드 하기로 했다..



버스가 정읍에 들어와 삼거리에 이르자, 누군가 좌측 구도로로 가라고 조언한다..

호수를 끼고 엉금 엉금 기어  4주차장에 하차...

다리건너 왼쪽 산길로 접어들면 서래봉, 불출봉 올라가는 등산로가 시작된다..



주차장 입구에서 셔틀버스 타려는 인파를 떠나도 호젓한 산길은 아니다..

각종 산악회 인원이 줄을 이어 오른다.. 



1.3km의 오르막길에서 몇번을 쉬며 숨을 고르는지 모른다..

뒤를 돌아보니 호수가 눈에 가득하다..

그러나, 쉼엄 쉬엄가도 오르막은 끝나기 마련이다..

임도 삼거리에서 우측 불출봉 길로 향한다..



불출봉으로 오르는 모습이 장관이다..



능선에서 뒤돌아보면 서래봉과 뭇능선이 즐비하고..



우측 아래로 원적계곡 끝자락 산속에 내장사가 내장되어있다..




좌측을 보면 내장호수 옆 4,5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



저리 많은 차가 가득찼는데도 저 아래 호수 길에는 엉금 엉금 기는 차량들이 줄을 이어 들어온다..

성묘차량이라도 저리 오겠는가?

단풍이 조상보다 위대하다..




내장산 능선에 서면 단풍은 안보여도 푸른 능선에 눈을 씻고 내려가면 단풍이 더 붉게 보일 거라는 속삭임이 들린다..




불출봉에서 북쪽을 보면 까치봉과 신선봉 등줄기가 억세게 보인다..

불출봉??

절벽아래 불출암 터 석굴 속에서 부처가 나왔다고 해서 불출(佛出)봉이다..



불출봉에서 바로 내려서서 불출암터를 지나 원적암으로 내려간다..



서서히 단풍이 보이기 시작한다..






원적암 삼거리에서 벽련암 길로 잠시 들렀다..

벽련암 가는 길이 호젓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잇어서..



그러나, 시간관계상 이내 돌아선다..

오늘은 단풍에 집중해야한다..









내장사에 이르자, 석양에 비친 붉은 단풍이 불타는듯하다..

뒤편으로 푸른 연기가 오르자, 정말 실제상황으로 착각하겠다..





너무나 붉은 빛깔에 왜 문득 "허무한 그날"이라는 노래가 생각날까?


단풍잎 품안에 가득히 안고

텅빈 우리의 방앞에 서서

이것이 마지막 이별인 것을

떨리는 눈으로 알아버렸네

단풍잎은 산산히 흩어져 내리고

서늘한 바람이 가슴에 이내


https://youtu.be/VuxxKG_KQtI


개울에도 붉은 빛이 비친다..






일중 선생이 쓴 내장사..

산속 깊은 곳에 심장에서 쏟아져 나온 붉음이 내장되어 있었다..







정혜루..

선과 지혜의 문을 지나면 붉음이 기다린다..

부처님이 붉은 단풍잎을 내밀었다..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잠시 머물다 발걸음을 실록 길로 향한다..

용굴 - 까치봉 -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임진왜란이 터지자, 참봉 오희길이 실록과 어진을 이곳 용굴로 피신시켯다..

날리통에 다른 3곳의 조선왕조실록은 불탔으나, 이곳 실록이 살아남아 후세에 세계적인 기록유산으로 남게 되었다..

위기 속에서도 제몫을 다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역사는 빛난다..




중간에 만난 내장산 단풍나무의 어머니격..

이 나무 바라보며 붉은 와인으로 얼굴에 단청공양을 올린다..

더욱 붉어지는 단풍이여~



하지만, 시간제약으로 중간에 돌아설 밖에..

아쉬움은 박종인의 땅의 역사 내장산 편으로 달래야지..






멋을 아는 붉은 남녀가 붉은 아치 아래 단풍같은 황혼의 인생을 즐기고 잇다..



서래봉은 푸른 하늘을 갈아 구름농사를 짓는가?

붉은 저고리 입은 처자가 서래질 끝나길 기다린다..








돌아가는 길..

단풍 한 조각을 달고 가는 여인에게서 아쉬움이 흘러 넘친다..






복 중에 복은 인연복이라..

금년 단풍 인연복도 그리 나쁘지 않네..



일주문 밖에서  2km 거리의 탐방지원센터까지 단풍터널을 걸어가야 하는데..

동행이 1000원 짜리 셔틀 버스를 타야한다고 우겨서 멋도 모르고 탓다가 후회한다...








일주문밖 1000원짜리 셔틀버스는  단풍터널을 미련없이 지나가 탐방지원센터 입구에 내려놓는다..

여기서 조금 걸어내려가 무료 셔틀버스를 타야 아침에 도착한 제4주차장까지 갈 수있다..




아쉬움에 자꾸 돌아본다..

한 줌 붉음이 앞을 가린다..




이 긴 줄도 셔틀 몇대가 오니 금방 사라진다..



제4주차장에서 버스를 찾아 헤멘다..

내장산 서래봉이  미소짓는다..

해마다 이런 꼴 하도 많이 봤단다.내년엔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란다..



<오늘 걷기 내장산 제4주차장 - 등산로 - 서래삼거리 - 불출봉 - 원적암 - 내장사 - 실록길 (조금 왕복) - 일주문 - 셔틀버스 약 8km



양평 걷기에 나섰다..

용문역에 도착했다. 역사의 치미가 용머리다..




역사 건너 3번출구에서 걷기는 시작된다..

그런데, 혼란스럽다..

양평에는 한 길에서 여러 걷기 시그널을 만난다..

꼬부랑길, 물소리길, 희망볼랫길

그중에 우리는 희망볼랫길을 따라가야 한다..

하지만, 길표지가 거의 없다..

미리 gps 파일을 구해서 가야 한다.. 





물소리길 표지가 보인는데, 양평에는 물소리길 5 구간이나 된다..

오늘 걷는 볼랫길도 일부 겹친다..

요즘 자치단체 길 만들기 열풍의 결과다..

하지만, 대충해서 다다익선이 최선이 아니다..

소수정예로 길 하나 만들어도 최소한 표지판이라도 성의를 다해 만들라..





대부분 설악산으로 단풍구경가는데, 우리는 단풍이 양평 쯤으로 남하햇으리라 예상햇으나 평지의 단풍은 전국이 모두 10월 말이 절정인 거 같다..





꼬부랑길은 다문리 주민들이 산책로로 만들었단다..





섬실..동네 지형이 두꺼비 모양이라 그리 이름붙었단다..

이길에서 동네 분이 산책나왔다..

그는 경북 경산에 살다가 3년전에 이곳 용문역 부근 전원주택으로 이사왔단다..

서울과 전철로 연결되고, 서울 사는 아들이 방문하기 편하게..

그래서 자주 오냐고 물었더니, 한달에 한번씩 온단다..

그이외 아들을 기다리며 보내는 많은 시간이 고향 떠난 사람에게는 버거운 법이다..




희망볼랫길??

희망근로사업으로 개설한 길이란다..

볼랫길??

"보고 또 봐도 또 가고 싶은 길'이라는 뜻에서 작명했다는데, 좀 생뚱맞다..

참고로 부산의 볼레길은 볼레섬에서 따온 것이다..



가을 하늘에 탱자 탱자하는 이넘..ㅎㅎ



길은 아스팔트길로 한참을 간다..

칠읍산쉼터엔 해독하기 어려운 추상화가 걸린채 문이 닫혔다..

칠읍산??

추읍산은 칠읍산, 주읍산으로도 불린단다.




이 가을에 미안한지 한조각 붉음을 불쑥 내민다..



모델 간판을 보다 웃음이 난다..

엉뚱한 생각이..ㅎ

모텔 방에서 감추어진 계곡을 드라이브 하라는 뜻으로 읽었다는  ㅎ 




길은 산속을 가리키는데 그야말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처럼 이어진다..

내년 쯤에는 길은 사라질 것 같다는..








길 표지판도 간당 간당한다..



이 방향에서 보는 추읍산..

참 이쁘다..

풍수 고수는 이런 모습의 산을 음양오행상으로 금(金)형이라고 하는데 흔히 옥녀봉이라는 이름을 붙인 경우가 많다..



대로변에서 손가락질 하는 곳을 바라보았더니

한 남자를 번민하게 만드는 여인이 있다..





맨드라미 피고지는 사랑방..



그 누구를 달궈주던 연탄도 코스모스의 터전이 되고있다..



겨울을 기다리는 장작들..

뜨겁게해줄 누군가를 기대한다..



On My Lips Every Kiss Is Like Wine.




와인처럼 붉다..

이 그늘에서 와인 한잔해야 하는 것을..ㅎ



억새도 가을의 시간 속으로 뛰어 들어 시계바늘을 펼치고 잇다..




오늘 추읍산 자락에선 산수유 열매가 주인공이다..

봄날 산수유 노랗게 핀 날 걸으면 또 새로운 느낌이겠지..






멀리 산자락 아래 전철이 달린다..




이 집 택호 운치있다..

"느티나무에 걸린 달"





흑천에 캠핑하는 여유..

이제 참 살만해졌다..

흑천..

강바닥 돌이 까매서 붙여진 이름인데, 예전에는 사금을 채취하기도 했단다.. 




거북이와 개의 관계는 소와 닭의 관계와 비슷한가 보다..




흑천이 빛난다..

발바닥은 불나고..



원덕역에서 마무리한다..

전철역으로는 용문- 원덕 한 정거장이지만 하루 종일 45리를 걸엇다..



<오늘 걷기> 용문역~어수물(다문8리)~흑천~섬실고개쉼터~꼬부랑산~삼성리~칠읍산쉼터(화전2리)~등골(성황당~화전2리)

                 ~산수유마을(주읍리) ~산수유축제장(내리)~추읍산 산림욕장~공세리~원덕역  약 15Km




세종시 꾀꼬리봉으로 간다..

부강 노고산성에 갔을 때 동네 사람이 금강 물구비를 볼수 있는 곳이라며 알려 준 적이 있었다..

벚꽃 필때 가려마 벼르다 놓쳣다..

기회란 생각 났을 때가 가는 것이 최선이다..



오늘 찾아가니 주차장 입구는 공사하느라 어지럽다..

<내비 주소> 세종시 금남면 부용리 321-1   (부용주차장)



꾀꼬리봉 까지 1.3km 정도..




어..제법 암릉길이 이어진다..

작지만 오목 조목 이쁘게 생긴 산길이다..










금강이 저 멀리 산을 감싸 돌아 나가면 미호천과 합류하여 세종시 호수공원 옆을 지난다..






금강의 물구비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승머리에 꾀꼬리..

꾀꼬리 봉이 지척이다..



꾀꼬리봉 정상에는 정자가 있다..





전국적으로 꾀꼬리봉이 붙여진 이유를 보면

1) 산 모양이 꾀꼬리처럼 이쁘게 생겼다 (산 모양 설)

2) 꾀꼬리가 알을 품은 형국이다 (풍수 설)]

3) 꾀꼬리가 많이 사는 산이다 (새 서식 설)

등이 있는데, 이산은 어느 유래에서 기원했을까?



꾀꼬리 소리도 듣지 못했으니 알도 없을 것이고, 도토리만 무성다..



광덕사 방면으로 내가다보면 부용주차장으로 원점회귀하는 표지가 보인다..







밤송이 껍질이 지천인데, 그 사이로 뒤늦게 떨어진 밤송이도 뒹굴고 잇다..

눈물을 닦아 주듯이 주워올리니 금새 한 주먹이고 한 주머니 가득찬다..




보랏빛 환송을 받으며 마무리..



<오늘 걷기> 부용주차장 - 장군봉 - 꾀꼬리봉 - 계곡 등산로 - 부용주차장  약 2.6km




가평 걷기에 나섰다..

언젠가 어떤 작가가 칼봉산 경반계곡 이야기를 해서 한번 가봐야 겠다고 맘 먹었는데, 결국 오게 되었다.



내비에 칼봉산 자연휴양림을 쳤는데, 내비는 서울 구리 쪽 강일 iC까지 가서 서울- 양양 고속도로를 타라고 한다..

서울 가까이 가는 것은 개고생이다..

나중에 보니 하남 iC로 나가 팔당 쪽으로 가는 것이 좋을것 같다..

한마디 하자면, 서울 부동산 광풍 잡으려면, 길도 꼭 서울 중심으로 뚤지 마라는 것이다..



4시간 가까이 걸려 칼봉산 자연휴양림에 도착..

경반계곡으로 간다..

초입부터 물을 건너간다..



백학동 한석봉마을??

한석봉은 고향이 개성이다..

이곳과는 무슨 연고인가??

선조 32년(1599년) 가평군수를 지낸 적이 있단다..

그때 이곳에 왔었나??

그러면 그 당시 흔한 석각이라도 남길 것이지..ㅎ 



계곡 따라가는 이길 솔찮히 맘에 든다..

나는 이런 물고랑길이 좋다..




오호 2번째 물 건너간다..

건너간다는 것은 차원이 바뀐다는 의미가 있다..

죽음은 요단강 건너에 있고, 피안은 간지스강 건너에 있다..



꽃향유가 지천이다..

보랏빛이 은근히 잡아끄는 힘이 잇다..

곤충이 아닐지라도..



이른 단풍도 단장중이다..

사업하다보면, 남보다 빠르거나 아주 늦거나, 엇박자가 수지를 맞추는데 도움이 된다는..



3번째 건너는 곳에는 외나무다리가 있다..

원수를 만나지 않아도 위태롭게 건너간다




4번째 건너는 곳에는 푸른 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입은 처자가 기다리고 있다..



흐르는 물을 어찌나 맑은지..

쟁반이 담긴 물이 거울 같다고 할까?



잘생기고 봐야한다..

지나가는 선남 선녀가 모두 힐끔 거리며 간다..




너의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고 누가 말했던가?

자연의 고통은 나뭇잎을 붉게 물들이며 장엄한다..

그 끝이 아픔이라 해도 두 팔을 벌려 너를 안으리





나무 타는 불 

물에 붙어 흐르는

가을의 계곡..




5번째 건너는 곳에 보랏빛 유혹이 더해진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많은 꽃 중에
그대 나에게 사랑을 건네준 꽃




경반분교에 도착..

이제는 폐교되어 오토캠핑장으로 쓰이나 보다..




1984년에 한 남자가 폐교부지 3000평을 매입했다..

그리고 전기, 수도도 없는 곳에서 혼자 산다..

넓은 운동장은 골프 연습장이었는데, 지금은 오토캠핑장 역할 하는 것 같다..



6번째 건너면 가마솥에 고기를 삶는 남자가 있다..

요란히 짖던 개는 다가가자 조용하다..

개 머리 위로 단풍이 붉다..





7번째 물길에는 용궁폭포가 오도카니 앉아있고..

경반사는 로또 번호 뽑아가라고 안달이다..








8번째 물길을 건너면 수락폭포가 기다린다..



지난번 태풍때 수량을 확보했는지 제법 물줄기가 굵다..

30미터 날리는 물보라..

단풍이 환송한다..

그대 잘가라..









돌아 오는 길도 경반사 로또가 발길을 잡는다..ㅎ



경반분교 부근에서 우회전 임도 5.3km를 따라 간다..








짚라인을 타는 사람들..






모른다면 아래에 답이 있음



정답 : 궁 싫어  = 궁시렁 궁시렁



이길에서 우회전 하면 공영주차장 = 짚라인 사무소..



<오늘 걷기> 칼봉산 자연휴양림 - 경반분교 - 경반사 - 수락폭포 - 경반사 - 임도 삼거리 - 임도 - 휴양림  약 11km

<참고 걷기> 가평올레 3-1코스와  2-1 코스를 연결해서 걷기..





<책촌평> 바쇼 하이쿠선집


그는 17세기 일본의 하이쿠 시인이다..

김삿갓 처럼 일본 천지를 걸으며 하이쿠를 남겼다..

31세에 스승으로부터 하이쿠 작법서를 전수 받고, 교토에서 에도(도쿄)로 320km를 걸어갔다.

그리고 거기서 시인으로 활동한다..


"여행자라고

이름불리고 싶어라

초겨울의 비"


"오래된 연못

개구리 뛰어드는

연못 물소리"


그에게는 시가 곧 삶이었으며 삶의 결과가 곧 시였다.

시가 자기에게 오게 하기 위하여 늘 시적 감정으로 충만한 생활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좋아한 것이 걷기 여행이었다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41세부터 51세 사망시까지 10년간 수만리 걷기 여행을 통해 하이쿠의 경지를 승화시켰다.


"가진 것 하나

나의 생은 가벼운

작은 조롱박"


"이 길은 자연에 따라 사계절의 변화를 벗으로 삼는 일이다.

보이는 것 모두 꽃 아닌 것이 없고, 생각하는 것 모두 달 아닌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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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만리를 걸어 무슨 득이 있는가?


2013. 11. 2. 만리를 걸은지 (http://blog.daum.net/servan/6349638 ) 5년이 지난 2018. 8. 5. 진안 운일암 반일암 숲길에서 2만리를 걸었다..

걷기에 나선지 10년이 지났고, 나의 발걸음은 전국을 거쳐 세계 도처로 이어졌다..

누군가 말햇다.

태초엔 길이 없었다.사람이, 많은 사람이 반복해서 걸었기에 길이 생긴 것이라고..

요약하자면, 발거음이 쌓여 길이 생긴 것이니, 문자로 쓰면 적보성도(積步成道)라..


적토성산(積土成山)이면 풍우흥언(風雨興焉)이고, 적수성연(積水成淵) 이면 교룡생언(蛟龍生焉)이라 했다

흙을 쌓아 태산을 이루면 비바람이 일어나고, 물을 막아 못을 이루면 이무기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러면 발걸음이 쌓여 길을 이루면 무슨 일이 생길 것인가?

지난 10년간 내 발걸음은 걷기도(道)로 진화하였고, 그동안 신나게 걸었으니 더 나아가면 언젠가 신명이 나지않을까(神明自得) 생각해본다.. 


2. 대청호 빙판길에서



지구 온난화로 겨울 호수 결빙 보기 어려운 시절이다.

어느 해 소한과 대한 사이 대청호가 얼어붙어 대청호 피실 빙판길을 횡단한 적이 있다. http://blog.daum.net/servan/6349336

얼음 빙판에서 쩡쩡 소리가 울릴 때마다 가슴이 떨리는 스릴..참 오랜만에 느꼈다..

예전에 당연하고 흔한 풍경이 이제는 귀하고 소중한 풍경이 되었다..

오늘 걷는 길이 내일에는 역사되고 전설이 될지 모를 일이다.


3. 산타아고 순례길에서




당초 걷기에 나서면서 걷기의 목표를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로 잡앗다..

전혀 이루어질 것 같지 않던 그 목표는 발걸음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에 현실화되었다.

(http://blog.daum.net/servan/6350276 )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나는 깨달앗다.

오늘이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라는 것을.. 


젊음이란 육체와 나이가 정의하는 것이 아니다.

육체와 나이 속에 자리 잡은 소프트웨어 즉 마음이 좌우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어린이 같은 마음이 함께 할 때 가장 젊다고 할 것이다..

어린이 마음이란 호기심이 왕성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당연히 선에 가깝고 악에 덜 물들었다.

걷기란 어린이 마음으로, 천진한 마음으로 걸을 때 가장 빛나고, 길과 하나가 된다..


4. 미국 서부의 광대한 캐년을 걸으며

 

어느새 걷기는 스스로 소통하고 진화하더니 나를 그랜드 케년의 트레킹으로 이끌었다.

 http://blog.daum.net/servan/6350924

거대한 심연 속으로 들어가면서 우주, 지구의 역사와 나라는 존재를 생각한다..

180억년 우주의 역사, 47억년 지구의 역사, 30억년 생명의 역사, 20만년 사피엔스의 역사, 1만년 문명의 역사, 5천년 한민족의 역사, 그리고 나의 60여년 역사를 생각한다.

인간이란 참 보잘 것 없는 존재였지만, 전세계로 걸어 나가면서 AI를 창조할 정도로 참 대단한 존재로 발전했다.

그러나, 광대 무변의 우주 속에서는 한 순간의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나란 존재도 고뇌의 바다에 부유하는 빈 병같은 존재지만, 그런 사실을 바라보고 돌이켜 볼줄 아는 소중한 존재이기도하다.

나에게 성숙이 있다면 걷기의 공덕이 절반이다..


5.  걷고 걷고 또 걷고


고목나무에 꽃 필 때까지 걸으리라.

혹시 알겠는가?

일진월보(日進月步)하다 보면 적보성도(積步成道)하여 신명자득(神明自得)하는 날이 올런지.

걷고 걷고 걷다보면 알게되리라.






단풍 로드맵에 의하면, 단풍은 10월 초순에 설악산이나 오대산 정상부터 시작된다..

전부터 다리에게 사정 사정하여 오대산 노인봉 코스를 예약했다..

그런데, 태풍이 올라오면서 토요일은 태풍이 상륙하는 날이라 비예보..

그래서 하루 뒤로 변경..

그런데, 오대산 진고개에 도착하니 태풍으로 노인봉 아래 부터 식당암까지 다리 3개가 유실되어 통행금지..

결론은 진고개 -노인봉 - 구룡폭포 - 주차장 하산코스가 불가능하고, 단지 노인봉 보고 돌아오는 코스만 가능..



세상만사 순리대로..노인봉만 보고 오기로 한다..






슬슬 단풍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 이 들판에서 가슴이 뻥뚫린다..

생각지도 못한 장면에서 오늘 본전을 뽑는다..




유장한 이런 길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진고개 주차장에서 노인봉까지 4.1km



본격적으로 단풍이 시작된다..

아침햇살로 단장한 단풍은 마음까지 물들이기 충분한 물감이다..












빨강만 있다면 어찌 세상이 아름답겠는가?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초록이 지쳐 단풍이 되었기에 아름다운 것이고

노랑 단풍, 검은 나무  그림자, 하얀 자작나무와 어울려서 더 아름다운 것이다..







이 붉음을 어짜 감당하랴..

자지러짐에서 탄식까지..

입다물고 묵묵히 걷기힘들다..



빨강 카페트를 즈려밟고 가는 길손..

빨강에 지쳐 뒤도 돌아 보지 않는다..







노인봉에 올라 하늘을 바라본다..

빨강을 내려보내주고도 파란 얼굴로 시치미 뚝뗀다..





그래..이 붉음은 빛의 장난이다..

광합성이 어려운 겨울을 나기위한 김장작업이란다..

황혼처럼 붉게 물들이고 떨구기 위한 위로잔치란다..




이왕이면 노장청이 어울려 생전 장례식을 치르듯..

색동옷을 입고 웃음으로 맞이하자.

결국 하나로 돌아가나니..



더이상 다리 아프지 않게 길을 가게되었음을 축수하는 선사처럼..

구름에 달가듯이 들판을 걷는다..

붉은 마음이 주는 자적(自適)..



<오늘 걷기> 오대산 진고개 주차장 - 노인봉 왕복 약 8km



주최측이 시간이 남는다고 주문진항에 풀어놨다..

가는 날이 장날..주문진 시장 축제날..

공짜 생맥주 한잔 들고, 멸치안주 삼아 시장을 배회하다 발견한 것...




먹물 아이스크림이다...

오징어 먹물로 검게 물들인 아이스크림..

서울 쌈지길에서 만난 똥빵이후 써프라이즈한 제품..

붉은 마음이 검은 아이스크림에 씻겨졌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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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심곡 바다부채길을 걷는다..



새벽 대관령옛길 걷기로 피곤한 몸을 쉬려고, 일행과 떨어져 안인해변에 와서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일행과 합류하여 안인해변 염전횟집에서 망치매운탕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망칙스럽게 생겨서인지, 망치모양이어서인지 모르나 물망치로 끊인 매운탕을 시원하다..

곰치, 장치, 망치 이런 흉칙한 고기는 다 국물 맛이 좋다..




심곡 바다부채길 입장료를 3000원씩이나 받는다...

부산의 바다는 무료로 개방하는데, 강릉은 왜 유료인가?

내가 다녀본 기억으로 바다길에서 돈 받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지 않을까?

돈 내고는 다시 올만한 곳은 아니다..






참 파도 소리 요란하다..

그 바람에 머리 속에 머물던 잡념이 놀라 다 도망쳤다..





투구바위라는 저 바위..

내 눈에는 개머리 바위로 보인다..

그러나 지나가서 돌아보니 인디언 추장 크레이지 호스를 연상시킨다..







부채바위라는데..설명문에 어디를 잡고 어떻게 부치라는 말이 없다..ㅎ




3km 남짓 오르락 내리락하니 심곡항이다..



1박2일의 걷기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밤에 잠을 설치고 새벽부터 걷기로 지친 몸을 버스에 누이자 여주 휴게소 도착할때까지 꼻아 떨어졌다.. 



걷기란 시지프스의 돌 같은 것이 아닐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매번 우리는 떠난다..

다른 점은 그는 그 일에서 고통을 받지만, 우리는 걷기를 통해서 즐거움을 추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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