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천왕봉 아래 섰다..

가을 볕에 취해 모과들은 나무 아래로 굴러 떨어져도 행복하다..

 

봍볕에는 며느리를 내놓고, 가을 볕에는 딸을 내놓는다는데..

이 좋은 갈볕에는 내가 나서야 겠다..ㅎ

 

모처럼 나선 도리깨장이 전관예우를 해주니, 더 즐거웠다는..

더구나 파랑새까정 잡으니..

금상첨화..도랑치고 가재잡고..ㅎㅎ

 

 

3일째 아침..통영 굴국과 굴회로 시작..

 

오늘은 종주 트레킹 이어걷기를 모노레일 승강장에서 시작할려고 갔다.

 

모노레일 옆길로 등산객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따라 올라갔다.

 

그런데, 길은 선착장으로 이어지고..정작 천왕봉 가는 등산로는 폐쇄되었다..

손님 적은 등산코스는 포기하고 대신 소비층이 많은 모노레일을 선택했나 보다..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탈 수 있다..

 

애고! 누구를 탓하랴..

때이른 동백꽃에게 위로를 받는다..

 

대안으로 제시하는 새천년기념공원에서 출발한다..

 

이 등산로도 좋다..

그러나 종주코스는 사라졌다..

 

초장에 좀 빡세게 올라가다 부석같은 바위 부근에서 쉰다.

 

멀리 페리컨 바위와 출렁다리가 보이고..

이 평화로운 곳을 노리는 잠수함 1척 출몰..긴급 잠수중..

 

바다를 조망하며 살곰살곰 지나가는 이 길도 좋다.

 

대기봉 직전 전망대에 도착..

굴업도 동동이 비슷한 강쥐..신비를 만났다..ㅎ

 

좌로 선착장이, 우로는 숙소가 잇는 유동이 보인다..

 

단풍과는 거리가 먼 이곳에서 만난 한줌의 단풍..ㅎ

 

드디어 대기봉 정상 상부 정차장에 도착..

 

속속 모노레일이 도착하는데, 탑승시간 10정도..

우리 일행 한분은 아직도 탑승을 못했단다..

 

정차장에는 애교띵이 고양이가 있다..

 

모노레일은 오르고, 연락선을 떠나고..연락부절이다..

드디어 일행이 모노레일 타고 도착한다..

 

남국에서도 단풍을 그리워하는 덩쿨이 잇다..

 

천왕봉을 향해 간다..

정상은 군시설이고 그 밑에 전망대가 잇다..

 

이세선..효종때 무과에 급제..

3대가 통제사를 지낸 집안이다..

 

여기서 보니, 에덴의 북쪽, 파라다이스가 제데로 보인다..

 

보라빛 조명을 받으며 하산한다..

 

하산 도중 약과봉을 올라갈지 두고..옥신각신하다가 결국에는 선착장으로 직행..

차를 회수해와야 하고, 숙소가서 점심도 먹어야 하고..

오후 5시 30분 마지막 임시배편인데다가 귤 몇박스 사서 차를 2번 왕복할 가능성도 크고..

좀 여유있게 하산하기를 잘했다..

 

 

다리를 보니, 천왕산 전투에서 무수한 화살을 맞으며 분투했구나..ㅎ



날씨 좋고 컨디션 좋은 오늘 이상하게 도리깨질이 잘 안된다..

그래서 캐디에게 천왕봉 아래서 물었다.


" 이 도리깨장이 더 길어졌나?"

"아뇨, 장 그대론데요"

ㅠ.ㅠ


애고, 마치

매출은 떨어지고, 골치 아픈 케이스만 수주되고, 성실한 작업으로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는 형국이다..ㅠ.ㅠ


<번역 : 비거리는 줄어들고 트러블샷과 리커버리샷만 요구되고, 어프러치 덕분에 겨우 핸디 유지한다>



천왕봉 산신령은 아시겠지요..

굽어 살피소서!!



 

 

창원마을가는 길목..동네를 우회하도록 표시되어 있다..

포장길..

한 무리의 사람들이 금계 쪽에서 쓸데없이 빙둘러 왔다며 우리더러 지름길로 창원마을로 가란다..

길을 만들는데도 개설자의 의도가 있기마련이므로 코스표시대로 걷기로했다..

이것이 오늘의 관전포인트였다..

 

 

이제 서서히 지리산 주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휴게소에 각양각색의 소원지들이 붙었다..

 

 

그중 가작...귀여운 것들..

 

 

 

매달린 자장구나 팔베게한 동자승이나 오늘 길처럼 여유롭다..

 

 

드디어 오늘의 하일라이트..

앞전에 만난 사람들 금계-창원을 거쳐 오느라 이풍광을 등에 지고 오느라 힘들었겠다..

이코스는 매동-금계방향으로 진행하면서 천왕산 바라기를 해야 제맛이 난다..

 

 

저멀리 지리산 하봉, 중봉, 천왕봉, 제석봉의 근골이 그대로 드러나는 시원한 길이다..

 

 

천섬들어가는 큰종을 보소서

크게 치지않으면 소리가 없다오

그러나, 어찌 두류산이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음만 하리오..

 

원두막에 앉아 천왕봉을 바라보다..문득 남명선생의 시한수가 생각났다..

대음희성(大音希聲)이라..지리산 천왕봉의 소리를 어찌 중생들이 알아 듣겠는가..

 

 

천왕봉 1915m..원두막에 앉아 말없이 천왕봉과 독대한다..

도는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서로 바라보다가 천왕봉과 하나가 되었다..

 

 

동행인은 천왕봉을 올라야겠다고 다짐하건만, 천왕봉과 하나된 지금 굳이 오름을 기약할 필요가 없네..

 

 

지리산..어머니같이 넉넉한 품안의 길로 나그네가 간다..

마치 탯줄을 따라가듯..

 

 

남녁의 빛살도 봄빛을 띄엇다..

파릇함이 피어오른다..

 

 

이제 창원마을 윗당산을 지나 금계마을로 간다..

 

 

 

길인지 논뚝인지 가는 사람이 없으면 눈에 드러나지 않는다..

 

 

자연 속의 길 끝에 지리산이 있다..

 

 

봄날 어디엔들 방초가 없으리요마는  

옥황상제가 사는 곳(帝居) 가까이 있는 천왕봉만을 사랑했네   (남명 조식)


 

 

 

 

 

 

금계마을 파전 간판을 보다 식욕이 동한다..

마땅한 식당이 없어 마을 초입에 대기하던 마천콜택시를 타고 (1만원) 차 세워둔 곳으로 간다..

인월면 소재지로 가서 두부전골을 시켰는데 밑반찬들을 보니 산골 인심을 보여준다..

 

오늘 천왕봉을 바라보며 걷다가 하나된 즐거운 날이다..

 

 

 

 

 

지리산 둘레길 걷기에 나섰다..

10시 30분경 인월면 장항마을 입구 장항교 부근에 차를 세운다..

둘레길 걷기 지도를 보며 오늘 코스를 확인한다.. 

 

 

지리산 둘레길 3코스(인월 - 금계마을) 19km 중 인월 - 장항마을 7km를 제외한 장항교- 금계마을까지 12km걷는다..

 

 

지리산 둘레길은 포장길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한참을 포장길을 걸어서야 산길의 흙을 밟는다..

 

 

매동마을을 지나 전망좋은 팬션 앞마당에 앉아 주인이 건네주는 오징어를 입에 물고 천왕봉을 바라본다..

 

 

앞산 어깨너머로 천왕봉이 보인다..

 

 

 

햇살이 따가워 다운페딩을 벗어부치고..아이스께끼를 핥으며 룰루랄라 길을 간다..

 

 

유장한 산길을 걷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절기엔 출입을 자제시켰다가 3월부터 출입을 재개하였단다..

 

 

이런 풍광에선 포장길이라도 용서된다..

 

 

 

요즘 3코스 구간엔 음식점들이 즐비하다..물만 들고가서 막걸리나 파전..식사는 사서 먹는게 좋을 것 같다..

상황소류지 부근의 이 집에서 지리산 고로쇠물을 샀다..

 

 

 

 

맥주캔은 바람개비로 재탄생하여 바람따라 소리높여 노래한다..

 

 

다랑이 논은 빈 들판으로도 멋잇다..

 

 

상황마을을 뒤로 하고 등구재로 오른다..

 

 

등구재..중턱에 간판..등구재 오도사..한의과 시험보느라 열공중..면회사절이란다..

 

 

 

등구재까지 오르막 길이라면 이제부터는 내리막 길..

 

 

이 계단을 지나면 창원마을이다..

천왕봉은 아직 알현을 허락하지 않으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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