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섬에 오면서 제일 끌린 단어가 "고래조지'였다는..그 곳을 꼭 가보고 싶었다.

어느 여자 유튜버가 섬사람들에게 고래조지가 어디냐고 물으니 섬 아재들이 좀 멋적하는 표정으로 대답하는 장면이나,  

그 여자 유튜버는 재미잇는 말이라고 혼자 몇번이고 반복하는 대목이 웃겼다는..ㅎ

 

일단 고래조지를 향해 가다가 길 상태가 좋지 않으면 돌아오기로 했다.

오전에 밀림같은 풀 속에서 고생했기에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서방파제를 지나 망재산으로 접근한다.

여기서 보니 봉화산은 낙타봉이다.

 

방파제 모서리에서 등산로가 시작된다.

초입은 기대 이상이었다.

 

시누대 숲이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길을 지나고.

 

 

원추리가 유혹하는 해변을 지나며서 연신 고래거시기를 찾는다.

어릴 적 욕 중에 "태평양 고래보x" 이후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 자꾸 입에서 맴도는 유혹이 있다는 ㅎㅎ

 

왕년의 쉼터는 잡초에 묻혀져 가고..

 

지도를 보고 고래조지는 망재산 기슭을 지나가는 줄 알았더니 정상을 통과해야 하는 코스다.

 

정상 직전에 좌측의 누적금, 우측의 포구가 선명하게 보인다.

 

꽃 며느리밥풀..

꽃말은 여인의 한..

뭔이름이 가학적인지..

꽃 중에 며느리 들어가는 꽃은 구박과 가학의 의미가 있다.

각시 들어가는 꽃은 이쁜 꽃이다.

 

참 들어가는 꽃은 먹을 수 잇거나 유용한 것이고, 개 들어가는 꽃은 못먹거나 유용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개념이 무서운 것이다.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형성하니까..

 

고래조지에 빠져서 불쑥 튀어나온 곳은 다 유심히 본다.ㅎ

저건 나무에 가려서 그렇지 섬이다. ㅎ

앞섬은 당산양도, 뒤에 큰 섬이 오도..

 

길은 오전 밀림 길보다는 양호한 편이라 계속 가기로 했다.

 

드디어 수풀 사이로 고래조지가 보인다!!

 

고래조지 건너편이 횡견도..

 

이 넓은 초원을 엉겅퀴가 독차지하고 있다.

이 시간 만큼은 우리와 반분하자.

 

뒤로 보면 망재산이 우뚝하다.

산록의 수풀로 길을 가리고 독야청청하는 고래조지..

원래 거시기는 무성한 풀 아래가 제자리지 ㅎㅎ

 

건너편에 물개바위(문리버 작명)가 보인다.

 

그런데 둘러보아도 고래 거시기 바위는 어디에 있나?

지형자체가 돌출해서 고래조지인가?

궁금증만 더해간다.

 

 

돌아와서 검색해보니 우리가 서있던 초원 아래의 누런 바위가 고래조지 바위란다.

바다 밑까지 바위가 이어진단다.

 

이 바위는 바다에서나 관찰 가능하다.

말 위에서 말을 찾았던 우리는 궁금증과 오해만 품고 돌아섰던 것이다.

소동파가 말했지

여산진면목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 안에 있기 때문이라고..

 

不識廬山眞面目  불식여산진면목
只緣身在此山中  지연신재차산중

 

이 아침 글을 쓰다가 문득 깨침을 얻는다.

걷기가 문사철(文史哲)이다..

 

외연도에 오면, 하루는 배를 빌려 고래조지와 마당배 등을 유람하고 무인도에 해변에 가서 종일 놀다 오는 스케줄을 넣어야 겠다.

5-6명 승선 배 1일 이용료  30-40만원이란다.

 

돌아서는 코스를 정하는데, 토론이 붙었다.

해안벼랑길을 따라갈지, 다시 왔던 코스(망재산 등산)로 갈 것인지..

다시 산으로 오르는 것도 만만치 않아 일단 해안 벼랑길을 따라 가보기로 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길이 망재산 코스보다 좋다. 

고래조지를 찾아갈 때 이 코스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

숲속을 벗어나 돌아보면 산벼랑을 돌아 나온 것이다.

사학금은 보지 못햇지만 곧장 마을 뒷편으로 이어진다. 거리도 짧다.

길은 담수화공장을 지나 고라금으로 이어진다.

 

 <오후 걷기> 망재산 - 고래조지 - 담수화공장 약 3km 

 

마치 부산 태종대 바위를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괸돌 빼맨다고 발로 차보기도 하고..

이국적인 비경에 감탄을 연발한다..

고단을 씻어주는 바닷물에 발을 담가보기도 하고..

한참 바다를 보다가 바닷가에 기어다는 생명체에 눈길이 간다..

공룡이 지배하던 시대 인간은 쥐같은 존재였단다..

언젠가 인간이 멸종하면 저 생명체가 진화하여 문명을 일으킬려나?

그런 우연같은 확율을 믿을 수 있을까?

붉은 바위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큰바위 얼굴을 발견했다..

오늘 내가 외연도의 명물 바위를 개발한 것 아닐까?

마당배에서 다시 산길을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포구쪽 소공원으로 간다..

그래도 마당배 - 소공원 - 포구 코스는 좀더 수월하다.

마당배로 접근하려면 소공원쪽에서 올라가기를 추천한다.

돌아보면 급경사 벼루길을 지나온 것이 실감된다.

산길이나 우정이나 가족이나 자주 왕래지 않으면 잡초가 우거지고 길은 희미해진다는 말 실감하는 날이다.

드디어 망재산이 보이고 오전 걷기의 종점이다.

참나리는 바다를 향해 더 붉어지고, 자귀는 산 향해 더 요염해진다.

 

소공원을 지나 마을로 들어가는 순간 더운 갈증을 해소하려고 이구동성으로 시원한 콩국수로 의기투합한다.

외상사절..콩국수 집이 아니고, 노래방이다.

섬에는 외상 노래도 요구하는 모양이다.ㅎ

 

남자 주인장도 모르는 크로렐라면 콩국수를 시원하게 들이키고, 고래조지 가는 길을 물었다.

주인장왈.

"고래조지는 고래 거시기 모양의 바위를 말하는디, 지금은 풀을 잘라놓지 않아 가기 힘들어유"

왓?? 

 

아침식사후에 오전 트레킹에 나섰다.

점심은 캠프로 돌아와 먹는다고 생각하고 물만 들고 나갓는데, 사정은 그렇게 되지 않더라.

당산 갈림길에서 헬기장을 지나 봉화산 등산로로 접어든다.

뱀 출몰지역이라고 조심하란다.

7뱀을 본다는 이곳에 와서 선두만 3뱀을 보고, 내 눈으로는 직접 보지 않아 다행이다.

봉화산 정상까지 800미터, 

산길과 계단을 좀 오르면 쉼터 데크..

건너편 망재산 아래 포구를 낀 마을이 평화롭다.

망재산 뒤로 보이는 섬들이 좌로부터, 대청도, 중청도, 소청도..

대청도가 백령도 아래 있는 줄 알았는데, 이곳에도 있다..

동명이도..

봉화산에서 바라보는 돌삭금 캠프..

그 옆으로 매바위와 그 앞에 상투바위도 보인다.

능선타고 가는 길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봉화수대 돌벽이 모인다.

조선 전기에는 왜구를 감시하고, 후기에는 이양선 출몰을 감시했다.

봉화경로는 외연도 - 녹도 - 원산도 - 오천 충청수영 망해정으로 이어진다.

땔감에 소통과 말똥을 섞으면 연기가 똑바로 올라갔다는 군사기술이 있었다..ㅎ

정상 봉화대에 서면 돌삭금 너머 상투바위, 매바위, 그 뒤로 소청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노랑배로 내려가는 길은 숲이 우거지기도 하고, 어떤 구간은 돌계단과 석축도 보인다.

예전엔 사당 터가 이쪽에 잇었나 보다.

우거진 풀들은 마당배에 대한 경고 쯤인 셈이었다.

명금에서 오는 데크길과 만나는 지점을 지나면 고래바위가 보인다..

정식명칭은 관장도..머리에 쓰는 관 같다는 의미..

고대인은 필수품인 관을 연상하고, 현대인은 고래를 연상했다는 것..

 

노랑배 전망대가 종점이다.

 

포경선을 연상시키는 낚시배에는 도시어부에 심취한 사람들은 배쪽에 늘어서있다.

갯바위에 올라선 사람에게는 비장감이 느껴진다..

잠시라도 졸면 바로 용궁행인데..

노란 뱃머리 모양의 바위는 멀리 돌삭금이나 바다에서 볼 수 있나보다.

마당배 방향 표지판에는 난코스이니 초보 트레커는 출입을 삼가라고 되어있다.

제법 업다운이 있고, 우거진 풀과 벼랑옆 좁은 길이 조심 조심 걷게 만든다.

문제는 우거진 밀림 같은 풀과 가시나무가 통행에 거세게 저항한다.

선두는 여러차례 가시가 밖혀 고생이다.

밀림에서 쓰는 칼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고생끝에 마당배에 접근했다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당배, 마당같이 너른 바위라는 의미인가 보다..

<오전 걷기> 명금 - 봉화산 - 노랑배 - 마당배 - 소공원 - 포구 약 4.5km

돌삭금 정리가 되자, 저녁식사를 위해 물을 뜨러 마을로 간다.

아까 베낭을 메고 오던 길과 다르게 노랑배 표지 방향으로 간다.

저 해안 끝이 노랑배인데, 도중에 큰 명금을 만난다.

해변에 두리뭉실 돌덩이가 가득하다.

저 돌덩이가 햇살을 받아 금덩이처럼 보일 때도 있나보다.

큰 명금을 지나서 뒤를 돌아보면 돌삭금과 매바위가 한눈에 들어온다.

접시꽃이 소복차림으로 늘어섰다.

매바위..매가 앉아있는 것처럼 보이나?

노랑배가는 갈림길..

노랑배는 내일 갈터인데, 불러그 독자를 위해 미리 노랑배 가는 길 모습을 맛보기로 보여드린다.

해안 벼루길로 가다보면 나무데크길이 나타난다.

돌아보면 돌삭금과 매바위..그 옆에 상투바위로 보인다.

길은 봉화산 갈림길과 만난다.

나무 테크길 중간에 쉼터 데크가 있는데, 여기에서 비박을 할 수도 있겠다. 

노랑배의 끝 전망대 데크에 서면 고래바위와 고래 잡기 어려운 낚시배를 볼 수 있다. 

노랑배 예고편은 이 정도하고..

 

노랑배 갈림길을 지나가면 약수터가 나오는데, 먹을 수있는 상태가 아니다.

거기서 더 가면 봉화산 갈림길이 나오고, 직진하면 마을이 나온다.

문필봉같은 망재산 아래 마을이 전부다.

문필봉이 있으니 외연도에서 장차 문장가가 나올라나?

 

새댁같은 접시꽃이 만발한 경찰지서 옆 수도에서 물을 받아 박지로 돌아간다.

장마예보 때문인지  이 섬에 캠핑족은 우리 뿐인 모양이다.

돌삭금을 전세내어 삼겹살에 새우탕에 와인을 곁들어 만찬을 즐긴다.

 

외연도에 뱀이 많다는 말을 들었다.

누구는 하루에 7마리를 보았다고 했고, 우리도 3마리를 봤다.

가기전에 담배잎을 준비해가 텐트 주변에 뿌렸다.

모기를 막기위해 모기킬러 기능을 가진 실내용 랜턴을 구매해 갔으나 모기 예방에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구식 모기향이 나은 것 같다.

아니면 밧데리 충전용 모기향을 사가던지..

 

저녁 식사후 해변에 마른 나무를 모아 모닥불을 피웠다.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연가, 바닷가의 추억, 바다의 여인, 바위섬 등 추억의 캠프송을 따라부르니 청춘이 다시 온듯하다.

인생은 연기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소풍 온 아이처럼 즐겁게 살다가시라..

 

모닥불을 피우고 놀다가 오줌쌀 것만 걱정했는데,

진짜 부작용은 다른데 있었다.

불멍 노래멍에 빠져있는 사이 

모기가 소리도 없이 통증도 없이 피의 파티를 벌인 모양이다.

다음날 부터 가렵기 시작하더니 뉴질랜드 샌드풀라이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가렵고 상처를 남긴다.

외연도 모기를 페블(몽돌)플라이라고 명명하리라. 샌드플라이보다 더 세다. 

 

해변가 텐트에서 잔 기억이 언제던가?

밤새 돌삭금의 파도소리가 자장가를 불러주엇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나오니 아침 노을이 반긴다.

해변에 앉아 기념탑을 쌓으면서 노을을 만끽한다.

훗날 누군가 돌삭금에서 작은 기념탑을 발견하거든 훼손하지마시라.

작은 봉변을 당할지도 모른다..ㅎㅎ 

아침식사 맛있게 하고 섬 일주를 떠난다.

언택트 시대 대세..섬 캠핑 시리즈 2번째는 서해 대천 먼바다 외연도로 간다.

대천항에 집결하여 짐을 카트로옮겨 배에 승선한다.

 

구름낀 하늘..

사실 외연도 캠핑을 계획하면서 날씨에 신경을 많이 썼다.

1주전만 해도 여행계획 3일 내내 비예보였다.

그래서 포기하고 배표를 취소했는데, 3일전부터 일기 예보가 극적으로 바뀌어 부랴 부랴 다시 배표 예약을 하고 출발한 것이다.

이번 장마 전선은 중국남부와 일본 쿠슈 지방에 머무르면서 집중강타하고 있는 헤비급이라

우리나라로 북상하는 주말에 폭우가 예상되기에 무척 신경을 썼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여행기간 동안 외연도는 고기압이 자리잡아 가끔씩 해가 쨍쨍할 정도로 좋은 날씨아래 멋진 여행이 되었다.

 

대천에서 외연도까지 2시간이 걸린다.

호도와 녹도를 지나면 외연도가 지척이다.

외연도(外煙島)라는 이름은 안개에 쌓여 아스라이 보인다하여 붙은 이름이다.

새벽이면 중국 닭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변방의 섬이다.

 

동행이 외연도다! 외치는 소리에 바라보니 과연 외연도가 연무속에 아스라이 보인다.

 

봉화산과 망재산이 일열로 서서 환영을 한다.

 

2박 3일 일정이라 짐이 많아 캠핑 박지를 2번 왕복하며 짐을 옮기기로 한다.

우리의 베이스 캠프는 돌삭금 데크..

 

돌삭금가는 입구는 항구에서 우측으로 50미터 가다가 해안 정자에서 좌측으로 골목길따라 올라가면 된다.

처음에 동네분들에게 물으니 엉뚱하게 대답하여 골목길을 요리 조리 지나갔다는거.

동네 사람도 트레킹 장소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골목길에서 만난 힌둥이..

요래 얌전한 녀석이 다음날 보니 목줄을 물어뜯어 벗어 버리고 신나게 자유를 만끽하더라.

 

짐이 무거워 외연초등학교 앞에서 쉬었다 간다.

 

요즘 학교 꿈을 강조하는 것은 전통을 지키고, 끼를 강조하는 것은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다

꿈과 끼..

전통과 혁신.. 모두 지켜야 할 소중가치다.

위선과 증오는 버리고..

 

초등학교를 지나 오르막길을 넘어가면 명금이다.

 

당산 삼거리 앞데크..

유튜브를 보면 혼자 온 캠핑족은 여기에 텐트를 치는 사람이 많더라.

 

명금.. 중에 작은 명금..

외연도 지명 중에 금 자 들어가는 지명이 많다.

돌삭금, 누적금, 고라금 등등 공통점은 만처럼 오목한 지형에 작은 몽돌과 두루뭉실한 큰바위가 쌓인 곳이다.

그래서 추측컨대, 1) 몽돌 모양으로 큰 바위들을 "금"이라 부르던지, 2) 오목한 작은 만을 "금"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동네 사람도 지명 유래는 잘 모르는 것 같다.

 

<2020. 8.26.추가>

섬이나 바닷가에 ~금, ~구미 라는 지명이 많앗다.

하의도의 모래구미나 외연도의 각종 ~금의 공통점이 오목한 만 모양의 지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구미 또는 굼, 금 등의 말은 이런 물가의 후미진 지형, 만처럼 오목한 지형을 이르는 우리의 고유언어인 것으로 보인다.

 

캠핑 장비를 들고 힘들게 이동해야 즐거운 저녁이 기다린다.

인생의 젊은 날의 땀이 늙은 날의 평화로 이어지는 것과 닮았다.

젊은 날 캠핑을 몰랐던 내가 늙으막에 캠핑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까?

 

저 보이는 오목지형이 우리가 묵을 돌삭금이다.

언덕위의 나무 데크에 짐을 내려놓는다.

 

돌삭금에서 바라보이는 우측 끝 바위가 노랑배..

그 뒷줄기 산이 봉화산이다. 

 

 

잠시 숨을  돌리고 돌삭금 주변을 탐험한다.

 

물빠진 바위를 요리조리 넘어 매바위 쪽으로 가다보면 홍합이 지천이고, 해초도 가득하다.

 

해초 몇줄기 뜯어 저녁 거리로 가져온다.

톳은 아니고, 모자반이라고 하던데, 데쳐 먹어보니 씁쓰름한 맛이다.

 

 

돌삭금에서 바라보는 매바위..

그러나 해변으로 가기는 어렵다.

 

 

2일째 아침이다.

비가 내린 것 처럼 텐트는 젖어잇다.

아침 배를 타고 덕적도로 나가야 해서 아침 간단히 해결하고 주섬 주섬 짐을 싸고 텐트를 걷는다.

 

돌아가는 느다시뿌리 언덕에 안개가 몰려드니 선경 속을 걸어가는 듯하다.

언제 다시 이 풍광을 다시 마주할까?

진한 아쉬움을 하트로 남기고 가는 사람들..

짐은 민박집 트럭에 얹어 놓고 걸어서 선착작으로 간다.

도중에 만난 아름다운 숲을 지난다.

굴업도가 베일을 쓰고 시집가는 날인가?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나래호! 오늘은 사고 안치고 무사히 가겠지??

백아도를 지난다. 

부처처럼 생긴 이 바위를 기도바위라고 부른다.

아래의 바위는 기차바위의 화통부근이라네..

덕적도에 도착하여 대부도행 출발까지 2시간의 여유가 있어, 아직 소비못한 소세지, 와인 등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마침 항구 옆에 절묘한 장소가 있어 캠핑의자를 요긴하게 잘 쓴다.

 새로 산 캠핑의자 때문에 캠핑을 한번 더 가야겠다.ㅎ

대부도로 돌아오는 길..

갈매기의 묘기를 바라보면서 행복한 굴업도 캠핑여행을 마무리한다. 

 

 

느다시뿌리 언덕으로 돌아 가는 길

소월의 시 초혼이 생각나는 장면이 나타난다.

 

붉은 해는 서산(西山)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사슴이 몇년 전보다도 늘어난 것 같다.

원래 동네사람이 키우던 사슴 1쌍이 탈출하여 이렇게 대가족을 이루었단다.

현재 200여마리로 추정한단다.

 

누가 노을비끼는 언덕에서

잠든 몸을 깨우나니

시름짐은 어디를 가고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빈허리에 뒤짐지고

(정태춘, 애고 도솔천아)

 

낭개머리 옆 개머리 3번지 쯤되는 우리 텐트도 멀쩡히 잘잇다

온종일 심심했겟지

오늘은 바람이 잔다.

어제보다는 여유있게 갈비를 굽고 와인을 따르고 오가피주를 마시며 느긋하게 노을을 즐긴다

준비한 노을 노래도 블루투스 스피커로 들으며..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후회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굴업도의 붉은 노을 바라보며 이문세 노래 부르기 미션을 한다.

 

붉게 물든 노을 바라보면 

슬픈 그대 얼굴 생각이나 고개 숙이네 

눈물 흘러 아무 말 할 수가 없지만 
난 너를 사랑하네 이 세상은 너 뿐이야 소리쳐 부르지만 
저 대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 

 

 

나는 널 사랑하네. 이 세상은 너뿐이야.

자꾸 외쳐보고 싶은 노을이다.

 

그런데 말이다.

자르지 않고 준 커다란 LA 갈비가 입을 열지 못하게 하고, 노을 만큼이나 붉은 와인이 혀를 붙잡는다.

얼굴이 붉게 물들자, 와인과 노을 서로 다툰다.

서로 자신들의 공치사를 하며..

 

노을과 와인이여! 다투지 마시게!

그대들은 금하(金霞)의 정기를 타고 나서 빛과 물로 갈라졌을 뿐이니

관하재(觀霞齋) 선생의 얼굴은 그대들의 단청공양을 가납하였을 뿐이네.

잔잔한 바다위에 노을이 시들어 가자

어느새 구름 사이로 저녁달이 빛나고 있다.

 

우리의 흥은 다하지 않았다.

서울의 달을 들으며 데우랄리를 회상하고,

엄마아리랑으로 말디히말을 추억한다..

 

마무리는 신나게..만약에, 자기야, 무조건으로 

 

 

 

 

 

선착장에서 보이는 목기미 해변이다.

원래 굴업도는 동섬과 서섬이 분리된 곳으로  어느 때부터 모래가 쌓여 두섬이 연결되엇다.

이런 지형을 육계사주라고 부른다.

 

목기미??

목까지 찬다는 의미란다.

뭐가? 

바닷물이..ㅎ

실제로는 1년에 1-2번을 바닷물에 해변이 잠긴다고 한다.

 

 

 

반쯤 사막화 된 산에 이름을 쓰는 사람..

아들 이름인가?

 

 

 

굴업도는 1920년대 민어 파시가 열릴 때가 전성기였다. 

서섬에는 큰마을과 작은 마을이 있었고, 동섬에는 목금이 마을이 있었단다.

그 시절에는 목금이 마을에 술집이 즐비햇었단다.

전국 선박 300척과 선원파사ㅣ, 한,중, 일 상인까지 2000여명이 몰려들었고, 거주민은 130여호에 500명에 이르렀단다.

그러다가 1923년 8월 엄청난 해일로 인해 어선 200여척, 선원 1200여명, 파시가옥 130여호로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대참사를 입는다. 

그리고 잠시 회복하는가 싶다가 점차 쇠락해갔다.

지금은 30년전 목금이마을과 작은 마을은 폐촌이 되었고, 지금은 큰마을에 6가구가 산다.

 

1994년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 논란이 되엇으나 바다 지층의 불안정성으로 불발이 되었고,

그뒤 CJ그룹이 섬을 통째로 사들여 레저사업을 계획하고 있어서 언젠가는 출입하기도 어려워 질지도 모른다.

 

 

 

연평산 가는 길의 다락밭 모습

그리고 사슴이 와서 물을 먹는다는 연못..

내려올 때 물먹으로 온 사슴이 있었다.

 

 

 

멀리 건너편 덕물산 전망바위에 텐트를 친 사람이 있더라.

 

 

 

산으로 오르니 목기미 해변의 사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보니 연평산이 엄청 높아 보인다.

길가에 짐승해골까지 보이니, 혼자 왓으면 돌아가겠다..ㅎ

 

 

 

거대한 코끼리가 물을 먹으러 왔는데, 아직 물때가 되지 않았네..

조금만 기다리거라.

 

 

 

또 뺀질거리다가 지청구를 먹고서야 연평산 정상에 올랐다.

내려오던 사람들이 가성비 높은 등산이라고 부추긴다. 

짧지만 빡센 등산을 해야 한다.

 

 

 

좌로 덕물산, 중앙에 목기미해변, 우로 개머리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내려올 때 찍은 장면을 보면 짧아도 빡센 등산임을 알리라.

 

 

 

산 속 나무에 게가 잇다

도둑게(부억게)란다.

주특기는 부억에 들어가 식은 밥 훔쳐먹기란다..

 

 

 

내려오는 길에 보니 코끼리가 그제서야 물속에 코를 쳐박고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붉은 모래 해변이다.

건너편 덕물산 전망바위 위에 하얀 텐트가 노랑 텐트로 바뀌었네??

요즘 텐트는 변검도 하나?? ㅎ

 

 

 

그 때 누군가 소리를 지른다.

"사슴이 물을 마시러 왔다!!"

정말 영화처럼 사슴모자가 물을 마시러 나타났다..

사슴이 물을 마시는 이곳을 "작은 말 모래습지"라고 하는 것은 문학적 상상력의 결핍이다.

하여 내가 작명을 한다.

사록담(沙鹿潭)..

한라산 백록담에 견줄만한 이름 아닌가?? ㅎ

 

 

 

 

 

 

이분은 무엇하고 잇을가요??

해당화를 찍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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