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편제 마을 축제에 그녀(송가인)가 등장하여 춘향가 중 이별가 한 대목을 부른다.
그녀가 부르는 춘향가의 뿌리를 따져 보면 동편제 소리이다.
즉 동편제 계열의 김세종제의 춘향가가 보성소리 사부 정응민 - 김상용ㅡ박금희 ㅡ 송가인으로 이어진것이다.
그러니 동편제 마을 축제에 그녀가 출연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인연인 것이라.
< blog.daum.net/servan/6351347 참조>
판소리는 사설 내용을 알고 들어야 제맛이 난다.
【아니리】
이렇듯이 도련님은 서울로 떠나고 춘향이 하릴없이 향단으게 붙들리어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디.
【진양조】
향단에게 붙들리어 자던 침방 들어올 제, 만사가 정황이 없고 촉목상심 허는구나. “여보아라 향단아! 발 걷고 문 닫어라. 춘몽이나 이루어서 알뜰한 도련님을 몽중에나 다시 보자. 예로부터 이르기를 꿈에 와 보이는 임은 신의 없다 일렀으되 답답이 그럴 진데 꿈 아니며는 어이 허리. 천지 삼겨 사람 낳고 사람 생겨 글자 낼 제, 뜻‘정’자 이별‘별’자는 어느 누가 내셨던고. 이별‘별’자를 내셨거든 뜻‘정’자 내잖거나 뜻‘정’자 내셨거든 만날‘봉’자를 내잖거나, 공방적적 대고등허니 바랠‘망’자가 염려로구나.”
【중몰이】
“행군견월상심색 허니 달만 비쳐도 임의 생각, 야우문령단장성에 비만 많이 와도 임의 생각 추우오동엽락시에 잎만 떨어져도 임의 생각, 안암산 노송정에 쌍비쌍쌍 저 뻐꾹새 이리로 가면서 뻑꾹 뻑뻑꾹 저리로 가면서
뻑꾹 뻑뻑꾹
뻑꾹 울어도 임의 생각이 절로 나네. 식불감미 밥 못 먹고, 침불안석 잠 못 자니 이게 모두 다 임 그리운 탓이로구나. 앉어 생각. 누워 생각. 생각 그칠 날이 전혀 없어 모진 간장 불이 탄들 어느 물로 이 불을 끌거나.”이리 앉어 울음을 울며 세월을 보내는구나
***
그중에 한시 귀절이 몇군데 보인다.
조선후기 대원군 등 양반 앞에서 공연할 때 양반들의 문자 욕구에 맞추어 적절히 삽입한 것이리라.
행궁견월상심색(行宮見月傷心色) 궁궐에서 보는 달도 마음을 아프게 하고
야우문령단장성(夜雨聞鈴斷腸聲) 밤비 속에 들리는 풍경소리는 창자를 끊어내듯 하네
이 시는 당나라 백낙천의 시 "장한가"에서 나온 것이다.
장한가는 당현종과 양귀비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시니 춘향가에 인용하기 좋은 귀절이 많다.
특히 단장에 관해서는 그녀가 전문가다..
"단장의 미아리고개"의 단장의 출발이 이 시귀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추우오동엽락시 (秋雨梧桐葉落時) 가을비에 오동 낙엽 떨어질 때
앞 댓귀는
춘풍도리화개일 (春風桃李花開日) 봄바람에 복사꽃, 자두꽃 피는 날
인데, 요지는 임 생각이 절로 난다는 말이렷다.
장한가의 마지막은 이렇다.
七月七日長生殿 칠월칠일장생전 칠월 칠일 장생전에
夜半無人私語時 야반무인사어시 인적 없는 깊은 밤 속삭이던 말
在天願作比翼鳥 재천원작비익조 하늘을 나는 새가 되면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 재지원위연리지 땅에 나무로 나면 연리지가 되자..
天長地久有時盡 천장지구유시진 천지 영원하다 해도 다할 때가 있겠지만
此恨綿綿無絶期 차한면면무절기 이 슬픈 사랑의 한 끊일 때가 없으리
***
단장의 전문가, 한의 소리 그녀가 부르는 이별가 대목은 절절하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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