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걷기에 나섰다..이번엔 전북 장수군 천천면 용광리 광산마을에서 시작하여 정여립 사건으로 유명한 죽도에 이르는 구간..

천천(天川)..하늘내..하늘 가까이 흐르는 냇물이니 금강 상류로 걸맞는 이름이다..

 

 

이곳에도 4대강 사업인지..강변 제방 공사가 한창이다..

재작년에 걸엇던 풍광은 사라지고..

다리옆 저 노송..허리는 절반이 고부라져 다리 한모퉁이에 생존하는 저 정신으로 금강도 꿋꿋하게 벼텨주기 바란다..

 

 

천천1교 건너기 전 우측으로 난 임도로 접어 들었다..

전에 가보지 못한 길..금강을 간간히 굽어 보며 산허리를 감돈다..

 

 

종달이인지..꾀꼬리인지 새 소리 들으며 숲길을 걷다가

나무 틈사이로 금강의 숨소리를 간간이 확인하며 걷는다..

 

 

진달래가 한창이다..

영변 약산 진달래보다는 못할지라도 꽃너머로 보이는 동행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진행자는 길이 짧다고 아껴 걸으란다..

이 모퉁이 돌아 내리막이 끝나면 아스팔트길이 나온다..

 

다시 선두가 포장길을 제치고 임기응변으로 천천2교 옆에서 논두렁길로 접어든다..

노랑꽃이 앙증맞게 고사리 손으로 환영하네..

 

 

천천면의 하늘내는 천천히 흐른다..

무에 급할 일 있는가?

급히 내려가야 용담댐에 막히고 어찌 하여 지나가면 강공사에 시달릴테니...

 

 

강을 가로지르는 노깡다리를 건너 S라인이 허리를 감고 걸을 생각하니 벌써 흥분된다..

 

 

여기서 멀지 않은  실개천 끝트머리에는 뜬봉샘이 있겠지..

그 샘출신 강물은 얼마 되지 않으련만 벌써 동무를 모아 강물을 이루네..

 

 

 

쌍암마을 건너편 노깡다리를 건넌다...

흐르는 물소리 따라 봄도 흐른다..

 

 

세월교를 건너 S라인 길을 걷는다...

모판을 펼쳐논 할매들이 나물 캐로 나왔냐고 묻는다..

 

 

하늘내 들꽃 마을로 간다..

이틀전 내린비로 구상마을 앞 보 위로 넘치는 물..아예 신를 벗고 건넌다..

 

 

하늘내 들꽃마을에 들렸다..

매화가 반기고..

 

 

홍매화도 열렬히 환영하고..

 

 

들꽃마을 황토방 창문에서 아름다움을 엿보네..

 

 

속없이 바람 부는대로 이리 저리 날리는 버들을 보며

 

어떤 이는

실버들을 천만사 늘여놓고도

가는 봄을 잡지도 못한단 말인가?

한탄을 하고...

 

어떤 이는

봄버들 하늘 하늘 춤을 추노니

꽃다운 이 강산에 봄맞이 가세..

찬탄한다..

 

 

 

가막골 유원지 강둑에 앉아 점심을 든다..

10년 묵은 산삼주..살인마..막걸리..매실주..

 

 

그리고..주력부대는 금강 물길을 5번 건너 죽도에 이르겟다고 떠났다..

 

 

어제, 오늘 바람이 보통이 아니다..

어제 천내강에서 찬바람에 헤메어 감기기운에 다리도 션찮고..해서 난 차술을 써서 죽도로..ㅎㅎ  

 

 

죽도..

조선조 정여립 사건으로 유명한..

정철이 책임자로 진행한 기축옥사의 후유증..

1000명의 조선의 인재들이 어작나고..

그이후 300년간 당쟁 격화의 빌미가 되었던..

최근에 영화 "구름을 벗어난 달"의 배경지..

 

 

 

 

 저 멀리 죽도를 상징하는 달문같은 바위를 바라본다..

저 풍광은 새마을운동 시대에 탄생하였다는... 

 

 

신을 벗고 강물에 발을 담그니..얼음같이 차다..

거기에 죽도에 죽도록 부는 바람까지 보태니..

40도 산삼주도 별무 소식이네..

 

 

문득 하늘에 뜬 구름이 죽도의 주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 안에서 벌어진 인간사야 말로 뜬 구름같은 일이 아니던가?

 

 

 

저 멀리 일행들이 나타낫다..

강모래밭에서 기마전도 햇다더만..

 

 

 

 

성큼 성큼 내딛더니 주저없이 여울을 건넌다..

밧줄을 잡아주고 끌어주고..

강물은 차가웠지만 인정은 뜨겁다..

 

 

그렇게 죽도를 떠난다..

강건너 죽도에 이르는 물길은 날씨가 뜨거워지고 물이 얉아지는 5월말-6월초의 갈수기에 가기를 권한다..

시원한 강물과 데이트하기 좋기에..

 

 

별을 보기 이른 오늘..

죽도에 죽도록 부른 바람 실컷 맞았다..

마음 찌꺼기까지 다 떨어져 나가니

청정함만 남았다..  

술로 채우기 전까지는..

 

 

금강걷기에 나섰다..

충남 금산군 제원면 천내2리 기러기공원에서 출발한다..

날씨는 좋은데 바람이 제법 분다..

 

 

월영산을 바라보며 금강이 흐른다..

평사낙안..모래밭에 기러기 내려 앉는 모양의 아름다운 곳이다..

 

 

몸매 좋은 미인은 무슨 옷을 걸쳐도 맵시가 나듯

유려한 금강에는 시멘트 다리라도 멋진 풍광으로 태어난다..

 

 

난들로 들어선다..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들이라 하여 난들이라나..

강모래와 갈대 우거진 가을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가을..코스모스가 반겨주더니

이봄엔 조팝꽃이 지천으로 피어 환영한다..

 

 

갑자기 굉음과 함께 ATV가 요란하게 달려간다..

 

 

멋진 뒤태를 보여주는 반사경 조팝꽃에 취했나 보다..

 

 

신록..이 얼마나 황홀한 색인지..

처음 피어난 이 색같은 마음으로 4계절을 산다면..

 

 

오..복사꽃이 피었네..

이 계절이면 부르는 노래..복사꽃, 능금꽃이 피는 내 고향~~

 

 

이곳 천내리는 조팝꽃 향연을 준비하는 모양이다..

천내리 강변에 조팝나무를 줄지어 심었다..

 

 

 

복사꽃을 보면 생각 나는 것..

도원에서의 결의..

복사꽃 흘러 가는 곳..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안견의 몽유도원도..

 

 

 

여심이 움직인다..

머리에 조팝꽃을 꽃고 아들과 손잡고..

엄마는 여자란다..

 

 

우리 민들레는 찾아 보기어렵다..

어디 서양종 민들레 뿐인가..다람쥐 보다는 청솔모가, 붕어보다는 베스가 대신하는 시대 아니던가..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다.. 던 시조..이제 틀렸다..

인걸이 가기 전에 산천이 변했다.. 

 

이 천내리 금강변에도 4대강 공사를 하면서 그 좋던 미루나무 다 잘려 사라지고..

애송이 벚나무와 조팝나무만 심겨졌다..

이제 눈익은 경관은 사라지고 정돈되지 않은 이 황량한 경관은 10년이나 지나야 익숙해지겠지..

 

 

배꽃도 활짝 피었다..

올 봄에도 "이화에 월백" 행사를 해야겠지..

 

 

길가 공원에서 한하운의 시를 만난다..

불쌍한 문둥이 시인..

이런 계절에 사람피해 꽃 청산 걸으며 보리 피리를 불었겠지..

 

 

옛날 할머니는 상의 실종 패션을 하고 다녔고..

요즘 걸들은 하의 실종 패션을 하고 다니니..

여심은 그렇고 그런게지..

 

 

벚꽃이 날린다..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어죽첫집에서..

금강의 상징인 도리뱅뱅이에 더덕막걸리를 한잔하고..어죽으로 마무리..

 

 

얼큰하니 시한수 생각나네..

인생살이 산머너 산이고..물건너 물인데..

일단은

술술 넘어가는 술이나 한잔 받게나..

 

 

그러면..

만복운집(萬福雲集)..만복이 구름처럼 모일지 어찌 알겟는가..

 

술기운에 흩날리는 벚꽃을 바라보며 낙화유수(落花流水) 읊조린다..

"영춘화 야들 야들 춤을 추노니 꽃다운 이 강산에 봄맞이 가세"

 

 

저곡리로 닥실나루를 지난다.. 강변을 따라 길없는 길을 걸어 용화리 붉은뎅이까지 간다..

 

 

정자에 앉아 진도아리랑을 감상하고..과일로 목을 축이고..

꽃잔디와 도화 어우러진 동산에 잠시 넋을 내려 놓는다..

 

 

심란한 봄바람에 마음은 좌충우돌..

분홍꽃에 빼앗겻다 노랑꽃에 마음줬다..

 

 

다시 돌아나와 제원대교를 건넌다..

 

 

이강은 무주에서 내려와 영동으로 흘러가는 길에 금산에서 오늘 우리와 즐거이 놀다 가네..

오늘 걸은 길은 기러기공원-난들-자지산-봉황천 제방-국도-구레기마을-닥실나루-용화리-붉은뎅이..12km

 

 

우리가 걸은 천내강의 멋진 사진..

저 시멘트 다리는 우리도 건넜다..

 

 

오늘 걷기의 소감을 묻는다면, 어죽집에서 만난 이 그림으로 대신하련다..

좋지 아니하랴~~

 

 

부산 갈맷길 걷기에 나섰다..

의기소침..기운빠진 딸래미를 푸른 바다를 보며 위로해줄려고...

광안역에 내려 택시를 타고 민락수변공원에 도착..걷기 시작한다..

 

 

영산홍과 동백꽃..지대로 한쌍을 이루는 붉음..

붉게 인생을 살고 싶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대끼리..가 보인다..

간만에 듣는 말.. 오늘 정말 대끼리다..

 

 

축제 행사등 그림자가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만사는 보기나름이고 마음 먹기 나름인데.. 

 

 

광안리 해수욕장을 걷는다..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가고..

우리 인생도 끝없는 파도의 연속아닌가..

 

 

해수욕장이 끝나는 남천동에 거대한 고무바게쓰가..

그래도 명색은 외국인 작품이라나..

 

 

남천동 해변을 걷는다..벽화를 감상하며..

안경잽이 저 머스마..내 모습같기도 하고..

 

 

광안대교 입구를 지나 용호부두로 가는 길..

붉은 4월..

 

 

섭자리를 지나 동생말에 도착..이기대 걷기가 시작된다..

 

 

걷다가 힘들면 바위에 앉아 한참 바다를 바라본다..

그저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를 보며..삶의 파도를 생각해본다.. 

 

 

바다가에 돌탑을 쌓는 사람..

모래성보다는 나을까?

 

 

창공의 새가 던지고 가는 자유를 받아든다.

 

 

걷자..걷자꾸나..무장정 걷자..

 

 

 

여울마당을 지나 농바위에 이르는 길은 업다운이 잇어 제법 다리품이 든다..

짧은 거리만 생각하다가 작은 코 다친다..

 

 

파란 하늘..푸른 솔..흰 파도..검은 바위..

눈이 시원한 칼라..

 

 

해변산책길..푸른 바다를 보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찬바람을 안고 걷는 길에 어느덧 잡념은 사라지고..

 

 

농바위 뒤로 오륙도가 보인다..

 

오륙도 다섯 섬이 다시 보면 여섯 섬이

흐리면 한 두 섬이 맑으신 날 오륙도라

 

 

유채꽃 사이로 걸으며 보는 오륙도..환상적인 풍경..

 

취하여 바라보면 열 섬이 스무 섬이

안개나 자욱하면 아득한 빈 바다라
꽃 속에서 바라보니 두 섬이네..

 

 

봄이 오면 꽃이 피지 않는 곳이 어디 잇으랴..(春城無處無開花)

꽃 피는 이곳에서 함께 봄을 즐기네..

 

 

오늘 걸은 길..

민락수변공원 - 광안리 해수욕장- 남천동- 동생말-이기대 - 농바위- 오륙도 해돋이 공원 - 10km..

 

 

다시 자갈치 시장 횟집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며..푸른 창공의 갈매기처럼 자유를 상상한다..

 

 

 

청산도의 아침이 밝앗다..

수면용 폭탄주 덕분에 5시간 푹잤다..

바닷가 숙소에서 바라보는 일출..장엄함은 없으나 반가움은 여전하다..

 

 

아침식사하러 어제의 그집으로 걸어간다..

시원한 국으로 해장을 하고..

 

 

룰루랄라..

어제 건너뛴 6코스를 거슬러 동네 고샅을 걸어 6코스 방문 도장을 찍고..

 

 

7코스 신흥리 해수욕장에서 항도에 이르는 들국화길을 걷는다..

들국화는 없어도 청보리 가득하다..

 

 

어제의 하산길에 이상을 느낀 왼무릎로 인해 슬슬 걷는데 꾀가 난다..

 

 

항도의 오솔길..깊은 산중 같은 길이 끝나는 곳에 섬끝의 풍경이 기다린다...

 

 

드디어 무릎 인대가 느슨해져 내리막 길에서는 아프다..

어영부영 걸어 신흥리 해변에 도착..갯길을 걸어가니 푹신 담요를 걷는듯..

 

 

8코스 부터는 아스팔트 길이다..

굳이 걷기 코스로 이름 붙칠 필요도 없는 길인데..

하여..슬쩍 도시락 배달차에 편승하여 진산해수욕장까지 왔다..

진산해수욕장에서 배달된 슬로프드 도시락(별것 없음)을 먹고..

거기서 3개 부대로 재편성한다..

1대 : 산악팀 - 대봉산-대성산을 거쳐서 미로길 입구에서 합류

2대 : 국토순례팀 - 아스팔트를 열심히 걸어 미로길 입구에서 합류

3대 : 슬로 달팽이팀 - 슬로시티의 속도 체감하며 가끔 뒤도 돌아보며 걷다가 순환버스오면 타고 지리청송해변에서 2팀과 합류..

다리 아픈 난 3팀을 이끌고 닐리리 만보..무릎도 안아프고 좋다..

 

 

지리 청송해변에 도착하여 바닷물에 발담그고 바닷물에 뛰어 오르는 숭어 떼를 감상..

훌치기 숭어낚시 선수의 낚시도 감상하고..

 

 

10코스 노을길 ..청송이 늘어진 해변을 걸어간다..파도와 조개들의 옛이야기를 들으며..

 

 

 3조 달팽이 팀의 마스코스가 서잇네..

천천히와 자유롭게는 어울리는 말이다..

 

 

11코스 미로길을 거쳐 도청항에 도착..

 

 

11코스 42.195km  전구간 방문도장을 찍엇다..

슬로시티운영본부에서 완보증을 주고...기념사진도 찍고..인터뷰도 하고..뻿지 받고..발도장 찍고..가훈도 신청하고..

제법 호사로운 대접을 받았다..

 

 

도청항을 5시에 떠낫다..언제 다시오랴..

나비와 범나비 데리고 간 청산..

저물어 푸대접 받지 않고 꽃에 들어 잠 잘자며 멋진 봄꿈을 늘어지게 한판 꾸엇다..

 

 

다시 완도 귀빈회관에서 우럭탕으로 저녁을 하고..

흐르는 물처럼..을 바라보며

다녀온 청산여수(靑山麗水)를 생각한다..

 

 

무심..

 

 

슬로시티 걷기에 나섯다..

이번엔 청산도..완도에서 남쪽 뱃길로 40여분 거리..

새벽 4시30분에 출발하는 버스편에 올라타 한숨자고 났더니, " 내이름은 칸"이라는 영화를 상영한다..

미국 이슬람신자가 겪는 9.11.세계무역센터 테러 전후의 변화, 종교에 대한 편견 등을 다루는 영화..

영화는 말한다..사람에게는 2가지 종류가 있다..

좋은 행동을 하는 착한 사람과 못된 행동을 하는 나뿐 사람..

종교와 인종에 따른 구별과 차별은 무명과 번뇌에 부화뇌동하는 업보일 뿐이라고..

영화를 보면서 찔찔 짜다보니 완도에 도착한다..결말을 보지못한채 차에서 내린다..  

 

 

완도에 내리니 성장한 동백꽃이  반기네..

귀빈회관 해초해장국으로 시원하게 속을 채운다.. 

 

 

청산도행 카페리호에 찬바람을 맞다보니 청산도가 보인다..

하늘과 섬과 바다가 청록동색일세..

 

 

도청항에 내려 1코스를 걷는다..

미항길-동구정길-서편제길-화랑포길로 이어지는 5.7km

 

 

슬로시티답게 느림의 종을 치고 출발..

느리게 걸으라고 하는데, 11시에 출발한 우리는 6시까지 7코스 22km를 주파하려는 욕심에 마음이 앞선다..

 

 

항구의 끝에서 후미를 기다리며 바라보는 반사경..

하늘처럼 마음은 한가롭다..

 

 

도락리를 지난다..돌담으로 이어지는 마을길에서 잊고 지내던 고향의 정취를 만난다..

 

 

글씨를 읽고 마음을 달랜다..마음은 아기와 같아서 항상 어르고 달개야한다는 것..나이들며 알았다..

 

 

동구정길에서 만나는 바닷가 소나무 길..

이 아니 좋으랴..

 

 

청산도 풍경을 대표하는 유채꽃길..

구비구비 이어지는 소로길이 유채와 손이라도 찹고 춤을 추는 모습같다..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며는 꽃에 들어 자고가자

꽃이 푸대접하거들랑 잎에라도 자고가자..

 

청산도 유채꽃밭에 서면 옛시조가 절로 들려옵니다.. 

 

 

여기는 서편제 길..

영화 서편제에서 진도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을 여기서 촬영..

"사람이 살면은 몇백년을 사나

개똥같은 세상이나마 둥글둥글 사세.. "

 

 

화랑포길 초입에 산도화가 피어오르며 햇살과 함께 마음도 뜨거워진다.

 

 

새땅끝을 돌아나오는 바닷길..

화랑포길 입구에서 막걸리 먹느라 지체하여 거꾸로 일행을 마중나간다..

 

 

2코스 사랑길이다..

초분을 지나 읍리로 향하는데...바닷가 벼랑길이 정겹다..파도 소리 한가롭고..

 

 

갯돌에서 당리로 향하는 돌무지 논뚝길..발걸음이 가볍고..

 

 

당리 마을에 서편제의 세트장이 남아 있네..

북을 치면서 개사한 사철가라도..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나도 어제 청춘이었거니와 오늘 백발 속에서도 다시 꽃이 핀듯하구나..

 

 

청산진성을 걸어 간다..환장하게 아름다운 봄날이 아닌가..

 

 

바뿐 발을 붙잡으며 위로하는 느림의 시계..느림은 행복이다..

시간을 나누어 쓸수잇다면 이 즐거운 시간은 느리게..저 고통의 시간은 빠르게 하면서 살고 싶다..

 

 

구장리 해변을 지나 권덕리에 이르는 해안가 낭길을 지나자 5코스 범바위길..고바우 산길이 시작된다..

저기보이는 말탄바위가 정상이 아니고..

 

 

말탄바위를 지나 숨을 돌리며 바라보는 풍경..외로움을 타는 돌섬이 사람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범바위 직전에 진달래가 활짝피엇네..진달래 먹고..

 

 

범바위길 막바지 길에 지친 발걸음을 위로하는 진달래들..

그 너머로 펼쳐지는 섬등의 요염한 능선..

 

 

범바위 전망대에서 아이스크림에 막걸리에 잠시 숨을 돌리고..내려가는  길..여기가 용길이다..

용처럼 꿈틀거리는 길..그래선지 저 아래 해변까지 돌계단으로 내려가는데 예전에 다친 왼쪽 무릎이 다시 아프다..

 

 

계단을 다 내려오니 계곡의 시원한 물이 반긴다..

여인들은 신을 벗어 발을 담그고..

 

 

장기미 해변가..몽돌이 동글동글..

참 둥글게 한세상 잘 살앗구나..

 

 

이제  콘크리트 길을 걸어 청계리로 향한다..

그 지루함을 알고 그림자가 말을 거네..

 

 

서둘렀어도 해는 뉘엇뉘엇..

숙소로 향하는 마음 급하여 6코스 구들길은 잘라먹고 들길로 질러간다..

다시 유채가 나와 환영해주네..

 

 

 

숙소에서 떨어진 일행의 친척집에서 저녁식사..남도 내음 물씬한 식사를 하고..

안주인이 취미로 만든 희한한 조개 장식도 구경하고..조개가 꽃이 되고 자수가 되고..

 

 

숙소에 주안상이 차려졌다..

수면제용 폭탄주 말아 3-4잔 마시고..몇 분에게 나누어드리고..

이어 지는 "흠냐 흠냐....홍야 홍야"에 즐겁게 웃고..

 

이 취객에게 한마디하래서 한 것이..

 

낙화는 뜻이 있어 흐르는 물을 따르건만
유수는 무정하여 낙화를 흘려 보내는구나.

(落花有意隨流水  流水無情送落花) 

 

 

1차를 마치고 달빛 도보에 나섰다..

초승달이 어스름한 바닷가를 어슬렁 걸어 파도소리 들리는 정자에 앉아

수다를 안주 삼아 오디주..막걸리를 마신다.. 

 

 

술 기운이 갯내음에 버무리되어 저절로 흥이 우러나는 밤..

낙화유수 한귀절 지멋대루  흥얼거린다..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에
종달새 울어 울어 춘삼월이냐
봄버들 하늘하늘 춤을 추노니
꽃다운 이강산에 봄맞이 가세..

 

오늘 지대루 봄맞이 놀이 하였네..


 

 

 

충청걷기에 나섰다..

이번에 서산 아라메길 1코스..용현계곡-마애삼존불-일락산-상왕산 개심사- 해미읍성 13km..

차에서 내려 몸을 풀고 바로 계단을 오르니 불이문이 나타난다..

불이문(不二門)..둘이 아닌 도리..

색과 공이 둘이 아니고 번뇌와 보리가 둘이 아니고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고 행복과 불행이 둘이 아니라는 말씀..

그 문을 통해 삼존불을 알현한다.. 

 

 

중앙에 현세를 주관하는 석가모니불..좌측엔 제화갈라보살입상..우측은 미래불인 미륵반가사유상..

천년의 미소를 머금고..

과거와 현재가 둘이 아니고..현재와 미래가 둘이 아니라는 가르침이라도..

 

예전에 찾아왔을 때 건물 속에 잇엇는데..지금은 원래 모습대로 노천에 서있다..

 

 

알현을 마치고 내려간다..

용현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보원사지 발굴공사 현장이다..

 

 

천년의 세월 속에 서잇는 석탑너머로 노란 봄볕이 찾아들고 있다..

 

 

일락산(日落山)을 오른다..호젓한 임도를 걸어 개심사로 향한다..

일락서산(日落西山)..해가 서산에 진다..하니 서산에 일락산이 있는 것은 당연하겟지..

 

서산에 해진다고 눈물겨워마시게..

日落西山月出東(일락서산월출동)..

해가 서산에 지면 달은 동산으로 오르더라.

 

 

 

일락산 쉼터에서 불소주와 막걸리로 취기까정 느끼고 걷다보니 어느덧 개심사..

안양루..현판이 눈에 가득..

안양..불교의 이상세계..아미타불의 정토를 이르는 말..

부석사의 안양루도 유명하다..

 

 

해탈문을 통해 바라본 대웅전..

해탈문의 기둥은 그야말로 해탈한 자유 그자체..

 

 

 

상왕산 개심사..현판..

위는 안양루 뒷편에 쓰인것..아래는 일주문에 쓰인것..

위 글씨는 해강 김규진의 글씨..고종 때의 서예가...최초의 어전 사진사..

아래 글씨는 구당 여원구의 글씨..

두 사람 다 코끼리 상자 쓸때 코끼리 코를 연상시키는 점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절마당 기와 불사에 쓴 글씨..

대하무성(大河無聲)..큰 강은 소리가 없다..

빈 깡통은 요란하지만 지구 돌아가는 소리 듣는 사람이 있다던가..

 

 

개심사 내려가는 길..장송이 로마의 열주처럼 아름다운 길이다..

 

 

점심은 절앞 식당에서 더덕구이백반으로 먹는다..물론 면천막걸리로 반주하면서..

밥먹다가 보니 JP의 글씨가 걸려있네..

천고지홍..하늘은 높고 땅은 넓고..

 

 

그옆엔 포대화상이 보따리를 메고 웃고잇다..

뚱뚱한 몸매에 웃는 얼굴..포대를 메고 다니다..아이들에게 주전부리 꺼내 주던..동양의 산타..

가르침을 청하면..포대를 내려 놓는다.."그대도 짐을 내려 놓게.."

 

 

그러나..우리는 점심을 마치자 마자..짐을 둘러매고 길을 걷는다..

나무다리을 건너고..

 

 

또 다리를 건너고..

 

 

황무지를 지나서..

 

 

임도를 따라 걷는다..

아라는 바다를 가리키는 순우리말이고..뫼는 산..

아라메길이란 바다와 산을 끼고 걷는 길이다..

 

 

내일 새처럼 나르는 자유를 꿈꾸지만..

 

 

오늘은 무작정 걷는다...

 

 

길을 잃는 사람이 없도록 남의 이정표 노릇을 하다보면..

 

 

언젠가 밝은 깨닭음과 마주할 날이 있을까??

 

 

봄이 오면 꽃은 절로 피어나듯..

우리의 삶도 꽃같은 시절을 거처가리라..

 

 

해미읍성으로 가는 여정의 막바지..

 

 

태종 때 아곳에 축성하기 전엔 가야산 넘어 덕산에 성이 있었는데..왜구의 노략을 근절할 의지로 이곳에 성을 쌓앗다..

당시에 이곳이 해안이 이었단다..

이순신 장군이 근무한 적도 잇다던 곳..

 

 

 

동문의 이름이 잠양루...잠양은 해미의 옛지명에서 따온 것..

 

 

해미읍성에서 간월도로 향한다..

밀물시간이라 간월암은 섬이 되었다..

간월암은 섬중의 섬인데 오늘 처음 그 현장을 본다..

 

 

거룻배에 따서 줄을 당겨 도선하는데..

썰물이 되어 배가 좌초한다..일행이 바다에 내려가 밀어 겨우 건너간다..

 

 

간월암..달을 보는 절..

무학대사가 이 암자에서 달을 바라보다 깨달음을 얻었다는 현장..

서산대사는 닭우는 소리를 듣고 깨달앗다고 한다..

고승 중에는 대나무에 기왓장 부딛치는 소리에..뺨을 얻어 맞다가..꽃 향기를 맡다가..깨달음을 이루었다는 기연이 전하는데...

견문각지(見聞覺知)하는 가운데 길이 있음이라...

 

무학(無學)이란 더 배울 것이 없다는 의미이니 깨달음을 의미하는 것이겟지..배움이 없는 무식한 사람이란 뜻은 아닐터..

絶學無爲閑道人 不除妄想不求眞
더 배울 것 없어 할 일이 없는 한가로운 사람은 망상을 없애려 애쓰지 않고 참됨을 구하려 애쓰지도 않는다.

그래서 불이문(不二門)에 들어갔다 한다..

 

 

간월암 너머의 망망한 바다..

이 간월암의 고요 속에서 둥근 달이 둥드렷이 돋아오를제 파도의 해조음을 들으며 참선하기 딱 좋으리라..

 

 

근세엔 수덕사의 만공이 이곳에서 수행한 적이 있다한다..

만공의 스승은 근세 불교의 중흥조 경허인데, 경허의 오도지는 해미 부근의 천장암이다..

이 부근 지역이 불교의 중심축이었다는..

 

 

간월암에서 나오니 썰물이 완연하여 거룻배 필요없이 징검다리로 바다를 건넌다..

눈앞에서 서해바다가 갈라지는 기적이 벌어진다..

래도 믿음이 약한 중생은 아무 생각없이 귀향만 서두른다..

 

 

애월읍 애월리 숙소에서 8시에 출발한다..

아침바다를 바라보며 해변따라 걷는 길 상쾌하기 그지 없다..

숙소에서 조금 걸으니 고내포구가 나오고..차길에서 벗어나 올레길이 바닷가로 이어지니 더욱 좋다..

 

 

아침바다 갈매기..금빛은 버리고 푸른 빛을 실었다..

 

 

벼랑가로 담을 쳐놓았다..추락방지용인지..

 

 

고래다..자세히 보시라..

없음 말구..ㅎㅎ

 

중엄리 새물..

한라산 중턱에서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었다가 해안가에서 솟아난다는 용천수 중 하나..

새물 샘터로 내려가 쳐다보니 올레가 벼랑길이네..

 

 

구엄포구를 바라보고 걷는다..빈 해변을 걸으며 느끼는 자유.. 

 

 

구엄포구 돌염전..소금빌레..빌레는 암반지대를 뜻하는 제주말..

바닷가 암반위에 바닷물을 증발시켜 천일염을 만든다..

 

 

여기 구엄포구에서 일행 중 한분은 방파제로 낚시하러 가고..

우리 선두 일행 5분은 16코스 대로 내륙으로 향한다..

후발 팀들은 찻길따라 이호해수욕장까지 가서 17코스로 용두암까지 가기로..

 

구엄리 마을...봄빛을 가꾸는 들밭..

하얀 너울 쓰고 오는 봄처녀 보이시나..

 

 

마을에 인상적인 집 대문이 보인다..

이런 풍류가 잇는 집은 대개 인심도 넉넉한 법이다..

 

 

 

보랏빛 꽃이 말없이 반기는 올레 길..

만화방창해도 말한마디 없지만

진정한 즐거움은 말이 없는 가운데 잇다는 것을 그 누가 알리요..(誰知眞樂在無言)..

 

 

 

요즘 제주 유채축제가 한창이라는데..이곳에서 드물다..

길가에 어쩌다 보니 반갑기까지..

 

 

수산봉 아래 당도하니 제법 너른 유채밭이 잇다..

봄과 노랑은 잘맞는 궁합이다..

 

 

수산봉 언저리를 지나 경치 좋은 곳에서 쉬마하다가 참지못하고 숨을 돌리고 요기하고 조금 오니..

멋진 풍광을 만난다...수산저수지와 곰솔

400년 묵은 풍채 좋은 소나무..눈이 내려 덮히면 흰곰같다 하여 곰솔이란다..

 

 

 

 

수산..물뫼..

아름다운 지명의 저수지 제방에는 이뿐 꽃이 피엇다..

흰나비를 보면 슬픈 일이 생긴다고 동행이 말하자마자 노랑나비도 나타난다..

꽃과 나비..너울 너울 춤을 추는 물뫼..

 

 

이 길이 오늘 내 마음에 자리잡는다..

 

 

좋은 일은 겹으로 온다고 목련이 아름답게 핀 멋진 저택을 만낫다..

 

 

대문에 녹운당..초록 구름의 집이라고 써잇네..

일행이 주인장에게 섭외해서 잠시 들러 커피한잔 마시게 되엇다..

당호에 대해 물으니 보랏빛 안개가 자욱한 날 감흥이 일어 녹운당이라 작명하였단다..

친지에게 보랏빛 안개 이야기를 하엿더니 화학자인 그분이 "곧 산성비 오겠군.."하더라면서 웃는다..

참 넉넉한 안주인이다..

 

 

 

집안에 수선화는 한창이고..목련은 소담한 몽오리를 가진 사춘기 소녀 같다..

 

 

거실에서 바라본 풍경..멀티비젼이 따로 없다..

윤증고택에서 본 와이드 티비화면 능가하는 최첨단 설비랄까? ㅎㅎ

 

 

 

집안 곳곳의 창이 그대로 풍경화 액자..

동네이름답게 물뫼의 풍경..지대로 보여준다..

 

 

현관에서 바라보는 정원도 그대로 작품아닌가?

이건물을 설게한 건축가가 가평에도 똑같은 건물을 지었는데 건축상을 받았다고 하니 명품집이다..

더구나 원두커피는 찐하면서 구수한 안주인의 인심을 닮앗으니 또한 거주하는 분들도 명품이다..

 

 

 

감사드리며 나오는 정원에 매화는 흐드러지고..붉은 명자꽃은 싱그럽다..

紅紅白白自天眞

붉은 것은 붉고 흰 것은 희니 스스로 하늘의 참됨이라..

 

4월의 예고편을 여기서 만끽한다..

 

 

커피향이 가슴에 남아 저절로 고개가 돌려져 바라보니..정말 아름답지 아니하랴..

 

 

커피마시느라 지체되어 수산리 올레를 도르멍 갓당..

 

 

이제 우리는 수산리 밭길 사이로 걸어간다..귤나무에서 귤은 거의 수확이 끝나..

귤을 사먹지 못하고 아무 생각없이 집에서 가져온 한라봉을 까먹으며 아쉬움을 달랜다..

바닷가 소풍에 며루치 반찬 싸온 셈이다..

 

 

매화가 가득 피엇다..

선암사나 섬진강변에 가서 봐야할 매화 여기서 다보니..

 

화개화락축년신(花開花落逐年新)

꽃은 피고 지고 해마다 새롭구나..

 

 

드디어 나무에 달린 귤을 만낫다..

주인장이 보이지 않으니 차마 따먹지 못하고  침만 삼키며 달랜다..

 

 

이제 항파두리로 가는 오솔길로 접어든다..

올래표시와 돌하르방이 정겹다..

이번 코스를 걸으며 올래 길안내 표시한 분들의 노고 감사드린다..

너무나 정성스럽게 잘 보이게 적절하게 표시해놓아 조그만 불편없이 코스를 완주하엿다..

걷기열풍의 원조 다운 솜씨다..

 

 

항파두리로 가는 길에서 누가 광릉수목원 길같다고 한다..

솔향이 가득한 길을 차도옆 잔디로 걸으니 양탄자를 걷는 기분..

 

 

항파두리 항몽 유적지에 도착햇다..

몽고의 30년에 걸친 침략의 막바지..무신정권을 몰아낸 조정에서 원에 항복을 결정하자..

삼별초 부대가 반발하여 대몽항쟁을 이어간다..

완도가 함락되자 김통정 장군 일행이 제주도로 후퇴..이곳에서 2년 6개월 항쟁을 이어가다..결국엔..함락된 비운의 유적지...

 

 

이곳에도 730년후엔 봄이 되니 무심한 개나리만 가득피엇다..

 

 

반사경에 비치는 올래 풍경도 이국적이다...

 

 

제주의 잘난 말도 보고..

잘난 말은 주인이 드는 채찍의 그림자만 보아도 달린다는데..

이넘 제법 의젖하게 포즈도 취해준다..

 

 

고성숲길과 고성천길을 지난다..

돌담이 어우러지는 제주다운 소담한 길..

 

 

문득 귤이 가득한 귤밭을 만나자 잠벗이 귤을 사겟다고 주인을 찾아갓다가 공짜 귤만 한보따리 얻어왓다..

제주 귤은 배에서 먹는 활어회 처럼 신선하고 맛있다..

 그러는 사이 이제 광령1리로 가는 막바지..청화마을에 도착햇다..

 

 

얼마 지나지 않아 향림사 입구에 도착하니 비바리가 우리를 반겨준다..

 

오젠허난 폭삭 속아수다..(통역)..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은 뭐..저 좋아서 하는 것인디..ㅎㅎ

 

오늘 걸은 길..

고내포구-중엄 새물 - 구엄포구 - 수산봉- 곰솔-수산저수지- 예원동 - 항파두리 항몽유적지- 고성천길- 숭고당- 청화마을- 향림사-광령1리사무소  17.8km를 아침 8시 출발하여 12시 30분까지 4시간 30분에 주파..3시 배를 타려고..

 

 

광령1리사무소 앞에 마침 택시가 대기중이다..

입심좋은 기사님..여자 4명을 거느리는 솜씨가 제법이라나..

"6명까지 통솔 가능합니다..ㅎㅎ"

 

일행분이 특이한 제주시 가로수에 대해 물으니  구실잣밤나무라고 한다..

이것도 밤나무라 꽃냄새는 끝내준다는..

 

항구옆 물항식당에 갔다..육지에서는 맛볼 수 없는 깔끔한 갈치국으로 마무리.. 

 

 

돌아오는 배..갈 때의 반만한 크기..

공연장도 없고..안마기도 승객의 침대용으로 쓰이는 바람에..할 일없어 배난간에 기대다..

푸른 바다에 매혹된다..

깊고 푸른 바다..

 

 

추자도를 지나자 일몰쇼가 진행된다..

어디서나 맞는 일몰은 가을 만큼이나 심금을 울린다..

해가 내일 다시 떠오른다는 당연한 전제가 잇더라도..

바다는 저녁 요기를 탐스런 홍시로 맛나게 하겠구나..

따스하게 잠들게나..  

 

제주로 향한다..큰배를 타고..

비행기로 가기 복잡해  부산 앞바다만 즐기다가 모처럼 인연이 닿은지라 물결치는 대로 바람부는 대로..떠났다..

 

 

제주에 도착하여 처음 간 곳..만덕기념관에서 반겨주는 동백아가씨..

서로 그리움에 지칠 사이는 아니지만 꽃잎은 여전히 빨갛게 멍이 들었소..

 

 

기념관을 말타고 먼산 보듯 지나쳐 나오다가 입구에 선 글씨에 필이 꽃힌다..

은광연세..누가 잘쓰긴 했는데 뭔 뜻이랴??

나중에 제주박물관에 들려서 비로소 알게 된다..

 

 

제주항 등대 뒷산 별도봉 산책코스로 갔다..

초입에 만나는 보림사의 개나리 처녀..

종달새 울제 이팔청춘 가슴에 불지를  봄바람.. 그 바람타고 온 누리에 노란색 가득하겠지..

 

 

내일의 올레 코스에 대비해서 오픈 경기라 생각해서 맛보기로 걷는다..

 

 

그런대로 바다 바라보며 걸으니 속이 툭터진다..

 

 

별도봉 정상에 올라 한라산에 문안 인사하고.. 다시 원점 회귀하여 가는 길..항구 옆 등대가 보인다...

 

 

제주박물관에 들럿다..설핏 지나치는 전시물 속에 눈에 띄는 글씨들..

멋들어진 청풍(淸風)..

 

 

여기 은광연세(恩光衍世)의 글씨를 다시 만난다..

역시 추사의 글씨..

은혜의 빛이 세상 널리 퍼지네..

추사가 귀양왔을 당시 김만덕은 이미 돌아가신뒤라 만나지는 못해도 흉년에 자신의 재산을 털어 제주도민을 구제했다는 미담을 듣고 어울리는 글씨를 남겼다..

 

 

제주 서귀포 출신의 소암 현중화가 쓴 예서체..

 

仰面靑天遠(앙면청천원)  올려다보면 앞에는 아득한 하늘,

夜鳥啼早秋(야조제조추)  밤새 이른 가을을 알리고

銀河花外轉(은하화외전)  꽃처럼 펼쳐진 은하수 사이로

時有一星流(시유일성류)  때때로 한줄기 별이 흐르네

 

 

귀양왔던 우암 송시열의 글씨도 만난다..

落盤踞雖(낙반거수)..

제갈공명의 무덤 앞에 있던 오래된 측백나무를 노래한 두보의 시 고백행(古柏行)의 한 귀절..

 

落落盤踞雖得地(낙낙반거수득지)  낙락히 살아 땅을 차지한다해도
冥冥孤高多烈風(명명고고다렬풍)  아득히 높아서 강한 바람이 많구나

 

제주도에는 때가 되면 고명한 분들이 타의로 찾아와 글씨도 남기고 역사의 흔적을 남기고 간다..

 

 

애월읍 숙소로 향하다가 해녀의 집에 들려 문어..갈치회..해삼..멍게와 쎄주 한잔..

숙소에 짐을 풀고 불이나케 바로 앞 바다로 나간다..

 

 

석양을 바라보면 16코스 일부를 걸어본다..

석양의 해녀는 물질 잘하고 한보따리 들고 나서는듯..

 

 

 

숙소에서 식사를 마치고 일몰을 감상하러 나왔더니..

해는 이미 잠수하고 붉은 여운만 가득하다..

바다는 뜨거운 것을 삼키고도 호호 불지도 않고 꿈적 않네..

 

 

다시 해변을 걸어 내일 걸을 올래일부를 걷다가 돌아와 수면용 폭탄주 서너잔 마시고 베낭베고 잠을 청한다.. 

오늘 밤엔 붉은 마음과 노란 마음 중에 어느 마음에 안겨 잠을 잘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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