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걷기에 나섰다..일요일 집안 한식 행사로 장거리 도보를 포기하는 대신으로..

운동부족으로 뱃살이 붙는 아들도 조련할 겸..

직동에 도착하여 새로 만든 표지판을 보고 새로 만든 길로 웃피골을 지나쳐 보호수 옆 표지판을 보고 산성길로 오른다..

조금 올랐는데 벌써 대청호가 파르라니 보인다..

 

 

제법 업다운을 하느라 아들놈도 숨이 찬가본다..

내가 걷기 시작하기 전.. 저 녀석 살 붙기전에는  내가 그꼴이었는데..이제는 뒤바뀌었다..

천리행군의 보람이 느껴진다..

 

 성치산성 오르기 전에 망칙한 모양의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이름을 붙여야하는데..뭐라해야하나..

19금 나무..포르노 나무..ㅎㅎ

 

 

성치산성을 가는 능선 사이 사이 좌우에 대청호가 버티컬 커튼 처럼 펼쳐진다..

아름다운 길.. 다벗은 것 보다 50% 가린것이 더 색시하다던가..

오늘은 저 망칙한 나무땜시로 계속 이상한 이야기로 빠진다..ㅎㅎ

 

 

 

성치산성의 모팅이에 앉아 대청호를 바라본다..

이 산성은 백제시대 산성이다..

이 지역은 백제-신라의 접경이었던 시절..금강을 따라 수십개의 산성이 얼키고 설키고..서로 뺏앗고 뺐기는 혈전의 현장..

1000년의 세월이 지나 이젠 고요의 호수 속에 침잠하였지만..산성의 흩어진 돌들이 아물지 않은 그때의 상처처럼 뚜렸하게 남아 잇다..  

 

 

산성을 내려오자 비로소 걷기 편한 흙길이 전개된다..

석양에 걷는 소나무 숲길은 그저 편안한 평화와의 대화..

 

 

 

한참을 길에 취해 걷다가 지팡이를 붙잡는 것이 있어 비틀거리며 언덕을 보다 놀란다..

언덕위에서 괴수가 큰 팔을 휘두르며 쫒아오는 것 같다..

안목을 정돈하여 발밑부터 살피니 스틱이 돌틈에 걸려 잘 빠지지 않는다.. 

 

 

 

 이 봄에 처음으로 만나는 개나리..진달래..살구꽃..이름모를 꽃들..구름꽃같은 산버섯도..

걷기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보물창고다..보물창고를 열고 보물을 헤아리는 기분 아시겠는가??

 

 

이봄의 생명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죽은 등걸에 싹띄운 잡초..생명의 약동을 찬양하는 나같이 생긴 피리부는 사나이.. 

 

 

이 마을은 가을에 허수아비 축제로 유명하다..마을 입구에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 가족이 모두 나와 환송을 해준다..

언제든지 오셔유..스트레스 확 땡길땐 와서 걷구 막걸리 팍~ 마시고 고래 고래 노래 부르다 승이 풀리거든 가셔유~~

 

 

인근 장어식당에 앉아 아들과의 술한잔..아들이 여행때 사온 이집트산 싸구려 양주도 먹으니 취한다..

취한 눈으로 문득 벽을 보니

부러운 사내가 노를 젓고 잇다..

농암의 어부가가 들려온다..

 

이중에 시름없으니 어부의 생애로다

일엽편주를 만경파에 띄워두고

인간세상을 다 잊었거니 날가는 줄 아는가.

 

산머리에 구름이 일고 수중에 백구가 나니라

무심코 다정하니 이 두 것이로다

일생에 시름을 잊고 너를 좇아 노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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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도산 육사기념관에서 본 시 한귀절..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우는 소리 들렸으랴..(광야)

 

그런데..다음날 봉화 닭실마을에서 그 닭을 만났다..

청량산 앞을 흐르는 낙동강의 물결을 옆에 끼고 명호를 달려 봉화에 당도하였다..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우리나라의 4대 길지로 꼽았다는..경주의 양동, 안동의 천전, 풍산의 하회, 봉화의 유곡(닭실)..

그중 양동과 하회는 가보앗다..

 

 

 

닭실마을은 중종-명종조시대 사람 충재 권벌이 자리잡은 이후 500년간의 집성촌..

이른바 암닭이 알을 품고잇는 형상이라는 금계포란의 명당..

과연 동네는 야트막한 산에 감싸여 포근한 느낌이 든다..

아울러 동네 앞으로 국도, 철도등이 지나는데도 고요한 옛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니 과연 길지답다..

충재 고택을 들여다보앗으나 여기도 아직 봄꽃은 피지 않았다..

길지라해서 꽃이 먼저 피는 것이 아니구나..   

 

 

이제는 닰실 한과마을로 자력갱생을 도모하는..

동네 끝자락에 충재가 지었다는 청암정이 잇다..

이곳에서 바람의 화원 촬영도 있었다..동네 입구에 촬영장 가는 곳이라는 간판이 있어서 의아하게 생각했었는데..

 

 

청암정의 글씨는 퇴계 이황의 글씨다..퇴계..농암..충재는 동시대인으로 서로 친인척으로 연결되고 지역적으로 가깝고 조정에 벼슬을 한 전직이라는 인연들이 작용하여 서로 교유하고 풍류도 나누었던 모양이다..

 

 

청암정에 잇는 또하나의 글씨는 청암수석이라고 전서체로 쓴 숙종때의 사람 미수 허목의 글씨가 있다..

노론의 송시열의 맞수 남인의 영수..

그의 글씨가 왜 여기에 잇을까?

허목의 당파는 남인..그의 글씨는 그의 뿌리라고 할수 있는  이황-유성룡으로 이어지는 동인-남인의 어른들 고택에 글씨를 올려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

따라서 하회의 유성룡의 고택에 가면 당연히 미수허목의 전서를 볼 수 있다..

대전에 있는 송준길의 동춘당..우암 송시열의 남간정사에 가면..당연히 미수의 글씨는 없다..서인-노론계열 인사의 글씨로 가득..  

 

 

 

잠시 청암정 정자의 모서리..바람은 미치지 않고 햇살만 가득한 가득한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소나무의 속사임에 귀 기울여 본다..

부질없다..

부질없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가는 법이다..

이렇게 속삭이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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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산면 가송리에서 단애를 끼고 흐르는 낙동강을 따라 명호 쪽으로 3Km정도 달리자 아름다운 풍광에 끌려 청량산에 들어선다..

우리는 입석으로 곧장 올라가 차를 세우고 등산로를 걷는다..

등산로를 가다가보면 갈레길이 나오는데,  좌측은 평탄한 길이고, 우측은 가파른 길이다..

농암종손은 우측의 가파른 길을 가면 10배의 멋진 풍광으로 보상을 받는다고 조언한다.

우리네 삶도 그런 구석이 잇다..

과연 그 길은 가파르지만 멋진 풍광이 발을 잡아 쉬게하니 힘드는 줄도 모르겟다..

그 길 끝에 멀리 응진전이 보인다..

의상대사가 창건햇다는 응진전..지장보살을 모시는 전각이다..

절의 설화대로 한다면, 우리나라 절은 거의 의상, 원효, 도선대사 등과 연결되니..이 세분은 절만 짓고 다니는 건축업자엿나??

 

 

응진전 기단턱에 앉아 반가부좌를 하고 숨을 고른다..

전각 처마의 풍경도 꽤나 수도하였는지 이젠 잡고 있던 붕어도 창공에 방생하고 무소유다..

 

 

응진전 건너편에 성벽과 누각이 보인다..고려 공민왕이 홍건적 난을 피해 이곳까지 와서 산성을 개축했다는..멀리도 피난왔다..

자세히 보니 산의 응달에 아직 눈이 가득..

 

 김생굴로 갈라지기전 어풍대에서 바라본 청량사 전경..

퇴계선생은 10대에 공부하러 청량산에 들어와 절경에 반하여 오가산(나의산)이라 하였고, 후엔 오산당(吾山堂)를 지엇다..

 

 

청량사로 내려가는 길에 천덕꾸러기 응달눈을 만났다..혹시 심술이라도 부려 발을 걸까봐 조심 조심 걷는다..

 

 

이절의 본전인 유리보전에 당도했다..유리보전은 모든 중생의 병을 고쳐준다는 약사여래를 모시는 전각이다.. 

전각 기단턱에 걸치고 앉아 단전호흡을 한다..

앞에 바라보는 풍광이 참 아름답다..

돌아보니 절기둥 주련에 "오고 감도 머무름도  또한 없다" (無去無來亦无住 무거무래역무주)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이 유리보전의 글씨 공민왕의 친필이다..그는 그림도 잘그리고 글씨도 잘썼다..하지만 아들 낳는 기술은 서툴렀는지.. 

 

 

유리보전 앞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너무 아름답다..

한동안 바라보고 앉앗다..그대로 돌이 되도 좋을듯..

 

 

내려오는 길..석가모니 고행상 같은 등산길을 밟고 오기가 미안하다..

 

 

 

 봄에 만난 상징,.때이른 초파일 연등과 데이트하는 장독들..청량산 식당에서 다시 만난 바우솔체 글씨..메주형상의 등..쳇바퀴 같은 삶을 살아야하는 다람쥐..

 

 

청량산 입구 까치소리식당에 들어가 안동간고등어 정식을 시킨다..딸려나온 된장이 맛잇다..이젠 우리나라 제1의 멋진 길이라는 명호길을 간다..

4대길지 중 하나라는 봉화닭실 마을을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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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도산으로 가다가 도산서원표시를 보고 우회전해 들어 갔다..

아..환상의 드라이브길이 펼쳐진다..

서원 주차장에 도착하여 서원으로 가는 길에 펼쳐진 낙동강의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빼앗겼다..

 

 

서원이 강변에 자리잡아 경관이 수려하다..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경관이 뻬어난 곳에서 준재도 나오나보다..

 

성리학을 배우는 도학자들도 위트가 잇다..도산서당의 글씨..산(山)자만 애교잇게..

이 도산서당이야 말로 생전에 학생을 가르치던 곳이다..

나도 제대로 관람포인트를 모르고 주마간산으로 보고 지나간 것이 아쉽다..

 

 

안을 기웃거리다 보다..전교당 대청에 유림인사들이 가득하다..

살금 살금 접근하여 무엇하나 보니..무슨 종이를 정성껏 접고 잇다.. 

 

지나는 사람에게 물었더니..다음날(3.28.)이 퇴계선생 기일이란다..

그리하여 유림인사들이 모여 준비하는 모습이다..

 

 

대청 아래 고무신 중에 멋진 신이 하나 눈에띈다..불랙앤화이트의 세련된 다자인..

 

이 도산서원 현판의 글씨는 한석봉의 글씨라고 안내문에 써잇다..

과연 불끄고 떡썰던 어머니의 손 솜씨에 각고의 노력이 덧붙혀졌으니 글씨에 공력이 보인다..

 

 

이 글씨는 서고격인 광명실의 현판인데..퇴계선생의 친필이다.. 

 퇴계가 고인이라 추모하는 영원한 사부..주자의 "만권서적이 은혜롭게 나를 밝혀준다(萬券書籍 惠我光明)"는 귀절에서 인용..  

 

  

 

서원의 부억에선 점심준비가 한창이다..무슨 밥상이가 보앗더니 단촐하고 정갈하다..

우측은 퇴계선생이 쓰시던 흑단연의 벼루..아래는 책을 읽던 경상..

 

강변 시사단.. 정조때 퇴계선생을 기려 도사별과의 과거시험을 치렸던 장소를 기념하여 세운 곳..안동댐으로 인해 그자리에 높이만 올렸다..

 

 

 퇴계선생의 제자는 300여명이라고 알려졌다..

그는 남에게 함부로 충고하지 않앗다..제자에게도..그저 격려하고 자득(自得)하게 하는 교수방법이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공자와 제자와의 대화를 기록한 논어가 잇는 것 처럼..그에게도 제자와의 대화를 다룬 언행록이 잇다..

진정한 스승이었다..

그의 가르침이 낙동강을 따라 지금껏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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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을 걸으러 나섯다..

새로 뚫린 청원-상주간 고속도로를 타고 북상주ic에서 문경-안동-도산-가송리로 이어지는 3시간 반의 드라이브..

퇴계선생이 집을 나서 청량산까지 걸어 가면서 아름답다 찬탄하며 걷던 길..

일단 가송리 입구에 위치한 가송협을 보는 순간..백문이 불여일견..을 실감..

 청량산은 여기서 부터 3킬로 정도 더가면 된다..다음날 가기로 하고..

 

 

가송협 옆댕이에 서 있는 고산정(孤山亭).. 퇴계선생의 제자 성재 금난수가 공부하던 정자..

이런 곳에서는 공부가 저절로 되겟다..아님..술과 풍류를 즐기던지..

 

 

이 강물은 태백에서 내려오는데..강을 끼고 가는 이길은 예전 길은 아니란다..예전 길은 강쪽으로 잇었는데 근래에 만든 길이다..

가송협에서 1.5킬로 남짓 포장길이 끝나는 곳에 농암종택이 있다..

퇴계의 선배격인 농암 이현보의 종택.. 걷기를 마치고 묵을 집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흙길이 시작되고 걸을 만하다..종택의 애일당(愛日堂) 옆을 지나가는 길..

매일 매일을 아끼는 마음으로 살리라는 집.. 그런 심정으로 산다면 날마다 소풍을 나온 것 처럼 즐겁게 살리라..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그렇게 바라던 내일이다.." 이런 말은 왜 교도소 같은 곳에 써있는지..

그러나, 여기서 그리고 이길을 걷는 순간 저절로 이말을 실행하는 것이리라.. 

 

 

좌측으로 보이는 돌이 경암이다..지금은 별루여두 예전에 강복판에 크게 버티고 잇었나보다,,

 

 

경암을 지나며 되돌아본 정경..좌측으로 종택이 보이고 강물은 유유하다..

녹수청산리..녹수가 청산속에 누웠다..

 

학소대..아래서 사진을 찍으니 바위만 보이지 별거 없다..

그래서..경공술을 써서 훌쩍 뛰어 올랐더니..

 

짠~~ 이광경이다..

눈이 시원하고 가슴이 탁터진다..

(경공술의 비밀은 다음날 올라가는 것..ㅎㅎ)

 

학소대 정상 가는 길에서 보는 구비구비 흐르는 낙동강의 전모를 파악한다..뭐 대청호 주변의 절경도 자신감을 가져도 되겠다..

 

 

힉소대를 지나고 공룡발자국을 지나니 출입금지 표시가 있다..사유지 주인과의 트러블이 잇나보다..

이를 무시하고 들어가니 길은 잇다가 사라지고..헤메다가 다시 찾고..

길없는 길을 걸어간다..

그길을 걸어간 선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시와 땅주인의 분쟁 덕에 철리을 깨닫는다..

 

 

이 좋은 길에서 만난 연인나무..자세가 애로틱..물오른 버들 강아지..

 

 

우뚝한 바위 아래 푸른 물은 예안 유림들의 시퍼런 기개를 나타내는듯..

이런 비경이니..농암선생이 어부사를 지을만하다..

 

굽어보면 천심녹수 돌아보니 만첩강산

십장홍록이 얼마나 가렸는고

강호에 월백하거든 더욱 무심하여라..

 

녀던길 전망대..농암종택에서 여기까지 3km의 흙길이 끝난다..

전망대에서 걸어온 길을 바라본다..

여기서 건지산과 삽재를 거쳐 학소대-올미재-농암종택으로 이어지는 산길로 돌아가는 코스도 있으나 우리는 퇴계종택으로 향한다..

 

 

퇴계오솔길을 단장한다고 한 단천교에 이르는 길..포장길이 시대의 길이니..뭐라 불평하기도..

그저 걸을 뿐..강을 따라 걷는 길..찬 바람이 등을 밀어준다..

 

 

강변에 앉아 술한잔 하면서 퇴계선생의 도산12곡 한귀절을 읊어본다..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

유수는 어찌하여 주야에 긋지 아니는고

우리도 그치지 말고 만고상청하리라..

 

萬古常靑..그가 원햇던 정신세계를 단적으로 표현한 단어..

그도 50세 지천명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숙성단계를 거쳤다니..우리도 주야로 긋지 말면.. 

 

 

 

단천교 앞에 세운 녀던길 비석..우리는 저 표지판에서 무턱대고 좋아보이는 직진 제방길로 걸어갓다..한참을 가다 동네분에게 육사기념관 가는 길을 물었더니 동네를 거쳐 큰길로 나가란다..다시 아스팔트 길을 걸어 당도한 이육사기념관..

이육사도 퇴계의 후손이다..

 

전망대- 이육사기념관 -퇴계종택까지 5KM..아스팔트길로 걷는 것 쉽지 않다..

물론 우리는 도산온천 폐장시간에 맞추느라 마음이 조급해  축지법을 좀 섰다..

축지법..별개 아니다..지나가는 근두운 세워 타면 된다.. 

 

퇴계종택..

퇴계선생이 서당을 아직 열지 않고 이곳에 터를 잡기전에  동네에  백수 비슷하게 지낼적에 동네 노인이 무슨 일 하는냐고 물엇던 모양이다..

그의 답..

노인이 웃으며 나의 일을 묻기에

몸써서 밭가는 대신에 혀로써 갈려하오..

(山翁笑問溪翁事 只要躬耕代舌耕)

 

그는 50의 나이에 이곳에 집을 짓고 토계 건너편 계상서당을 짓고 설경(舌耕) 농사를 짓기 시작햇다..

대풍이었다..

 

 

 

퇴계종택의 현판..추월한수정..가을달이 비치는 강물 같은 집이라..

위 편액의 이름은 퇴계와 논쟁으로 유명한 고봉 기대승의 " 선생의 마음은 마치 물에 비친 가을달과 같다(先生之心 如秋月寒水)에 따왓다..

물론 위 글도 따지고 들어가면 주자의 "천년을 전해 내려온 마음이 마치 물에 비친 가을 달과 같다(恭惟千載心 秋月照寒水)"에서 취한것..

그런데..18세기초 종택은 불타고 터만 남은 자리에 모금을 하여 종택을 다시 짓고 이런 멋진 편액을 달아 놓았단다..   

 

 

 

종택을 지나 도산서원 갈림길에서 도산온천 2km라는 표지를 보고 우습게 생각하고 걸었다가 생고생을 한다..온천주인이 표지판에 에누리 좀 한 것 같다..

그래도 가는 길에 토계천을 만낫다..

퇴계선생이 벼슬을 버리고 낙향을 결심하고 이곳에 왔을 때 토계를 퇴계로 개칭하고 자신의 호로 삼앗다는 그 토계다..

 

 

어찌해서 도산온천에 도착하여 목욕을한다..온천수는 끝내준다..시설이야 시골이니 그러려니하고..

목욕후에 택시를 불러 근처식당으로 간다..

기사에게 먹을 만한 식당을 문의하니.."그런디 없는데.."

그래서 점심을 먹은 몽실식당으로 다시 갔다..이름이 정겨워서..

술도 한잔하고 얼큰한 마음에 택시를 불러 농암종택을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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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청호걷기에 나섯다..

강풍, 황사로 기상상태 안좋으리하는 예보에도 불구하고..황사는 황사대로..나는 나대로 심정으로 간다..

그래도 찜찜해서 주역점을 쳐보니 화산려괘..

"조금 형통하다. 나그네가 바르게 행동하면 좋다( 旅. 小亨. 旅貞吉.)"

"나그네가 여관에 들고 재물을 품으며 어린 노복을 얻으니 곧다. 득동복정은 마침내 허물이 없다."

이번 소풍 길에 걱정할 일이 없다는 암시..

 

버스에서 꽃님이 식당 다음 정거장 신절골에서 내려 마을을 통해 들어간 꽃님이 반도..너무 환상적이다..

 

 

영화 제목처럼 바람이 불어 좋은 날..

푸른 하늘.. 파란 대청호.. 흰모래..바람에 나붓기는 갈대.. 좋다..좋다..를 연발하다..말을 잊다..

 

 

찬바람을 끌어 안기 위해..베낭에서 이집트산 양주를 꺼내 한잔 들고 흰 생밤을 안주로 씹으니..

내 가슴은 청춘을 찾은 양 뜨거워지고 끓어 안은 바람도 부드럽다..

여기 저기서 술을 달라 밤을 달라 즐거운 난리다..   

 

 

꽃님이네 식당을 지나 호반의 돌탑으로 다가간다..

마치 이국에 온 느낌..

대청호 초창기부터 잇던 이 식당 이름때문에 지명이 속칭 꽃님이 반도가 되었다는..

 

 

꽃님이네 식당입구를 통해 국도로 나와 잠시 걷다가 한우마을 진고개 식당 부근에서 백골산성으로 오른다..

헌데, 어찌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절입구를 통하다 보니 잘못 길을 잡았다..그래도 능선으로 가면 길은 통하니..과연 그렇다..

 

 

 백골산성 정상에서 바라본 대청호..

오래전 부터 와보고 싶엇던 백골산성..이름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역사와 글씨에 관심이 많은 나의 호기심에 걸려든 이름...

그동안 검토결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백골산성을 중심으로 저 호수 좌측편 분지에서성왕의 아들 태자 여창(후에 위덕왕)이 이끄는 백제 주력 부대가 관산성을 경계로 대치하다가 김유신의 조부 김무력이 이는 신라군이 진천, 청원, 신탄진 방면에서 남하하면서 배후를 기습하면서 대패하여 좌평 4명을 포함 2만명이 전몰하였다는 이야기..

아마도 이 산성이 그 싸움의 중심이었을 것이다..

 

이른바 백제 성왕, 신라 진흥왕 시절의 관산성 싸움은  신라의 나제 동맹파기로부터 시작된다..

분개한 성왕이 대군을 이끌고 옥천을 돌파하여 영동 굴산성 까지 진격하였다가 밀리기 시작..후퇴.

여창의 주력 부대는 백골산성에, 성왕의 기병은 금산 추부 쪽에 주둔하다가 태자 진영의 분위기(귀족과의 갈등 등) 이상을 감지한 성왕이 호위 기병 50기만 대동하고 지름길로 백골산성을 향하다가 관산성 접경인 구진벼루(옥천군 군북면 월전리)에서 매복 중이던 김무력의 부하 도도에 잡혀 참수당하는 사태가 발생..

이런 상황에 여창이 배후에서 위와 같이 기습을 당하여 대패를 거듭..

신라는 성왕의 머리를 신라왕궁의 계단 밑에 묻고 밟고 다녔다는.. 

그이후..백제와 신라는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어 개이빨처럼 엮이여 물고 물리는 혈전을 거듭하다..백제의 멸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그 단초가 되는 백골산성 곳에 서서 이 산성에서 저 호수 밑에 이르까지 잠들어 잇을 고혼을 생각한다..

박병찬의 구음 시나위를 들으며 그 넋을 위로 해본다..

어떻든 산 사람은 살아얐기에 우리는 백골산성을 내려가 바람이 잔잔한 곳에 자리 잡고 점심을 든다..

양주에 25도짜리 두꺼비 소주에 막걸리에 라면국물에..성찬이다.. 

 

 

점심후에는 백골산성에서 강살봉으로 거쳐 요골로 내려온다..

다시 토끼봉길로 향한다..

흙길에서 느끼는 자연의 손길..왜 인간은 콘크리트로 범벅을 하고 살까?

 

 

토끼봉길에서 만나는 모래길..날 따시면 맨발로 걷고 싶은..

하얀 모래밭이 바다를 느끼게 한다..

 

 

오늘의 하일라이트..

소나무 사이로 반짝이는 금비늘 호수와 S라인 모래밭..걷는 사람..

 

 

이제 길은 막바지..방파제 같은 선상교 제방길을 걷는다..

올 곧은 길..그러나 자갈길..

 

 

 

 

이 봄을 상징하는 것들..좌상부터 터질 것 같은 꽃망울..백골산성을 같이 넘은 전우같은 동네 개..꽃님이 반도 호수에 취한 그림자..

중좌..토끼봉길에서 만난 백년고목 뿌리..봄날 소풍나온 왜가리..25도의 두꺼비 소주..

하..논에 피는 잡초에서 느끼는 무궁한 생명력..

 

 

 

 금성마을을 지나 주산동 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오늘 날씨  화창하고 푸른 하늘이었다..파란 호수..그리고 파릇한 봄기운..봄을 키우는 바람과 함께한 오늘 주역점괘대로 아무런 허물이 없다..

 

걷기의 마지막은 길동무 잠벗이 여는 서예전에 들르기..

거기서 보여준 글씨 한 점이 오늘의 덕담이다..

"갈가다 꽃보고 꽃보다 해지고.."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곧 꽃내음이 가득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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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걷기에 따라갔다..KTX를 타고 동대구로 가서 지하철 1호선으로 갈아타고 5정거장, 거기서 출발하는 버스를 탔다..

이동하는 버스에서 라흐마니노프와 사계(봄)을 들으며 푹 자다보니 병산서원 2KM 직전 삼거리에서 내렸다..

잠시 아스팔트 길을 걸으니 비포장 흙길이 기다린다..

차를 타고 문화답사 다닐 때는 비포장 길을 만나면 눈를 흘기며 정부를 비판하다가, 이제 걷기 열풍에 편승하면서는 포장된 길에 대하여 문화적 몰감각에 대하여 거품을 품는 나의 이중성을 발견하곤 쓴 미소를 짓는다..

병산서원 가는 길에 만난 낙동강은 아직 잠에서 덜깬 모습이다..

 

 

 노처녀 시집가자 등창난다더니..벼르고 숙고하여 멀리 온 날에 어찌 카메라를 놓고 왔는지..

핸드폰으로 풍광을 찍으려니 왕희지 글씨를 연필로 묘사하는 것 같아서 영 개운치 않다..

하여간 병산서원까지 2KM를 걸어와  복례문을 지나 만대루에 오른다..

두보의 시 '백제성루(白帝城樓)'의 한 구절인 '취병의만대 백곡회심유(翠屛宜晩對 白谷會深遊)'에서 따왔다는 현판..
 ‘푸른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수는 늦은 오후 마주 대할만 하고, 흰 바위 골짜기는 여럿 모여 그윽히 즐기기 좋구나’.

과연 낙동강 건너 병산을 대하고 있는 이곳은 이름과 실제가 명실상부하다..

 

 

 

만대루에 앉아 정좌를 하고 단전으로 숨을 고요히 고르며..

조선조 가사 춘면곡(春眠曲)을 듣는다..

"춘면을 느짓깨어 죽창을 반개허니 정화는 작작헌데
가는 나비를 머무는 듯 안류는 의의허여 성긴내를 띠웠세라.."

 

봄잠을 늦게 깨어 죽창을 반쯤 여니
뜰의 꽃은 환한데  가는 나비가 머무는 듯
강기슭의 버드나무는 가지가 늘어져 바람에 나부끼어  성긴 안개를 띄었구나.

 

봄잠에 느지막이 깨어 만대루에 올라 시조창으로 느릿하게 "춘~면을~.."하고 읇조리는 기분...

 이 봄날에 이곳 정취와 딱 맞아 떨어진다..

 

 

잠시 서원 앞 솔숲에 앉아 가져온 안동소주를 한잔 하며 서로 권하니 과거엔 사대부요..현재는 오대부로다..ㅎㅎ

 

 

 병산서원에서 하회마을 로 넘어가는 길은 두가지..강변따라 가는 길과 화산을 넘어 가는 길..

강변따라 가는 길도 가다보니 새로 신설한 산으로 이어지는 오솔길로 낙동강을 감상하면서 걸어가기 십상이다..

올레 7코스..여강의 벼랑길..금강 둔주봉 피실길에 못지 않은 운치가 있다..

 

 

 하회마을 충효당 옛집을 둘러 보고 나와 강변 길을 걸으니 3년전 답사와서 새벽에 만났던 그 고목이  그자리에 그대로세..

 

 

솔 바람 무성한 만송정..만송의 합창을 들으며 걷는다..강건너 부용대와 강건너는 나루배도..만송정 숲속에서는 아득한 옛일처럼 느껴진다..

 

 

이번 걷기의 아쉬운 점은 하화마을 입구부터 탈박물관까지 이어지는 강변길을 놓아두고 식당를 찾느라 포장길을 걸엇다는..뒤늦게 합류한 강길..

저 멀리 부용대가 보이고..

이 흙길..지나간 미인을 보듯 자꾸만 돌아다 본다..이쉬워 입 맛을 다시며..

 

 

탈박물관 부근 식당에서 안동 간고등어로 점심식사를 한다..

각종 술를 주거니 받거니..안동 소주..이집트 양주..와인..막걸리..참이슬..가랑비에 옷젖듯 얼큰하다..

그리곤 주차장 정자에 찬바람 맞으면서 조선조 힛트송 "풍입송"을 들으며 옛 미인들이 거닐던 무릉도원의 꿈길을 헤멘다..

다시 버스를 타고 부용대로 향한다..

 

 

부용대에서 바라본 하회 마을은 한폭의 동양화다..

동양화 모르는 사람도 이 곳에 오면 느낀다.."아..동양화는 이렇게 실물을 그대로 그린 그림이구나.."

이곳에서 보면 하회 마을이 연화부수형의 명당이라는 말도 웅변없이 실감된다..

 

 

부용대에서   겸암 정사을 향해 간다..유성룡의 형 겸암 유은룡의 수신터..

낙동강의 절경..오늘 다보면 내일부터 낙동강은 밑천이  다 떨어지는 것 아닌지 모른겟다..

 

 

겸암 정사에서 바라본 하회마을..

면장이라도 하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나야한다는 속설이 맞는지도 모른다..

이런 멋진 풍광 속에서 멋진 선인들이 태어나고 이름을 날리고 후손과도 이렇게 이어지고 있으니..

다시 부용대 입구로 옥연정사로 내려오니 날은 흐리고 빗방울이 오락가락..

시간도 되고..하여 여기서 종료다..

하회마을 삼거리-병산서원-하회마을 - 강변길- 탈박물관 , 부용대-겸암정사 까지 약 11km..제법 피로하다..

오늘 못간 옥연정사-광덕교-구담습지-구담교 구간은 언제 인연이 닿으면 가겠지..

 

 

 

 오늘의 걷기에서 만난 봄의 전령..좌상부터 산수유 꽃망울..마을 장독..선비형상 가로등..탈공예관의 웃음인심 끝내주는 장승..

 

 

낙동강에서 오리를 만낫다..

솟대에 앉아 하늘로의 소명의 부활을 꿈꾸는..

그대 걸으면서 우리 것 살펴보고 자연과 스킨십하며 삶을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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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걷기 2번째 모임..마령파출소에서 출발한다..오늘의 목표는 풍혈냉천을 거쳐 사선대까지 22km..

아스팔트를 길게 걷자 오늘도 지난 번 처럼 아스팔트길만 많이 걸을지 걱정하는 웅성거림이 들린다..

개울 하나를 건너 공사중인 제방길로 들어서자 안색들이 밝아진다..

 

 

겨울의 끝자락 부터 여지껏..장마처럼 내리던 비..

어제 비는 피했고..오늘은 예보대로 오전은 비맞을 각오하고 우비도 사고 우산도 꽃고 나섰는데..초반에 햇살까지 나서..제법 더운 기운..

잠벗은 방풍복을 벗더니 보온복 까지 벗는다..

길은  자갈이 많아도 푹신한 흙기운에 걷기에 흥이 난다..

 

 

 좌포교를 건너 다시 제방길로 들어선다..

하늘은 다시 짙뿌린 모드..바람도 냉정해진다...열었던 방풍복의 지퍼를 여미고 저 고개 밑을 감도는 강을 따라간다..

 

 

봄의 양기를 품은 강길..겉으론 푸름을 잃지 않은 소나무만 생기롭게 보이지만..도처에 봄기운이 가득하다..

4월의 섬진강엔 각종 꽃이 지천으로 가득할테지..

 

좌포리를 지나 도통리 부근을 지난다..길은 더욱 오묘하고..

뒤따라오던 일행이 말한다..이런 길이라면 온종일 걸어도 좋겠다..

 

 

한 여름에도 찬바람이 나오고 찬물이 솟는다는..풍혈냉천으로 향하는 길..

누런소가 해설피 운다..시골에 몰려온 많은 사람을 보고 놀랐는지..

 

 

풍혈냉천 부근 주차장에서 점심을 들었다..지명에 걸맞는 찬바람 속에 냉막걸리까지 한잔하니 온몸에 냉기가 가득..

길도 아스팔트길로 이어진다.

잠벗이 한마디 한다..좋은 길만 계속되면 좋을텐데..

좋은 길만 계속되면 그건 좋은 길이 아니여..안 좋은 길이 있기에 좋은 길을 느끼는거여..

이런 길은 어떠하며 저런 길은 어떠하리..

   

 

용포리 반룡마을..옛다리와 마을이 그림같고 녹청의 물색은 거울처럼 고요하다..

 

 

지친 동행의 보조를 맞추다 보니 앞 사람들은 멀어지고 길도 고요해진다..

고요한 길..고요한 걷기..무념무상..무아지경..

 

 

 

 

오늘 만난 초봄의 상징들..좌상부터..녹청 강..청록 송(松)..좌포교의 상징..파란 들 푸른 솔..

하좌..백로 장식난간..도형같은 밭,,멧돼지 덫 설치, 사(死)- 돼지는 글을 못읽을 테고 멧돼지 같은 사람을 겨냥한 걸까?

 

 

 

아마 이쯤이 회봉리나 방수리 어디 쯤 아닐까?

섬진강도 대하의 틀을 갖추기 시작한다..소리없이 흐른 것이 대하의 기본이다..

 

 

 

사선대에 다가가니...구름과 햇살이 강물속에서 눈부시다..날이 밝아진다.. 

 

 

푸른 풀밭에 이어진 주차장..사선대..4명의 선녀가 내려와 놀았다는 이곳에..수십명의 선녀 선남들이 몰려와 한날 잘 보내고 간다..

후일 다선대로 개명되지 않을지라도..즐거운 걷기에 대한 추억은 몸과 마음에 각인되리라..

봄이여! 오라..꽃피는 섬진강아! 단장하고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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