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 어제시 어초문답도..

어부와 초부(나무꾼)가 대화하는 그림이다..

이들의 대화는 이른바 청담(淸談), 고담준론으로서 어부와 초부 등 은자들의 소요유를 그리고 있다.


이 그림이 작자 미상이라고 하였는데, 숙종의 어람용 그림이라면 아마 도화서의 화원이 그린 것일 것이다.

이 그림에 숙종에 제시를 적었다..




兩個有人張與李    속세의 평범한 장씨와 이씨 두 사람

腰間一斧手中鯉    한 사람은 허리에 도끼를 차고, 한 사람은 손에 잉어를 들었네.

酒?何事來河邊     술기운이 얼근히 올랐는데 무슨 일로 강가로 왔는가?

應語樵漁害利耳    어부와 초부(나무꾼)이 주고받은 말은 해(害)와 이(利)에 대한 말이라네.


歲在乙未中秋下浣題    을미년 8월 하순에 쓰다.


***

제화시처럼 어부와 초부는 과연 이득과 손실에 관해서 이야기 했을까?

 송나라 소강절이 쓴 어초문대(漁樵問對)에 나오는 어부와 초부의 문답내용을 보자.


나무꾼이 말하기를

사람이 귀신에게 빌어서 복을 구할려고 하는 데

복을 기도하여 구할 수가 있습니까? : 그리고 얻을 수가 있습니까

외람되게 그 연유를 물어보고자합니다

 

어부왈

선과 악을 말하는 것은 사람이고, 화와 복은 하늘에 달려 있습니다

하늘의 도는 착한 사람에게 복을 주고 나쁜 사람에게는 재앙을 내리는데 귀신이 하늘을 거스를 수가 있겠습니까

자신이 스스로 지은 허물은 참으로 피하기 어려운 것이라 하늘이 내리는 재앙을  어찌 없애달라고 빌어서 물리칠 수 있겠습니까

덕을 닦고 선을 쌓는 것은 군자가 늘 하는 직분인데 어찌  여가의 일과 그 사이에 별다른 일이 있겠습니까

 

나무꾼이 말하기를

착한 일을 했는데 재앙을 만나고, 나쁜 일을 했는데 복을 받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어부왈

여기에는 행복과 불행이 있기 때문입니다

행복과 불행은 운명이고, 당하고 안 당하는 것은 인연(연분)입니다.

운명과 연분을 사람으로서 어떻게 벗어날 수가 있겠습니까

 

나무꾼이 묻기를

무엇을 연분이라 하고 무엇을 운명이라고 합니까


어부왈

소인이 복을 받는 것은 연분이 아니고 운명이고

소인이 재앙을 당하는 것은 당연히 연분이지 운명이 아닙니다

군자가 재앙을 당하는 것은 연분이 아니며 운명이고

군자가 마땅히 복을 받는 것은 당연히 덕을 베푸고 적선을 한 연분이지 운명이 아닙니다.


****

을미년이면 숙종 41년 (1715년 8월)에 썻다..


숙종 41년(1715년)이면..장희빈 사사된지 14년이 지났고, 3년전에 백두산 정계비를 세워 국경을 확정짓고,  북한산성을 완공하엿다..

을미년 2월  호조에 명하여 동두곡(銅斗斛)을 주조하여 팔도에 반포하게 하는 등 도량형을 정비하고 있다.

그리고 봄에 사현파진백만대병도(謝泫破秦百萬大兵圖)에 어제시를 썼다.


晉時安石有高名 진(晉=東晋)나라의 사안(謝安)은 뛰어난 명성이 있어

坐却符堅百萬兵 전진왕(前秦王) 부견(符堅)의 백만병사를 앉아서 물리쳤다.

靑岡一潰旌旗倒 청강(靑岡)에서 부견의 전진군대가 궤멸되자 깃발이 거꾸러지고

鶴喉風聲走者鶯 학이 외치는 소리와 바람소리만 들어도 적들은 놀라서 달아난다.


이 그림은  동진의 적은 군대가 중원의 패자 전진의 대부대를 격파한  비수의 싸움을 그린 것이다..

우리의 소수 정예로 중원의 대부대를 격파하는 북벌의 꿈을 그렸는지 모른다..


***

그리고 그해 11월(至月)에 막내 아들 16세의 연령군에게 글을 내린다.


使人長智莫如學   지혜를 기르는데 배움만한 것이 없고

若玉求文必待琢   구슬의 문채는 다듬기를 기다리는 법

經書奧旨于誰問   경서의 깊은 뜻을 누구에게 물으랴

師傳宜親不厭數   스승을 친히 하며 자주 물어야 한다네


연령군은 숙종의 막내(6번째) 아들인데, 숙종 25년에 출생하여 위 글을 받은 후 5년 뒤인 21세에 요절하였다.


***

어초문답도에 시를 쓴 숙종 41년(1715년)은 정치도 안정되고, 민생과 국방도 정비되고 가정도 평안을 찾아 막내아들을 사랑하면서

좋은 그림을 감상하고 시를 쓰는  평화로운 해였다..

그의 인생 절정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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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점심먹으러 들린  한 식당에 걸리 글귀

등고자비(登高自卑)

높이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하라..


원전은 중용15장이다

君子之道 辟如行遠必自邇 辟如登高必自卑

군자의 도는 비유컨대 먼 곳을 감에는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 출발함과 같고, 높은 곳에 오름에는 반드시 낮은 곳에서 출발함과 같다.

**

도란 가깝고, 낮고, 작고, 사소한 것에도 있다..

그러니 거기서부터 출발하라..

그래서 평상심이 도라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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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끼줍쇼 8회..

청담동 어느 반지하에 사는 젊은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바이올리니스트..

그가 들려주는 G선상의 아리아는 감동적이다..

https://tv.naver.com/v/1292305

그리고 그가 10년간 모은 돈으로 산 재산목록 1호인 바이올린 가방 속에 들어있는 이 글씨

"좌절금지"

"희망고문"이라는 말보다 투지가 있어 좋다..

젊음이란 물 속에 뜬 달을 손으로 움켜지려는 느낌을 갖는 때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가슴속에 달이 뜨고 해가 뜬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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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훈장이라도 주고 싶은 tv 프로그램은 jtbc"한끼줍쑈"다..

물론 그전에 훈장을 줄 사람은 많다..

걷기 열풍을 일으킨 제주 올레의 개척자 서명숙, k-pop 열풍을 시작한 이수만 등 을 먼저 주고난 뒤에 ..ㅎ

이 프로그램은 참 건전하고 주변 사람 사는 이야기를 즐겁게 들려준다..

노인부부, 기업인부부, 외국인 부부, 공시생, 고교생 등 그들의 고민과 사랑이야기는 꾸밈없고 솔직해서 좋다..

미리 섭외없이 불쑥 찾아가니 마음이 넉넉하고 여유있는 사람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예전 프로그램을 유료로 보다가 광주편에 펭귄마을이 나왔는데, 거기에 저 글씨가 등장했다..

퇴락한 동네 노인만 가득해서 노인들 걸음이 펭귄같다하여 펭귄마을로 명명햇다는 소박한 마을..

어느날 집 한채 불이 나서 폐가가 되자 한 노인이 나서서 폐가에 시계를 걸면서 시작된 변화...

이제는 광주의 명물 마을이 되었단다...


"유행 따라 살지 말고 형편 따라 살자"


이 격언 때로 살면 개인이건 국가건 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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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어부를 보다가 어느 식당 편액에 눈이 간다..

정관?물 ??

세번째 글씨가 햇갈린다.

단골 카페의 주인에게 물어본다..

가볍게 "만 짠데요.."

헐..

그제야 알겠다..

정관만물(靜觀萬物)

고요히 바라보라!! 만물을..

그러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皆自得)


***


이는 송나라 정호의 시 추일우성(秋日偶成)의 한 귀절이다..


 閑來無事不從容 한래무사부종용
  睡覺東窓日已紅 수각동창일이홍
  萬物靜觀皆自得 만물정관개자득
  四時佳興與人同 사시가흥여인동
  道通天地有形外 도통천지유형외
  思入風雲變態中 사입풍운변태중
  富貴不淫貧賤樂 부귀불음빈천락
  男兒到此是豪雄 남아도차시호웅



한가로워지니 무슨 일이든지 마음이 조용하지 않음이 없나니

잠에서 깨니 동쪽 창에 해가 이미 붉게 비치는구나.

 

만물을 고요히 관찰하면 그 이치를 얻을 수 있나니

사계절의 흥취도 인간과 더불어 얻어지는 것이다.

 

도(道)란 천지의 외형을 벗어나야 통하게 되는 것이고

사상(思)이란 풍운의 변화 속에서 터득하는 것이다.

 

부귀에 빠지지 않고 빈천을 즐기나니

대장부로서 이에 이르면 바로 영웅호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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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사이언스 축제장에 청년셰프 푸드 트럭이 준비 중이다..

한차의 주제는 문라이트(월광)이다...

차 뒷문에는 이백의 시 한수가 적혀있다..


擧盃邀明月(거배요명월) 잔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고

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그림자를 대하니 셋이 되었구나

月旣不解飮(월기불해음) 달이야 본래 술 마실 줄 모르거늘

影徒隨我身(영도수아신) 그림자만 부질없이 날 따라 마셔대는구나


젊은 이들이 참 운치있다 싶어

반달을 쫓아 강 건너 갔더니

가게문을 열지 않았다

달과 그림자와 만나 

오지 않는 술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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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광고 한옥 배경에 위 글씨가 보인다..


대어재연

소어재저


큰 고기는 깊은 물에서, 

작은 고기는 얉은 물에서 노닌다..


운경 이재형..5공시절 국회의장을 지낸 인물..

그는 1950년대 자신의 조상인 선조임금이 태어난 도정궁 고택을 구입하여 살앗다..

이 집이 지금은 운경고택이라는 불리는데, 광고사진은 이집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위 글씨 옆으로 집사성교서의 한 귀절이 보인다..

"達水通神旬之八川耆闍崛山"

아욕달(阿耨達)의 물을 신전(神甸: 中國의 神州)의 팔천(八川)에 통하게 하고, 인도의 영취산(靈鷲山)을 중국의 취령(翠嶺: 취봉(翠峰)인 숭산(崇山)과 화산(華山)등에 접근시킨 것과 같다


당나라 태종이 삼장법사 현장의 불경에 서문을 지었는데, 이를 왕희지의 행서체 글씨를 집자하여 만든 것이 집자성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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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 법원 복도에서 우연히 계산 선생의 서화를 만났다..

30년전에 그의 목련그림을 선물 받은 적이 있었다..

지금도 내 집 안방에서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을 증언하고 있다..

그의 서화를 다시 만나니 반갑기 그지 없다..


그의 그림의 화제에 눈길이 간다..


不在古法 不在吾手 又不出古法吾手之外
筆端金剛杵 在脫盡習氣 得於心發於口
如臨濟一喝 其聲如雷 其耳食者 無如之何矣


옛법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내 손에 있는 것도 아니며,
또 옛법과 내 손 밖에 있는 것도 아니다.
금강저와 같은 필봉을 습관을 탈피하여 마음으로 터득한후

입으로 발하는 임제(義玄)선사의 할(고함)처럼
그 소리가 우뢰와 같이 큰 것과 같다고 할 것이니,
남의 말만 듣고 신용하는 자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이다..

이 글은 청나라 왕원기의 화론인데..

소치 허련의 편주척서<片舟滌暑> 작품의 화제로 썼고,

그의 후손인 의재 허백련의 산수화에도 종종 화제로 쓰인다..

계산 장찬홍 선생은 허백련의 제자로서 같은 화제를 그림의 화두로 삼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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