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의 폭염경보가 계속되던 2018년 여름 속에서 나를 위로 해준 것은 TV 였다..

처음엔 도시어부 속의 푸른 바다였는데,

다음엔 거기가 어딘데의 오만의 사막과 스코틀랜드의 트레킹 장면이었고,

마지막으로는 한끼줍쇼가 보여주는 보통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였다..

특히 한끼줍쇼는 건전성과 오락성, 감동을 고루 갖추어 훈장이라도 주고 싶은 프로그램이다..


그 중 이태원동 편에서 어느 가정집..

화목한 가정 분위기 속에 아버지의 단점이라고는 술과 사람을 좋아하지 아니하는 그가 칼퇴근하여 집에서 밥을  먹는다는거..

(근데, 우리는 남편이 집에 퇴근하여 매일 가족과 저녁 먹는 것이 시비거리와 유머가 되는 이상한 나라다)


그 집 화면 중에 위 족자가 나온다..

궁금하여 찾아보니..

선관책진 중에 불적 이암진 선사의 보설이다..


距定脚頭하며 豎起脊梁하야 無分晝夜하고 直得東西不辨하며 南北不分하야 如有氣的死

人相似니 心隨境化하야 觸著還知니라 自然念慮內忘하고 心識路絶하야 忽然打破髑髏

하면 元來不從他이니 得那時 豈不慶快平生者哉아


 가부좌를 하고 척추뼈를 곧추세우고는 밤낮을 가리지 말고 애를 써라.

그리하여 동서를 따지지 않고 남북을 나누지 않게 되어 마치 숨을 쉬고 있는 죽은 사람과 같은 경지에 이르면,

마음이 경계를 따라 변화하여

앎은 여전하되 저절로 안으로 생각이 사라지고 밖으로 심식의 길이 끊어져서

문득 정식을 깨부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원래 다른 데서 얻어진 것이 아니니, 그때 어찌 평생이 경쾌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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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사진으로 물어온 글씨..

화광동진(和光同塵)으로 보인다..


빛을 부드럽게 하여 티끌과 함께한다..

빛이란 총명, 티끌이란 중생을 의미한다..

잘난체 줄이고 주변 사람 눈높이에 맞춰 어울리며 소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덕경에 나온다..

도란 무엇인가/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하는 자다. 

입을 닫고,  머릿 속 의도를 닫고, 날카로움을 버리고, 현란함을 쉽게 풀고, 빛을 부드럽게 하고 (和其光),  티끌과 함께 하나니(同其塵), 이것을 현동(玄同)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친하지도 멀지도 않고, 이롭게 하려거나 해롭게 하려고 않으며, 귀하지도 천하지도 않다.

그러므로 천하에 귀한 것이 된다

[知者不言 言者不知 塞其兌 閉其門 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 是謂玄同 故不可得而親 不可得而疏 不可得而利 不可得而害 不可得而貴 不可得而賤 故爲天下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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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에 사무실에 앉아 이익볼 일 생각하느라 골몰할 때

단골 까페 주인장이 커피 한잔하자면서 부르더니 불쑥 부채를 선물한다..

부채에 쓰인 글씨를 유심히 본다..


끽휴시복(喫虧是福)

손해보는 것이 곧 복이다..


마치 도둑질하다 뒤동수 맞은 것처럼 

"띠용"한다..

부채를 받아 부치니 더위와 이득이 모두 날아가고 빈 마음만 남은듯 시원하다..


***


그 뜻의 유래에 관하여는 정판교가 쓴 글이 유명하다..

가득 차면 덜어지게 되어 있고(滿者損之機), 비어 있으면 점점 차게 되어 있다(虧者盈之漸).

내가 손해를 보면 다른 사람이 이익을 본다(損於己則盈於彼).

그러면 각자 심정의 절반씩을 얻는 것이다(各得心情之半).

나는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을 얻게 되니(而得我心安卽平),

 이 어찌 바로 복 받을 때가 아니겠는가(且安福卽在時矣).”


같은 의미로 흘휴시복이라고도 한다..

http://blog.daum.net/servan/6348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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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end in the road is not the end of the road

(길의 한 고비는 길의 끝이 아니다)


원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때론  더 돌아갈 수도 있고 혹은 여러 장애물을 넘어야만 할 때도 있다.

이것이 삶의 길이니 돌아가야 한다면 기꺼이 돌아가라.

이런 말이 있다.

"지름길이 망하는 길이다"

지름길은 하룻밤 사이에 성공을 맛보게 할수 있지만 패망의 길로 이끌 수도 있다.

진정한 성공은 절대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치있는 것을 얻으려면 많은 노력이 들어가고 여러 어려움과 직면하기 마련이다.

삶의 한 고비(위기)에서 우리는 새로 도전할 기회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새로 창조해야 할 그 무엇에 대한 마인드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쉽게 포기하지 않는 자만이 노력의 끝에 대가를 받을지니

길의 험한 고비를 치열한 노력을 통해 축복으로 만들라.

그러면 마침내 삶에 기적이 일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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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양 향산사에 시마 낙천 백거이의 시비가 있다..

왕년에 낙양에 갔을 때 용문석굴만 구경하고 건너편에 있던 향산사에는 들르지 못했다..

패키지 여행의 아픔이랄까?

어제 TV를 통해서나마 향산사를 구경한다

만년에 백낙천은 향산사에서 지내며  구로회라는 시회 모임을 열었단다..

그의 대표작 시비도 있다...


 우거진 언덕위의 풀은

해마다 시들어도 다시 피어나고

들불로도 다 태우지 못하나니

봄바람 불면 다시 살아나리라

아득한 향기 옛길에 풍겨나고

빈 성터엔 푸른 빛이 감도는데

또다시 그대를 떠나 보내나면

이별의 정만 봄풀처럼 무성하겠지


賦得古原草送別 (부득고원초송별)
 
離離原上草  이리원상초

一歲一枯榮  일세일고영

野火燒不盡  야화소부진

春風吹又生  춘풍취우생

遠芳侵古道  원방침고도

晴翠接荒城  청취접황성
又送王孫去  우송왕손거

처처滿別情  처처만별정



 그중

野火燒不盡  야화소부진

春風吹又生  춘풍취우생 


(들풀은) 들불로 다 태우지 못하나니

봄바람이 불면 또다시 살아나네


위 2귀절은 절창으로 회자 되어

후세인에게 희망의 노래가 되어 용기를 주고

그의 주가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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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희지의 난정서를 3000번 쓰기로 2007년도에 결심한후 1년만인 2008. 6. 25.에 100번을 쓰고,

다시 3년 뒤인 2010. 12. 20.에 200백번을 썼는데 (http://blog.daum.net/servan/6348418 )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18. 7. 13.에야 300번을 썼다..


초심에는 매일 붓잡는 것이 즐거웟다..

200번이 지나고 어느 날부터인가 붓이 멀어졌다..

영화 "아이 필 프리티"처럼 최면에 걸린 듯 자신감에 넘쳐 쓰던 글씨가 어느 순간 내 글씨를 남과 비교하면서

자신감을 잃고 글씨의 흥이 떨어졋다..


그러나, 문자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방송을 보다가 배경에 병풍이나 편액이 나오면 캡쳐하여 분석해보아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자심감과 최면효과가 낙엽처럼 다 떨어져 겨울의 빈 가지가 되도록

한동안 돌아보지 않았던 글씨로 어느 순간 다시 돌아왔다..


잘 쓰고 못쓰는 거 부질없는 짓이다.

음악을 틀어놓고 제흥에 겨워 난정서 몇 줄을 쓰는 즐거움을 즐기면 그만아닌가?


언젠가, 3000번을 다 쓸 날이 올지 기약은 없다.

다만, 그 사이에 왕희지의 고향, 그가 유상곡수(流觴曲水)를 즐기던 소흥에 가서 일상일영(一觴一詠) 삼아

난정서를 읽어 보고, 주자의 무이구곡에 가서 퇴계의 도산 12곡을 읊어 보는 날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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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보다 배경에 좋은 글씨가 보이면 찍는다..

어느 날인가 병풍사진을 찍었는데, 이제사 보니 사군자에 관한 시가 가득하다..


惠本蘭之族  혜본난지족
依然臭味同  의연취미동


혜란도 난의 족속인지라

당연히 향기도 같구나


石體長年靜  석체장년정

春蘭常氣淸  춘난상기청


돌의 몸은 오래도록 고요하고,

춘란은  항상 기운이 맑다.


秋榮有佳色  추영유가색

黃花滿東籬  황화만동리


가을에 번성하여 아름답게 꽃피니

노란꽃이 동쪽 울타리에 가득하네


能霜獨秀花  능상독수화

高節一層佳  고절일층가 


서리를 업신여기고 홀로 빼어난 꽃이

고상 한 절개로 한층 더 아름답네


素艶雪凝樹  소염설응수

淸香風滿枝  청향풍만지

 

흰 꽃은 눈이 나무에 엉긴 것 같고

맑은 향기는 바람결에 가지마다 가득하다.


江村夜雪時  강촌야설시

疑是美人來  의시미인래


강마을 밤에 눈이 내릴때는

마치 미인이 온듯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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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숙의 같이삽시다에서 부채춤 한 장면에서 만난 글씨


준금에게 교방청춤을 가르치는 춤전문가 손에 들린 부채에 멋진 귀절이 쓰였다..

황룡번 백학무(黃龍翻 白鶴舞)

황룡이 번뜩이고, 백학이 춤을 춘다..

멋진 춤에 어울리는 귀절이다..


그런데 이 귀절의 출처가 어딜까?

세종 연간에 김시습이 5세 신동으로 소문이 나자, 세종이 불러서 재주를 시험하게 햇다..

왕명을 받은 승정원 지신사 박이창이 5세 신동에게 시 한수 읊었다..


童子之學 白鶴舞靑空之末 (동자지학 백학무 청공지말)
어린 아이의 배움이 흰 학이 푸른 하늘가를 날아서 춤추는 듯하다.


그러자, 5세 신동이 얼릉 되받았다..

聖主之德 黃龍翻碧海之中 (성주지덕 황룡번 벽공지중)
어진 임금님의 은덕은 황룡이 푸른 바다 가운데서 번득임과 같습니다.


멋지다..

지금으로 따지면, 5세 아이가 청와대 수석비서관에게 영어로 즉흥시를 지어 주었다는 말이다..

지금 영어 조기교육하면 세계를 주름 잡을 수 있을거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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