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 걷기에 나섰다..이번엔 3,4코스 매동마을에서 금계마을을 거쳐 동강마을까지..
매동마을 앞에 서니 저멀리 지리산 주능선이 고개를 내미네..
마을을 지나 산길로 들어선다...
감자꽃이지..아마..
역쉬 걷는 길은 흙길이 좋다..그러나 오늘 이런 좋은 길은 반도 안된다는..
중황마을을 지난다.. 가족끼리왔을 때와는 전혀 다른 속도감으로 간다..
천년초를 만난다..백년초는 차로도 마셔보았는데..만년초도 있을려나..
상황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름에 오니 초봄에 보던 풍경과 또 다르다..
상황마을..등구재 오르기 식전 도락정에 들러 막걸리를 시켰다..
인상좋은 주인이 막걸리를 내오는데..
나물과 김치를 안주로 곁들이네.. 근데..김치 맛이 쥑인다.. 한동안 막걸리 마실 때마다 이집 김치를 그리워할 것 같다..
식도락..주도락..먹는 즐거움, 술마시는 즐거움..
아하..그래서 도락정(道樂亭)이렸다..
그런데, 이건 무언가? 입주불유 입주불열?
이런 말이 있다..
入水不濡 入火不熱 물에 빠지더라도 물에 젖지 아니하며 뜨거운 불 속에 있을지라도 전혀 뜨거움을 느끼지 아니하니 이러함은 도道의 본바탕과 하나를 이루게 되어 참된 깨달음을 얻은 까닭이니 그래서 이러한 이를 참사람이라 부른다..
도락정의 주인이 하고자 말은
술을 마셔도 젖지 않고 술에 취하여도 열받아 날뛰지 않는 경지..를 주도락을 아는 참사람이라는 것일까?
이꽃은 엉겅퀴..한동안 지칭개를 엉겅퀴로 알았다는..
등구재로 올라간다..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를 이룬다는 고개..
지난 초봄에 왔을 때 등구재 중턱에 "등구재 오도사..한의과 시험보느라 열공중..면회사절"이라고 써있었는데..하고 둘러보니
옆 텐트에서 책을 보고있었다..
과객의 불손한 언동에도 환한 미소롤 답하는 모습에 내공이 느껴진다..
인터넷을 검색보니
그는 대전 출신으로 평소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 부부의 공저 "조화로운 삶"을 꿈꾸다가 2006년 사업에 실패한 후 본격적으로 새 삶을 살고 있단다..
행복이란 ‘원하는 마음’을 버리는 데 있음을 알게 됐다. 이를 통해 그는 부족함을 초월해 편안함을 누리고 있단다. “헛된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관념의 유희 속에 살고 있어요. 삶을 바꾸는 결심이 없으면 기존대로 그냥 살아갑니다. 아무것도 원하지 말자고 결심한 순간 행복해집니다.”
“집·식사·옷차림을 간소화하면 번잡함에서 벗어납니다. 2평 넓이면 잠 자는 데 불편함이 없습니다.
알면서 버릴 줄 아는 사람이 고수입니다.”
등구재를 지나 창원마을을 우회하는 길...천왕봉을 알현하러 가는 길이다..
나이스 오비!!
나도 쳤다가 해저드에 빠졌다..쥔장은 웃으면서 공 주워와야 된다고 하는데, 나는 미안한 마음을 식혜 2잔 2천원에 청해 마시며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간다..
바로 여기가 뷰 포인트다..
6월의 여왕 개망초가 오늘의 모델이다..
이자리에 앉아 천왕봉을 눈에 넣는다..
그리고 깨닫는다...오르지 않고도 가슴에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천왕봉 잘 있는가?
만 사람의 마음 속에 담기더라도
태초의 종소리는 한결같기를..
그 소리 울리는 날
큰 깨달음 되어 만방을 고요케하기를..
실루엣 촬영대회...사진촬영 후에도 이 모델들은 손을 놓지 않았다는..ㅋㅋ
금계마을로 넘어간다..
이꽃이 무엇인가?
나는 자운영..자운영과 살고 잇는데도 모르까보냐? ㅎ
일행은 붉은 토끼풀이란다..
난 붉은 토끼풀과 자운영이 그렇고 그런 사인 줄 알았는데..
집에 와서 자운영에게 보여 주니 자운영이 맞단다..
자운영도 구별못하는 자운영과 붉은 토끼풀..ㅋㅋ
요거이 자운영이란다.
경상도 함양 아지매가 하모, 하모 하며 시원스레 써비스하는 집에서 산채비빕밥을 잘 먹고..
잠시 눈붙일 곳을 찾는데..
창밖의 여자...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차라리 그대의 흰손으로 나를 잠들게 하라..
이제 금계마을에서 4코스 의중마을로 간다..
저멀리 큰바위 부처님을 새기는 모습이 보이네..
설마 포클레인 기사가 굴착기로 조각하는 것은 아니겠쥐..
요즘 어도(漁道)도 건설업자가 만드는 세상이라..뭐든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지만..
모쪼록 석굴암 부처님같이 명품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의중마을을 지나면
가슴이 썩어 문드러진 어머니 같은 고목 나무가 서있다..
엄천을 따라가는 이 산길..오르락 내리락..하다보니
용유담이 보인다..
세동마을을 지나..이 진 아스팔트 길을 간다..
엄천이 가까이 느껴질 때..
멋진 S러인으로 다가온다..
마지막 깔닥 고개..구시락재를 오르다 숨을 돌리며 돌아보니..구비치는 지리산 길이 있다..
태조 이성계가 전라도 운봉 황산싸움에서 왜구를 섬멸하고 돌아가는 길에 이곳에 이르러 지세가 신하는 구하는 혈의 형국이라 하여
구신(求臣)리라 명했단다..
원구신 마을로 가는 길..
길은 마을로 마을로 구성지게 이어진다..
집 흙벽돌은 무너져도 기반석의 꽃들은 오래된 봄의 마지막을 폼나게 즐기는듯..
잠시 정자에서 숨을 돌린다..
오늘 이코스..
적당한 거리마다 마을있고, 마을마다 정자가 있으니 정자마다 한입, 한잔이다..
황희지라도 동행했다면 술한잔에 시한수라고 못박았을텐데
영험없는 술을 마신 것인지 노래 한곡조 안 나온다..
지칭개 가득한 게울을 걸어 하염북 마을을 지나고..
상염북마을 충목정에 도착했다..
충목정??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선조가 의주로 몽진하자 나무가 스스로 북쪽으로 엎드려 꽃을 피우지 아니하다 선조가 환궁하자
스스로 일어나 꽃을 피웠단다..
그뒤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를 당하자 갑자기 해는 사라지고 바람이 세차게 불면서 땅이 흔들려 늙은 큰 나무가 원통하여 북쪽(임금이 있는 서울쪽)으로 향하여 쓰러졌단다..
마을사람이 “염북(念北-임금이 계시는 서울을 생각)이니 나무조차도 사람 마음 같아서 나라 잃은 슬픔을 나타내며 북쪽으로 쓰러진 뒤 3년 간 잎이 피지 않다가 차츰 잎이 돋아나기 시작하면서 사람의 힘을 빌지 않고 스스로 일어났다 ”고 하며 마을에서는 이 괴목이 경술국치를 슬퍼했다 하여, 그 충정을 가상히 여겨 1920년 정자를 짓고 ‘충목정 ’이라 이름지었단다.
드디어 2구간의 테마인 "내동산 도는 길"의 내동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꼬불 꼬불 12고개..노래가 절로 나오는 고개길..
저멀리 후미 일행이 꼬물 꼬물하다..
중턱에 전망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산촌의 풍경..고원이라 해봐야 그저 또 산이다..
전망대 장대를 걸어가는 소년..
백척간두에서 진일보(進一步)하라는 화두를 상징하는 것인지...
이제 내동산 허리를 넘어 중평마을로 내려간다..
길은 유장하게 감아도는데..내리막 길의 아픈 내 다리를 위로하려 음악을 튼다..]
You Are My Sunshine My only sunshine. You make me happy When skies are grey.
미계 신의련을 기리는 정자..그는 임진왜란시 항상 병든부모 곁을 떠나지 않고 간호하는 중 왜적이 쳐들어와 병든 노친을 해하려 하자 "내가 대신 죽어도 좋으니 병든 노친만은 살려달라" 고 간절히 애원하고, 혈서를 소지하는 과정의 이적을 본 왜장이 감동하여 물러나면서 효자거소지지(孝子所居之地)라 방을 뭍이고 침범치 않으니, 이 인근에 피난한 1만여명이 모두 무사하였다는 이야기..
정자에 걸린 주련..
좌측..녹야장춘 지록수 (綠野長春知鹿壽)..푸른 들은 오래도록 봄을 겪었으니 늙은 사슴의 나이도 알고..
댓귀는 청산불로 험송년 (靑山不老驗松年)..청산은 늙지 않으니 소나무의 생사도 지켜보았네
우측은..만수기화천포약 (萬樹琪花千圃藥)..만 그루의 기이한 꽃, 천 이랑의 작약밭,
댓귀는 일장수죽반상서 (一莊修竹半牀書).. 대나무가 둘러선 집, 책상위엔 책이 가득..(추사의 글씨로 유명한 귀절)
정자위에서 바라보는 미재천의 고요함..
영모각을 나와 신전마을로 향한다..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과는 덕태산 동기생인 미재천을 건너 미룡정을 지난다..
멀리 성수산, 덕태산의 능선이 푸른 꿈 속에 젖어 있다..
이제 고원길다운 풍광이 펼쳐지고..
멧돼지 출몰을 경고하는 고압전류의 경고가 몸을 서늘하게 하고..
배고개를 넘어
신전마을에 도착햇다..잠시 오렌지로 목을 적시고..
상백암마을로 향한다..
상백암마을을 지난 후 만난 계곡..
퍼질러 앉아 막걸리 한 순배, 마늘줄거리에 고추장..캬~
닥실고개를 넘어 은안마을을 지난다..
이 산골도 도시화의 흐름에 동참하러 갔나보다..
원래 이런 산골은 세금과 학정이 무서워 들어와 살던 곳이니 태평시대를 만나 떠나는 것이 뭐 대수랴~
하지만, 도회지에서 이런 평화를 어찌 맛보랴..
흑두고개를 넘으면 원반송마을이다..
몇백년 묵은 둥구나무가 아름다운 곳..
그곳에 학남정이 있다..2년전 데미샘에서 섬진강 줄기를 따라 걷다가 만난 이후 구면이다..
정자 밖으로 복사꽃 반절 피었고
내동산 초승달이 처마 끝에 들어오네.
용강 물빛은 쪽물보다 더 푸른데
외로운 학 길게 울며 지나가네.
그러한 잠시 아스팔트 길을 피해 버스로 이동하여 동창마을 청산가든으로 간다..
맛난 버섯찌개를 즐기다 만나 식당의 시한수..
노천명의 고향..
언제든 가리 마지막엔 돌아가리. 목화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 조밥이 맛있는 내 고향으로. 아이들 하눌타리 따는 길머리엔 학림사 가는 달구지가 조을며 지나가고 대낮에 여우가 우는 산골 등잔 밑에서 딸에게 편지 쓰는 어머니도 있었다. 둥글레 산에 올라 무룻을 캐고 점중화 싱아 뻐꾹새 장구채 범부채 마주재 기룩이 도라지 체니 곰방대 곰취 참두릅 홋잎나물을 뜯는 소녀들은 말끝마다 꽈 소리를 찾고 개암쌀을 까며 소녀들은 금방망이 은방망이 놓고 간 도깨비 애기를 즐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