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이 사진을 입수했는데...

글씨쓰는 여인은 기생이라 햇다..

황진희, 이매창의 정기를 이어 받았는지 단정히 앉아 글씨를 쓴다..

글씨 취향은 나와 비슷한 행서인가보다..

걸린 글씨는 왕지환의 양주사의 한 귀절이다..

 

黃河遠上白雲間 (황하원상백운간)

一片孤城萬仞山 (일편고성만인산)

 

황하는 멀리 흰구름 사이로 흐르고
만길 높은 산엔 외로운 성 하나..

 

이 시의 다음 귀절은 이렇다..

 羌笛何須怨楊柳 (강적하수원양유)

春風不度玉門關 (춘풍부도옥문관)

오랑캐의 피리 소리는 하필 이별의 양류곡인가

봄 바람은 아직도 옥문관을 넘지 못했는데..

 

***

 왕지환은 당나라 시인이다..

당 개원開元 연간에 왕창령王昌齡, 고적高適, 왕지환王之渙 세 사람이 시인으로 이름이 매우 높았다.

눈이 내리는 어느 추운 날. 세 명의 시인이 모두 술집(旗亭기정)에 모였다.

그때 좀 떨어진 자리에 이원梨園의 관리 십여 명이 술을 마시는 자리에 유명한 가기歌妓 4사람이 합석하였다..

위 3사람은 그 중 가장 아름다운 기녀가 누구의 시를 부른지 내기를 했는데..

그때 불린 시가 위 黃河遠上白雲間 (황하원상백운간) 一片孤城萬仞山 (일편고성만인산) 이었고..

 

마침 관원들이 시인들을 알아보고 이들은 합석하여 기녀들과 더불어 음주가무로 밤을 세웟다는 이야기..

 

 ***

저 기녀는 위 고사를 알았을 것 같다..

멋진 풍류남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양주사를 붙여놓고 글씨는 쓰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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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희지의 난정서를  백번 썼다..

1년 6개월 걸렸다..

 

왕희지를 흠모한 소동파가 쓴 이백의 "촉도난"이라는 시의 탁본을 중국 서안 여행시 구입한 것을 표구하여 서탁에 세워 놓고..

 

왕희지 흉내를 내기를 1년 6개월..

총 324자를 백번 썼으니 총 32,400자를 썼다..

 

원숭이가 도포입은양 글씨는 진전이 없으나..

그저 마음은 편하고..

글쓰는 시간이 자유롭고 즐겁다..

오직 그 뿐..

 

내 목표는 평생 왕희지의 난정서를 3000번 쓰는 것이다..

40년은 걸릴 것 같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ㅎㅎ

(200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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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중순에 현강연서회 전시회가 잇단다.

글씨 1점씩 내라고 한다..

작년엔 난정서 중 53자를 썼는데..

이번에 사부가 은근히 꼬드겨 난정서 전문 312자를 국전지(전지의 1.5배)에 쓰기로 하였다..

연습하다보니 지극 정성과 집중이 없이는 완성시키기 어렵다..

거의 1개월 째 틈틈히 쓰는데, 규격도 안맞고 걸핏하면 오자가 나온다..

그제 새벽에 일어나 정신을 가다듬고 집중하여 307자까지 잘 썼다.

속으로 이제 완서이구나 하는 사이 5자를 남겨주고 1자를 잘못 썼다..

너무나 허탈..

서예가들 존경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중하면서도 부드러워야 예술작품이 나온다..

어젠 술독 빼드라 쉬고..

오늘 새벽 다시 도전..

드디어 처음으로 규격도 맞고 오자도 없는 첫 판을 완성하였다..

이젠 제출할 숙제를 하였으니, 마음 편히 먹고 몇개 더 써봐야겠다.

지금까지 난정서 32번 을 썼다..

평생 3000번을 쓰기로 맹세했으니 이제 1/100을 하였다. (2007-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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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 서 ( 蘭 亭 序 )

 

행서의 용(龍)이라 불리는 난정시서(蘭亭詩敍)는 왕희지가 51세 때에 '흥에 겨워서 쓴' 작품으로, 고금의 서적중에서 영원히 빛나는 밝은 별이라 하겠다.

동진의 목제(穆帝) 영화(永和)9년 3월에 명승지 난정에서 우군장군(右軍將軍) 왕희지의 주재하에 성대하고 풍아(風雅)로운 모임을 가졌다. 거기서 각지의 명사들이 모여 시를 지었는데 이것으로 난정집을 엮었다.

 여기에 왕 희지가 전서(前序)를 보탰는데 이것이 유명한 난정서가 된 것이다.

즉석에서 시편의 서(序)를 짓고 쓴 것이지만 서(書)뿐만 아니라 문장이나 사상도 지극히 높은 수준의 작품이라 한다.

이 진적은 줄곧 왕가(王家)에 진장되어 7대째인 지영(智永)에게까지 전해졌다가, 당태종이 왕희지의 글씨를 몹시 사랑하여 이 난정서를 입수했다.

후에 당태종은 이를 존중히 여겨 "천하 제일의 행서"라 명하고 죽을 때 관속에 같이 넣게 함으로써 아쉽게도 진적은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지금 전하여지는 것은 임서한 필사본들이다..

 

****

난정집서 /왕희지


영화9년 계축년(353년) 3월초 회계 산음의 난정에 모여 "계제"를 행하였다.


여러 현인들이 모여들고 노장이 함께 어울렸다.

이곳은 높은 산, 고개가 있고 깊은 숲, 울창한 대나무 그리고 맑은 물이 흐르는 여울이 좌우로 띠를 이루었다.


흐르는 물을 끌어 잔을 띄우는 물굽이를 만들고 순서대로 자리를 잡으니 비록 성대한 풍악은 없어도

술 한 잔에 시 한 수씩 읊으며 또한 그윽한 정회를 펼칠만 하였다.


맑은 날씨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날, 머리를 들어 세상의 넓음을 우러르고 고개를 숙여

사물의 흥성함을 살피면서, 경치를 둘러보고 정회를 펼침에 보고 듣는 즐거움을 두루 만끽하니 기쁘기 한량이 없었다.


무릇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서 한 평생을 살아가되, 어떤 사람은 벗을 마주하여 서로 회포를 나누고,

어떤 사람은 정회를 대자연에 맞기며 유람을 하기도 한다.


비록 취하고 버리는 바가 서로 다르고, 느긋하거나 조급한 성향도 각자 같지 않건만, 자신의 처지를 만족하며

잠시나마 득의하면 기쁘고 흡족함에 빠져 장차 늙어 죽으리라는 것도 모르는 법이다.


(그러나) 흥이 다하면 다시 권태로워지듯, 감정이란 세상사에 따라 변하는 것이니,

감흥도 단지 그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다.

예전의 기쁨도 고개 돌리는 잠깐 사이에 곧 시들해지니 그로 인하여 더더욱 감회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물며 사람 목숨의 길고 짧음이 하늘에 달려있다 해도 결국에는 죽어야 할 운명임에랴.

옛사람이 이르기를 "死生亦大矣(죽고 사는 것이 역시 크도다)”라고 했으니 어찌 애달프지 않으리오!


매번 옛사람들이 감흥을 일으켰던 까닭을 살펴보건대 마치 내 마음과 딱 들어맞는 듯하여,

그들의 글을 보며 탄식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가슴에 와 닿지 않음이 없었다.


그런즉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말이나 팽조가 요절하였다는 식의 말이 얼마나 허황되고 거짓인지 알겠다.


후세 사람들이 오늘의 우리를 보는 것 또한 오늘 우리가 옛사람을 보는 듯하리니, 슬프도다.


오늘 모임을 가졌던 사람들이 모두 그 술회를 시로 적었으니 비록 후세에는 세상이 달라져도

정회가 일어나는 까닭은 한가지인즉 뒷사람도 이 글을 보면 또한 느끼는 바가 있으리라.

 

(원문)

永和九年, 歲在癸丑, 暮春之初, 會于會稽山陰之蘭亭, 修契事也.

영화구년, 세재계축, 모춘지초, 회우회계산음지난정, 수계사야.


群賢畢至, 少長咸集. 此地有崇山俊嶺, 茂林修竹; 又有淸流激湍, 映帶左右.

군현필지, 소장함집. 차지유숭산준령, 무림수죽; 우유청류격단, 영대좌우.


引以爲流觴曲水, 列坐其次; 雖無絲竹管弦之盛, 一觴一詠, 亦足以暢敍幽情.

인이위류상곡수, 열좌기차; 수무사죽관현지성, 일상일영, 역족이창서유정.


是日也, 天朗氣淸, 惠風和暢; 仰觀宇宙之大, 俯察品類之盛; 所以遊目騁懷, 足以極視聽之娛, 信可樂也.

시일야, 천랑기청, 혜풍화창; 앙관우주지대, 부찰품류지성; 소이유목빙회, 족이극시청지오, 신가락야.


夫人之相與, 俯仰一世, 或取諸懷抱, 悟言一室之內; 或因寄所託, 放浪形骸之外.

부인지상여, 부앙일세, 혹취제회포, 오언일실지내; 혹인기소탁, 방랑형해지외.


雖趣舍萬殊, 靜躁不同; 當其欣於所遇, 暫得於己, 快然自足, 不知老之將至.

수취사만수, 정조부동; 당기흔어소우, 잠득어기, 쾌연자족, 부지노지장지.


及其所之旣倦, 情隨事遷, 感慨係之矣. 向之所欣, 俯仰之間,

급기소지기권, 정수사천, 감개계지의. 향지소흔, 부앙지간,


以爲陳迹, 猶不能不以之興懷; 況修短隨化, 終期於盡. 古人云: "死生亦大矣." 豈不痛哉!

이위진적, 유불능불이지흥회; 황수단수화, 종기어진. 고인운: "사생역대의." 기불통재!


每覽昔人興感之由, 若合一契; 未嘗不臨文嗟悼, 不能諭之於懷.

매람석인흥감지유, 약합일계; 미상불림문차도, 불능유지어회


固知一死生爲虛誕, 齊彭傷爲妄作. 後之視今, 亦由今之視昔, 悲夫! 故列敍時人, 錄其所述, 雖世殊事異,

고지일사생위허탄, 제팽상위망작. 후지시금, 역유금지시석, 비부! 고열서시인, 록기소술, 수세수사이


所以興懷, 其致一也. 後之覽者, 亦將有感於斯文.

소이흥회, 기치일야. 후지람자, 역장유감어사문.

 

현강 선생 전시회에 갔다..

사부이자 친구..

방명록에 서명하는 내 글씨를 보고.."일가를 이루었네.."하는데..

그것은 사부로서의 말이 아니라 친구에 대한 위로의 말이엇으리라..

 

 

역지사지..뜻도 좋고 글씨도 좋고...

 

 

한글서예를 쓸때는 호를 한물이라 쓴다..

그의 서체를 스스로 궁체에 대비하여 민체라고 한다..

 

 

불심..불조심의 준말이 아니니 위 귀절을 잘 읽어보시라..

 

 

박고통금..옛일도 널리 알고 지금 일에도 능통하다..

그리만 되면 최고수라 하리라..

 

그의 예서는 호태왕비를 재해석하여 얻어진 결과물이라는 평..

 

 

공수래 공수거..전서체..

 

 

허허허..

그가 전시회를 앞두고 도록을 가지고 내 사무실에 들렀다..

도록을 훑어보다가 이 글씨에 필이 꽃혔다..그래서 얼릉 전화해서 찜햇다..

설명도 좋다.."허 허 허"하면서 넘어가는 인생.. 

 

비우고 비우고 또 비우면

고목나무에도 꽃이 핀다더라..

 

 

세한 송백 후조..추워진 후에야 송백이 늦게 시듬을 알게 된다..는 유명한 귀절..

추사의 세한도에 쓰여진 글귀..

 

 

마지막으로 손문이 일본에 던졌던 질문..

세계조류 호호탕탕

순지즉창 역지즉망

 

지금에도 유효하다..한글 해설을 읽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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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 미술관에 들렀다가 대전미술대전 전시회를 구경했다..

그중 서각이 눈길을 끄는데.. 

不是一番 寒徹骨(불시일번한철골)

爭得梅花 撲鼻香 (쟁득매화박비향)

 

한차례 추위가 뼈에 사무치지 않으면, 진한 매화 향기가  어찌 코를 찌르랴! 

 

위 시의 주인공은 중국선종 황벽선사..

스승 백장의 뺨을 때리고 법을 이어 받았고..제자 임제를 때려서 깨치게 만들어 법을 전했고..

당나라 황제의 뺨을 때렸던 사람..

그의 치열한 구도행각 끝에 독립불구의 정신세계에 이르렀으니 그러한 경험에서 위와 같은 시를 지었겟지..

 

시가 좋으니 글씨도 이쁘다..

 

 

 

또하나, 고양이와 북어를 그린 한국화가 눈길을 끈다..

소재의 기발함..

 

비웠는가 하면 또 다시 차오르는 그리움..

마음이 고양이 같은가 보다..

봄은 고양이라고 하지 읺던가..

이 꿈같은 봄날에 북어 찢어 씹으며 소주잔 기울이며 그리움을 채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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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릉도 걷기갔을 때 숙소에서 본 글씨들..

 마루에 세워둔 병풍 글씨..

글자는 쉬운데 그 뜻은 모르겠네..


**2018. 8.7. 추신

의역하자면.

물은 쉬는 때(겨울)가 있을 지라도

책은 쉬는 때가 없다..

 

 

 

 방에 있는 글씨

靑山澹吾慮(청산담오려) ..  청산이 내 마음을 맑게한다.

 

정말 맞는 말이다..


 

2층에 있던 글씨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 ‘매화는 평생을 춥게 살지만 결코 향기를 팔지 않는다’

 

위 시의 원전은 내가 좋아하는 조선시대 상촌 신흠의 시..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노항장곡) 오동나무는 천년이 되어도 곡조를 항상 간직하고 있고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月到千虧餘本質(월도천휴여본질) 달은 천번을 이지러져도 그 본질이 남아있고

柳經百別又新枝(유경백별우신지) 버드나무는 백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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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맹부가 그린 소동파

 

소동파에 빠져 적벽부를 쓴 적이 있다.

그를 다룬 책 "소동파, 선을 말하다"를 읽다가 무릎을 탁쳤다..

"덕은 아무리 지나쳐도 나쁘지 않지만,  정의는 너무 지나치나면 잔인해진다.."

이 문장을 읽고 당대의 시인 구양수가 자신의 시대가 지났음을 선언하였다던가..

 

그는 시, 서, 화, 문장에 두루 능해 천년에 한명  나올 천재란 소리를 들었다..

시인으로는 도연명을 사모하여 도연명이 살았다는 "동파"를 따서 자신이 사는 곳을 동파라고 명명하고 호로 삼있다..

정치적으로는 왕안석의 개혁파에 반대하는 보수파로 귀양살이에 시달렸다..

정신적으로는 선불교에 귀의하여 심오한 정신적 경지을 읊는다..

 

후에 송설체로 유명한 조맹부가 그를 추모하고 추종하엿단다..

우리나라 조선 전기의 관용서체가 송설체인데..

송설체는 소동파의 글씨를  추종하엿고 소동파가 촉 출신이라 송설체를 촉체라고도 한다.

그 소동파는 왕희지를 추종하였다..

 

내가 서예를 배우면서 우연히 왕희지의 난정서를 쓰고, 조맹부가 쓴 "조식의 낙신부"를 쓰다가

소동파의 적벽부를 쓰는데..

이들의 관계가 이렇게 맺어진 것을 알고는 묘한 인연을 느낀다..

 

****

적벽부(赤壁賦)
 
임술(壬戌-1082년. 작자 나이 47세) 가을 7월 기망(기望-음력 16일)에 소자(蘇子-소식 자신)가
손[客]과 배를 띄워 적벽(赤壁) 아래 노닐새, 맑은 바람은 천천히 불어 오고 물결은 일지 않더라.
 
술을 들어 손에게 권하며 명월(明月)의 시를 외고 요조(窈窕)의 장(章)을 노래하더니, 이윽고 달이 동쪽 산 위에 솟아올라 북두성(北斗星)과 견우성(牽牛星) 사이를 서성이더라. 흰 이슬은 강에 비끼고, 물빛은 하늘에 이었더라.

 한 잎의 갈대 같은 배가 가는 대로 맡겨, 일만 이랑의 아득한 물결을 헤치니, 넓고도
넓게 허공에 의지하여 바람을 타고 그칠 데를 알 수 없고, 가붓가붓 나부껴 인간 세상을 버리고 홀로 서서, 날개가 돋치어 신선(神仙)으로 돼 오르는 것 같더라.
 
이에 술을 마시고 흥취가 도도해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를 하니, 노래에 이르기를 "계수나무 노와 목란(木蘭) 상앗대(삿대)로 속이 훤히 들이비치는 물을 쳐 흐르는 달빛을 거슬러 오르도다. 아득한 내 생각이여, 미인(美人)을 하늘 한 가에 바라보도다."
 
 손 중에 퉁소를 부는 이 있어 노래를 따라 화답(和答)하니, 그 소리가 슬프고도 슬퍼 원망하는 듯 사모하는 듯, 우는 듯 하소하는 듯, 여음(餘音)이 가늘게 실같이 이어져 그윽한 골짜기의 물에 잠긴 교룡(蛟龍)을 춤추이고 외로운 배의 홀어미를 울릴레라.

소자(蘇子)가 근심스레 옷깃을 바르게 하고 곧추앉아 손에게 묻기를 "어찌 그리 신통한 소리를 내는가? " 하니,

손이 말하기를 '달은 밝고 별은 성긴데, 까막까치가 남쪽으로 난다.' 는 것은 조맹덕(曹孟德-조조)의 시가 아닌가 ?
서쪽으로 하구(夏口)를 바라보고 동쪽으로 무창(武昌)을 바라보니 산천(山川)이 서로 얽혀 빽빽이 푸른데, 예는 맹덕이 주랑(周郞-주유)에게 곤욕(困辱)을 받은 데가 아니던가 ? 바야흐로 형주(荊州)를 깨뜨리고 강릉(江陵)으로 내려갈 제, 흐름을 따라 동으로 감에 배는 천 리에 이어지고 깃발은 하늘을 가렸어라.
술을 걸러 강물을 굽어보며 창을 비끼고 시를 읊으니 진실로 일세(一世)의 영웅(英雄)이러니 지금 어디에 있는가?
 하물며 나는 그대와 강가에서 고기 잡고 나무하며, 물고기와 새우를 짝하고 고라니와 사슴을 벗함에랴

낙엽같은 작은 배를 타고서 술을 들어 서로 권하며, 하루살이 같은 삶을 천지(天地)에 부치니 아득한 넓은 바다에 한톨의 좁쌀이로다. 우리 인생의 짧음을 슬퍼하고 장강의 끝없음을 부럽게 여기노라.

신선과 함께 즐겁게 노닐며 밝은 달을 품고 영원히 살고 싶으나 이는 쉽사리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아는지라 여운이 긴 소리를 쓸쓸히 바람에 실었다오”

 

소자 말하되 "손도 저 물과 달을 아는가 ? 흘러가는 것은 이와 같으되 일찍이 가지 않았으며, 달이 차고 비는 것이 저와 같으되 마침내 줄고 늚이 없으니, 변화라는 점에서 보면 천지(天地)도 한 순간일 수밖에 없으며, 불변이라는 점에서 보면 사물과 내가 다 다함이 없으니 또 무엇을 부러워하리요?

 

또, 천지 사이에 만물에는 제각기 주인이 있어, 나의 소유가 아니면 한 터럭이라도 가지지 말 것이나,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간(山間)의 밝은 달은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눈으로 보면 풍광을 이루어서, 가져도 금할 이 없고 써도 다함이 없으니, 조물주(造物主)가 무진장 베푼지라 그대와 내가 함께 누릴 바로다."

손님이 기뻐하며 웃고, 잔을 씻어 다시 술을 드니 안주가 다하고 잔과 쟁반이 어지럽더라. 배 안에서 서로 팔을 베고 누워 동녘 하늘이 밝아 오는 줄도 몰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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