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 백사장항

원래는 여서도가려고 했는데, 3.1. 예보가 강우와 강풍이라 포기하고..

1박2일로 안면도와 연륙된 원산도를 가볍게 다녀오려고 출발했다..

일단 안면도 백사장항 수산시장에 들려 찬거리를 산다.

 

제법 싸다.

우럭 2마리와 잡어 3마리 포함 1만 5천원에 낙찰..

 

원산대교를 지나가서 원산도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넓은 백사장이 네플릭스에 시달린 눈을 씻어준다.

 

입구에 유료 캠핑장은 다 찼고..

잠시 걸으며 캠핑장소를 물색한다.

 

해변 끝에 캠핑카 전용싸이트가 잇는데, 코로나로 휴장중이다.

원산도 관리사무소에 전화해보니, 원산도 캠핑장은 빈자리가 없단다.

 

하여, 안면도로 갈까? 대천으로 나갈까?? 고민하다가

동행이 갑자기 효자도로 가잔다..으잉??

 

차를 선촌선착장으로 향한다.

도착하자마자, 들어오는 배가 있었다..

바로 건너편 효자도로 간단다.. 도선비용 3만원..

 

우연인지, 인연인지 예상밖의 효자도로 이끌었다.

신라 대효를 중시조로 둔 조상 음덕으로 생각하자..ㅎ

 

 

선착장 뒷편 효자도 해수욕장에 캠핑장소가 있단다.

좌측 도로를 따라 좁은 길을 조심스럽게 간다.

 

교회 우측으로 넘어가면 해수욕장이다..

대충 길 끝까지 갔지만, 캠핑장소는 썩 들어오지 않는다.

 

돌아오면서 잘 살피니 해수욕장 입구..

송림좌측에 한채정도 펼칠 공간이 있었다.

화장실이 가까이 있으나 문 닫혔고, 물을 구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일단 쳐 놓고 해결하기로 한다.

동네분을 만났더니, 화장실 문을 열어준다고 하고, 식수는 줄 수 있다고 한다..

참 인심 좋은 분들이다.

 

쉘터를 다 설치하고 난로를 피고 피자먹으며 한숨 돌리는 사이 

마을 분이 와서 화장실 문을 열어주고, 또 기연이 작용하여 가까이 수도물을 받을 수 있었다.

빨강머리 앤처럼 아무도 받아주는데 없는 외톨이 신세에서 갑자기 화장실과 수도를 갖춘 저택에 입양된 기분이다..ㅎ

천국에 들어온 기분처럼 홀가분하게 주변 산책에 나선다..

 

선착장 쪽으로 걸어가다가 효자도에 걸맞는 효자묘 방향 야산으로 올라간다..

 

행학무위원..

학무위원을 지내신 분의 묘소..

 

산속에서 매화를 만난다.

 

겨울강을 건너온 매화꽃잎 한개

절정을 위해 상큼한 바람 앞에 선

백옥의 여인이다.

 

- 박종영,매화풍경-

 

 

이 작은 섬에서 고라니를 4번이나 보고, 더구나 사체도 보인다..ㅎ

육지에서 바다를 건너왔나?

고라니가 바다를 건넌다면, 인류가 대양을 건너 대륙으로 퍼진 것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

 

요기 이집을 사서 가끔 와서 한적과 침묵을 친구 삼아도 좋으리..

 

만조시간이다. 바닷물이 가득하다.

저멀리 숙소가 보이는데 갈 수있나 살펴본다.

불가 판정..

간조시에 다시 오리..

 

 

돌아와 우럭매운탕으로 저녁을 마치니 달이 구름에 쌓여 근심어린 얼굴로 나타났다.

 

와인 몇잔 들고 나오니 달이 휘영청 떴다.

 

그림자와 나, 달 셋이 되었다.

달은 술 마실 줄 모르고

나는 이미 마셨으니

무엇으로 셋이 즐길거나??

 

달 위로차 단소를 들었다.

다소 성미급한 곡조지만 쓴약삼아 들으라고..

 

검은 물결 춤추고 갈매기떼 넘나드는 곳

내 고향 집 오막살이가 황혼 빛에 물들어가네..

....

그리워라, 그리워라

검은 물결 춤추는 그곳~

이번 설은 코로나로 5인이상 집합금지란다. 

미리 애들한테 설에 집에 오지말고 영상으로 새배하라고 선언하고..

경주로 캠핑을 떠난다. 경주에도 바다가 있다.

일단 포항에 들러 이명박 생가, 곤륜산, 죽도시장, 연오랑 테마파크를 구경하고(후기는 나중에 올림), 4시쯤 나정 고운모래 해변으로 향했다.

 

원래는 나정 해변이 공사중이어서 울산 관성솔밭 해변으로 가려다가 혹시나 하고 들렀는데..헐..

엄청 많은 차량들이 주차하고 텐트를 치고 있다.

 

일단 지형정찰을 하는데, 우리와 같은 코베아 텐트를 보니 반갑다.

더 반가운 것은 한적하게 텐트칠 장소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서둘러 어두워지기 전에 텐트를 치고, 등유난로에 불을 켠다.

포항 죽도시장에서 구입해온 왕문어 숙회를 얇게 썰어 와인과 곁들여 먹으니 감동의 쓰나미..ㅎ

 

 

취기와 다리의 네온불빛 그리고 폭죽소리의 삼합의 격려 속에 1일차 꿈나라는 행복했다.

 

2일차 아침..

구름으로 일출은 선명치 않았지만, 상쾌한 바다 바람은 분명코 봄이 왔음을 단호하게 알려준다.

 

텐트 옆 다리가 범상치 않아 걸어보니 해파랑길을 이어주는 다리다.

문무왕릉과 감포 깍지길 사이에..

 

 

더구나 이 다리는 만파식적의 대금을 형상화 하여 만든 다리다..

만파식적..

신라 신문왕 시절, 동해의 용을 자처한 아버지 문무왕과 천신이 된 김유신이 합작하여 보내준 보물급 대금이 만파식적이다.  괴질이나 변란시에 불면 나라의 근심이 해결된다는 국보..

요즘 코로나 시절에 만파식적으로 송가인 신곡 꿈을 불면 딱 결판이 나는데..

사라졌으니 어쩌나??

 

 

다리 옆 그림을 보니 만파식적을 대금이 아니고 단소로 그려놨네..

봉황 대신 꿩이고, 꿩 없으면 닭이라고..

나라도 단소를 들고 한곡조 불러본다.

코로나!! 

"이 썩을 넘아! 썩 사라지겠느냐!"

 

 

캠핑의 재미는 먹방만이 아니다.

긴 낮동안 뭔가 해야 한다.

바닷가에서는 낚시를 많이 하는데, 우린 트레킹이다.

2일차는 송대말등대 수족관길과 경주 무장봉 억새길을 걸었다.

그리고 돌아와 문어 라면으로 행복했다..

 

 

난로에 뜨거운 물이 가득이라..

이번에 대야를 가져와 족욕을 즐겨본다.

소싯적에..

발씻은 물을 두고, 형과 내기를 했다.

한 모금 마시면 100원 줄께..

설마??

형은 마셨다.

동생은 100원 안주려다 맞고 울었다.

 

그 추억에 잠겨 동행에게 물었다.

돈을 줄테니 발씻은 물 마실래?

싫단다..ㅎ

"난 1억주면 마신다"

"그래? 난 5000주면 마신다"

"3000주면 300cc 까지 마실 수 있다"ㅎ

그러나, 2000이하로는 서로 사양하기로 ㅎㅎ

 

 

3일째 아침 우아하게 클래식을 들으며 게으름을 피니 행복이란 놈이 발목을 잡는다..ㅎ

 

떠나면서 보니 설을 지내고 나온 차량이 더 가득찼다.

코로나라고 가족도 5인이상 모이지 못하게 하면 뭐하나??

모두 명소마다 가득 모여 모르는 사람끼리 복작거리니..

코로나는 모르는 사람은 봐주나??

 

멀리 좌측으로 고라금과 누적금이 한꺼번에 보인다.

편한 마음으로 고라금으로 간다.

길가의 표지판이 수줍음을 타고 숨어 잇는 바람에 잠시 헷갈렸다..

작은 만 속에 숨겨진 두리뭉실 큰 바위덩이들..

쌀푸대라도 쌓아 놓은 느낌이다.

 

이제는 누적금으로 간다.

커다란 개가 사는 풍광이 멋진 펜션을 지나는데..

콩국수 주인이 낙조를 보라는 곳이 이곳인가 보다.

누적금이 노적(볏단)가리가 쌓인 모습의 바위가 있어 누적금이란다..

내가 보기엔 망월폐견(望月吠犬 달을 보고 짖는 개)의 모습인데, 누구는 달을 보는 킹콩 모습이란다..

이제 캠프로 돌아간다.

당산과 사유지 사이 임도를 따라가면 바로 돌삭금이다.

신비로운 대나무 숲을 지나면 돌삭금이다.

바닷물에 발을 씻으며 오늘의 피로를 닦는다.

마지막 밤을 위한 파뤼는 구운 새우와 와인으로 시작한다.

배부른 밤 그녀의 음악으로 즐거움을 더한다.

인생은 즐거워~

3일째 아침 구름 속에 일출은 보이지 않는다.

핑크빛 세상에서 기념탑을 쌓는다. ㅎ

 

아침 식사후 모두 장비를 걷고 짐을 싸서 포구로 나간다.

당산입구 데크에 앉아 잠쉬 쉬고 당산의 사당을 들른다.

당산의 상록수림과 사당은 외연도의 관광1번지인데, 관리가 소홀해 일부 데크길이 부서져서 걷기도 불안하다.

갈림길에서 표지판이 없어 좌측으로 먼저 가니 사랑나무 쉼터가 있다

연리지 동백나무가 있었는데, 2010년 콘파스 태풍때 부서져 죽었다는..

다시 돌아나와 우측 데크로 올라간다.

상록수 숲이 점점 신비한 느낌으로 가득하다.

이곳에 사당이 있어 주변 숲을 보호하니 자연 상록수숲이 울창해졌으리라.

이 신령한 공간에 사당이 있다.

사당에 모신 신은 누구인가??

예전 부터 외연도에서는 중국 장수 전횡을 풍어신으로 모시고 있었는데, 1936년 돈을 모아 사당을 짓고 

매년 음력 2월 14일에 당제를 지내고 있다.

<사당에 걸린 전공사당기 내용>

공의 성은 전 씨요, 이름은 횡이다. 옛날 제나라의 공족(왕실후예)이다. 

한나라가 흥하고 제나라가 망하자 의리로 절개를 굽히지 않고 오백여 명의 군사와 더불어 바다 건너 반양산(半洋山)에 들어와 살았다. 

한나라가 그를 두려워하여 사신을 보내 부르자, 공은 부득이 두 사람의 빈객과 함께 낙양에 이르렀으나 상화점(霜花店)에서 스스로 목을 베었다. 

오호라, 공이 부름에 응한 것은 실제 한나라의 위세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섬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참화를 면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함께 간 두 사람 역시 한나라의 벼슬을 받지 않고 슬퍼하다가 공의 무덤 옆에 구덩이를 파고 죽었다. 

섬에 남아 있던 오백 명도 역시 한날한시에 함께 죽으니 천만 년 옛적부터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일이다. 

공의 의로움이 어찌 이토록 지극하였는가. 비록 서산이나 동해로 가려 하였으나 반양산을 벗어나지 못했으니, 반양산은 지금의 외연도이다. 

지금에 이르러 수천 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사당을 세우지 못하고 다만 석대(石臺)로 신을 제사하는 당을 삼았었다. 

섬 사람들이 그 절의를 잊고 있다가 신명에 감동하여 나무를 베어 비로소 사당을 건립하고 희생을 진설하여 제를 지내게 되었다. 공의 정령이 완연히 위에 머물러 있으니 어찌 풍성하지 않을 것이며, 어찌 공경하지 않으리오.

전횡?? 그는 누구인가?

그는 진시황 죽음이후 벌어진 초한지 시대의 실존 인물이다.

그는 산동성 제나라 공족(왕실후예)이었는데, 진승,오광의 난 이후 종형 전담을 따라 거병하여 진나라  장한 군대와 전투를 하엿고, 전담이 제왕이 되자 그 휘하 장군이 되엇다.

그뒤 항우, 유방의 세력 싸움에 우여곡절을 겪으며 최종적으로 항우의 편에서 자신도 상제왕이 되었으나, 한신의 군대에 패배하고 휘하 500명과 함께 동쪽 섬으로 피신한다. 

그리고 위 사당기 내용처럼 스스로 자결하고 나머지 500명 부하도 자결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자세한 내용은 ko.wikipedia.org/wiki/%EC%A0%84%ED%9A%A1 참조)

 

그런데, 그가 피신했던 동쪽의 섬이 어디냐는 논란이 된다.

1) 이곳 외연도라는 설

2) 중국 산동성 전횡도라는 설-  중국 산동성 즉묵시 부근 전횡도에는 그의 동상과 500부하의 묘가 있단다.

   (www.acetour.cn/bbs/board.php?bo_table=tour_1&wr_id=41 참조)

 

주변의 신령한 숲의 분위기에 매료된다.

우리나라 신라 초기 이런 신령한 숲들이 많았단다.

계림도 그렇고, 신이 논다는 신유림(神遊林)..하늘을 비춘다는 천경림(天鏡林) 등이 그렇다.

당산 입구 쉼터로 돌아와 다시 짐을 메고 포구로 간다.

슬슬 빗방울이 떨어진다.

포구에서는 내일은 비가 많이 오고 바람도 불어 배가 못뜰지 모르니 오늘 배로 나가라고 권유하는 방송을 한다.

참 우리는 장마전선을 중국과 일본에 묶어둔 고기압의 한복판에 들어와 3일을 잘 보내고 간다.

하늘이시여! 감사합니다..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후유증도 잇다. 발과 다리에 피를 봤다.

뱀이 많다고  담배잎만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 방심한 틈을 노린 모기(샌드블라이 보다 무서운 페블플라이)에게 

오지게 당했다.

이 모기는 즉시 가렵지 않고 하루지나면 가려운데, 심하게 자국도 남기고 4일은 가려움으로 고생한다.

갈매기가 위로한다.

그래도 안개속에서 헤매지 않고 경치 다 잘보고, 배도 날씨 관계로 연착없이 제시간에 떠나는 것을 3대 적덕의 음복이니

감사하게 여기시게..ㅎ

그려~ 덕분입니다..

이섬에 오면서 제일 끌린 단어가 "고래조지'였다는..그 곳을 꼭 가보고 싶었다.

어느 여자 유튜버가 섬사람들에게 고래조지가 어디냐고 물으니 섬 아재들이 좀 멋적하는 표정으로 대답하는 장면이나,  

그 여자 유튜버는 재미잇는 말이라고 혼자 몇번이고 반복하는 대목이 웃겼다는..ㅎ

 

일단 고래조지를 향해 가다가 길 상태가 좋지 않으면 돌아오기로 했다.

오전에 밀림같은 풀 속에서 고생했기에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서방파제를 지나 망재산으로 접근한다.

여기서 보니 봉화산은 낙타봉이다.

 

방파제 모서리에서 등산로가 시작된다.

초입은 기대 이상이었다.

 

시누대 숲이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길을 지나고.

 

 

원추리가 유혹하는 해변을 지나며서 연신 고래거시기를 찾는다.

어릴 적 욕 중에 "태평양 고래보x" 이후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 자꾸 입에서 맴도는 유혹이 있다는 ㅎㅎ

 

왕년의 쉼터는 잡초에 묻혀져 가고..

 

지도를 보고 고래조지는 망재산 기슭을 지나가는 줄 알았더니 정상을 통과해야 하는 코스다.

 

정상 직전에 좌측의 누적금, 우측의 포구가 선명하게 보인다.

 

꽃 며느리밥풀..

꽃말은 여인의 한..

뭔이름이 가학적인지..

꽃 중에 며느리 들어가는 꽃은 구박과 가학의 의미가 있다.

각시 들어가는 꽃은 이쁜 꽃이다.

 

참 들어가는 꽃은 먹을 수 잇거나 유용한 것이고, 개 들어가는 꽃은 못먹거나 유용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개념이 무서운 것이다.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형성하니까..

 

고래조지에 빠져서 불쑥 튀어나온 곳은 다 유심히 본다.ㅎ

저건 나무에 가려서 그렇지 섬이다. ㅎ

앞섬은 당산양도, 뒤에 큰 섬이 오도..

 

길은 오전 밀림 길보다는 양호한 편이라 계속 가기로 했다.

 

드디어 수풀 사이로 고래조지가 보인다!!

 

고래조지 건너편이 횡견도..

 

이 넓은 초원을 엉겅퀴가 독차지하고 있다.

이 시간 만큼은 우리와 반분하자.

 

뒤로 보면 망재산이 우뚝하다.

산록의 수풀로 길을 가리고 독야청청하는 고래조지..

원래 거시기는 무성한 풀 아래가 제자리지 ㅎㅎ

 

건너편에 물개바위(문리버 작명)가 보인다.

 

그런데 둘러보아도 고래 거시기 바위는 어디에 있나?

지형자체가 돌출해서 고래조지인가?

궁금증만 더해간다.

 

 

돌아와서 검색해보니 우리가 서있던 초원 아래의 누런 바위가 고래조지 바위란다.

바다 밑까지 바위가 이어진단다.

 

이 바위는 바다에서나 관찰 가능하다.

말 위에서 말을 찾았던 우리는 궁금증과 오해만 품고 돌아섰던 것이다.

소동파가 말했지

여산진면목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 안에 있기 때문이라고..

 

不識廬山眞面目  불식여산진면목
只緣身在此山中  지연신재차산중

 

이 아침 글을 쓰다가 문득 깨침을 얻는다.

걷기가 문사철(文史哲)이다..

 

외연도에 오면, 하루는 배를 빌려 고래조지와 마당배 등을 유람하고 무인도에 해변에 가서 종일 놀다 오는 스케줄을 넣어야 겠다.

5-6명 승선 배 1일 이용료  30-40만원이란다.

 

돌아서는 코스를 정하는데, 토론이 붙었다.

해안벼랑길을 따라갈지, 다시 왔던 코스(망재산 등산)로 갈 것인지..

다시 산으로 오르는 것도 만만치 않아 일단 해안 벼랑길을 따라 가보기로 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길이 망재산 코스보다 좋다. 

고래조지를 찾아갈 때 이 코스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

숲속을 벗어나 돌아보면 산벼랑을 돌아 나온 것이다.

사학금은 보지 못햇지만 곧장 마을 뒷편으로 이어진다. 거리도 짧다.

길은 담수화공장을 지나 고라금으로 이어진다.

 

 <오후 걷기> 망재산 - 고래조지 - 담수화공장 약 3km 

 

마치 부산 태종대 바위를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괸돌 빼맨다고 발로 차보기도 하고..

이국적인 비경에 감탄을 연발한다..

고단을 씻어주는 바닷물에 발을 담가보기도 하고..

한참 바다를 보다가 바닷가에 기어다는 생명체에 눈길이 간다..

공룡이 지배하던 시대 인간은 쥐같은 존재였단다..

언젠가 인간이 멸종하면 저 생명체가 진화하여 문명을 일으킬려나?

그런 우연같은 확율을 믿을 수 있을까?

붉은 바위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큰바위 얼굴을 발견했다..

오늘 내가 외연도의 명물 바위를 개발한 것 아닐까?

마당배에서 다시 산길을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포구쪽 소공원으로 간다..

그래도 마당배 - 소공원 - 포구 코스는 좀더 수월하다.

마당배로 접근하려면 소공원쪽에서 올라가기를 추천한다.

돌아보면 급경사 벼루길을 지나온 것이 실감된다.

산길이나 우정이나 가족이나 자주 왕래지 않으면 잡초가 우거지고 길은 희미해진다는 말 실감하는 날이다.

드디어 망재산이 보이고 오전 걷기의 종점이다.

참나리는 바다를 향해 더 붉어지고, 자귀는 산 향해 더 요염해진다.

 

소공원을 지나 마을로 들어가는 순간 더운 갈증을 해소하려고 이구동성으로 시원한 콩국수로 의기투합한다.

외상사절..콩국수 집이 아니고, 노래방이다.

섬에는 외상 노래도 요구하는 모양이다.ㅎ

 

남자 주인장도 모르는 크로렐라면 콩국수를 시원하게 들이키고, 고래조지 가는 길을 물었다.

주인장왈.

"고래조지는 고래 거시기 모양의 바위를 말하는디, 지금은 풀을 잘라놓지 않아 가기 힘들어유"

왓?? 

 

언택트 시대 대세..섬 캠핑 시리즈 2번째는 서해 대천 먼바다 외연도로 간다.

대천항에 집결하여 짐을 카트로옮겨 배에 승선한다.

 

구름낀 하늘..

사실 외연도 캠핑을 계획하면서 날씨에 신경을 많이 썼다.

1주전만 해도 여행계획 3일 내내 비예보였다.

그래서 포기하고 배표를 취소했는데, 3일전부터 일기 예보가 극적으로 바뀌어 부랴 부랴 다시 배표 예약을 하고 출발한 것이다.

이번 장마 전선은 중국남부와 일본 쿠슈 지방에 머무르면서 집중강타하고 있는 헤비급이라

우리나라로 북상하는 주말에 폭우가 예상되기에 무척 신경을 썼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여행기간 동안 외연도는 고기압이 자리잡아 가끔씩 해가 쨍쨍할 정도로 좋은 날씨아래 멋진 여행이 되었다.

 

대천에서 외연도까지 2시간이 걸린다.

호도와 녹도를 지나면 외연도가 지척이다.

외연도(外煙島)라는 이름은 안개에 쌓여 아스라이 보인다하여 붙은 이름이다.

새벽이면 중국 닭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변방의 섬이다.

 

동행이 외연도다! 외치는 소리에 바라보니 과연 외연도가 연무속에 아스라이 보인다.

 

봉화산과 망재산이 일열로 서서 환영을 한다.

 

2박 3일 일정이라 짐이 많아 캠핑 박지를 2번 왕복하며 짐을 옮기기로 한다.

우리의 베이스 캠프는 돌삭금 데크..

 

돌삭금가는 입구는 항구에서 우측으로 50미터 가다가 해안 정자에서 좌측으로 골목길따라 올라가면 된다.

처음에 동네분들에게 물으니 엉뚱하게 대답하여 골목길을 요리 조리 지나갔다는거.

동네 사람도 트레킹 장소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골목길에서 만난 힌둥이..

요래 얌전한 녀석이 다음날 보니 목줄을 물어뜯어 벗어 버리고 신나게 자유를 만끽하더라.

 

짐이 무거워 외연초등학교 앞에서 쉬었다 간다.

 

요즘 학교 꿈을 강조하는 것은 전통을 지키고, 끼를 강조하는 것은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다

꿈과 끼..

전통과 혁신.. 모두 지켜야 할 소중가치다.

위선과 증오는 버리고..

 

초등학교를 지나 오르막길을 넘어가면 명금이다.

 

당산 삼거리 앞데크..

유튜브를 보면 혼자 온 캠핑족은 여기에 텐트를 치는 사람이 많더라.

 

명금.. 중에 작은 명금..

외연도 지명 중에 금 자 들어가는 지명이 많다.

돌삭금, 누적금, 고라금 등등 공통점은 만처럼 오목한 지형에 작은 몽돌과 두루뭉실한 큰바위가 쌓인 곳이다.

그래서 추측컨대, 1) 몽돌 모양으로 큰 바위들을 "금"이라 부르던지, 2) 오목한 작은 만을 "금"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동네 사람도 지명 유래는 잘 모르는 것 같다.

 

<2020. 8.26.추가>

섬이나 바닷가에 ~금, ~구미 라는 지명이 많앗다.

하의도의 모래구미나 외연도의 각종 ~금의 공통점이 오목한 만 모양의 지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구미 또는 굼, 금 등의 말은 이런 물가의 후미진 지형, 만처럼 오목한 지형을 이르는 우리의 고유언어인 것으로 보인다.

 

캠핑 장비를 들고 힘들게 이동해야 즐거운 저녁이 기다린다.

인생의 젊은 날의 땀이 늙은 날의 평화로 이어지는 것과 닮았다.

젊은 날 캠핑을 몰랐던 내가 늙으막에 캠핑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까?

 

저 보이는 오목지형이 우리가 묵을 돌삭금이다.

언덕위의 나무 데크에 짐을 내려놓는다.

 

돌삭금에서 바라보이는 우측 끝 바위가 노랑배..

그 뒷줄기 산이 봉화산이다. 

 

 

잠시 숨을  돌리고 돌삭금 주변을 탐험한다.

 

물빠진 바위를 요리조리 넘어 매바위 쪽으로 가다보면 홍합이 지천이고, 해초도 가득하다.

 

해초 몇줄기 뜯어 저녁 거리로 가져온다.

톳은 아니고, 모자반이라고 하던데, 데쳐 먹어보니 씁쓰름한 맛이다.

 

 

돌삭금에서 바라보는 매바위..

그러나 해변으로 가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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