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 종주를 마치고 항구 삼거리 파시정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기다리는 시간이나 주차장소인 진리까지 걸어가는 시간이 비슷하여 걸어가기로 한다.

 

 

위도에서는 시인이 중국집을 한다.

부안의 수선화이자 위도의 백합화라는 당당한 외침..

 

 

코스모스와 동백이 삐질지도 모르니 조용 조용 말해야 한다..

 

언덕배기에서 바다 가운데 다리가 보인다.

위도와 정금도를 이어주는 연육교..

 

위도를 장식하고 있는 위도체 글씨의 특징은 돼지꼬리 삐침이다..

 

차를 회수하여 다시 위도해수욕장으로 돌아와 목살을 구워 와인을 거나하게 마신다.

나! 대간 종주한 사람이야!! 뻐기면서 ㅎㅎ

 

아침 위도는 고요하다.

새벽녁까지 떠들던 이웃 캠핑족들이 모두 잠들었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짐을 걷어 어제 계획대로 식도로 들어갈려고 9시까지 항구에 도착하려고 하였으나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겨 크락션 울리며 달려갔지만 배는 이미 식도로 떠나고 있었다.

 

 

고슴도치처럼 까칠해지려는 마음을 달래 플랜 B를 가동한다..

정금도로 간다..

작은 연육교를 지나 막다른 길에 도착..

 

멋진 글씨가 인사를 한다..

일체유심조..

주인장이 나오길래 물었다

"혹시 찻집인가요?"

"차를 마시면 찻집이고, 술을 마시면 술집입니다"

 

과연 일체유심조 주인다운 말씀..

"저는 밥을 담고 다니는 밥통입니다..ㅎㅎ"

 

돼지감자꽃 옆으로 오솔길이 이어지길래 무작정 간다..

 

바로 식도 코앞 딴정금도 앞이다.

여기가 냉장고 포인트인가 보다..각종 낚시배가 모여 경쟁중이다..

이름 잘지었다..식도(食島)라니..ㅎ

 

위성지도를 보니 정금도와 딴정금도는 요지점에서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인 모양이다..

 

돌아나와 해변으로 갔다..

식도가 훤히 들여다 보인다.

 

해국..

바닷가에 핀 국화

거센 바람에 추워 움츠러들었다

마음만은 항상 바다 만큼 넓다

그래서 푸른 색을 좋아한다..

 

 

정금도 해변에서 계시를 받았다.

조개??

순례길을 걸으라!!

다음 주에는 춘포에 가야겠구나..

 

 

11시 경 배로 위도를 떠났다..

가끔 불현듯 섬 캠핑이 생각날 때 들어와 보면 좋을 곳이다..

위도 캠핑 2일차..

해수욕장은 썰물이라 여전히 저만치 바다가 있다.

밤에도 파도소리에 잠 설치지는 않았다.

 

우리 일행 말고도 몇팀이 다양한 텐트를 치고 있다..

 

오늘 위도 종주 이어걷기는 대장이 밤새 연구하여 어제 고생한 하산 코스로 다시 올라가지 않고, 

진리 하나로 마트에 쇼핑을 하고 그 부근에 주차하고, 걸어서 치도교로 이동하여 망월산으로 오르기로 한다.

오늘은 치도교 - 개들넘교 - 망월봉 - 시름교 - 파장봉 - 파장금항 약 7km를 걷는다.

 

코로나 없애는 주문..

 

동백꽃 열매는 능금처럼 탐스럽다..

 

우측으로 올라 치도교를 건너 도제봉으로 향한다..

 

치도교 우측으로 치도리 마을이 보인다.

 

개들넘??

참 웃음나는 명칭이다..

 

고도를 높이니 정금도와 식도가 보인다..

뒤를 돌아보면 망금봉이 우뚝하다..

 

앞으로는 위도 제일봉인 망월봉이 보이고..

 

식도??

위도 본섬이 고슴도치라면 식도는 먹이감이라고 붙여진 것이라나??

 

개들넘교에 도착..

갯벌들을 넘나든다는 의미일까??

하여간 개들넘교를 건너자 마자 망월봉이 수직으로 버티고 있다.

그래봐야 해발 254m인데, "가짜사나이" 교관처럼 위압적이다.

"뭐 문제있어??"

아뇨~~

 

찍소리 못하고 고바위 길을 오른다.

줄이 있어 다행이다.

팔심은 아직 좋으니..ㅎ

 

중턱에서 돌아보니 전날부터 걸은 석금 - 망금봉 - 도제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위도가 왕년 홍길동전에 율도국으로 비정되었다는데, 

그렇다면 이길을 율도국 백두대간으로 불러볼꺼나??

 

망월봉..

달을 보는 봉우리인가,  봉우리에 뜬 달을 본다는 것인가?

고민할 것없다. 

설명에 이르되 망봉제월이라..

봉우리에 떠오르는 달이 비에 씻긴듯 깨끗하다는 말이다.. 

 

정자에 앉아 콩나물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산정에서  두팀을 만났다..

1) 노부부인데, 오전 배로 들어와 항구에서 직접 망월봉으로 올라왔다.

2) 청년 2명은 첫배로 들어와 석금 - 망월봉 - 도제봉 - 망월봉을 3시간 반만에 주파했다고 자랑이다..

 

이제 위도 제1봉을 정복했으니, 큰 고생은 끝나고, 나머지는 시름교에서 덜어내면 된다..

 

저 멀리 시름교와 파장봉이 보인다..

 

높은 곳을 향하려는 여자와 낮은 곳으로 임하려는 남자의 동행은 산과 물이 만나는 곳으로 타협을 본다.

 

 

시름교에서 덜어낼 시름을 꺼내보니 망월봉에서 다 버렸더라..

 

시름을 다 떨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파장봉에 올랐어라..

 

물결이 길어지면 배들이 피하러 오는 곳이라 파장이라는데,

내가 보기엔 장이 끝나고, 대간이 끝나는 곳이라 파장이다..ㅎ

 

오늘 걷기의 하일라이트는 이 구간이 아닐까?

산머리를 선수로 삼아 진행하는 장대한 뱃길처럼.. 

 

항구에 카페리가 잠시 여객을 내리고 신도로 갈 준비를 한다.

신도에 들러 사람과 차를 태우고 다시 돌아와 위도 여객과 차를 싣고 격포로 간다.

우리는 이런 점을 활용해서 내일 오전 첫배로 신도에 들어갔다 2시간 정도 구경하고 위도로 돌아와 

차를 싣고 격포로 돌아갈 계획을 세웠다..

결과는? 다음회에..

 

드디어 파장금항 방파제에 도착..

율도국 대간 종주를 마무리 한다.

그동안 걸은  망금봉 - 도제봉 - 망월봉 - 파장봉 능선이 박수를 치며 축하한다..

 

 

 

부안 격포항 여객터미널에 7시에 도착했다..

원래는 가거도에 갈 예정이었는데, 일본행 태풍의 영향으로 남해, 동해안 풍랑이 심해 서해로 방향을 돌렸다.

위도 섬 안내도를 보니, 등산 트레킹 코스가 엄청길다..

애고, 이번엔 편히 쉬는 캠핑이 어렵겠구나..

 

위도행 카페리는 아침 7시 55분경 첫배이고, 하루 4회 운행한단다.

그런데, 7시에 도착해서는 첫배자리가 없다.

먼저온 사람 말로는 6시경에 도착해야 첫배를 타고, 그것도 마지막에 차를 실고,  내릴 때 선방으로 가야 좋은  캠핑장소를 선점할 수 있단다.

그리고, 나오는 배까지 왕복으로 끊어야 안전한단다..

고수에게 배우는 노하우가 꿀팁이다..ㅎ

 

결국 첫배를 놓치고, 채석강 주변에서 어슬렁 거리다가 9시 55분발 2번째 배로 간다.

이 곳 갈매기는 꼬깔콘도 잘 받아먹는다..

격포항과 내변산이 아름다이 환송한다..

 

50분을 가면 위도와 식도가 손을 맞잡고 환영한다..

 

파장금항에 내려 서둘러 캠핑장소인 위도 해수욕장으로 갔으나, 눈독 들인 나무데크 4곳은 이미 전날 온 팀들이 선점하고 잇엇다.

주변에 캠핑 팀들이 많이 있는데, 전망좋고 물 구하기 쉬운 잔디 밭에 쉘터를 설치하고,

소세지 안주로  와인부터 한잔하니 세상이 핑크빛으로 보인다. ㅎ

 

점심 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위도 종주 트레킹을 나선다.

가는 길에 만난 식도의 풍광..

3일째 아침에 식도에 들르마 약속을 했는데..ㅎ

 

위도 종주의 시작은 석금 방파제에서 시작한다.

노부부가 저녁거리 낚시를 하고 있다..

 

종주 산행 능선 아래에 자리잡은 대리마을..

갈매기와 먹거리를 공유한다..

 

위도에는 이런 고슴도치 조형물이 많고, 길 이름도 고슴도치길로 명명했다.

연유를 보니, 위도 섬모양이 고슴도치 모양이란다.

그런데, 고슴도치가 가슴에 품고 있는 넘은 토끼섬이다.

 

등산로 입구에 캠핑카를 세운 노익장들..

조개를 삶고, 전어를 굽는다.

캠핑와서는 여러가지 해야한단다.

먹거리 현지에서 장만하고, 놀거리 이것 저것 할 줄 알아야 한다.

차에 건반도 실고 다닌다.

저녁에 만나 반주에 맞춰 노래가 한곡 했으면..ㅎ

 

차에 씌인 한 귀절..

Time and tide wait for none

시간과 물결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도연명도 같은 말을 했다.

歲月不待人 세월부대인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고..

 

그런데, 그는 멋진 시를 덧붙엿다.

 

盛年不重來 성년부중래
一日難再晨 일일난재신
及時當勤勵 급시당면려
歲月不待人 세월부대인

 

좋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으며
하루는 두번 새지 않는다 
때에 맞게 열심히 살아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오늘에 맞는 트레킹 열심히 올라가 보자.

오늘은 종주코스 중 절반

석금 - 망금봉 - 위도해수욕장 약 7km를 걷는다.

망금봉 높이가 240미터라고 우습게 보면 안된다.

해발 0 에서 출발하니까..

 

석금 등산로는 처음부터 얄짤없이 가파른 등산로를 올라간다.

돌아보니 거륜도가 보인다.

섬 중의 섬에 몇가구가 산다..

 

거륜도 우측으로 오조도, 중조도, 내조도가 보이고..

이른바, 조도 시리즈..ㅎ

왕년에 유행하던 유머..

만지면 커지리..ㅎㅎ

 

방파제에서 바라보면 대리마을..

핑크지붕..어게인 마을인가?? ㅎㅎ

 

숲길 오르막에 바람도 없어 답답하게 걷다가 능선오르자 가슴이 탁 터진다..ㅎ

 

아름다운지고..이 능선길..

 

숲길에서 야생 염소와 눈이 딱 마주쳤다..

한동안 서로 바라보다 카메라로 찍을 때까지 기다려준 모델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한참 헉헉 거리고 올라왔는데, 다시 내려가란다..

아직도 망금봉 2km나 남았다..

이 코스 7번을 M자 형으로 오르락 내리락해야 한다.

망금봉은 높이 240m이지만, 7번 오르막을 누적하면 누적 고도는 800미터 급을 오르는 것 같다..ㅎ

 

망금봉 가는 도중 바라보는 미영금 해수욕장과 날마펜션 의 풍광..

 

또 한구비 너머가면 보이는 곳은 깊은금 해수욕장이다.

왜 이리 금이 많은가??

금딩이가 아니고..

지형에서 보듯이 오목하게 들어간 지형들이다..

후미>> 구미 >> 금으로 발음이 변화하여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서너차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 끝에 도착한 망금봉 정상

 

망금봉 표지석도 없으니 각자 카톡이나 하면서 맥칼없이 쉰다..

망금봉을 지나면서 위도 해수욕장과 배후의 위도 상수원 댐이 보인다..

 

저 아래 보이는 길은 깊은금에서 치도리 마을로 이어지는 길이다..

 

치도리 해변 앞에 있는 섬은 딴치도 란다..

재미잇는 지명이다.

본명 옆에 있다고 딴 자를 붙이는 작명..

 

망금봉에서 치도리 도로로 내려가는 길에 잘 다듬어진 계단..

그런데, 어떤 길은 전혀 정비가 안된 길도 잇고..

담당자의 성실도에 따라 다른가??

 

도로에서 맞은편 가족묘 옆으로 올라간다..

도제봉으로 가는 길이다..

 

 

 

치도리 앞 딴치도..큰 딴치도, 작은 딴치도..

첫 구분 딴, 소구분 큰,작은,  

멘델의 학명처럼 작명구조가 명확하다..ㅎ

 

 

웃을 일이 아니다.

도제봉 전 삼거리에서 위도 상수원댐 표지를 보고 가는 길이 심상치가 않다..

초입부터 잡초가 무성하더니, 진행할 수록 길 자취가 사라진다..

이 등사로는 폐도 햇나?

폐도 했으면 안내도에 표시를 해주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숨돌리며 돌아보니 오늘 지나온 능선들이 훈장처럼 늘어서 있다..

 

길에 국가지점번호가 있으면 관리하는 등산로라는 얘기인데, 길이 구분이 안된다.

이 표지판 좌측으로 가야할까? 우측으로 가야 할까?

우리는 길이 좀더 분명해 보이는 우측으로 갔는데, 상수원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럼 왼쪽으로 진행했어야 하나??

 

우측 방향으로 가며 보니 등산로 줄도 있고, 썪어가는 벤취도 있어 왕년에는 등산로였음이 분명한데,

이제는 폐도 상태라..가면 안되는 길이다..

하지만, 숙소인 위도해수욕장으로 가려고 부득이 진행한다..

또 6시 마지막 버스 떨어지기 전에 석금으로 가서 차도 회수해야 하고..

 

길은 험난하고

마음은 심난하고

다리는 칡넝쿨이 잡고

얼굴은 거미줄이 잡고

해는 떨어지고

날은 어두워지고

 

상황이 꼬일수록 다리 아픔은 사라지고 가슴이 긴장된다..

하여간 길가로 내려오긴 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위도 해수욕장 방향 하산을 구상하는 분은  갈림길에서 위도 상수원댐 표지방향으로 가지말고, 도제봉 방향으로 더 직진하면 치도교 출렁다리를 만나는데,

거기서 차도를 따라 위도 해수욕장으로 가는 것이 안전하다..

 

우여곡절 끝에 6시 막차 버스를 타고 석금으로 가서 차량도 회수하고, 

헤드랜턴 달고 텐트도 치고, 오겹살도 구워 와인과 마시고..

10시쯤 지치고 취한 몸을 텐트에 뉘인다..

 

이번 경주걷기 여행 숙소는 내남면 안심리 하늘터밭 펜션에 정했다.

황토방에 아궁이 장작불 난방하는데, 밤새 찜질방처럼 허리를 지지고 잤다.

 

숙소에 밤에 들어왔을 때는 몰랐는데, 아침에 일어나 산보하는데, 주변 풍경이 이쁘다.

이슬 맺힌 풀들이 아침햇살에 보석처럼 빛난다.

우리 인생도 빛나는 순간이 있었지..

 

감나무를 차지한 새는 행복한 모습이고

고냥이는 아침부터 졸고있다..

 

 

동네 고택이 나타난다..

질암정사의 정자 향양문이다..

 

향양문..

태양을 향한 문.. 빛을 구하는 학문의 자세..

 

 

질암정사..

정조 때 장원급제란 최벽을 기려 후손이 지은 정사..

 

묵와(默窩)

고요히 묵상하는 집..

 

 

향양문루에 걸린 글씨

대죽(對竹)  대나무를 마주하고

배란(培蘭)  난초를 키우고

간송(看松) 소나무를 바라본다

 

독선기신히며 독립불구하는 선비의 마음이 

사슬같은 거미줄 너머로 희미하게 보인다.

 

아침이 보내는 최고의 선물...

빛과 물, 생명의 멋진 조화..

찬란한 인생도 이와 같을 진대...

 

인생, 알고 나면 별거 아니다.. 모를 때가 꽃봉오리로다..

그저 있는 그대로, 그 속에 아름다움이 함께한다..

 

까옥이도 고요히 앉으면 그림이 되는 아침은 축복이다..

 

펜션집 반둥이는 귀염받은 짓을 해서 복을 만든다.

문앞에 앉아 아침 고기 남은 거 없냥 묻는다.

설겆이까지 끝나서 어쩌냐..ㅎ

 

지난밤에 지인이 건네 준 도자기와 상견례를 하는 아침..감사거리가 많다..

 

2박째 아침 안심마을 치유올레길을 걷기로 한다..

질암정사 입구에서 시작한다.

질암정사를 지나면 어제 빛나던 꽃길이 오늘은 빛을 잃었다.

그래도 어제의 생생한 아름다움을 꺼내어 같이 즐기며 간다..

 

길은 산으로 이어지고..

 

등나무터널을 지나면 알토란 밤송이가 길을 막는다.

알리바바 형님 포스로 변한 동행이 진행을 중지시킨다..

 

 

겨우 달래어 계속가는데, 이번엔 송이가 나올 것 같은 소나무길이다..

이 짧은 길에 대나무 숲도 있다.

그것도 와호장룡 촬영하기 좋은 모습으로..

 

아쉬운 대나무 숲을 나오자, 눈을 잡는 불길..

이 곳으로 이사오려고 준비 공사 중이란다..

 

그런데, 올레길 표지가 끊기고 길이 보이지 않는다..

동네 분에게 물어보니 대숲 이후는 별 볼일 없단다.

 

선도산도 흰 이불 끌어 당기며 돌아 눕는다..

 

보랏빛 향유, 푸른 모과, 노란 감..

뭐 하나 어그러짐이 없는 아침..

 

과객의 발걸음 소리에 선도산이 깰까바 조바심치며 땀까지 흘리는 땡감..ㅎ

벌이 호박에게 뒷담화까는 아침..

 

큰 선물이라도 받은 기분으로 돌아간다..

기대가 없었기에..

빈 마음은 무엇이든 감사하게 받아 채울 준비가 되어 있다.

 

솟대가 받기는 숙소에 돌아 짐을 챙긴다.

유난히 붙임성이 좋은 반둥이..

동물전쟁에는 악질 캐릭터였는데, 여기서는 그렇게 상냥할 수 없다.

부르니 와서 옆에 앉는다.

줄건 없고, 송가인 노래를 선물하니 귀를 쫑긋세우고 듣는다..

허! 귀는 제대로 뚫렸구나!! 

 

2박 3일 골든 시티에서 골든 데이를 보내고 간다..

큰 기대 없었기에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얻었다.

이것이 여행의 묘미다..

 

3일째 아침 

가볍게 건천 편백나무숲길을 걷고 경주를 떠나기로 한다.

편백나무 숲에는 주차장이 없어 입구인 고속철 다리 부근에 차를 주차하고 올라간다.

 

 

그때 터널에서 ktx가 쏜살같이 달려나와 굉음을 지르고 사라진다.

 

 

 

지도를 보면 이 숲에서 오봉산 주사암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가 있단다.

이 때만해도 복두암은 생각도 못했다.

 

숲 데크길에는 가족동반한 사람이 무척 많았다.

언텍트 길이 아니고 온텍트 길이다.

 

데크길 자체는 1km 남짓인 것 같아서 등산로를 다녀와야 다리에 기별이 갈 듯했다.

 

바로 등산로 표시가 나와 덥석 물듯이 들어섰다.

 

그래 데크길보다는 이런 길이 제맛이지..ㅎ

 

거기서 복두암 표지를 본다..

900미터만 가면 된다 고라??

 

900미터라도 산길은 산길이다.

쉬엄 쉬엄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길 자체는 좋았다.

등산로라기 보다는 암자가는 길이기에 뉴질랜드 루트번 트레킹코스를 걷는 기분이었다.

 

한참을 올라왔다고 생각하고 내려오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절반쯤 온 거란다.

 

거북이??

거북이 표지를 보고 친구를 생각한다.

돈이 뭔지 서울에서 복닥거리고 살다가 일찍 귀천한 친구..

막걸리 한잔하고 한곡하라면 "검은 물결 춤추고 ~" 부르던..

트레킹을 즐겼으면 스트레스 덜 받고 오래 살았을터인데..ㅠ.ㅠ.

 

단풍이 내려오기 시작한다.

올해는 언택트 단풍길을 찾아야 하는구나!!

 

 

 

동행을 자주 불러세워 사진을 찍는 이유는 숨이 차기 때문이다.

쉬엄 쉬엄 가더라도 종점은 온다.

드디어 150미터 남았다는 표지가 보인다..

 

참 소박한 산문을 지나간다.

전망바위에서 건천이 보이고 고속철 터널도 보인다.

때맞춰 ktx가 포즈를 취해주고..ㅎ

 

미끈하고 잘룩한 벼랑길을 지나면 복두암이 업드려 있다.

그러나 폐사..

 

복두암..머리에 두건을 두른 암자..

현판을 쓴 이는 만공..

 

암자 옆으로 절벽 감실에 부처님과 나한이 영산회상을 이루고 잇다.

 

 

멀리 경부고속도로가 흐른다.

건천은 교통의 요지라 경주 서쪽 방어상 부산성이 필요한 위치다..

 

쑥부쟁이는 멀리 푸른 연꽃을 사모하는가 보다..

 

뒷쪽으로 관세음보살이 사해의 소리를 보고 계신다.

이 안전한 자리에 주저 앉아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황송한 환송을 받으며 하산한다.

 

동행은 득템한 등산코스라고 좋아한다.

시침떼고 한마디 보탰다.

"너를 위해 준비한거야!!"

경주 2일차 오후에는 월정교 - 삼릉 구간을 걷기로 한다.

경주 남산 둘레길 중에 "서남산가는 길 또는 삼릉가는 길로 표시해놓았다..

그래서 차를 삼릉 주차장에 주차하고, 택시로 월정교로 이동하여 걸을려고 햇으나

삼릉에서 택시 잡기가 어렵다.

하여, 업어치나 메치나, 삼릉에서 역으로 가기로 한다.

삼릉에서 관광 안내소나 등산객에게 "서남산(삼릉)가는 길" 아느냐고 물으면, 여기가 서남산이고, 삼릉이란다..

그래서 길 명칭을 "서남산 둘레길"로 하면 어떨까 싶다.

 

삼릉 소나무는 언제나 천년전 솔바람 소리를 들려준다.

길을 몰라 두리번 거리다가 등산안내도를 보니, 삼불사 방향으로 가면 될 것 같다.

 

천년이상의 터전이라 그런지, 경주의 산에는 무덤들이 지천이다.

감나무 아래 오솔길을 지나니 드디어 제대로 된 표지판이 보인다.

 

망월사를 지나면 제대로 가는 길이다.

 

태진지를 지나며 억새와 인사를 나누고..

 

5대 파사왕의 아들인 6대 지마왕..

이들 부자는 부인이 김씨여서, 김씨 세력이 크게 대두한 것으로 보인다.

4대 탈해왕 때 계림에 등장한 흉노 투후의 자손인 김알지 세력이 왕비족으로 성장할 정도로 세력이 컸다는 말이다..

 

둘레길 답게 남산의 능선을 바라보며 가는 길이다. 

 

포석정 앞에서 표지판을 찾지 못하고 한참을 헤매다 겨우 길을 찾아 이어간다..

표지관리가 필요한 곳이다..

 

이 길의 특징은 월정교 → 삼릉 방향으로만 표시가 되어있다.

그래서 거꾸러 걸을 때는 표지판도 반대반향에서 읽어야 길이 보인다..

 

이런 포장길을 싫어하는 동행을 달래며 가야 한다.

창림사지 3층 석탑은 멀리서 보고 눈인사만 나눈다..

 

<2011.2.17.추가>

창림사지 자리가 박혁거세와 알영이 거서간으로서 처음 살았던 궁실이 있었던 자리라고 한다.

그뒤 금성을 축조하고 옮겨갔다고 한다.

금성의 위치는 월성의 서북쪽, 경주읍성의 동남쪽이었다고 한다.

 

남간사지 당간지주..

이 유적들이 그대로 보존되엇다면, 남산 언저리는 불사와 불탑으로 가득 찼으리라..

 

일성왕릉으로 가는 길에 경덕사가 보인다

경덕사??

경주 6성 중 하나인 배씨 시조인 금산 가리촌장 배지타, 고려 개국공신 배현경,  조선 개국공신 배극렴을 기리는 사당이다.

결정적 전환기 마다 한방을 터트리는 집안이다..

 

어떤 것은 탐스럽게 익어가고

어떤 것은 쓰러져 죽어가고

자연이나 사람이나 생사가 큰 문제로구나..

 

김호장군 고택표시를 보고 오다가 식혜골 마을 정자에서 한참을 쉰다.

그런데, 표지판이 묘하게 도당터널 방향으로 가라고 한다.

원래 안내지도에는 대로를 건너 오릉- 천관사지를 지나게 되어 잇는데??

 

 

정자에서 나와 정코스대로 걷다가 대로를 만났는데, 차량의 물결 속에 횡단보도가 보이지 않아

발을 돌려 도당터널로 향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향후에 서남산 둘레길은 이길을 가는 것을 추천한다.

 

구절초가 손을 흔드는 소나무 숲길이 그동안 포장길 땡볕의 고생을 씻어준다.

 

 

 

화백정...

신라의 화백회의 말 들었다..

금강산 표암에서도 초기 화백회의가 있었다고 했다.

월성이 보이는 이곳 도당산에서 화백회의가 자주 열렸다고 한다.

주로 귀족 원로원 격인데, 다수결제도가 아니다.

만장일치제다..일치가 안되면 속행하여 다시 회의한다. 

될 때까지..설득과 합의..

 

요즘 민주주의를 다수결제도 이해하는 사람들은 신라 사람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합의를 도출하고 공론을 만들어 낼 때 건강하고 도덕적이고 지속가능한 것이다.

다수결제를 믿고 힘으로 밀어부치기 시작하면 민주주의는 참주정으로 타락하게 된다..

아테네의 역사가 가르쳐주고 있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월정교가 보인다.

 

월정교의 한자 표기 月精橋일까? 月淨橋일까?

신라시대 표기는 月淨橋인데, 조선시대는 月精橋로표기햇단다..

신라시대 경덕왕때 축조되어 고려시대까지 유지되었던 다리를 복원한 것이니 月淨橋로 표기해야 맞지 않을까?

 

월정교 부근엔 사람이 너무 많다. 

아이스 크림 사서 사람없는 구석으로 가서 먹고 얼릉 콜택시 불러타고 삼릉주차장으로 간다..

 

<오늘 걷기> 삼릉 - 망월사 - 지마왕릉 - 초석정 - 남간사지 당간지주 - 김호장군고택 - 도당터널 - 월정교 8km

경주걷기 2일째는 탈해왕릉에서 출발한다.

왕릉은 금강산 기슭에 있다.

금강산??

통일전 신라 오악은 동쪽 토함산, 서쪽 선도산, 남쪽 금오산(남산), 북쪽 금강산, 중앙  낭산을 쳤다.

크지는 않지만, 당당하고 족보가 있는 산이다. 

 

탈해왕..

그는 배를 타고온 이민자..

설화 속 그는 숫돌과 숯을 이용해 월성터에 살던 호공을 쫓아내고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유리 이사금이 사위를 삼고 대보로 임명하는 것을 보면, 요즘으로 치면 최신 기술을 보유한 실력자인 것 같다.

그는 일단 처남에게 왕위를 양보했다가 다음 왕위에 오른다.

그리고 그가 기용한 재상이 호공이다..

이민족이지만 최신 제철기술을 보유한 그가 토착세력인 호공과 연합하여 권력을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사후 신라 왕궁은 금성에서 탈해의 거처인 월성으로 이전한다.

그의 후손인 석씨는 8명이 왕위에 오른다..

 

탈해왕릉는 원래 성 북쪽 양정의 언덕에 장사지냈는데(삼국사기), 문무왕이 토함산으로 이장하였고,

이후 실전되다가 조선시대에 이 자리에 조성되었단다..

 

 

바로 인근에 표암과 재실건물이 있다.

 

표암..박바위..

표암 정상에 경주 이씨 시조 알평이 하늘에서 내려와 처음 씻겼다는 광림대와 석혈이 있다.

옛날에는 왜 하늘에서 내려오는 시조가 많은가?

혁거세, 수로왕 등 등 

아마도,  구차하게 과거를 설명하기 싫은 경우(전쟁난민??) 하늘이 등장하지 않을까??

그냥 뮤지컬로 "과거를 묻지마세용" 

고양이는 알랑가?? ㅎ

 

표암을 올라간다.

먼저 표암 유허비가 있다..

후손이 조선 순조때 좌의정 벼슬하면서 조상을 빛내는 비석을 세웟다..

 

 

그 뒤로는 광림대가 있다.

 

하늘에서 강림한 알평을 목욕시킨 석혈이 있다..

알??

신라에는 알 짜가 많다..

등장 순서로 알평, 알영, 알지, 알천, 

알라(애기) 라는 뜻인가??

 

 

금강산 오르는 길은 순박하다..우리 집 뒷산 비슷하게 산책하는 시민도 많다..

 

힘들지 않게 오르는 정상

 

정상에 소금강산이라고 써있다.

원래 이름이 금강산인데, 북한의 금강산에 치어선지 소금강산이라고 스스로 비하하고 있다.

북한의 금강산은 삼국사기 시절엔 개골산이었단다..

비유컨대, 할아버지가 친할아버지로 바뀐 것과 비슷할라나??

177미터 높이가 무슨 상관인가?

당당히 족보대로 금강산이라 불러야 옳다.

 

사실 이번 이번 여행의 한축은 백률사를 와보는 것이었다

법흥왕 때 이차돈의 순교와 불교 공인..

효소왕 때 백률사 관음보살의 이적..

관련된 역사적 도량인데, 현재 모습은 너무 소탈하다..

***

(2021. 12. 16. 추가)

이차돈은 왜 순교했는가?

이부분이 항상 궁금했다.

최근 신라초기의 신성한 숲 신유림(神遊林), 천경림(天鏡林)이야기를 읽다가 의문이 문득 해소되었다,

천경림은 경주 계림 서편 남천의 북안에 동서방향으로 500미터 길이로 형성된 숲이었다.

이곳은 신라초기부터 소도처럼 신성한 토속신앙터였는데, 아도화상이 신라공주를 치료한 후 이 숲에 초막을 짓고 수행, 전도하였으나 곧 쫓겨난다.

법흥왕이 불교를 신봉할 생각으로 사인 이차돈을 시켜 이 천경림의 고목을 베어 기둥으로 삼고 그 터에 흥륜사 공사를 시작하자, 귀족들이 반발했다.

마치 경복궁을 헐고 그자리에 총독부를 짓는 것과 같은 충격적인 조치로 귀족들은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이런 귀족들의 반발을 누르고 불교도 공인하는 2가지 효과를 노려 이차돈을 처형하는데, 그때 목에서 흰 피가 솟고 머리는 날아가 백률사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흥륜사는 신라 최초의 가람으로서 법흥왕 때 착공하여 진흥왕 때 완공(544년)되었다.

 

 

이차돈의 피는 희색이었지만, 마음은 붉었고, 그 결실은 천년불교 왕국으로 이어졌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조금 내려가니 위로해주는 불상이 잇다..

굴불사 석조사면불상..

 

 

기도하는 사람, 촬영하는 사람 모두 진지하게 만드는 엄숙함이 있다..

 

불교왕국 신라의 힘이 느껴진다.

법흥왕이 이차돈의 순교에 힘입어 불교를 공인하고, 왕부부는 출가를 한다.

선덕여왕은 80미터 높이의 황룡사 9층탑을 세워 국가의 중심으로 삼고..

국력을 모아 김춘추, 김유신의 헌신으로 삼국을 통일한다..

 

돌아오는 길에 황금 열매가 익게하는 금풍을 맞으며 간다..

 

좀 가면 표암재가 나오고, 탈해왕릉이다..

 

왕릉 앞 솔밭에 점심을 먹고 한숨자다가 소나무의 용트림에 놀라 깬다..

 

<이번 걷기> 탈해왕릉 - 표암 - 금강산 정상 - 백률사 - 굴불사지 - 탈해왕릉  4KM 

원래 계획은 출발지인 유학사로 되돌아 가는 것이었는데, 드림메이커의 주선으로 새로운 코스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부산성터를 거쳐 숙재고개(우라 생식촌)으로 내려가는 코스다.

그런데, 하산초입부터 알바를 하면서 조짐이 좋지 않았다..

남의 조상묘에서 알바하다가 정상 등산로로 복귀..

거기서 숙재고개 표시를 보니 반가웠다..

 

부산성 안은 온통 야생화의 천국이다..

산여감일..감국이 지천이고..

쑥톱개민..개미취도 한창이다..

 

부산성에서의 애틋한 인연이 만들어낸 모죽지랑가

 

지나간 봄 그리워하면서 모든 것이 서러워 시름겨워하는데 

아름다운 그 얼굴에 주름살이 지려하네

눈 돌이킬 잠깐 사이에나마 만나뵙고 싶어라

낭이여! 그리운 마음이 가는 길이라면

다북쑥 우거진 마을에서 다시 함께 잘 밤이 있으리이다.

 

돌아보면 주사암과 마당바위가 그림이라..

 

슈크렁의 격렬한 환영도 받고 오붓한 길을 걸으며 오늘 코스의 득템을 자축하였다..

그러나 성급한 샴페인이었다..

 

임도를 만났다..

표시를 보니 편백나무숲과 숙재고개는 무난히 가겠다 싶었는데...

 

쇼컷 등산로가 잇다고 동행이 부추긴다..

하여 들어간 등산로..형극의 길로 이어질 줄 몰랏다..

그러니, 네이버 지도에 나오는 등산로 쉽게 믿고 갔다가 큰코 다칠 수 있음을 명심하시라..

 

조금 가니 등산로가 희미해지고 서서히 밀림 속으로 빠져들고 잇었다.

해는 뉘엿해지는데, 조바심이 생긴다..

그럴 때 초장에 돌아서야 한다..

 

헤메는 사이 터진 공간에 서면 오봉산 주사암과 마당바위가 위안을 준다..

 

가실덤불을 헤치고 형극의 길을 헤메다 드디어 묵은 임도를 만낫다.

사람이 다니지 않아 풀이 점령한 길..

 

 

드디어 정리된 임도와 표지판을 만나니 안도의 숨이 나온다..

 

다시 쇼컷 등산로로 내려가 구비 돌아오는 임도를 만나고..

 

드디어 숙재고개..우라 생식촌 입구에 도착..

 

대기중인 차를 타고 유학사로 차1대를 회수하여 숙소에 도착하니 

둥근 달이 떳다.

 

 

<오늘 걷기> 경주 건천읍 오봉산

유학사 입구 - 여근곡 - 부산성 능선 - 주사암 - 마당바위 - 정상 - 부산성 - 숙재고개 약 9KM 

 

** 주사암에서 초입 입구를 잘찾고 등산로 표시대로 가면 무난하게 갈수 있고, 속단한 언택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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