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걷기에 갓다..
오늘은 둔주봉-피실 길 앵콜걷기..그만큼 좋은 길이라는 뜻이겠지..
오늘은 둔주봉으로 직접 오르지 않고 독락정-고성-금정골-피실로 강길을 먼저 걷고 점심후에 체력이 되고 원하는 분만 둔주봉으로 향하기로 했다..
그새 계절이 바뀌었다고 꽃도 바뀌었다..
벚꽃은 슬그머니 뒷방 노인네로 밀려났고..
핑크 빛 복사꽃과 하얀 조팝나무꽃이 한창이다..
꽃 사이 사이로 걸어가는 사람들도 꽃답다..
복사꽃 이 흘러내려오는 곳을 따라 갔다가 무릉도원을 만났다는 옛이야기대로라면..
복사꽃이 만발하여 잎파리 떠내려가는 이곳이 무릉도원이랄 밖에..
꽃보고 강보다 어느 순간에 고성도 지나고 금정골도 지났다..
힘을 아끼는 일행은 금정골에 돌려보내고 우리 몇몇은 피실까지 내쳐 걷는다..
파란 풀밭이 무성한 곳에서 강을 바리본다..아! 싱싱한 신록이여..
피실에서 돌아가는 길..꿈에도 걷고 싶은 강길.
베토벤이 교향곡 6번 "전원" 2악장 "시냇가의 정경"을 작곡한 곳이 이런 풍광이 아니었을까..
그 "시냇가의 정경"을 감상하는 기분으로 사뿐 사뿐 걷는다..
오다가 뱀을 만났다는 분과 몇분은 이참에 강변 모래밭을 따라걷는다..
우리도 중간에 합류하여 강가 모래를 밟으며 걷는데 정신이 팔려 일행과 합류하기로한 지점을 한참 지나쳤다..
다시 꽃길을 걸어 금정골로 향한다..
되돌이표로 반복해도..후렴으로 계속 불러도 지겹지 않은 꽃길..
벚꽃..복사꽃..조팝꽃이 어우러진 아름다운길..
이런 길에 저절로 나오는 노래..
복사꽃 능금꽃이 피는 내고향~~
만나면 즐거웁던 외나무 다리.. 열화와 같은 요청에 따라 오늘도 불렀다..
금정골에 둘러 앉아 고기에 사제 막걸리에 봉삼주까지 곁들여 전원속의 잔치.. 오늘의 하일라이트는 즉석에서 부친 진달래 꽃을 넣은 화전..
말로만 듣다가 눈으로보고 입으로 맛보니 이런 호사가 어디 있을까..
술도 한순배 돌았겠다..그동안 밀린 신고식을 거행한다고 쩝절대니 십시일반 보시하는 마음으로 한 곡씩 비장의 노래가 나온다..
걷기는 자연과의 스킨쉽이라면..가벼운 노래방이야 사람정을 느끼게 하는 스킨쉽이라고 할까..
하여간 나는 내차례가 되어..새벽에 필이 꽃힌 이태백의 시를 꺼내들었다..
동행한 이대표에게 보여주며 이태백의 본토발음으로 읊어 달랬더니 이태백보다 더 구성진 중국어로 한시를 읊는다..
春日醉起言志(춘일취기언지)- 李白(이백)
處世若大夢(처세약대몽)
胡爲勞其生(호위노기생)
所以終日醉(소이종일취)
頹然臥前楹(퇴연와전영)
覺來盼庭前(각내반정전)
一鳥花間鳴(일조화간명)
借問此何時(차문차하시)
春風語流鶯(춘풍어류앵)
感之欲嘆息(감지욕탄식)
對酒還自傾(대주환자경)
浩歌待明月(호가대명월)
曲盡已忘情(곡진이망정)
이어 내가 우리말 풀이를 읊는다..
어느 봄날 취하여 말하다-이백(李白)
세상살이 한낱 긴 꿈에 불과하거니
어찌 수고롭게 삶을 괴롭히랴
종일토록 마시고 취하여
되는대로 기둥아래 기대 자다가
문득 깨어 뜰 앞을 보매
한 마리 새, 꽃 속에서 우는구나!
지금이 어느 때냐고 물어보니
봄바람에 흐르는 듯 꾀꼬리 소리
감탄에 또 감탄
술을 기울이니 병이 비었네
호탕한 노래 부르며 밝은 달 기다리다
노래는 다하고 정마저 잊었도다!
오늘이 그날이다..
봄날 술에 취하고 시에 취하고 노래에 취하고 꽃에 취하고 인정에 취했다..
이 시는 서양사람에게도 감명을 주었다..
구스타프 말러는 번역된 중국시집 "중국의 피리"를 읽고 영감을 얻어 "대지의 노래"를 작곡했다..
그중 이 시를 모티브로 한 노래는 5악장 "봄날 술에 취한 남자"다..
"청춘에 관하여"라는 노래도 있는데..그 노래를 들어보면 우리 뽕짝 "청춘의 꿈"이 생각난다..
청춘은 봄이요..봄은 꿈나라..
언제나 즐거운 노래를 부릅시다..
진달래가 쌩끗 웃는 봄 봄..
청춘은 싱글벙글 윙크하는 봄..봄..봄
새로 피어나는 꽃도 아름답다..
다양한 꽃들의 공존..신예와 노장의 공생도 아름답다..
자연과 인공도 이 봄날에는 조화롭다..
술에 취한 채로 허위적 허위적 고성에서 둔주봉을 오른다.. 의외로 가파르고 길다..촌로들이 극구 말리던 이유를 알겟다..
다시 둔주봉 전망대에 앉아 오늘 걸은 강변길을 바라본다..실타래처럼 곱기도 하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다가 아이스께끼를 사서 한입씩 물었다..
봄은 고양이 같고 청춘같다..나이와 머리색깔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돌아오는 길에 홍굴부추칼국수로 식사겸 뒤풀이를 하고 일행들과 째즈공연에 들렀다.. 한 미 일 삼국공연(?)이다..
그중 주디 아키라라는 일본여가수가 부르는 노래 "기미노시라나이보꾸"..네가 모르는 나(맞나?)를 들으며 내가 모르는 당신을 생각한다..
이 봄날 술에 취해..참 국제적으로 놀았다..
한..중..미..일..시와 노래..
이렇게..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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