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걷기에 나섰다..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는 버스를 타고..
오늘 섬진강의 발원지 데미샘으로 직행했다..이제 여기서 섬진강 하구까지 10구간으로 나누어 걷는다..
전북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선각산에서 솟아니는 데미샘..
데미란 봉우리를 뜻하는 사투리..
이 작은 샘이 궐기하여 온갖 지류를 합류 시켜 바다에 이르려 한다..
데미 샘에서 물 한바가지로 목을 축이고 입가심으로 불소주를 한잔하고..배 속의 온기를 품고..
자..우리도 출발이다..
아직 응달엔 눈이 가득하고 제법 미끄럽기도 하다..
얼음 계곡 속으로 물은 계속 흐른다..이른바 천류불식(川流不息)..
오늘 만난 글씨들..선각산 입구 정자에 걸린 팔선정..숲해설사도 팔선의 의미는 크게 두지 않는듯하나..
서예가에 대하여는 한마디 한다..바로 진안군 백운면 출신인 효봉 여태명이다..
이곳 진안군 백운면 사람중에 걷기의 달인 신정일씨는 백암리 출신이다..
어릴 때 섬진강을 바라보며 ‘저 강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가 궁금했단다..
자라서 걷기의 대가가 되었고 강 중에 섬진강을 제일 먼저 전체 답사하였다..
기우정..이 글자는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는 기우(杞憂)와는 다른 글씨다..
내생각에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반성하는 정자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아님 말고..
자신의 어리석음은 무엇일까?
이 정자에 걸린 시 한수가 답을 알려주는듯..
쉰 나이에 스스로 늙음을 한탄하는 어리석음을 훈계한다..
그대는 아직 꽃봉오리니라..
여기는 반송마을의 학남정..
이 정자를 지을 적엔 아마 이런 시상이었나보다..
정자 밖으로 복숭아꽃 반절 남짓 피었다.
내동산 초승달이 처마 끝에 낮게 들어온다.
용강(정자 아래로 흐르는 물줄기) 물빛이 쪽물보다 푸르다.
외로운 학이 길게 울며 지나간다.
오늘 걷기에서 만난 인연들..죽설..데미샘..정자의 문양..멋진 백운 약방 간판..개성있는 길 안내 표지..붙임성 좋은 상근이..
이 길은 보잘 것없는 또랑이 되어 흐른다..
하지만..어느 물이든 사양하지 않고 받아드려 대해로 가는 추진력으로 삼는다..
오늘 걷기에서 깨닫는 하해와 같은 포용력..
길을 걸으면서 만나는 멋진 소나무들..
애국가에 등장하는 소나무가 외래의 재선충때문에 사라지는가 걱정했는데..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퇴치되어간다는 기쁜 소식..
저 소나무들도 정5품이나 종6품의 벼슬을 받을만한 자태다..
이런 저런 얘기 끝에 문득 산을 보니..두귀가 쫑끗한 마이산이 보인다..
여기서 보니 앙증맞은 모습이다...
이제 마령에 다가와 가자 제법 개천의 모습을 갖추어가는 섬진강..
그간 아스팔트 길을 걷느라 다리,어깨,허리까지 아프더니 흙길에 들어서니 생기가 든다..
오늘의 걷기를 보상하고도 남는 마이산을 바라보며 걷는 길..
그래 바로 이거야..50리 길의 고생이 큰 보람으로 바뀌는 ..
너무 아름다운 길이다..
마령중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데..
마치 마이산이 말이 되어 달리는 듯..차창밖을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