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에 있는 삼도수군통제영의 지휘소 "세병관"

건물도 국보이지만 한자가 사람 키보다 큰 저 글씨가 멋지다..

 

세병관은 두보의 시 '洗兵馬行'의 마지막 두 구

안득장사만천하(安得壯士挽天河)

정세갑병장불용(淨洗甲兵長不用)

 

'어찌하면 장사를 얻어서  하늘에 있는 은하수를 끌어와

갑옷과 병기를 깨끗이 씻어 다시는 전쟁에 쓰이지 않도록 할까?'라는 귀절에서 따온 것..

 

이렇게 "은하수로 병장기를 씻는 집"이라는 멋진 이름은 문관이 최고장수가 되는 조선에서 나오는 작명이다..

조선의 문민주의는 결국 고려에 비해 문약에 흐르고 왜와 호에 당하고 결국 나라도 망했다..

 

강해야 연약한 평화를 지킬 수 있다..

저 "세병"의 의미도 천하를 평정한후 은하수로 병장기를 씻는다는 것이니..

약골이야 어찌 은하수를 길어 올수 있으리..

 

***


 세병마행(洗兵馬行)  -두보(杜甫) -


中興諸將收山東(중흥제장수산동)-나라를 중흥시킨 여러 장수들이 산동을 수복하니

捷書夜報淸晝同(첩서야보청주동)-승전보가 밝은 낮처럼 밤에도 전해졌네.

河廣傳聞一葦過(하광전문일위과)-넓은 황하를 갈잎 하나로 건넌다는 소리 들렸으니

胡兒命在破竹中(호아명재파죽중)-오랑캐 아이의 운명, 쪼개지는 대쪽 같았네.

秪殘鄴城不日得(지잔업성불일득)-업성에 남은 잔당들 얼마 견디지 못했으니

獨任朔方無限功(독임삭방무한공)-반군 토벌의 대임 맡은 곽장군, 무한한 공 세웠네!

京師皆騎汗血馬(경사개기한혈마)-장안에선 모두 서역의 천리마 탔고

回紇餧肉蒲萄宮(회흘위육포도궁)-포도궁에 잔치 벌여 회흘에게 고기 먹였네.

已喜皇威淸海岱(이희황위청해대)-천자의 위세가 천하를 맑게 한 건 나쁘나

常思仙仗過崆峒(상사선장과공동)-천자께서 공동산 지나 피난간 일 늘 생각나네

三年笛裡關山月(삼년적리관산월)-삼 년 동안이나 망향의 노래인 “관산월” 들려왔고

萬國兵前草木風(만국병전초목풍)-만국의 군진 앞엔 초목을 흔드는 바람 몰아쳤네.

成王功大心轉小(성왕공대심전소)-성왕께선 큰 공을 세우고도 매사에 신중하시고

郭相謀深古來小(곽상모심고래소)-곽재상은 옛사람 중에 찾기 어려울 만큼 계략이 깊으며

司徒淸鑒懸明鏡(사도청감현명경)-사도 이광필의 밝은 눈은 거울을 달아놓은 듯 밝으며

尙書氣與秋天杳(상서기여추천묘)-상서 왕사례의 기개는 가을하늘처럼 높아 아득하네.

二三豪俊爲時出(이삼호준위시출)-이들 호걸은 세상을 위해 하늘이 낸 사람들로

整頓乾坤濟時了(정돈건곤제시료)-천하를 바로잡고 세상을 구했네.

東走無復憶鱸魚(동주무복억노어)-농어회 생각하여 동쪽으로 달아나려는 사람 없어졌고

南飛各有安巢鳥(남비각유안소조)-남쪽으로 날아가는 새들도 둥지에 깃들이게 되었네.

靑春復隨冠冕入(청춘복수관면입)-봄기운 다시 천자를 따라 장안에 돌아오니

紫禁正耐煙花繞(자금정내연화요)-궁성은 아름다운 연기와 꽃에 둘러싸이게 되었네.

鶴駕通宵鳳輦備(학가통소봉련비)-태자의 수레와 천자의 수레 늘 대기하고 있다가

鷄鳴問寢龍樓曉(계명문침용루효)-첫닭 울면 상황께 문안드리려 용루문 나섰네.

攀龍附鳳勢莫當(반룡부봉세막당)-영주좇아 전장을 달려 얻은 위세 크기만 하니

天下盡化爲侯王(천하진화위후왕)-온 천하 사람들 모두 제후와 왕이 된 듯하네

汝等豈知蒙帝力(여등기지몽제력)-그대들 어찌 천자의 은혜를 입었음을 알겠는가?

時來不得誇身强(시래부득과신강)-운을 탔다고 자신의 강함을 뽐내서는 안되네.

關中旣留蕭丞相(관중기류소승상)-장안에는 소하같은 명재상 두홍점이 있고

幕下復用張子房(막하부용장자방)-군진에는 장양같은 지장 장호가 쓰이고 있는데

張公一生江海客(장공일생강해객)-장공은 큰 뜻을 품고 평생 강호를 유력한 인물로

身張九尺鬚眉蒼(신장구척수미창)-아홉 척 키에 눈썹이 검푸른 호걸이네

徵起適遇風雲會(징기적우풍운회)-천자의 부름 받음은 바람과 구름을 만난 것으로

扶顚始知籌策良(부전시지주책량)-기운 나라 일어서니 그의 계책 훌륭함을 알게 되었네.

靑袍白馬更何有(청포백마갱하유)-푸른 옷에 흰 말 탄 반란군이 다시 있을 수 있겠는가

後漢今周喜再昌(후한금주희재창)-후한 광무제나 주 선왕 같은 중흥하여 기쁘기만 하네.

寸地尺天皆入貢(촌지척천개입공)-천하의 모든 나라가 조공을 하게 되고

奇祥異瑞爭來送(기상이서쟁내송)-기이한 상서들을 다투어 보내오네.

不知何國致白環(부지하국치백환)-부지기 국가가 백환 보내왔고

復道諸山得銀甕(부도제산득은옹)-여러 산에서 은 항아리가 나왔다 하네.

隱士休歌紫芝曲(은사휴가자지곡)-은사들은 “자지곡” 부르지 않게 되고

詞人解撰河淸頌(사인해찬하청송)-문인들은 “하청송” 짓게 되었네.

田家望望惜雨乾(전가망망석우건)-농가에선 농사지으려 빗물 마르는 것 애석히 여기고

布穀處處催春種(포곡처처최춘종)-뻐꾸기 곳곳에서 울어 씨뿌리기 재촉하네.

淇上健兒歸莫懶(기상건아귀막란)-기수가의 병사들이여, 집으로 돌아가기 게을리 말게

城南思婦愁多夢(성남사부수다몽)-남편 그리는 성남의 부인들 밤마다 수심어린 꿈을 꾼다네.

安得壯士挽天河(안득장사만천하)-어찌하면 장사를 구하여 은하수 끌어다

淨洗甲兵長不用(정세갑병장불용)-갑옷과 무기 깨끗이 씻어 영원히 쓰지 않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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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겨울비가 솔찮히 내린다..

하여 도래깨질을 포기하고..점심식사후에 동네 걷기에 나섰다..

입소문이 무성한 대전 현충원 산책길..

입구에 해태가 길을 정화하고 있다..

 

 

입구부터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한 촉감을 느끼며 걷는다..

 

 

갈대..초로의 백수를 휘날리며 돌아보네..

돌아보면 무엇이 보이나..

 

 

길가에 적힌 시가 묵언으로 답한다..

묵언으로 답할 것이 어디 천안함 뿐이랴.. 울진 삼척..1.21..아웅산..KAL기..8.18 도끼..금강산 관광객..

 

 

징검다리를 건넌다..

돌다리도 두둘겨 보고 건너라지 않더냐..

어느 돌은 디딤돌이고 어느 돌은 걸림돌이라니..

 

 

다양한 길이 전개된다..고개마루를 넘어 계단을 내려오니 자그락 거리는 오솔길이다..

 

 

 

그러는 일방...대나무 숲길이 펼쳐진다..

대나무의 북방한계선이 어디까지더라..

 

 

새소리도 제법 들린다..식별하느니 까치소리 밖에 없지만..

 

 

가을이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다..

이젠 가거라..내 겨울 잘 보내마..

비록 첫추위에 독감에 걸려 며칠 고생하였다만..

그렇게 지내온 세월 아니더냐..

 

 

군인들의 묘역..죽어서라도 햇볕이 따뜻한 양지에서  지내기를..

 

 

여기에도 민간의 묘역이 잇네..

판충추부사겸 의금부 당상을 지낸 양반이 선점한 명당자리..

연안 이씨 종중 땅이었는데, 국가에서 이 땅을 수용할 당시 이 묘역의 주인공들도 나라의 유공자들이라 그대로 두기로 했단다..

 

 

공식적인 코스는 끝나고 개설예정이라는 구간으로 접어들었다..

이런 덜 다듬은 길이 더 좋다..

 

 

어제 오늘 내린 비로 개울도 흐르고..

하지만, 임도는 갑하산 언저리를 맴돌다 막혀있다..

 

 

 

돌아오는 길..물가 벤취에 앉아 잠시 따뜻한 보이차를 마시며 숨을 돌린다..

 

 

벤취 옆 편지에 눈길이 갔다..

1950. 8. 11. 전사한 17살 학도병의 편지..가슴이 찡하다..

 

<위 편지는 다부동전투에서 쓰여진 것이 아니다..다부동은 경북 칠곡이고...위 편지는 아래서 보듯 포항여중에서 발견된것

대전 현충원 관계자가 이글을 보면 정정하길 바람>

 

 

집에서 떠날 때 어머니에게 이렇게 절하고 헤어졌겠지..

이우근 학생은 당시 서울동성중학교 3학년 학생의 신분으로  71명의 학도병으로 참전..

1950. 8. 11. 포항여중학교에서 60여명의 군인과 함께 북한군 공격에 맞서 11시간의 사투를 벌인다.

71명 학도병 중 48명이 전사..

그날 전사한 이우근학도병의 주머니 속에서 피로 얼룩진 메모지에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글이 발견됐다.

 

 

어머님!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十여 명은 될 것입니다.
저는 二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 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수류탄의 폭음은 저의 고막을 찢어 놓고 말았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제 귓속은 무서운 굉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머님,
괴뢰군의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나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우기 같은 언어와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님!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이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을
어머님께 알려드려야
내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저 옆에는 수많은 학우들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듯,
적이 덤벼들 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볕 아래 엎디어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엎디어 이글을 씁니다.
괴뢰군은 지금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덤벼들지 모릅니다.
저희들 앞에 도사리고 있는 괴뢰군 수는 너무나 많습니다.
저희들은 겨우 七一명 뿐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어머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까 조금은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습니다.
어머님!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이!' 하고 부르며
어머님 품에 덜썩 안기고 싶습니다.
어제 저는 내복을 제 손으로 빨아 입었습니다.
비눗내 나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한 가지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어머님이 빨아주시던 백옥 같은 내복과
제가 빨아 입은 그다지 청결하지 못한 내복의 의미를 말입니다.
그런데. 어머님, 저는 그 내복을 갈아입으면서,
왜 수의를 문득 생각 했는지 모릅니다.
어머님!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 많은 적들이 저희들을 살려두고
그냥은 물러갈 것 같지가 않으니까 말입니다.
어머님, 죽음이 무서운 것은 결코 아닙니다.
어머니랑, 형제들도 다시 한번 못 만나고 죽을 생각하니,
죽음이 약간 두렵다는 말입니다.
허지만 저는 살아가겠습니다.
꼭 살아서 돌아가겠습니다.
왜 제가 죽습니까,
제가 아니고 제 좌우에 엎디어 있는 학우가
제 대신 죽고 저만 살아가겠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천주님은 저희 어린 학도들을 불쌍히 여기실 것입니다.
어머님 이제 겨우 마음이 안정이 되군요
어머니, 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님 곁으로 달려가겠습니다.
웬일인지 문득 상추쌈을 재검스럽게 먹고 싶습니다.
그리고 옹달샘의 이가 시리도록 차거운 냉수를
벌컥벌컥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어머님!
놈들이 다시 다가 오는 것 같습니다.
다시 또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뿔싸 안녕이 아닙니다.
다시 쓸 테니까요 .....
그럼 ....이따가 또 ...........


 

집에 돌아와 학도병 이야기를 다룬 "포화속으로"라는 영화를 보았다..

그영화에 이 편지가 나온다..

 

 

누란의 위기에서 몸바쳐 지킨 나라..세계 최빈국에서 G20 수준으로 성장햇다..

그당시 천막교실 땅바닥에서 공부한 사람은 유엔 사무총장이 되엇다..

 

저 수렁같은 밑바닥을 헤치고 올라선 사람들.. 

 

 

광우병..FTA 정도는 그때의 고난과 비교되겠나? 두려워하지마라..

자신을 믿어라..우리의 지나온 역사를 믿어라..

걱정을 현실화 시키는 하수처럼 살지 않고, 상상하는대로 이루어 나가는 고수처럼 살게되리니..

 

Que Sera Sera
Whatever will be, will be
The future's not ours to see
Que Sera Sera
What will be, will be

 

이루어질 일은 이루어지는 거야

       미래를 우리가 볼 수는 없지만
       이루어 질 일은 이루어지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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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이 있어 한우 식당에 갔다..

자리에 앉다가 문득 시귀절에 눈이 갔다..절귀??

 

 

滿庭月色無煙燭   만정월색무연촉

入座山光不速賓   입좌산광불속빈

更有松弦彈譜外   갱유송현탄보외

只堪珍重未傳人   지감진중 미전인

 

뜰에 가득한 달빛은 연기없는 등불이요

자리에 비치는 산 빛은 기약없던 손님일세

솔바람이 악보 밖의 소리 울리니

이런 맑은 풍취를 어찌 말로 전하랴

                  

                    - / 최 충 -  

제목이 절귀라니 7언절귀라는 의미도 있겠고, 시의 마지막행 처럼 득의망언(得意忘言)의 경지를 표현하는 제목이라 하겠다..

최충(984~1068)은 고려 문종때 관료, 학자로 은퇴후 사설학원인 구재학당을 세워 후진을 교육하였고 해동공자의 칭호로 불렸던 사람..

각촉부시(刻燭賦詩)라 하여 초에 금을 긋고 시를 짓기를 겨루는 행사도 하였는데..

그런 그이기에 한시는 술술 나왔으리라..

요즘 영시를 술술을 쓴다고 생각해봐라..얼마나 글러벌하다고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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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에 갔다..

주인이 파나마 게이샤 커피를 내놓는다..

세계 3대 명커피 중 하나인데 맛이 어떻냐고 묻는다..

맛치에게 그런 질문하나 마나..

하긴 주인 덕에 3대 커피..루왁도 먹어봤다..

나머지 세인트 헬레나는 언제 먹을 수 있냐고 물었더니 내년을 기약하란다..

 

그런데..새글씨는 못봤냐며 묻는데..

면암 최익현의 시다..

 

佳色兼淸馥  가색겸청복

端宜處士培  단의처사배

羞同桃李節  수동도리절

遲向九秋開  지향구추개

 

빛깔도 좋지만 향기 더욱 좋아

 

그야말로 처사가 기르는 꽃이지

 

봄꽃과 같이 피길 부끄러워하여

 

늦게야 가을날에 저 홀로 피네

 

 

노란국화를 그린  "황국(黃菊)"이라는 시다..

 

 

면암은 대원군을 탄핵하여 고종의 친정을 도왓고..조일수호조약이 체결되자 도끼를 들고가 상소를 올리며 반대했으며..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의병을 일으켜 항쟁한다..

 

태인에서 거병 정읍-순창-곡성에서 활약하다 패전..대마도에 끌려가 단식하다 순국..

 

늦은 가을날 저 홀로 핀다는 마지막 귀절은 망해가는 조선에 뒤늦게 외로이 항쟁하는 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망국 시절에 들어와 이땅에 새로이  하얗게 피던 개망초는 외로이 피었다 지던 이땅의 마지막 황국을 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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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서랍속에 넣어 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산산조각 - 정 호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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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사람평

 

우리가 흔히 남을 평가할 때 어느 대학을 나오고 무슨 자격증을 가졌는지 등 과거 지향적인  결과물이 많다.
물론 과거를 보면 현재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일응 기준도 될 법하다.
그러나 현재의 사람됨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려면 어찌 해야하는가?

 

논어에 공자의 사람평가가 나온다.

 


(안회)

 

공자가 안회를 평했다.

"안회는 호학(好學)할 뿐만 아니라, 불천노 불이과(不遷怒 不貳過) 한다"

즉 배움을 좋아 할뿐 아니라 성냄을 옮기지 아니하고, 실수를 두 번 되풀이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화내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화가 나더라도 다른 일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더구나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 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또 실수를 않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실수를 하더라도 반성하여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평 중에 이처럼 멋진 평이 있을까?

 

(공자)

 

그럼 공자는 스스로를 어떻게 평햇을까?

 

어느 날 초(楚)나라 섭현(葉縣)의 장관 심제량(沈諸梁)이 공자(孔子)의 제자 자로(子路)에게 “너의 스승은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라고 물었다. 자로는 심제량의 질문에 스승의 인품이 일반인과는 매우 다른 탁월한 인물이기 때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언뜻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결국 대답하지 못하였다.
그뒤 공자가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자로에게 이르기를
“왜 학문에 발분하면 끼니도 잊고, 도의 즐거움으로 걱정을 잊으며, 늙는 것도 잊고 지내는 그런
사람이다[發憤忘食 樂以忘憂 不知老之將至]라고 대답하지 않았느냐.”라고 하였다.

 

즉 공자는 학문 도야중에 의문이 생기면 그것을 해결하는 데 열중하여 끼니를 잊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터득하는 도의 즐거움으로 걱정거리를 잊고 늙는 줄도 모르고 지낸다는 말이다.

 

이또한 멋진 자평이 아닐수 없다.

 

갈수록 공자의 넉넉한 인품에 매료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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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프로레슬링 스타 장영철씨 타계

 

월드컵은 멀고 프로야구도 없던 시절. 프로레슬링은 60년대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다. 아찔한 승부는 손에 땀을 쥐게 했고, 화려한 기술엔 절로 환호가 터졌다.

그렇게 레슬링 시대를 연 한국의 초대 프로레슬링 챔피언 장영철이 외로운 투병생활을 접고 2006. 8. 8. 향년 78세로 먼 길을 떠났다.

끈질긴 세월은 영웅도 서서히 무너뜨렸다. 1m 80㎝의 키에 100㎏이었던 당당한 체격은 어느새 65kg로 쇠약해졌고, 파킨슨병은 물론 노인성 치매와도 싸워야 했다.

60년대 초 장영철은 부동의 에이스였다. 어려웠던 시절, 레슬링을 유일한 낙으로 여겼던 국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지만 곧 거대한 암초에 부딪친다. `박치기왕` 김일의 등장 때문.

지금은 김일의 이름만 기억하는 사람도 많지만 장영철은 김일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다. 둘은 여러모로 비교됐다.

빡빡 머리의 김일과 텁수룩한 턱수염이 트레이드마크였던 장영철은 외모도 확연히 달랐다. 무엇보다 김일이 역도산의 제자로 일본 유학파였다면 장영철은 토종 에이스의 자존심이었다. 김일이 박치기왕이었다면 장영철은 허리를 감아 젖혀 메치는 백드롭의 제왕이었다. 김일과 레슬링계를 양분한 장영철은 뛰어난 점프력을 이용한 공중기술을 새롭게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그러던 중 1965년 `쇼` 파동이 터졌다.

1965년 11월 28일 저녁 서울 장충체육관. 당대 최고의 인기스포츠 프로레슬링을 보려 모여든 관중이 8,000여석 실내를 입추의 여지없이 메웠다.
메인 이벤트는 한국챔피언 장영철과 일본 오쿠마와의 3전 2선승제 경기. 1대 1 상황에서 벌어진 세번째 경기에서 오쿠마가 장영철을 코너에 몰아붙여 허리꺾기를 시도하는 순간 장영철의 제자 레슬러들이 링 위로 뛰어올랐다.
이들이 맥주병 등으로 오쿠마의 얼굴을 난타하면서 장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이튿날 조간신문들은 '난장판 국제프로레슬링' 등의 제목으로 이 사건을 일제히 사회면 톱에 올렸다.
▦파문은 다음날 더 커졌다. 장영철이 경찰에서 "프로레슬링은 사전에 승패를 정하는 쇼"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이날도 장영철이 2대 1로 승리하도록 돼 있었는데 오쿠마가 약속을 어기고 거칠게 몰아붙이자 제자들이 분노했다는 얘기였다.

 

***

●장영철은 레슬링을 쇼라고 했나?

사건이 터진 것은 65년 11월에 열린 5개국친선 프로레슬링대회에서였다. 당시 장영철은 일본의 오쿠마와의 대전에서 새우꺾기공격으로 허리가 꺾여 비명을 질렀다. 오쿠마는 계속 공격을 가했고 링사이드에서 지켜보던 장영철의 후배들은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링에 올라가 오쿠마의 머리를 병과 의자로 내리치고 난투극을 벌였다.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 속에 경기는 중단됐다.

 경찰조사과정에서 장영철은 프로레슬링의 규칙을 설명했는데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찰이 “그럼 다 짜고 하는 거냐”고 오해했다.

장영철은 오쿠마가 과도한 플레이를 한 배후에 김일이 있다고 말했고 이를 언론이 흥미위주로 포장하면서 ‘레슬링은 쇼’라는 파문이 확대됐다.

장영철로선 억울한 희생양이 된 셈이다.

그의 폭탄선언이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프로레슬링은 그 후에도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프로레슬링의 패착은 스타발굴에 소홀했고 시대 변화에 둔감했기 때문이었다. 경제발전과 함께 다양한 오락거리가 늘어나는데 새로운 스타의 등장 없이 구태의연한 경기스타일을 지속한 것이다.

(출처 : '우리나라에서 프로레스링이 없어진 이유는?' - 네이버 지식iN)


 

****

(나의 생각)

타계하기전 김일씨가 병문안을 갔고 극적으로 두 사람은 화해를 했다.

두 사람이 좀더 일찍 마음을 열고 선의 경쟁을 하였더라면 지금 우리나라에서의 레슬링의 위상이 미국 시장처럼 되어 있을 런지도 모른다.

바둑에서의 서봉수와  조훈현처럼 선의의 경쟁자가 있고 서로 페어플레이를 하고 서로 공평심을 가지고 대할 때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우리 시대의 화두..공평심과 페어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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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2편의 영화를 보았다..

 

동서양의 영화인데 우연히도 그 시사하는 바는 서로 비슷하다.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지못한다 (視而不見)는 대학의 한 귀절을  테마

 

로 하고 있다..

 

 성경에도 있다.

"너희에게는 하느님 나라의 비밀을 아는 것을 허락해 주셨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유로 말하였으니, 그것은 '그들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누가복음 8장 10절) 

 

 

1. 왕의 남자


<클라이막스>

 

 

 

 

 

 

 

 

 

 

 

 

눈먼 장생이 줄타면서 말한다.


“내, 실은 눈멀기로 말하면 타고난 놈인데,


그 얘기 한번 들어들 보실라우?


어릴 적 광대패를 첨보고는 그 장단에 눈이 멀고,


광대짓 할 때는 어느 광대놈과 짝 맞춰 노는 게


어찌나 신나던지 그 신명에 눈이 멀고,


한양에 와서는 저잣거리 구경꾼들이 던져주는 엽전에


눈이 멀고,


얼떨결에 궁에 와서는...


그렇게 눈이 멀어서...


볼 걸 못보고, 어느 잡놈이 그놈 마음을 훔쳐 가는 걸


못 보고. 그 마음이 멀어져 가는 걸 못 보고.


이렇게 눈이 멀고 나니 훤하게 보이는데 두 눈을


부릅뜨고도 그걸 못보고.


(억지 신명을 내며)

그건 그렇고!


이렇게 눈이 멀어 아래를 못 보니 그저 허공이네, 그려.


이 맛을 알았으면 진작에 맹인이 될 걸.”

 


 


***


연산군은 어머니에 눈이 멀어 대국을 보지 못했다.(정조와 비교된다.)


장생은 육신의 눈을 잃었으나 마음의 눈을 얻어 자유인이 되었다.


그리고 스스로 돈, 권력, 명예에 눈이 멀어 오늘도 무엇인가 망치고나 있

 

않을까 돌아보게 만든다.

 


2. 내게 너무 가벼운 그녀 (잭 블랙, 기네스 펠트로 주연)




주인공 할 라슨은 여자친구는 반드시 늘씬한 미녀여야 한다는 생활신조를


꿋꿋이 지키며 살아왔다. 그런 할은 우연히 유명한 심리 상담사 로빈스와 함


께 고장난 승강기에 갇히게 된다.


로빈슨은 할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동시에 내면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특별한 최면요법을 받은뒤,


바로 그날 할 앞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로즈마리가 나타난다.


할에게 그녀는 미모에 지성까지 갖춘 최고의 존재다.


그러나 타인의 눈에는 그녀는 140㎏의 뚱뚱보에 지나지 않는다.


***

 

영화 무지하게 웃긴다.


한편, 눈이라는 감각, 미추의 인식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

 

인간은 가시광선을 통해 사물을 무지개 빛 오묘한 빛깔로 파악하고 있으

 

나 개는 흑백으로만 본다고 하고, 또 사물를 열적외선으로 보는 외계인

 

을 다룬 영화도 있으니..

 

외모가 아닌 마음씨로 사람을 볼수 있다는 관점- 그리하여 뚱뚱녀이지

 

만 그 착한 심성을 가졌기에 절세미인으로 보이고, 이쁘장한 외모를 가

 

진 간호사는 오히려 마귀할멈의 모습으로 비추어지게 만들고 있다 - 참

 

으로 기발하다..


사물을 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나 우리의 삶이 달라 질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사물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 바라보기의 예술에 숙달된 사람

 

에게 세상은 늘 온전한 것이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외부세계가 바뀌어야 할 필요가 없고 바뀌

 

지도 않는다. 비결은 그것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바꾸는데 있다.

 

그러면 새로운 관점으로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행복은 세상을,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에 달려있는 문제이다.

 

(2006-0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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